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진의 사진공감

유방암 환자들과 숲에서

- 임종진

바람이 운다.

아니 곁을 스치던 바람이 덩달아 따라 운다.

싯푸른 숲속 한 가운데.

한 여인이 터지듯 눈물을 쏟고

마주한 여인은 감싸듯 손을 뻗어 어루만진다.

그 앞에서 서서 보려니,

아프다.

묵묵히 그리고 없는 듯 조용히 바라만 본다.

두 여인의 깊은 교감을, 그리고 나눔을.

가슴에 파고든 암 덩어리.

우는 이도 달래는 이도 가슴에 그 몹쓸 것을 지녔다.

숲에 머물러 하루를 채우는 치유의 시간.

살 속을 파고든 병마는 잠시 잊은 채 그렇게 하루 삶의 귀함을 새삼 얻는다.

색색의 꽃잎들에 눈을 모으고

초록빛의 넘실대는 향연에 또한 눈을 던지고

무거운 신발을 벗고 답답한 양말도 내던지고 그저 맨발로 흙과 풀을 밟는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고 소리를 듣는다.

세상은 아름다운 것.

오감으로 느끼는 그것은,

스스로 살아있음을 느끼는, 바로 그것이려나.

두 여인은 함께 울고 웃는다.

스스로 만든 꽃모자 살포시 눌러쓰고는 울고 웃는다.

나는,

나는 마냥 바라보다가 속으로 울고 웃는다.

내 시선의 주인공인 어느 여인들의 곁에 서서,

한없이 작고 허투른 나를 본다.

오늘 하루의 소중함이 무엇인지.

나는 아는가.

2011. 6. 분당서울대병원 유방암환자들과 함께한 숲치유 프로그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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