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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살아 있는 금강은 자연스럽게 흘러야 한다

- 정민걸(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거짓자연에 홀리다

요즈음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 중에는 산을 좋아하고 자연을 좋아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실은 건강을 위해서 등산하는 인구가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자연을 감상하거나 자연과 벗을 하기 위한 순수한 마음만이면 좋으련만 자신의 건강 때문에 자연을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자연을 자연으로 받아드리고 자연의 순수함을 지켜주려는 아름다운 마음으로 등산하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어쩌면 등산은 사치와 허영의 표현이 아닐까 하는 망령스런 생각까지 든다. 사실 내가 어릴 적에는 사람들이 강이나 하천으로 많이 갔다. 강수욕 등 물놀이도 하였지만 물고기를 잡는 재미와 더불어 먹는 재미에 빠졌었다. 설령 산을 가는 경우도 요즈음의 등산과는 달리 땔 나무를 하거나 열매나 칡뿌리 등을 먹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그러던 사람들이 이제는 강이나 하천보다는 오히려 산으로 더 많이 간다. 자연의 것이라 몸에 더 좋다고 탐하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산에서 나는 것들에 대해서 덜 욕심을 부리는 듯하다. 그런데 값비싼 등산옷과 장비로 치장을 하고 간다. 건강을 챙기며 과시하는 등산 문화가 된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하면서 산은 점점 더 자연의 모습을 잃고 사람이 오르내리기 좋게 변형되었다. 그런 산을 보며 즐거워하는 현대인들에게 자연은 무엇일까. 자연은 인간의 건강과 편리함을 위해 존재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가공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하는 몰자연의 사회가 된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연과 함께 하겠다고 거짓자연을 자꾸 만든다. 자연에 있는 난초보다는 화분에 있는 내 난초를 더 좋아한다. 심지어는 조화(造花)로 생화(生花)를 대신하고는 더 좋아한다. 생화처럼 살리기 위해 힘을 들일 필요가 없고 아주 오래 가서 좋아한다.
그러면 강과 하천에서는 왜 멀어져 갈까. 과거처럼 하천에서 나는 생물을 먹어야 할 만큼 궁핍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인위적으로 조작된 공간에서 더 많은 환락을 얻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연의 하천에서 주는 즐거움은 너무 단조롭다. 넉넉하고 여유로운 즐거움보다는 자극적이고 현란한 인공의 위락시설에 중독되어 참자연을 부정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참자연의 가치를 모르다

지나친 위생 관념 때문에 해로울 것이 없는 하천의 물을 더럽다거나 해롭다고 여기는 잘못된 인식조차 있는 듯하다. 지난 가을 어린이들과 함께 회룡포가 있는 내성천을 방문하였다. 한 아이가 놀다가 물에 빠지면서 양말이 젖었다. 아이가 젖은 양말을 물에 헹구며 씻으려 하자 어머니인 분이 더럽다며 물에 양말을 헹구지 못하게 하였다. 가을이라서 규조가 많아 하천의 모래바닥이 갈색이 되어 더럽게 느낀 모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온대 기후 지역으로 여름에도 흐르는 하천 물에는 사람에게 해로운 미생물이 거의 없다. 특히 가을에는 더더욱 없다.
물론 사람의 오폐수가 유입되는 직하류이거나 물이 정체되는 곳은 위생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는 있다. 그래서 오폐수가 처리되지 않고 직접 하천으로 유입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하천을 직접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하천 밖 인간 사회를 관리하여 참자연이 유지될 수 있도록 인간이 하천에 간섭하는 것을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간섭을 완전히 막지는 못한다. 그래도 참자연의 하천은 인간이 버린 오폐수를 받아들여 맑고 깨끗한 물을 만든다. 이를 자정작용이라고 한다. 하지만 자정작용의 능력이 무한히 크지 않기 때문에 간섭을 가능한 줄여야 하는 것이다. 또한 자정작용은 자연의 과정이 방해받지 않아야 잘 이루어진다.
하천의 가장 중요한 자연의 과정은 흐르는 물이다. 또한 물에 산소가 많이 녹아들어갈 수 있는 여울이 있어야 한다. 여울은 수심이 얕은 곳이다. 고여 있는 물은 아무리 수심이 얕아도 여울이라고 하지 않는다. 물이 흐르지 않으면 산소가 물에 잘 녹아들어가지 않아 물에 들어간 유기물들이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썩어 냄새가 나고 더러워진다. 이런 고인 물에 살 수 있는 생물은 많지가 않다. 물론 사람에게도 해롭기가 쉽다.
그런데 사람이 물을 이용하겠다고 물의 흐름을 막는 보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물을 이용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자연의 과정을 가능한 방해하지 않고 물을 이용하는 방안을 지혜롭게 찾아야 한다. 지나치게 큰 보를 만들어 물이 고여 있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물이 전혀 흐르지 않는 양이 너무 많아지면 자정작용에 문제가 생긴다. 그런 인공 저수지에는 맑고 깨끗한 물에 사는 생물이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하천의 흐름을 막아 인공저수지로 만드는 것은 하천의 소중한 생명을 대량으로 학살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물의 흐름을 방해하면 하천의 모래바닥과 모래톱도 사라지게 된다. 부착조류나 수초가 지나치게 자라고 하천바닥은 작은 입자들이 가라앉아 펄이 섞인 바닥이 되며 모래톱은 뭍처럼 된다. 그런데 물이 흐르는 모래바닥과 모래톱은 매우 좋은 수질정화시설이다. 사람이 비용을 전혀 들일 필요가 없는 참자연이 주는 고도수질정화시설이다. 참자연의 수질정화시설은 고정된 시설이 아니다. 매년 달라지는 강우에 따른 물 흐름의 변화에 맞추어 위치가 끊임없이 바뀌는 것이 모래톱이 겪는 자연의 과정이다. 이런 살아 움직이는 모래톱이기 때문에 더러워지지 않고 스스로 깨끗한 정화시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잘 흐르고 있는 하천을 막고 만든 연못. 식물의 성장이 활발한 시기에는 수질을 정화하는 효과가 다소 있지만 성장기가 지나면 사체와 분비물이 축적하면서 수질을 악화하고 하천의 생태를 훼손한다.

