백수 건강법

허리야 버텨줘

- 담담

어머니께서 허리 수술을 하셔서 병원에 입원하셨다. 요며칠 밤새 병실을 지키고 있어보니 허리가 아파서 수술을 받는 환자가 꽤나 많았다. 그렇다. 계속 원고를 빵꾸낸 변명이자, 이번 편에 허리를 다루겠다는 말이다.ㅎㅎ 허리의 중요성은 뭐 굳이 강조 안 해도 다들 아시리라. 요즘 프로야구만 보더라도 선발투수와 마무리 투수보다 오히려 중간계투진이 중요해진 것이 대세다. 중간진이 약한 팀은 선발이 아무리 잘해도 경기를 뒤집히기 일쑤이며, 마무리가 나올 기회조차 없어진다. 허리가 중간에서 힘을 써줘야 처음과 끝도 잘 마무리 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프로야구에서도 중간계투진이 중요하듯이, 몸에서도 허리가 중요하다. 얼마나 중요하면 허리 요(腰)라는 글자에 중요할 요(要)자가 들어가겠는가!

몸 역시 마찬가지다. 허리는 몸의 중심이며, 운동의 축이 되며, 마음이 발심하는 원천이자, 상하 기운이 소통하는 출발점이다. 허리가 아픈 것을 요통(腰痛)이라고 하는데서 알 수 있듯이 한자로 허리를 요(腰)라고 하는데, 육달월(月) 변에 중요할 요(要)자가 결합된 한자이다. 얼마나 중요하면 글자에다 요(要)자를 썼겠는가! 그건 아마도 인체에서 가장 긴요한 부분이라는 뜻일게다. 동의보감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허리는 신(腎)의 집이다. 허리는 신의 집이므로 허리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으면 앞으로 신이 쇠약해지게 된다. 허리는 신의 상태가 밖으로 드러나는 곳이며, 허리에 의지해서 온몸을 움직이고 구부렸다 폈다 한다.” – <동의보감>

몸에서 정(精)을 담당하는 장부가 신(腎)이다. 정(精)이라는 에너지를 축적하는 장부가 신이며, 이 허리에 의지해서 온 몸을 움직일 수 있다. 그리고 허리는 신의 상태가 밖으로 드러나는 곳으로, 허리를 잘 돌리지 못하는 것은 신기가 쇠약해진 징후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요통은 모두 신허(腎虛)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밤에 잠을 푹 자고 일어나서도 허리가 뻣뻣하고 찌릿찌릿하다고 느끼시거나 별로 오래 걷지 않았는데도 허리에 힘이 없어 자주 앉아야 하는 분들이라면 몸 안의 정이 부족해서 그런지 의심해 볼 일이다. 그렇다면 신허요통의 원인은? 일단 들 수 있는 것은 방에서 하는 노동인 방로(房勞)! 즉 밤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그런 경우가 많다. 아니면 원래 정(精)이 부족한 이들도 많다. 나이 드신 분들 중에 허리가 아픈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나이 드신 분들 말고도 젊은 친구들 중에서도 허리가 아픈 이들이 많다. 동의보감에서는 요통을 열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신허요통, 담음요통, 식적요통, 좌섬요통, 어혈요통, 풍요통, 한요통, 습요통, 습열요통, 기요통. 대표적인 것들을 보면 신허요통은 앞에서 말했듯이 지나친 성생활로 신을 상해 정혈이 힘줄을 충분히 기르지 못해 생기는 요통이다. 식적요통은 술에 취하거나 음식을 많이 먹고 성생활을 하여 습열이 허한 틈을 타서 신에 들어가 서리가 아파 구부리거나 펴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습열요통은 평소에 기름지고 맛이 진한 음식을 즐기는 사람이 허리가 아픈 것은 습열과 음허 때문으로, 날이 흐리거나 오래 앉아 있어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허리가 아픈 것은 대게 습이 원인이 경우가 많다. 습을 없애주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여 주시라. 산에도 올라가시고. 맨날 눅눅한 방구석에 엎드려 티비만 끼고 살지 말고!!

