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꼼

노래하는 촛불 문화제는 불법집회, 시너에 불붙이는 보수단체 집회는 축제?

- 황진미

6월2일 서초동 지방법원. 사건번호 2010 고정4761.

2009년 12월18일 명동 예술극장 앞에서 있었던 ‘오바마 방한 항의 촛불문화제’ 때 연행되었다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일명 ‘집시법’) 상의 ‘해산명령 불이행’ 혐의로 벌금 50만원씩 약식기소 되었된 피고 최진영, 천경록, 조성진 3인에 대한 결심공판이 열렸다. 에효. 벌써 1년 6개월이나 지났는데, 1심 선고도 나지 않았다니! 일정이 이렇게 늘어진 데에는 검찰 측 증인이 세 차례나 불출석 하여, 피고인들의 최후진술이 여러 번 미루어졌기 때문이라 한다. 지난번 공판에서 피고인이 이를 항의하였고, 판사는 증인에게 불출석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하며, 이번 공판에도 출석하지 않을 때는 증인 없이 공판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하였다니, 좌우당간 오늘은 최후진술이 있을 예정이다.

복도에서 피고인들끼리 “증인 왔어?” 하며 물어본다. 증인이 오셨단다. 과태료가 50만원이면, 피고인들 벌금과 같은 금액 아닌가. 배와 배꼽이 같은 크기? 이 동네, 볼수록 아스트랄 하다. 법정에 들어서니, 어? 지난번 <레프트21>사건과 판사와 검사가 동일인물이다. 게다가 변호사는 쥐그림 사건의 변호사와 같다. 캐스팅난조에 허덕이는 시트콤인가? 혹은 재연배우들로 돌려막기 하는 <서프라이즈-진실 혹은 거짓>? 약간의 기시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당시 여경, 지금은 부산에 사는 수험생인 증인 “해산명령은….통상적으로…모르겠습니다.”

증인 선서가 한참을 이어진다. 증인은 사건 당시, 피고인 최진영을 연행했던 여경이다. 지금은 순경을 그만두고, 다른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란다. 게다가 부산에 거주하고 있어, 세 차례나 불출석했다는 해명을 한다. 과태료 취소결정이 내려진다. 부산에 사는 공무원시험 수험생에게 5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협박하여, 서울까지 불러 올린 검사는 얼마나 영양가 있는 답변을 끌어낼 것인가?

검사 “증인은 2009년 12월 18일, 명동예술극장 시위 단속 중 어떤 경위로, 누구를 체포했지요? 당시 경찰은 어떤 상황이었습니까?”

증인 “명동 한복판에 사람이 아주 많았고, 우리가 투입되자 곧 해산 명령이 내려져서…얼굴은 모르겠구, 장갑을 낀 여성을 연행했는데…그냥 그 기억이 전부인데요.”

판사 “경찰 지휘관이 해산 명령 하는 것을 확실히 들었습니까?”

증인 “확실히 기억은 못하겠구, 항상 3번 하고 해산 들어가니까, 그때도 해산명령을 했겠거니….생각한 건데요.”

검사, 약간 뻘소리가 나오는 듯하니까, 증인 앞에 서류 뭉치를 들고 와서 당시 조서기록을 보여주며, 읽는다. “여기, 481쪽,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피켓과 플래카드를 들고,….피고인들이 고의적으로 진술을 거부하는 느낌이 들었다….자, 여기 서명한 것 맞죠?…20대 중반의 여성(최진영)이 노상에 누워있었고…격렬한 저항을 하여, 해산명령 불이행으로….여기 조서 다 읽어보시고 서명한 것 맞죠?” “네에”

그래도 명색이 여경이었는데, 이제 와서 경찰조서가 잘못되었다고 할 수도 없고, 그냥 그렇다고 대답하니, 검사는 ‘그럼 됐어’ 하는 식으로 냉큼 서류를 가져간다. 변호사 질문 들어간다.