하천을 막고 만든 연못에 번성하는 황소개구리. 오른쪽 아래에 황소개구리의 올챙이가 있다.

거짓자연은 돈을 흡수하는 밑 빠진 독이다

참자연을 인위적으로 사람에게 보기 좋게 만들고 자연적인 변화를 못하게 하는 고정구조물을 만드는 것은 참자연의 자정작용만 없애는 것이 아니다. 거짓자연을 계속 보기 좋게 유지하기 위해 많은 비용이 들어야 한다.
생태복원이라고 거짓홍보를 한 5.8㎞의 청계수로를 예로 들어보자. 청계천이라고 과거의 이름을 그대로 붙였지만 청계수로는 하천의 특성이 하나도 없는 인공수로일 뿐이다. 많은 물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지하수로 물이 들어가지 못하게 방수처리를 하고 콘크리트와 돌로 만든 고정된 바닥이어서 물이 숨을 쉬지 못하고 수온이 너무 높아 하천에서 살 수 있는 많은 수서동물이 살 수가 없다. 그래서 수로 공사가 생태복원의 성공인 것처럼 시민을 속이기 위해 인공 증식한 수서동물을 방류하여 수서동물을 끊임없이 죽여야 하는 수로이다.
바닥을 깨끗하게 유지해주는 수서동물이 살 수 없으니 부착조류가 너무 자라서 사람이 매달 두 번씩 바닥청소를 해주어야 한다. 한 번은 바닥을 청소하라고 다슬기를 대량으로 방류하였지만 모두 사라졌다. 다슬기가 살 수 없는 인공수로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생명이 살 수 없는 인공수로를 돌로 만들기 위해 삼림과 석산을 훼손하였다. 무엇보다도 과거 청계천에 있던 무수한 문화재를 보존하지 않고 파괴해 버렸다.
소수의 사람들이 산책하기 위해 생명과 문화재를 파괴한 인공수로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약 100억 원의 세금이 들어가고 있다. 매년 100억 원의 세금을 제대로 투입하면 더 좋은 산책로와 시민광장을 서울시 곳곳에 조성하여 더 많은 시민이 이동 비용을 들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생태공원들을 인공의 도시에 조성할 수 있다.

하천의 물과 둔치를 단절하는 하안 구조물.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여울과 모래톱이 형성되어야 하는 생태계를 단절하며 얕은 모래 여울이 필요한 자어의 서식지를 없애고 수질정화를 저해한다.

법적 요건을 맞추기 위해 조성된 어도. 하천 물의 흐름을 저해하는 시설을 하는 경우 법적 의무에 따라 조성된 어도이지만 어도로서 기능하기보다는 물이 넘쳐흐를 때 함께 들어온 물고기들이 갇히는 웅덩이로 바뀌어 물새들의 먹이가 되거나 물이 마를 때 죽는 처형장이 될 수 있다.