노인분들 중에 허리를 두드리며 “에이구 허리가 쑤시는 걸 보니 비가 오려나~”라고 말하면 정확히 비가 오는걸 보면 말 그대로 놀랄 노자다. 여기서도 알 수 있듯이 허리가 아픈 것은 대부분 습한 것과 관련이 있다. 즉, 안 움직여서 그렇다.ㅡㅡ; 양기는 음을 소모하면서, 음기는 양을 축척하면서 그 결과로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습한 것이 과한데 이 음을 소모하면서 양기를 써야 하는데 움직여 주지 않으니 습한 기운이 허리를 눅눅하게 한다. 따라서 몸에 습기를 없애주기 위해서라도 자주 움직여줘 습기를 날려줄 필요가 있다. 이렇게 화창한 날 산에 좀 올라가시라는 말이다. 맨날 눅눅한 방구석에 엎드려 티비만 끼고 살지 말고!! 그러니 허리가 안 아프겠는가!

따라서 허리가 아프다고 할 때 디스크등과 같이 허리뼈를 구성하는 조직의 이상으로 요통이 생기는 경우는 전체의 10%정도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허리뼈를 지탱하는 근육과 인대에 영향을 주는 과로나 운동부족, 특히 자세불량과 같이 평소의 습관이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평소에 특히 자세에 신경 쓸 일이다. 요즘처럼 책상에 많이 앉아서 생활하는 시대도 없을 것이다. 학생들, 사무실에서 앉아서 일하는 이들, 가까운 거리도 차를 타고 앉아서 이동하는 이들. 계산해보면 앉아 있는 시간이 하루에 절반을 넘을 거다. 뭐, 앉아서 생활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쳐도 그렇다면 이 때 바른 자세가 중요하다. 하지만 바른 자세로 앉아야 하는걸 알지만 어느새 귀찮아져 축 늘어져 엉덩이를 쭉 빼고 거의 드러눕다시피 하는 자세로 앉아있다.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 앉아있을 때, 서있을 때, 물건 들 때, 누워있을 때 허리에 무리가 안가도록 주의하시길~

앉아 있을 때 다들 말 안해도 알겠지만 허리를 쭉 펴고 목을 바로 세운 자세가 좋다. 그리고 자주 자주 일어나서 허리를 쭉쭉 펴주면 더 말할 것도 없고. 서있을 때도 허리에 무리가 안가는 자세가 중요한데 한쪽 발이 다른 발보다 약간 앞으로 나오도록 하면서 무릎을 살짝 굽히는 것이 좋다. 흔히 물건을 들 때 많이 허리를 삐끗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허리보다는 다리의 힘을 많이 이용해 물건을 드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누워 쉴 때에도 마찬가지로 허리에 무리가 안가도록 무릎 뒤의 오금 밑에 배게를 집어넣거나 새우잠을 자듯 옆으로 모로 눕는게 좋다.

그러나 허리가 아픈 것은 단지 운동부족이나 자세불량 문제만은 아니다. 하기 싫은 일을 하면 허리가 아픈 경우들을 느껴본 일이 있을게다. 이는 의욕이라는 기운이 허리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이다. 요즘 기호흡이다, 단전수련이다 유행하는데 이 때 단전은 붉을 단(丹)자를 쓴데서도 알 수 있듯이 마음(心)이 작용하는 심력(心力)을 의미한다.

“하단전은 배꼽 아래 세 치 거리에 있고, 둘레는 네 치이다. 두 신장 사이의 척추에 붙어 있으며, 왼쪽은 푸르고 오른쪽은 희며 위쪽은 붉고 아래쪽은 검으며 가운데는 누렇다. 이것을 대해(大海)라고 하는데, 정과 혈을 저장한다. 십이경맥은 모두 ‘기가 생기는 근원(生氣之源)’에 이어져 있다. ‘기가 생기는 근원’이라는 것은 신장 사이에서 움직이는 기운을 말하며 이것이 바로 하단전이다 이것은 오장육부의 근본이며 십이경맥의 뿌리이며 호흡의 출입문이며 삼초의 근원이다.” –<동의보감>

허리에 저장된 에너지가 뒷목부위까지 기운이 흩어지지 않고 올라오느냐 이것이 건강과 관련해서 핵심이다. 그리고 이는 삶에 일관성을 갖는지 차원에서도 중요한 문제이다. 양의 기운을 쓰지 않고 수동적으로 음의 기운만 쓰는 것, 즉 허리는 안 쓰고 배만 나오는 현대인들의 문제도 여기에 있다. 마음을 내지 못하고, 마음을 내더라도 중간에 일을 포기해 버리는 것. 이를 몸으로 비유하자면 허리가 대나무처럼 쭉 펴지지 못하고 중간에 구부정하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귀차니즘. 귀차니즘도 병이다. 허리가 아픈 것 역시 귀차니즘으로 인한 것이다.

