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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사에만 악플이 붙은 이유는?

- 소모뚜

내 기사에만 악플이 붙은 이유는?
뉴 코리안으로 태어나야 차별 없는 다문화 사회 가능

지난주 금요일. 김포 어린이집 아이들 대상 다문화 교육을 하는 두 번째 날.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들어오는 나를 보자마자 “소모뚜 선생님이다! 소모뚜 선생님이다!” 라고 씩씩한 목소리로 외쳤다.

아이들을 가르쳤던 첫째 날에 아이들은 나에게 “아저씨 누구세요? 뭘 하러 여기 왔어요?” 등등 낯선 질문들을 했다. 다르게 생긴 나를 보고 질문들이 많았다. 나는 아이들의 질문 하나, 하나를 친절하게 답해줬다. 우리들은 만난지 10분만에 서로 친해졌다. 내가 질문할 때마다 씩씩하게 대답하는 아이들에게는 내가 더 이상 낯선 사람이 아니다. 아이들은 내가 가르쳐주는 버마어를 상큼한 목소리로 따라했고, 나도 아이들의 궁금한 것들을 따뜻하게 대답해주었다.

우리는 서로에게서 무엇을 얻을까, 어떤 이익을 받을까 라는 이익이 우선이라는 논리도, 마음도 전혀 없다. 서로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에 집중해서 지내기 때문에 우리들의 사이는 순수하고 참 편했다. 사랑이란 무엇을 얻을까를 바라면서 한다면 그것이 없어질 때 사랑도 없어진다. 하지만 무엇을 해 줄까라는 마음으로 사랑하게 된다면 얻을 수 없는 것에 대한 불만은 없을 것이다. 바로 아이들과 나의 사랑이다.

어린이들과 재밌는 시간을 지낸 후 나는 연합뉴스 기자랑 만나러 종각역으로 갔다. 나에게 “다문화 뉴코리안”이라는 인터뷰를 해 달라 해서 간 것이다. “다문화 뉴코리안”이란 오랫동안 한국사회에서 거주하면서 또 하나의 새로운 한국인이 되어 가는 이주민 1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하는 기획기사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나는 이제 이 사회의 구성원이 되었는데 언제 내가 ‘새로운 한국인’으로 변했는가가 인터뷰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대답할 것이 없다. 솔직히 내가 언제부터 한국인이 됐냐는 것에 대해 고민한 적이 없었다. 김치 없이 밥 먹을 때 김치를 찾는 것으로 한국인이 됐다하면 그럼 나는 이제 한국인이 된 것 같다. 버마 말을 할 때보다 한국말을 할 때가 더 편하다는 것. 뭐 이런 것이라면 내가 한국인이 된 것으로 보면 된다.

나는 16년 동안 한국인을 포함해 수많은 외국인들과 만나왔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모양은 달라도 모두 다 똑같이 슬플 때 슬퍼할 줄도 알고 기쁠 때 기뻐할 줄 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경험을 통해 한국인, 버마인, 네팔인 등 명칭만 다르지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이제 명확하게 알게 됐다. 그래서 나에게 한국인들이 외국인들에게 왜 차별하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올 때마다 사람은 사람을 차별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나에게는 더 이상 한국인도, 버마인도, 외국인도 다르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나의 뉴코리안 인터뷰 기사가 지난 일요일에 인터넷 세상으로 노출됐다. 앞서 말했던 대로 뉴코리안 인터뷰 대상은 독일인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이탈리아인 미수다의 크리스티나, 소련인 축구 골키퍼 코치 신의손, 몽골 출신 아리옹씨, 중국동포 이림빈 한마음협회장, 베트남댁 이유정씨, 스리랑카인 이주노동자 상담원 프레마랄씨, 중국동포 강광문 서울대 교수, 여성 가족부 공무원 정수림씨와 나를 포함 한국사회에 살고 있는 다양한 이주자 총 10명인데 내가 마지막 인터뷰 대상자였다.

그런데 이들과 인터뷰한 기사들에는 답글도 없고 악플도 없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서양인이나, 교수의 기사에는 악플이 없고 이주여성이나 이주노동자겸 난민인 나에게는 악플이 있다. 특히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개선 활동을 하는 나에게는 악플이 풍부하다. 대부분 악플은 이주노동자가 위험한 존재, 살인자, 범죄자 뭐 이런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인권수준에 대한 당사자 내가 직접 겪었던 이야기를 말한 것에 대한 반감의 악플이 많다.