변호사 “증인은 당일 7시 50분, ‘파병 반대를 위한 문화제’ 현장에 투입되었죠? 당시 문화제는 처음엔 ‘아바타’ 건물 앞(큰길)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경찰의 요청에 의해 명동예술극장 쪽으로 평화적으로 이동하였습니다. 문화제가 시작되고, 가수가 기타 반주에 맞추어 ‘총을 내려라’ 노래를 하자,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맞나요?”

증인 “저희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투입되었기 때문에, 앞에 무슨 상황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요.”

변호사 “문화제가 시작되고 해산명령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렸나요?”

증인 “통상적으로….(뭔가 답을 하려는 듯 하다가) 잘 모르겠습니다.”

변호사와 판사 “기억에 없는 것인가요? 잘 모르는 건가요?” 재차 확인한다.

증인 “모르겠습니다.”

#같은 날 보수단체의 ‘오바마 환영집회’에서는 시위대가 피켓으로 경찰을 때리고 불을 붙였는데….

변호사가 증인에게 ‘증 1호’를 보여준다. 같은 날 보수단체의 집회사진을 찍은 인터넷 언론 <레디앙>의 기사를 출력한 것이다. 시위대가 피켓으로 경찰을 때리고 불을 붙이는 장면이 찍혔다.

변호사 “기사에 의하면, 이 집회에서는 경찰이 해산 명령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왜 안했는지 아십니까?” 묻는다. “아뇨. 잘 모르겠습니다.”

변호사 “사건 당일, 명동예술극장 앞 문화제에서도 이런 위험한 일들이 벌어졌나요? 경찰을 때린다든지, 시너 통에 불을 붙인다든지…..”

판사가 갑자기 개입한다. “지금, 질문 자체가…보수 단체 집회를 본적이 있냐, 없냐를 묻는 건지…” 증인이 보지도 않은 보수단체 집회 사진을 가지고, 이번 사건과 연결시켜 묻는 것이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때 증인의 의외의 답변 “네, 저 집회, 광화문에서 그날 아침에 열렸던…네, 저기에도 있었는데요.” 오 대박! “미 대사관 앞이었요. 오바마 환영집회. 그때 해산명령이 없었던 것은, 아마도 사태가 금방 진정되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변호사, 아까 질문을 다시 물고 늘어진다. “명동 문화제에서도 보수단체의 집회에서와 같은 위험한 장면을 본적이 있나요? 피켓으로 때린다든지, 불을 붙인다든지”

증인 “기억이 없습니다. 피켓을 들고 있었고, 구호를 외치고 있었고, 그 외에는 모르겠습니다.”

변호사 “증인의 진술서 482쪽에는 최진영이 누워있어서 체포했다고 되어있구요, 시위용품을 가지고 있었거나 구호를 제창하지 않았다고 되어 있는데요. 뭐가 맞는 거지요?”

증인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는 것은 남자 경찰관이 보았다는 것이고, 누워있는 피의자를 연행해야한다고 여경인 저에게 부탁한 거라서, 제가 본 건 누워있는 거죠.”

그러니까 해산명령 불이행이 죄목인데, 해산명령을 내린 사람도 아니고, 해산명령이 언제 어떻게 내려졌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현장에 우루루 투입되어서, 남자 경찰관이 저 여자 체포하라고 하니까 체포만 했다는 건데, 그렇다면 왜 이 사람이 증인이지? (지난번 꽃 팔던 증인이 생각나누나. 저 검사, 증인 채택 참~진상이다.)