한의학에서 ‘귀차니즘’을 전문용어로는 소기증(小氣證)이라고 하는데, 이는. 관계맺기에 소극적이라는 의미이다. 한 마디로 의욕이 없는 것을 말한다. 신에 저장되어 있는 정(精)이 양의 기운을 써서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올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귀차니즘 환자들이여 새겨들으시라. 그것도 병이다. 관계맺기에 소극적이고, 언제나 수동적인 이들! 이 땅에 초식남들이 많아지는 것, 허리가 안 좋은 이들이 많아지는 것은 연관이 있다.

그럼 앞 쪽의 배를 살펴보자. 음양론으로 보자면 등은 양이고, 배는 음이다. 음심으로 가득찬 사장님의 똥배를 보라! 양의 기운을 잘 쓰는 이들의 허리는 곧게 쭉 펴져있다. 하지만 뭔가 자기 것만을 챙기려만 하고, 자신의 일을 펴내지 못하는 이들은 허리가 펴지지 않고 배만 나오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물에 빠져 죽으면 남자는 등을 보인채로 떠오르고, 여자는 배를 보인채로 떠올라 죽는 것이 양기를 많이 쓰는 남자와 음기를 많이 쓰는 여자와의 차이를 말해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음과 양에 대해 잠깐만 이야기해보자. 음양이란 원을 반쪽으로 갈라 한 쪽이 음, 한쪽이 양 이런 식 아니다. 음과 양은 하나인 것이지 둘로 나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차라리 그것은 관계 속에서 다른 양태를 보인다고도 말할 수 있다. 앞에서 보았듯이 배가 음이라면 등이 양인 것처럼 몸 안에서도 양과 음이 있는 것이 그러한 예이다. 하지만 흔히 오해하기 쉽듯이 이 때 양과 음, 음과 양이 어떤 가치나 위계서열을 갖고 있지는 않다. 밤이 낮보다 가치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차가움이 뜨거움보다 열등한가? 밤이 없으면 낮이라는 것이 가능할까? 차가움이 없다면 뜨거움이 있을 수 있을까? 따라서 음이니 양이니 하는 것은 모두 상대적인 개념이다. 절대적인 양도, 절대적인 음도 있을 수 없다. A는 B에 대해서는 음이 되어도 C에 대해서는 양이 될 수 있다. 마찬가지의 논리로 음 가운데 다시 양이 있고, 양 가운데 다시 음이 있다는 것이 음양의 논리인 것이다.

이야기가 딴 데로 샜다. 죄송하다. 다시 배로 돌아가자. 배에서 중요한 것은 제의온난(臍宜溫煖)! 즉, 배꼽은 따뜻하게 해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예부터 머리는 차갑게 해야 아프지 않고 배는 따뜻하게 해야 아프지 않다고 했다. 동의보감에서도 일반적으로 배가 아픈 데는 반드시 따뜻한 약으로 풀어야 하는데, 이는 뭉치고 막혀서 기가 잘 돌지 못하기 때문에 아픈 것이라고 나와있다.

“할미 손은 약손 누구누구 배는 똥배~”라는 노래가 생각나시는지? 내가 어렸을 때 배가 아프다고 하면 할머니께서 배를 문질러주시면서 하셨던 노래(주문?)다. 얼핏 생각하면 배를 문질러주는게 뭐 그리 큰 약이랴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다 이유가 있는거다. 제의온난! 즉, 복통이 있을 때 손으로 문질러 배를 따뜻하게 해주는 온열 자극 효과와 막힌 기를 내려주어 아픈 배를 낫게 하는 것이다. 게다가 할머니의 손자손녀에 대한 정성이 더해졌음에랴!