거짓자연은 재앙까지 가져 온다

사람의 접근을 막는 경고문. 거짓자연은 과거 걸어 들어가며 즐길 수 있던 물도 사람과 단절한다.

4대강 사업이 표본으로 삼고 있는 한강의 41.5㎞를 유지하는 데 약 450억 원을 매년 투입한다고 한다. 게다가 눈요기를 위한 한강 르네상스를 이루겠다며 매년 2,000억 원에서 3,000억 원의 세금을 한강에 퍼붓고 있다. 하지만 시민에게는 큰 혜택이 없다. 예를 들어 강의 한 가운데서 낭만적인 식사를 하게 해주겠다면서 한강의 다리 중간에 만들어 논 식당은 개점휴업 상태이다. 주차시설이나 화장실을 만들 수가 없고, 교량의 통행을 방해하는 정류장을 만들 수 없다는 직접적인 이유도 있지만 많은 시민이 식사를 하러 가기에는 너무 외딴 곳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4대강이 그런 한강의 모습이 된다고 지역경제가 살 수가 없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많은 언론이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4대강 사업의 잘못된 공사방식 때문에 크고 작은 침식이 공사구간이나 지천에서 발생하여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는 물을 확보하고 배를 띠우겠다는 이유로 강바닥을 깊게 파헤쳐서 발생하는 예견된 재앙이다. 깊어지고 다듬어져 물의 흐름을 완만하게 해주지 못하는 강바닥 때문에 지천과 강의 흐름이 너무 빨라져 침식이 과도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이 끝나면 더 큰 재앙이 발생할 것이 예견된다.
그런데 잘못된 4대강 사업의 공사방식을 반성하고 바로잡기보다는 잘못을 가리기 위해 지천 공사에 또 다른 20여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지천의 공사는 지천의 침식을 막기 위한 공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단단한 재질의 지천바닥과 물이 거침없이 빠져나가게 할 지천의 모습은 4대강 사업과 연계하여 여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천의 모습에서 엿볼 수 있다. 이런 방식의 공사는 본류로 물이 빨리 들어오게 한다. 이미 댐 규모의 대형보로 가둬 논 물이 많아져 있는 상황에 지천에서도 물이 빨리 들어오면 본류의 홍수 범람 위험은 급증할 것이다. 현재보다 수위가 더 높아진 보의 수위 때문에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보의 수문을 열어 과거보다 늘어난 물이 모두 하구로 몰려가야 한다. 그런데 밀물 때는 하굿둑의 갑문을 열지 못하고 늘어난 물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과거 피해가 나지 않던 비에도 홍수 피해가 날 수밖에 없다.

4대강 사업과 연계되어 진행되고 있는 여주 지류 하천 공사. 4대강 사업 후 지류 하천공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짐작할 수 있다. 제방의 침식 위험이 더 커지면서 하류의 홍수 부담을 늘릴 수밖에 없다.

참자연을 유지하는 것은 국민에게 혜택을 준다

참자연이 담겨있는 4대강을 거짓자연으로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이다. 22조 원은 5천만 국민 1인당 44만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4인 가족 기준으로 보면 한 가구당 176만 원의 세금이 들어간 것이다. 소득이 없는 사람도 살아있는 한 세금을 낸다.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가공품이나 용역(서비스)에는 부가가치세가 있다. 따라서 막 태어난 아기도 부모를 통해 세금을 내는 것이다.
이런 세금으로 생명을 파괴하고 재산에 피해를 입히는 공사를 하는 사업자에게 이득을 주는 사업은 생태복원이나 강 살리기가 아니다. 강을 살리는 진정한 생태복원은 자연의 과정을 허용하는 것이다. 즉 강물이 잘 흐르게 하고 여울이 살아있는 모래 강이 유지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런 일에는 많은 세금이 들지 않는다. 따라서 진정한 생태복원은 세금을 국민에게 필요한 사업에 투입할 수 있게 해주어 참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유구천처럼 자연적인 경관요소가 풍부한 지천은 사람의 필요를 공급하는 방식을 개선하고 자연의 과정이 좀 더 잘 진행될 수 있게 간섭을 줄이는 생태복원을 하면 뭇 생명과 시민이 함께 행복한 하천으로 될 수 있다.

※ 원고에 포함된 사진은 지면 관계로 인쇄물에는 포함되지 못했음. 여주의 지천 공사 사진을 제외하고는 모두 유구천에 조성된 거짓자연의 모습을 담은 사진으로 그동안 생태하천 사업이라는 명목 하에 잘못 진행되어온 내용을 본문에서 직접 지적하지 않은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원고에 포함되었던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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