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건강법

변신합시다!

- 담담

동의보감은 크게 내경편-외형편-잡병편-탕액편-침구편 이 다섯으로 나뉘어져 있다. 내경편이 몸 안의 장부를 중심으로 다룬다면, 외형편은 몸 밖으로 보이는 장부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리고 잡병편에서는 안과 밖에 속하지 않는 여러 가지 병증들을, 탕액편은 약물을, 침구편은 침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외형편의 마지막 장에서 다루고 있는 것이 전음(前陰)과 후음(後陰) 되시겠다. 전음과 후음이라고? 생소하지만 단어를 찬찬히 뜯어보면 모를 말도 아니다. 몸을 음양으로 나누자면 여러 방식이 있겠지만 앞뒤 차원에서도 음양으로 나눌 수 있다. 앞인 배가 음이라면, 뒤인 등이 양이다. 그래서 계속 쌓기만을 좋아하는 음심이 작동하는 이라면 배불뚝이가 되고, 뭔가 밖으로 표출하고자 하면 양인 등줄기가 쫙 펴지는 것이다. 또 위와 아래로 보자면 위는 양이고 아래가 음이다. 따뜻한 기운은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기운은 아래로 내려가는 걸 생각하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배의 아래쪽이 음 중에서도 음임을 알 수 있다. 그 음 중에서도 전음과 후음이 있는데 앞의 음은 배 앞에 나온 구멍을, 뒤의 음은 배 뒤에 나온 구멍을 말한다. 그렇다. 어렵게 말했지만 쉽게 말하면 오줌구멍과 똥구멍!

사람에게는 전부 9개의 구멍이 있다. 한 번 세어보시라~ 얼굴에 난 눈,코,입,귀 7개의 구멍에다 전음과 후음이다. 여기에 여자는 한 개의 구멍이 더 있어서 10개다. 남녀 모두 이 구멍이 제대로 뚫려 있어서 바깥의 정보와 에너지를 안으로 잘 전달하고 안의 것들을 밖으로 잘 분출시켜야만 제대로 건강할 수 있다. 건강이 흐름이라는 말은 더 이상 강조하지 않아도 될 터. 잘 먹고 잘 싸는 것이 건강이란 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간때문이야~ 간때문이야~ 피로는 간때문이야” 음위 역시나 간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전음과 후음에서의 문제는 뭐가 있을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소변과 대변 문제는 내경편에서 다루고 있고, 외형편에서는 대표적으로 다루는 병은 발기부전과 치질이다. 발기부전에 해당하는 말인 음위(陰痿)는 말 그대로 음경(陰莖)이 위축되서 커지지 않는 것으로 음경이 일어서지 않는 것은 다 성생활을 지나치게 하여 간의 경근이 상했기 때문이라고 동의보감에는 나와있다.

아직 신(腎)이 쇠약하여질 나이가 되지 않았는데도 발기되지 않거나 발기되더라도 단단하지 않은 것은 대부분 방사(房事)가 과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뿐만이 아닌데 분노나 피로로 인해 간(肝)이 손상되는 경우에도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전음이 종근(宗筋)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즉 온 몸의 근육을 담당하는 장부가 간인데, 이 주된 근육이 모이는 회음부 역시 간에 이상이 있을 경우 제대로 작동을 안하게 된다. 동의보감에서도 전음에 생기는 여러 가지 병은 다 족궐음경맥이나 독맥과 연관되어 있다고 말하는데, 족궐음경맥을 주관하는 장부 역시 간이다. 특히나 요즘같이 피로로 인해 간에 무리가 가는 남성들에게 ‘간때문이야~’라는 노래대로 간의 이상이 남성성에 이상을 가져오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당연한 말이겠지만 정을 너무 소모하지 않는 것, 너무 피로하게 몸을 혹사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동의보감에서는 음위에 좋은 음식으로는 복분자를 들고 있으니 혹시 고민이신 분들은.. ^^