변호사 “당시 경찰이 시위대를 완전히 둘러싼 상태였고, 증인이 최진영을 연행할 당시, 최진영은 우리는 해산을 거부한 적이 없다, 우리에게 나가는 길을 알려주겠다고 말한 경찰관이 있으니, 그 경찰관을 데려오라고 말했다는데…”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명동예술극장으로 이동하여 자리를 정돈하고, 가수가 ‘총을 내려라’ 노래를 막 시작하려 할 때, 해산명령이 내려졌나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제 거의 청문회 분위기이다. 하기야 1년 반이나 지난 지금, 증인에겐 당시 투입되었던 무수한 시위 중의 하나였을 그 사건이 뭐 그리 자세히 기억날까. 더구나 더 이상 경찰을 하지도 않는다질 않는가. 20대 한창 나이이니, 그동안 인생에서 얼마나 더 버라이어티 한 일들이 많았을까? (에라이, 된장, 왕복 KTX 승차권은 주냐?)

판사, 시큰둥이 증거목록을 넘기며, 검찰 측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한다는 말을 웅얼웅얼 하더니,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말하니, 증인, 면접 끝낸 수험생마냥 살짝 웃으며 내려온다.

#같이 연행되었던 사람들은 공소취하, 무죄판결…..‘이거 안 해도 되는 재판이었어?’

벌써 체력이 바닥난 듯한 판사에게, 변호사 비장의 카드를 꺼낸다.

“같은 날, 같은 문화제에서 성북 경찰서로 똑같이 연행되어, 같이 조사를 받았던 피의자들의 사건이 1심에서 집시법 상의 해산 명령 불이행은 검사가 공소 취하를 하였고, 유치장에서 소란을 피운 혐의로 공무집행방해죄가 1심에서 유죄였는데, 5월 26일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오히려 경찰의 접견 거부 행위가 부적절했다고 판단되어, 무죄 판결이 났는데요.” 하며 판사에게 따끈따끈한 최신 판례를 들이민다.

검사는 계속 동일 사건, 동일 혐의가 아니라며 딴지를 걸지만, 판사는 ‘저 숙제 안 해도 된데~’라는 말을 들은 학생마냥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판사는 내용을 검토하겠으니 자료를 달라고 하면서, “항소 여부는?” 하고 묻는다. 변호사는 며칠 전에 나온 선고라 아직 모른다고 하니까, ‘쫌만 기다리자, 숙제 다했다’는 표정으로 끄덕인다.

판사 홀가분한 목소리로, “똑같은 집회에서 연행된 피의자들인데, 해산명령 불이행은 공소취하 된거구, 공무집행방해가 무죄, 우리사건은 해산 명령 불이행만 문제구…그러면…”하며 검사 쪽을 지그시 본다. 검사 ‘먼 산’ 이다. 판사는 변호사의 변론서를 훑으며, “집회가 신고제이지만, 실제로는 허가제로 기능하고 있고, 헌법에 위반 된다는 요지이고…검사, 어떻게…오늘 결심을 원하나요?” 검사는 그렇다고 답한다.

변호사, “검사는 지금, 헌법과 법률에 위반된 공소유지를 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침을 가한다. 옆 법정에서 공소 취하했다는데,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아니 무슨 원수가 져서 계속 공소 유지를 하며, 피의자 괴롭히고 판사 괴롭히겠다는 것이냐, 묻고 있지만, 검사는 내 알바 아니라는 식이다. 판사는 변호사에게 공소 취하 된 뒷받침 자료를 꼭 구해서 달라고 한다. (둘이 ‘네네 고갱님’ 하는 동안, 검사는 속으로 ‘안 들린다, 안 들린다’ 하는 상황?)

검사는 금격히 불리해진 전세에 의욕을 상실했는지, 들릴락 말락 한 소리로 약식 재판 때와 똑같이 벌금 50만원씩을 구형하였다.

변호사 연설을 하신다. “당시 현장은 집시법 15조에 따라, 신고의 대상이 되지 않는 평화로운 문화제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검찰은 해산 명령을 불이행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의자들은 해산을 하려고 하였지만, 경찰이 ‘ㄷ’자로 에워싸서, 해산을 할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해산명령 불응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함께 연행되었던 다른 당사자들도 기소유예되거나, 야간 집회금지가 위헌 판결로 효력 상실되어 공소 취하가 되었습니다. 검사의 공소가 법률을 위반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판사, 피의자들 최후 진술 하라신다.