사람은 사람을 차별하면 안 된다고 말한 내게도 악플이 많지만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동남아 여성들이 노인이랑 결혼해서라도 한국에 시집오려는 사람이 줄을 섰다. 이런 여성들도 탐탁지는 않지만 인종이 다른 동남아에서 원숭이를 데려오는 것보다는 낫다’며 동남아 출신 이주결혼여성을 원숭이에 빗댄 글도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0월 한 달 동안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 인터넷상에

▷혼혈인 증가를 막기 위해 국제결혼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등 뿌리 깊은 순혈주의
▷특정국가 출신 외국인을 테러리즘과 연결해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시키는 경향
▷특정 국가나 피부색에 대한 편견 등 인종차별적 표현이 난무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G20 회의장 인근에 무슬림 사람 접근을 금지시켜야 한다. 테러 대비를 위해 접근 시 전원 사살해야 한다” “우리 기숙사에 수단에서 온 흑인 두 명이 있는데 흑인 냄새가 아주 지독하다”는 등 외국인을 위협적 존재로 표현하거나 비하하는 표현 등이 적지 않았다. 인터넷뿐만 아니라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서도 피부색이 까맣거나 행색이 남루한 연예인을 두고 ‘동남아 스타일’ ‘동남아 마약판매상’이라고 표현한 경우가 많았다.

한국내 차별의 원인이 어릴 때부터 단일민족이 자랑스럽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동등할 수 없다는 교육을 받아 온 결과라고 본다. 음악, 예술, 스포츠 등 물질적인 면에서 국가간, 사람간에 우리는 남보다 잘한다는 표현을 강조하다보면 국가와 인종주의 애국심과 함께 다른 이들은 우리보다 못한다는 생각으로 빠져 차별과 무시가 생긴다.

자제할 필요가 있고 겸손할 필요가 있어서 참 중요한 부분이다. 태양의 밝은 빛이란 쳐다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꽃의 향기로움도 향을 맡아야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때 힘들었던 한국의 아픈 기억을 잊으려 하는 자세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것으로 또다시 아픔을 만들면 안 된다.

한집에 사는 가족들끼리도 소통이 잘 안되면 이해와 배려도 그만큼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 한국이 소통을 해야 할 대상은 늘 동경의 대상이던 서양인 뿐만 아니라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덜 발전한 아시아 국가사람들이다. 강자에게 잘 보이고 약자를 무시해도 된다는 차별의 원론은 이제 없어져야한다.

한국이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민들이 아니고 그동안 숨겨져 왔던 약자를 차별하는 의식이다. 그것이 이주민들과 함께 사는 것에도 필요하고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도 바꿔야 할 시급한 문제다.

요즘 결혼 이주여성들에게 한국에서 정착할 수 있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쳐 주고 있는 활동들이 많다. 환영한다. 하지만 한국말과 한국문화를 잘 하게 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주여성들의 언어와 문화도 유지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사람은 다양한 문화를 겪게 되면 생각도 넓어지고 사람에 대한 편견도 달라진다. 생각이 넓어진 이주여성들이 이주아동들을 키운다면 미래세계에는 요즘 같은 한심한 상황들이 줄어들 것이다.

다르게 생긴 아이들과 지내게 될 한국아이들에게도 신경을 써야 한다.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가르치는 부모들 때문에 한국아이들과 다문화가정 아이들 사이에 벽이 생기고 있다. 지혜로운 부모에서 착한 아이들이 나오기 때문에 부모들에게 하는 교육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한국 거주 이주민들이 이사회의 뉴코리안으로 탄생해서 살아가는 것에 관심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 존중하며 인종차별 하지 않은 새로운 한국인들, 뉴코리안들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함께 사는 다문사회, 국격을 올리는 것에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응답 2개

  1. k말하길

    매번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 잊고 있던 부분을 깨닫고 느끼면서 읽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2. cman말하길

    비교적 정확하게 문제점을 짚어주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내에서의 외국인 그것도 유색 외국인(한국인도 대표적인 유색인인데 유독 백인에게 약한 것은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편견이 특히 심한 것은 교육의 문제점도 있지만 국가문화 전반에 걸친 아둔함과 경박함에 원인한다고 봅니다. 진실성이 부족한 적당한 교과서 수준의 국정 홍보도 그렇고 나보다 못한 사람에 대한 무자비한 차별과 폭력도 속히 고쳐지지 않으면 영원히 주변국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가 우려됩니다. 힘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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