남자한테 참 좋은데.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어떻게 말로 표현할 방뻡이 읎네~. 얼마나 좋으면 복분자(覆盆子), 요강을 뒤엎는다고 이름을 지었겠는가! ^^

뭐 이쯤해서 뒤쪽 구멍으로 넘어가자. 후음에서 대표적인 병은 아마도 치질일 것이다. 우리나라 2명중 1명에게 발병할 정도로 흔한 질병인 치질은 임산부들이나 장시간 앉아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많이 나타난다. 동의보감에서는 치질(痔疾)이라고 할 때 치(痔)는 내밀었다는 우뚝 솟을 치(峙)자와 같은 뜻으로 설명한다. 즉 치질이 생긴 것은 큰 못 가운데 작은 산이 솟아 난 것과 같다는 것이다. 치질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동의보감이 나올 당시에도 치질은 꽤나 심각했는지 다양한 그림과 같이 설명하고 있는데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다.ㅡㅡ;

한의학에서 치질의 원인으로 꼽는 것은 다양하지만 주로 대장과 소장의 열(熱) 때문으로 본다. 이는 대장과 소장에 열이 많으면 항문 조직이 열에 달구어져 조금만 압력을 가해도 치질이 발생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의 내부의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치료는 어렵다. 사실 치질은 인류가 손을 사용하기 위해 두발로 일어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혈액이 아래쪽으로 내려가 치정맥이 어혈되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병이라 할 수 있다. 항문과 심장의 높이가 같은 네발짐승에서는 치질이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장이 건강한 사람이라면 치질에 걸리는 비율도 줄어든다.

치질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소장과 대장에 열이 많기 때문. 장의 건강을 우선 챙기시라~

또 하나 대장은 한의학에서 폐와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그래서 폐가 건강해야 피부도 좋고 대장건강도 좋아 변비가 없고 치질도 걸리지 않는다. 폐가 허약한 이가 치질에 걸리는 경우가 많은 것 역시 이를 보여준다. 한의학에서 항문이란 대장의 끝 부분인 동시에 폐와 연계되어 피부호흡을 조절하는 하나의 큰 땀구멍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폐 기능이 좋지 않거나 피부호흡이 잘 되지 않으면 항문에 그 이상이 나타난다. 우리는 호흡을 할 때 단지 폐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크게 나누어 볼 때 폐가 낮의 호흡을 주관한다면, 항문이 밤의 호흡을 주관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때 피부호흡이 나빠져서 항문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 치질이다. 따라서 폐의 건강 역시 치질 치료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그렇다면 이 고통스러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는 상상만 해도 눈살이 찌뿌려지지 않은가, 이 솟아오른 봉오리를 어찌 해야 할까? 물론 외과적 수술이 간단한 해결책일 수 있다. 하지만 외과적 수술이 능사는 아니다. 외과적 수술로 병을 고치더라도 얼마 안 가 똑같은 병이 재발하는 경우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자신의 몸을 바꾸지 않고, 생활을 바꾸지 않으면 병은 다시 똑같은 기전으로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치질 역시 마찬가지다. 수술로 잘라 내거나 태워버리더라도 원인이 그대로 남아있는 한 또다시 재발할 수밖에 없다.

우스갯소리로 로또외에 방법없다는 말을 한다만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그래도 진실에 조금 더 가깝지 않나 생각한다.

따라서 식생활, 즉 먹고 사는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내 몸의 병은 나을 수 없다. 흔히 로또를 바라는 심정으로 살지만 건강에 있어서는 로또란 없다. 아무런 노력 없이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서 병이 낫기를 바란다는 게 강도랑 뭐가 다른가? 차라리 강도는 이게 나쁜 짓이라는 것 정도는 안다는 점에서 양심적이기라도 하지 그냥 공짜만을 바라는 도둑놈 심보는 도대체 무슨 배짱이란 말인가?

