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선곡표

밤 노래

- 신현주(수유너머N)

낮보다 소리에 더 예민해지는 밤엔 내가 좋아하는 소리에 더 집중하게 된다. 가만히 귀 기울여야 들리는 풀 벌레 소리, 그 어떤 소리보다 달콤한 연인의 말소리 그리고 잔잔하게 둥둥 거리는 음악까지… 이번엔 하루 중 어느 때보다 귀를 쫑긋 세우고 음악에 빠지게 되는, 아주 야심한 밤에 들으면 좋은 음악을 소개한다.

우선 듣자.
오늘은 연달아서 듣고 난 다음 곡을 하나하나 이야기해 본다. 모니터 잠시 끄고 문 활짝 열고 듣다 보면 기분이 알딸딸해지며 밤 노래에 취하게 될 거다.

Night In Camp Nou(feat, 정엽) – 박주원 (집시의 시간, 2009)

Camp Nou는 스페인의 프로 축구 클럽 F.C.바르셀로나의 홈구장이다. Camp Nou는 카탈루냐 어로 ‘새 구장’이라는 뜻으로 유럽에서 가장 큰 축구장이고 세계에선 11번째로 큰 축구장 이라고 한다. ‘집시의 시간’은 어쿠스틱 기타 리스트인 박주원의 첫 번째 앨범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스패니쉬 기타 앨범이다. 꽉 들어찬 화성과 현란한 기타 그리고 정엽의 가벼우면서도 소울풀한 음색이 멋진 곡이다.

En La Orilla Del Mundo – Charlie Haden (Nocturne, 2001)

미국의 더블 베이스 연주자 찰리 헤이든의 2001년 앨범으로 쿠바 출신의 피아니스트 곤잘로 루발카바와 함께 작업한 서정적이고 깊은 울림의 앨범이다. 조 로바노와 데이비드 산체스의 테너 색소폰, 팻 메시니의 기타, 페데리고 브리토스의 바이올린이 곡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앨범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편안한 반주와 아름답고 장식적인 선율이 함께 있는 짧은 분위기 있는 음악’인 야상곡들이 묶인 앨범으로 깊은 밤에 잘 어울린다.

If I Could Meet Again – Pudding (If I Could Meet Again, 2003)

멀리서 들려오는 반복되는 음형에 하나씩 악기가 덧입혀진다. 피아노, 드럼, 베이스, 목소리 그리고 하모니카까지 들어오고 나서 금세 사그라지는 음악은 이 한 곡만을 무한 반복하게 한다. 푸딩이라는 이름처럼 부드럽고 촉촉한 팝 재즈를 추구하지만 새로운 음악적 조합을 시도하면서 이색적인 감각을 만들어 냈다.

달빛 – 정재형 (Le Petit Piano, 2010)

생각나는 클래식 작곡가가 있을 거다. 바로 ‘드뷔시’이다. 드뷔시의 색채감을 드러내는 온음음계를 주제로 사용하여 만들어진 곡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듣는 음악의 음계는 온음과 반음이 섞인 장음계 또는 단음계의 음악이다. 온음과 반음의 개수와 들어간 위치에 따라서 단음계가 되기도 장음계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드뷔시는 온음만으로 만들어진 음게를 사용해 작곡했는데 이 온음음계는 드뷔시의 인상주의 음악을 표현하는 좋은 도구로 전통적인 장음계와 단음계의 기능을 파괴하면서도 잔잔한 울림과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정재형의 달빛에서는 드뷔시의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듯한 피아노 선율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점점 해가 길어지면서 밤은 점점 짧아지는, 잠만 자기엔 아까운 밤들이다.
음악 듣기 좋은 밤들이다.

응답 1개

  1. 달타냥말하길

    박주원씨 기타 연주가 멋지네요!! 덕분에 잘 들었습니다. 밤에 다시한번 들어봐야겠어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