# “불편초래로 위축시키려고 기소권을 남용하는 검찰! 스폰서검사나 수사하시지.”

최진영 : 당시 문화제는 노인, 어린아이, 외국인이 함께 한 평화로운 자리였습니다. 노래에 맞춰, 춤을 추려고 일어나고 있었는데, 경찰이 무기를 들고 들이닥쳐 빠져나가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폭력적인 상황에서 신변에 위험을 느껴 우왕좌왕하면서 장갑 한 짝을 찾으려다 포기하고 나가려는데, 어느 쪽으로 나가야 하냐고 물으니까 이쪽으로 나가라고 해서 나가는데 뒤에서 갑자기 “저 새끼 잡아”하는 소리와 함께, 친구들이 연행이 되었습니다. 저는 ‘나가려고 하는데 왜 연행하냐’고 항의하며 바닥에 앉았더니, 여경을 데려와 연행하였습니다. 경찰은 집회시작부터 연행까지 1시간이 걸렸다고 하는데, 인사말과 노래 2-3곡이 전부였습니다. 같은 사건으로 연행된 사람들 중 누구는 무죄가 되고, 누구는 항의하기 위해 바닥에 앉았다고 또 다른 죄목으로 기소가 된다면, 이는 국민을 기만하는 것입니다. 나라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는 것입니다. 저는 투표권이 있는 국민으로, 또 인문학도로서 떳떳합니다. 총칼을 보내지 말라는 주장이 무엇이 잘못되었습니까? 교과서에서도 권장되는 내용의 주장이 왜 저지당해야 합니까? 나는 이 나라가 민주적이고 성숙한 나라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비판을 금지하는 것은 지적(知的)이지 못합니다. 정치를 폐지한 전체주의국가와 무엇이 다릅니까?

천경록 : 오늘이 몇 번째 공판인지 모르겠습니다. 5번 이상 되는 것 같은데, 하루 벌어 사는 저 같은 사람이 생업을 포기하며 법정에 나오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같이 연행되어 약식기소로 벌금 선고받은 사람들 중에는 취업 등으로 바빠서 법원에 나와 무죄를 입증하는 것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랬을 거다. 1년 반을 끌며 5번 이상 출석하라면, 나라도 50만원 내고 말겠단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내 일당은 일당이 아니냐고요~) 그러나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생각에 저는 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의 5일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공판제도 자체가 문제입니다. 저는 이렇게 성의 있게 재판을 받고 있는데, 검찰 측 증인이 행방불명되었다며 세 번이나 출두하지 않고, 검찰은 무성의하게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피의자들의 기소내용도 각기 다를뿐더러, 다른 재판에서 해산명령 불응은 공소취하가 되었는데도 이 재판에서는 계속 끌고 가고 있습니다. 이는 유죄를 얻어내려는 것보다 불편을 초래하여,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자유를 위축시키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는 위축되지 않았습니다. 검사의 표현대로라면 반성의 기미가 없습니다! 억울해서라도 민주적인 실천을 더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검찰에게 충고를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기소권을 남용하고 싶으면 파견 근로법을 위반하고 있는 현대차 정몽구회장을 기소하십시오. 스폰서 검사, 성상납 검사를 기소하십시오. 그래야 검사의 오명을 떨쳐낼 수 있을 것입니다. (오~분위기 썰렁하다~)

# 보수단체 집회는 오바마를 환영하는 축제? 에헤야 디야~♬

(아까 피의자 최종 진술에서 조성민은 판사에게 마지막 순서로 하겠다고 주장하였다. 오늘의 에이스 되시나보다.)