따라서 치질을 고치기 위해서 생활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일단 과음, 과식을 피해야 한다. 동의보감에도 “소장에 열이 있으면 치질이 되고, 대장에 열이 있으면 피똥이 나온다. .. 음식을 너무 배부르게 먹으면 장위의 힘줄이 가로 늘어나기 때문에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면서 치질이 생긴다”고 했다. 이는 음식을 너무 배부르게 먹으면 잘 소화시키지 못해 대장에 오랫동안 머무르게 되기에 열이 쌓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름진 음식과 매운 음식, 밀가루 섭취를 줄이고 수분과 섬유질이 많은 통곡류와 채소, 과일 등을 드셔주는 게 좋다. 시금치는 섬유질도 많고 장 속의 열을 식혀주는 효과가 있어 특히 추천.

그리고 배변시 과도하게 힘을 주거나 오래 앉아 있는 것 역시 피하시고, 항문을 조였다 풀었다 하는 괄약근 조이기 운동도 해주면 좋다. 특히 앉아서 일하는 분들은 스트레칭도 많이 해주시고, 많이 걸어주시라. 복부근육에 힘이 없어 치질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 다들 멍하니 앉아있지 말고 똥꼬에 힘 한 번 바짝 주시고..얍!

똥꼬에 힘! 입으로는 이빨을 부딪혀주시고 엉덩이로는 항문을 조여주시라.

-이 글은 <동의보감>과 <몸, 한의학으로 다시 태어나다>를 바탕으로 썼습니다.

덧붙이는 말.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백수건강법 코너를 마치려고 합니다. 그동안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래는 수유너머 위클리를 시작하면서 한 회만 게재하는 줄 알고 덜컥 쓰겠다고 맡은 것이 생각지도 않게 지금까지 와버렸네요.ㅎㅎ 아직 공부도 부족하고 생활도 엉망인 제가 하는 말이 또 다른 구업을 쌓는 것은 아닐지 쓰면서도 늘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이 글을 통해 건강과 생명에 대해, 그리고 몸과 우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깜냥도 되지 않는 제가 이런 부족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공부는 계속 채워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또 다른 코너나 다른 지면을 통해서 뵐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사족이지만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자신은 하나도 바뀌지 않으면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들 삶 속에서 언제나 변신하시기 바랍니다.^^

변신! 이젠 당신이 변신할 차례입니다. ^^

응답 7개

  1. BK lover말하길

    강씨도 아닌데 고집있는 여자들은 먼가요 ㅜㅜ

  2. 여하말하길

    게을러 댓글로 고마움을 표하지는 못했지만, 정말 유익하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특히 자연적으로 또 가끔 제 승질 때문에 피로해지는 중년의 남성으로서 아주 유익했습니다.^^ – 변신보다 수렴의 계절에 들어서는, 죽을 때가 가까워오는 남자가 드림.

  3. 은유말하길

    늘 큰 웃음주는 백수건강법! 이 코너가 끝나게 되어 아쉬운 일인입니다. 건강하게 살면 우리 또 뵐 날 있겠죠? 담담님과의 멋진 인연 좋은 책 기대합니다^^

  4. manye95말하길

    그동안 좋은글 잘 봤어요. 재치만점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는데요~ 감사^^

  5. 담담말하길

    울새이님 그동안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리플도 많이 달아주셔서 힘이 되었어요..^^ 출판사 쪽이랑 이야기되고 있기는 한데 어떻게 될지는..ㅡㅡ;

    덤샘, 이렇게 글 쓸 기회를 주셔서 오히려 제가 더 감사드려요..연재라는 압박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쓰지 못했을거라는,,하여튼 그동안 읽어주신 분들께 모두 감사드려요~오홍홍홍

  6. 말하길

    위클리수유너머 최장수 코너, 백수건강법, 그동안 넘 재밌고 유익했어요. 조만간 멋진 단행본으로 나오겠죠? 땡큐땡큐.

  7. 울새이말하길

    이 코너 열혈애독자였는데… 이번호가 마지막이라니 허전하네요. 칼럼드을 묶어서 책으로 나온다면 정말 좋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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