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후면 설레이는(스쳐지나가는) 월급이 입금 된다. 그래봐야 이번 매장에서는 2번째 받는 월급이지만, 경력이 쌓이고 급여가 입금 되는 모습은 즐겁다. 아무튼 지난 6월 한 달 간 내가 일한 스케쥴 정리도 해 볼 겸, 입금 예정 금액도 확인해 볼 겸 계산을 좀 해 봤다.
이번 6월 한 달 동안 총 22일을 근무했다. 이 중 2일은 야간 근무를 하였고, 9시간에서 10시간 근무 한 날도 더러 있고, 매장 사정으로 휴일 없이 열 흘 연달아 일한 주도 포함 되어 있다. (이 기간에는 정말 죽는 줄 알았다.) 한 달 간의 총 근무 시간을 계산 해보니 166시간 정도가 나왔고 야간 근무에 대한 가산 수당을 셈하니 172시간 정도의 근로를 수행했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는 연장근로에 대한 가산 수당과 주휴수당이 지급되지 않기에 셈에서 뺐다. 나중에 몰아서 받아 낼 요량이다.) 이렇게 나온 총 근로시간에 나의 시간당 급여인 최저임금을 곱하니…
740,000\
헉. 갑자기 욕지기가 올라왔다. ‘굉장히 많이, 그리고 힘들게 일했다고 생각 한’ 6월이였는데 이 따위 급여가 입금 될 예정이라니… 주휴수당을 보장 받지 못하는 것이 최저임금 노동자의 삶에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새삼스레 곱씹는 한 편, 브로콜리너마저의 노랫말 처럼 ‘깊은 어둠에 빠져’ 버렸다. 빌어먹을. 이 돈으로 어떻게 살라고.
하지만, But, However.
이 와중에도 눈높이를 낮추고 젊어 고생 사서 하라는 가카의 명을 받들어 75만 원을 알뜰하게 사용할 가계부를 한 번 작성해 봐야겠다. 지난 한 달 간의 체크카드 결제 내역을 바탕으로 대략적인 1개월 지출 내역을 만들어 보았다.
#주거 (150,000\) – 부모님과 함께 사는 이들에게는 못 미치겠지만, 나는 주거비용에서 굉장한 세이브가 이루어지고 있다. 2명의 룸메이트가 함께 서식(?)하고 있기도 하지만, 투룸에 45만원이라는 고시촌의 미친 월세(이 가격은 신림동 고시촌 내에서도 충격적인 가격이다.)가 나의 지갑을 든든하게 해주고 있다.
#교통 (120,000\) – 나는 교통비에서 상당히 많은 지출이 이루어지는 편이다. 집-직장으로 이루어지는 동선으로만 다니면 큰 지출이 없겠지만, 워낙 자발자발 돌아다니는 스타일이다보니 교통카드 충전이 잦다. 잠시 후 등장하겠지만 심야음주 이후 간간히 탑승하는 택시에서 발생하는 출혈 또한 만만치 않다.
#통신 (80,000\) – 스마트폰으로 괜히 바꿨다고 생각하는 시점이다. 원래 5만 원 정도 나오던 통신비가 기하 급수적으로 불었다 ㅠ. 게다가 빠듯한 통장 잔액으로 인해 툭하면 연체 되기 일수라 이자까지 포함 된 통신비는 감당이 안 된다.
#식비 (200,000\) – 요즘들어 밥을 거의 못 먹는 편이다. 아침은 늦잠자서 못 먹고, 점심은 일하느라 못 먹고, 저녁 한 끼 사먹는 수준이다. 여차저차해서 계산해보면 한 달에 밥 값으로 나가는 돈은 이 정도 수준이거나 조금 못 미친다.
#문화 (120,000\) – 책 4~5권, CD 2~3장, 영화 한 편, 하루 걸러 한번 씩 커피를 씩 챙겨 마시면 이 정도 금액이 나온다. ‘ㅉㅉ 배가 불렀군.’이라는 소리가 나올 만한 지출이라는 것 쯤은 잘 알지만 나는 이 영역을 포기 못한다. (그래서 적자가 난다.)
#병원비 (20,000\) – 내 나이 또래의 청년들에게는 고려 되는 지출 내역은 아니지만, 결핵 보균자인 나에게는 한 달에 한 번 강북삼성병원의 호흡기 내과의 담당의를 만날 때마다 지출 되는 금액이다.
#음주 (100,000\) – 이 미친 세상을 맨정신으로 살 수는 없다.
#그 외 잡비 (50,000\)
이상 나의 방탕한 가계부를 작성해 보았다. 볼 것도 없이 적자이다. 주거비용이 크게 세이브 되는 것을 감안하면 약간의 흑자를 바탕으로 재테크도 돌릴 법 하건만… 음주와 문화 비용을 양보할 수 없는 나의 방탕함이 돌이킬 수 없는 마이너스 가계부를 완성시켜 버렸다.
가끔씩 궁금하다. 하루 8시간 꼬박 서서, 200도가 넘는 오븐과 머신 앞에서 수 십, 수 백잔의 음료와 베이커리를 팔아 치우며, 밥 먹을 시간이 없어서 고갱님이 남기고 간 빵 조각을 바 백(Bar Back)에서 흡입하는 내가, -고작 이 정도 수준의 삶의 질을 추구하면서도 마이너스 통장을 만져야 할 만큼 가치 없는 노동을 하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