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유니온 최저임금 사업의 일환으로 최저임금 분투기를 작성하여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적이 있다. 최저임금을 받으며 8시간 내내 서서 일하는 커피노동자의 애환(?)을 담은 수기였다. 금전적으로는 적지 않은 원고료가 누적되어 가계부에 도움이 되었으며, 시각적으로는 다량의 악플이 검출되어 눈을 즐겁게 하였으니, 글 몇 줄 끄적이고 여러 마리의 새를 잡았다 할 수 있겠다. 풀타임 꼬박 일하고도 80만원 남짓의 금전을 손에 쥔다는 푸념조의 글에 대해 흥미로운 반응들이 올라왔다.
“왜 커피숍에서 편하게 일하면서 월급 적다고 푸념인가. 남동공단이나 구로공단 쪽 공단에 취직하면 몸은 좀 고생하더라도 월 200은 만질 수 있다.”
젊어 고생은 사서 하라(커피숍과 공장노동의 강도를 비교할 수 있는 절대적 기준치가 존재하는 지도 잘 모르겠지만.)는 명제의 연장으로 보이는 위 반응에 의문을 던질 수 밖에 없다. 공장 노동의 ‘시급’이 높아서 커피숍보다 많은 월급을 받는 것일까? -그럴 리가.
하루 8시간, 주 5일 (=40시간) 근무를 알차게 채우고 월 200에 가까운 급여를 챙길 수 있다면 대한민국 모든 청춘들은 남동공단으로 빠질 지어다. (수주 물량이 부족하면 이마저도 안 되겠지만) 공장 노동자의 월 급여 200을 만드는 근거는 ‘연장, 야간, 휴일’ 근로가 아니겠는가. -즉, 핵심은 노동시간이다.
필자가 공장 노동의 경험이 없기에 커피숍 매니저의 현실을 바탕으로 좀 더 고민을 이어가도록 하겠다. 통상적으로 커피숍 매니저의 월 급여는 120~150만 원 수준이다. 매장을 총괄하는 매니저, 혹은 점장급에 해당하는 직원들의 급여 수준은 180`200만 원 정도이다. 소위 ‘공장 노동’의 월 급여와 비슷한 수준이라 놓고, 이들의 노동시간을 계산 해본다.
커피숍 매니저들의 소정 근로시간은 통상적으로 주 6일, 하루 9시간이다. (휴게시간 1시간이 반영 된 9시간이라 하겠으나, 업무가 끊이지 않는 커피숍 노동자의 특성 상 휴게시간은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게 타당하다.) 여기에 펑크 낸 파트타이머에 대한 땜빵 시간과 수시로 발생하는 연장근로를 감안하면 이들의 주당 근로시간은 60~65시간에 이른다. 법정근로시간인 40(44)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에 대한 연장 수당과, 소정근로 시간의 1/4에 해당하는 야간 근로에 대한 수당을 감안하면 -이들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시급을 받고 있다. 소위 월 급여 200에 달한다는 공장 노동자의 노동시간이 위의 커피숍 노동자와 다를 것인가. 재차 강조하지만 핵심은 ‘한 달에 얼마를 받는가’가 아니라 ‘시간 당 얼마를 받는가’이다.
야근과 잔업, 특근이 일상인 한국 노동의 현실은 참으로 비참하다. 세계 최강의 연간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한국에서 ‘월급’이 가지는 ‘노동법 상’의 의미는 참으로 난해하다. 시급으로 계산 된 나의 노동력이 정확히 반영 된 월급 명세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일정량의 월 급여가 책정 된 채, 자본가에게 ‘1개월 노동력 자유이용권’을 맡기는 셈이니… (그런 의미에서 한국사회에서 가장 높은 시급이 책정 된 직종은 -단연 사교육 노동자이다. 국민총생산에 3%에 육박하는 사교육 시장의 야만은 무시무시하다.)
‘국민 소득 2만 불 – 선진 일류 국가’
꼴통들이 사회적으로 형성 된 불만을 희석시키고, 알량한 애국심을 고양하기 위해 입에 달고 다니는 표현이다. 수치로만 판단하면 ‘세계 경제 10대국’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겠으나, 노동 시간이라는 개념을 고려하게 되면 참으로 부끄러운 수치가 산출 된다. 국민총생산이란 결국 노동자의 잉여가치이며, 잉여가치의 근원이 노동시간이라 보았을 때 -연간 노동시간을 감안한 대한민국의 생산성은 -저질이다.
상황이 이 모양이니, 선진일류 국가를 선전하는 후진삼류 국가의 청년노동자들은 괴로울 수 밖에 없다.
* 청년 유니온에서 나온 새 책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