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 참,
어지간히 따라 붙습니다.
아예 맘 먹은 듯 살짝 웃다가 말다가 하면서 계속 그랬습니다.
부슬거리는 빗줄기에 우산까지 떡 하니 받쳐들고는,
여기저기 내 걷는 걸음 마다 졸졸 따라 붙었습니다.
안 산다는 손사래질도 몇 번.
어지간하면 돌아설 만도 하건만 아랑곳 하지 않습니다.
피리 연주 솜씨는 또 왜 이렇게 좋은지.
사실 은근한 마음에 계속 듣고 싶은 마음도 없잖아 있었습니다.
아마 녀석도 눈치를 챘는지 연이어 다른 곡을 들려 주었습니다.
음악감상을 공짜로 할 수는 없는 노릇.
피리 하나 고맙게 사 주고는 서로 웃으며 헤어집니다.
네팔 수도 카트만두 인근 박타푸르 광장.
고대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그곳에서 피리 부는 소년의 맑은 울림을 그렇게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