조성민 : 검찰은 2009년 11월 18일 ‘오바마 방한에 즈음한 반전평화 촛불 문화제’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폭력적으로 연행된 우리 3인에 대해 집시법 위반으로 기소했습니다. 강제해산 근거는 야간미신고 집회였습니다. 당시 야간집회금지 위헌판결이 있었지만, 아직 법률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어떠한 야간집회 신고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집회 신고를 받아주지도 않으면서 미신고 집회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지금의 반값등록금 집회도 그러하다오.) 그 이후에 최종적으로 야간집회 금지 조항의 효력이 끝났습니다. 검찰이 불법집회로 기소한 사건들이 모두 무죄로 판결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되자 검사는 우리에게 ‘해산명령에 불응했다’는 집시법 중 하위의 법조항을 적용하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의 해산명령 자체가 야간 집회를 허가하지 않는다는 것을 근거로 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의 중요쟁점은 야간집회가 위헌 판결난 시점에서도 법을 집행한 경찰의 행동이 과연 정당한가 여부가 포함돼야 합니다. (와우, 변호사 보다 낫다!) 이 때문에 재판부 교체 이전의 소병진 판사도 검사에게 “이게 집시법 위반으로 기소할 수 있는 사건인지 다시 생각해보기 바란다”고 말했던 것입니다. (그 사이 판사까지 교체되었구나. 그렇게 말려도, 끝까지 기소하는 검사는 참으로 충견이로고!)

또한 검찰은 행사가 문화제가 아닌 집회였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경찰은 문화제인지 집회인지 알아볼 생각도 전혀 없었습니다. 경찰은 우리가 보도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3회의 해산명령을 번갯불에 콩 볶듯이 마치고선 연행 작전에 돌입했습니다. 경찰은 해산이 목적이 아니었으며, 해산 명령절차는 단지 요식행위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경찰 중 누군가가 핸드마이크를 들고 뭐라 하는 모습만 보았지 소리는 전혀 듣지 못했습니다. 핸드마이크는 무대 주변의 스피커소리에 완전히 묻혀 있었습니다….경찰이 갑자기 무기를 들고 달려오자 문화제를 하던 사람들이 놀라 경찰을 피하려고 했으나, 근처는 이미 경찰에게 겹겹이 봉쇄되어 피할 곳이 없었습니다. 이는 검찰 측 증인 윤진호의 진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진술서에는 “이 현장을 저희 8기동대 3개 대대와 전의경 중대 2개 중대가 아주 근접한 거리로 참가자들이 빠져나갈 수 없게 ‘ㄷ’자 형으로 에워싸고 있었다.”라고 돼 있습니다. 중간에 재판관이 바뀌어 지금 판사님은 못 들으셨겠지만 윤진호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이를 인정하였습니다. 저는 함께 참여했던 한 여성을 경찰의 봉쇄로부터 빼내려다가 연행됐습니다. 당시 그 여성은 발목에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도 경찰은 그 여성이 빠져나갈 틈을 모두 막았습니다. 그 여성은 공포에 질려있었습니다.

이렇게 진보 단체의 행사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경찰은 반대로 보수단체들의 행사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관대했습니다.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던 당일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등 보수단체들은 광화문과 동화면세점 일대에서 각각 ‘오바마 대통령 환영대회’를 개최했으며, ‘아프간 재파병 찬성, 한미동맹 강화’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이 행사에서 외쳐진 구호와 피켓은 전혀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반핵반김국민협의회의 대표 박찬성은 북한 인공기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을 면도칼로 찢으며 “웰컴 오바마”, “웰컴 USA”, “북핵 폐기” 구호를 외쳤습니다. 하지만 보수 단체들의 집회에서는 단 한명의 연행자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종로경찰서 경비계 관계자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보수단체 쪽에서 집회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이들의 행사는 집회․시위가 이니라, 오바마 대통령을 환영하는 ‘축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바마를 비판하는 평화로운 촛불 문화제는 무조건 불법 집회고 보수단체들의 행사는 과격한 행동과 구호가 있어도 축제라는 것입니다. 이렇든 거의 대부분 경찰의 집회 규정은 자의적입니다. 경찰과 검찰은 왜 보수 단체들에게는 모든 것을 다 줄 듯 관대하면서도 노동자 민중의 저항에 대해서는 한 없이 가혹한 것입니까?