배꼽티는 건강의 적! 제의온난(臍宜溫煖), 배꼽 부위는 따뜻하게 해주어야 한다. 머리는 차갑게 배는 따뜻하게!

요즘 같은 날씨에 하의실종에 허리라인까지 노출하는 배꼽티를 보면 침깨나 흘릴 남자분들 있을거다. 하지만 배꼽티는 미적으로 보기에 좋아 보일지 모르겠지만 의학적으로 보면 쥐약이다. 한의학에서는 배꼽에 온기를 불어 넣어주면 온갖 질병을 예방해서 장수할 수 있다고까지 말한다. 그런데 현대문명처럼 더운 날씨에도 차 안이나, 실내에만 들어서면 에어컨 바람과 같은 한기가 엄습하는 때에 대놓고 찬 바람을 쐬주는 거다. 따라서 배꼽이 무방비로 노출되니 배꼽티는 남에게 눈호사를 시켜줄지는 모르지만 건강에 반하는 의상임임은 분명하다. 여성의 월경불순, 냉대하, 불임증에도 배꼽부위에 뜸을 떠주는데 대놓고 이 부위에 찬 바람 들어가라고 해서야.

배꼽은 몸의 중심이다. 아래 그림 다들 어디서 한 번쯤 봤을게다. 딩동댕!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림이다. 비트루비우스의 고대 로마사람의 문헌을 읽고서 다빈치 형님이 그린 것이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붙어있다. “이처럼 자연이 낸 인체의 중심은 배꼽이다. 등을 대고 누워서 팔 다리를 뻗은 다름 캠퍼스 중심을 배꼽에 맞추고 원을 돌리면 두 팔의 손가락 끝과 두 발의 발가락 끝이 원에 붙는다. .. 정사각형으로도 된다. 사람 키를 발바닥에서 정수리까지 잰 길이는 두 팔을 가로 벌린 너비와 같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도 이와 유사한 말이 등장한다.

배꼽은 몸의 중심이다. 팔과 다리를 쭉 펴면 그 가운데가 배꼽이라는 것. 한 번들 재보시라. 숏다리들은 안될 수도 있겠지만.ㅡㅡ;

“제(臍)자는 같다(齊)는 뜻이며, 배꼽의 아래쪽과 위쪽의 길이가 같음을 말하는 것이다. 몸의 중간이 바로 배꼽이다. 팔을 쭉 펴서 하늘을 향하고 다리를 쭉 펴서 땅에 대고 줄로 재보면 중심이 바로 배꼽이 된다.”

배꼽을 한자로 제(臍)라고 하는데, 이 때 제는 같다는 뜻이다. 이와 같이 배꼽은 몸의 중심으로 그 중심 아래 단전에서 몸의 에너지를 저장해 이를 허리를 통해 위로 뻗어올려 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허리가 아프신 분들을 위한 도인법 소개.

“허리와 등이 아픈 것을 다스리려면 환자가 동쪽을 향해 앉아서 손을 심장 부위에 포갠 후 한 사람은 앞에서 양 무릎을 누르고 한 사람은 뒤에서 머리를 받쳐서 천천히 뒤로 머리가 땅에 닿도록 눕힌다. 세 번 일어났다 세 번 누우면 곧 좋아진다.”-<동의보감>

두충. 두충나무의 껍질을 말린 것으로 정기를 보하고,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며 특히 허리에 좋다. 차로 끓여드시라~

그리고 음식으로는 두충이 좋다. 동의보감에는 두충이 “허리뼈가 아픈 것과 갑자기 허리가 아픈 것을 치료한다. 또한 신로로 허리뼈가 옥죄이는 것을 치료한다”고 나와있다. 두충차를 끓여드시라. 시장에 가서 사시거나 인터넷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리고 참깨, 녹용, 누렁개의 고기, 돼지 콩팥등도 허리에 좋은 음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앞에서 강조했듯이 발심하는 것, 무슨 일을 주저하지 말고 시작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밀어붙이는 힘이 허리가 곧추 설 수 있는 원동력임을 잊지 마시길!

-이 글은 <동의보감>과 <몸, 한의학으로 다시 태어나다>를 바탕으로 씌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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