# 반값등록금 촛불문화제의 미래….끈질겨지자!

(계속되는 최후진술) 지난주에는 경찰이 반값등록금 대선 공약 이행을 촉구한 대학생 73명을 연행했습니다. 그들에게는 저처럼 벌금형들이 떨어지겠지요. 잘못이 있다면 지킬 의사도 없는 공약을 내걸고 대선에 출마해, 당선된 뒤에는 공약을 헌신짝처럼 내던지는 이명박 정부가 잘못이지 대선 공약 이행을 촉구한 대학생들에게 잘못이 있을 리 없습니다. 또 지난주에는 경찰이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을 폭력으로 짓밟았습니다. ….용역깡패가 대포차를 이용해 헤드라이트도 끄고 밤 12시 반에 인도에 있던 조합원들을 덮쳤습니다. 13명의 노동자들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아산경찰서는 이를 단순 도로교통법 위반으로만 기소했습니다. …살인 미수나 상해 치상으로 기소해야 할 용역깡패는 도로교통법 위반이고 유성기업 지회장과 지원 나왔던 현대차 아산공장사내하청 부지회장은 불법파업으로 구속시켰습니다. 그동안 법의 역사는 법을 해석해온 사람들의 역사였습니다. 그리고 그 법은 항상 지배자들에게 유리하게 해석돼 왔습니다.

우리가 연행됐을 당시 이명박 정부는 촛불에 대한 복수심에 가득 차 있을 때였습니다. 거의 집회 자체를 보장하지 않고 참가자들을 무차별 연행하고 구속하고 벌금형을 때렸습니다. 검찰의 차별적 기소, 집회 규정의 자의성, 진압작전의 폭력성 등을 종합해보았을 때 저는 저희가 무죄라는 사실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가 과연 무죄를 선고할지 저는 반신반의합니다. 대부분의 법원 판결도 집시법 위반 피고에 대해서 관대함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명박 정부에 대한 환멸은 극에 달해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여의도 연구소가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30대 여성의 80퍼센트가 한나라당이 싫다고 답했습니다. ….그런 불만을 행동으로 표현한 대학 환경미화 노동자들, 현대차 비정규직과 유성기업 노동자들, 등록금 동결을 위해 싸운 대학생들이 지금의 이명박 정부의 위기를 가속시키고 있습니다. ….저희와 함께 연행됐던 박용석 씨에게 얼마 전 재판부가 무죄 판결을 내렸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만약 우리가 무죄를 선고받는다면 이것은 우리 3인만의 승리가 아닙니다. 만약 무죄 선고가 내려진다면 이것은 부패하고 무능하고 반민주적이고 반노동자적인 이명박 정부에 맞서 싸운 투쟁하는 민중들이 함께 만들어 낸 승리일 것입니다!

아따, 후련하다. 과연 조용필은 마지막에 나오는 구나. 2009년 12월에 있었다는 촛불 문화제 강제연행 장면은 2011년 반값등록금 문화제에도 그대로 겹쳐진다. 지금 연행된 대학생들도 벌금선고를 받을 테고, 정식 재판을 신청하면 1년이 넘도록 불려 다니며, 시달릴 것이다. 판사가 바뀌고, 옆의 재판정에서 무죄판결이 나오든 말든, ‘충직한(?)’ 검사 만난 사람은 족히 2년을 끌 것이다. 참 징한 놈들이다. 판사는 7월 28일에 선고를 하겠다고 말하며 폐정을 선언했다. 이 싸움, 더 질긴 놈이 이긴다. 질겨지자. 끈질겨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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