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만필

이건 인재이올시다.

- 김융희

해가 갈수록 일기 불순이 심해지고 있다. 그것도 변화를 금방 느낄 수 있도록 아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겨울에는 엄청난 폭설에 지독한 혹한이 만동인 봄의 길목까지 버티며 계속 됐고, 올해도 여름을 들며 시작된 장마가 지루하게 계속되었다. 지금은 장마가 그쳤다는데 아직도 비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26~28일, 연 삼 일동안 600mm가 넘는 집중적 폭우를 퍼부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단기간에 년중 강우량보다 더 많은 비를 마치 하늘이 뚫린 듯, 한꺼번에 쏟아 부었다.

절반이 넘는 인구가 몰려 살고 있는 수도권에 이런 물난리가 났으니, 그 피해 또한 엄청났다. 서울의 26~27일 양 일간 내린 비는 2만 여의 주택과 상가에 침수와 피해를 입혔다고 한다. 보람있는 방학을 보내고자 농활중이던 대학생들이 갑자기 덮친 산사태로 수 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산사태로 흙더미가 간선도로인 대로를 덮치고 너머 주택과 아파트를 휩쓸었으며, 도로가 갑작스런 물바다로 달리던 차가 꼼짝없이 멈춰버려 차를 버리고 대피하는 초유의 사태도 경험했다.

가공할 물난리로 인명 피해도 많아 사상자가 수 백 명에 이르며, 재산 피해 또한 아직 집계도 안되고 있지만, 수 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피해의 예상이다. 자연의 재해는 이처럼 엄청난 것이다. 이번 재해를 천재라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천재가 아닌 인재임이 분명하다. 기상 이변으로 인한 국지성 폭우로 빚은 자연 재해이고 보면 천재이다. 그러나 기상 이변이나 잦은 국지성 폭우도 그렇지만, 산사태가 나고 인가 수해의 근원을 보면 우리들의 자연과 환경을 대하며 관리하는 평소의 무분별한 의식의 소치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경기 북부지역은 이번 전국에서 가장 많은 700mm의 폭우가 쏟아졌다. 그래서 지금 기차길도 불통이며, 침수 피해지역도 많다. 그러나 많은 강수량에도 범람으로 인한 철교의 유실이나 침수 피해는 컸으나 타지역에 비해 인명 피해는 많지 않았다. 이번 대학생들의 참변은 산중의 팬숀에서 있었다. 서울의 중심지로 가장 잘 개발된 우면산 자락이엉망진창이 되었다. 산자락을 무리하게 개발해 팬숀을 짖고 아파트와 주택의 개발로 발생한 것이다. 자연은 자연스럽게 관리되어야 함에도 난개발이 부른 인재인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지역은 아직도 미개발지역으로 남아있는 곳이 많아 이번 인명피해도 비교적 많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자연의 자연스러움이란 천지가 창조되는 태초로부터 연유한다. 특히 물길은 그렇게 금방 쉬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작은 도랑에서부터 큰 바다를 이루기까지 물이 만들어내는 자연을 우리 인간들이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다. 물의 성품은 최상의 요술사이다. 필요하면 자기 몸을 나눠 하늘을 날며, 함께 뭉치면 아무도 흉내도 낼 수도, 상상도 할 수도 없는 괴물(대양이 한 덩이 물이다)이 된다. 물길로 작은 도랑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깊이 헤아려 보라. 인간이 만든 옛 길인 오솔길과는 또 다른 길이 물길인 하천이다.

우리 주변의 강이나 하천은 우리보다 훨씬 먼저 만들어진 물길이다. 오랜 세월과 더불어 자연이 만들어 놓은 물줄기는 구불거리며 완만하지만, 그래서 물의 양이 갑자기 많아지면 감당치 못하여 넘칠 망정 쉬이 뚝을 무너뜨리거나 밀어붙이지는 않는다. 넘치는 물이 줄어들면 변함없는 본 모습을 찾아 물줄기는 다시 유유히 흘러갈 뿐이다. 산자락도 마찬가지이다. 우뚝 솟은 우람한 산세를 공손히 받들며 흐르는 물줄기와 더불어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산자락이다. 절데로 물줄기는 산을 넘지 않고, 산자락이 물줄기를 가로 막지 않는다. 서로 사이 좋게 함께 어울릴 뿐이다.

그런데 전혀 엉뚱하게도, 산을 받치고 물이 흐르는 임산 배수의 산자락 터가 명당이라며, 인간들이 개발질이다. 태초로부터 흐르는 물줄기를 함부로 돌리고 막으며, 산자락도 부족해 산등성이를 사정없이 자르고 파해쳐 집을 짖고 묘지를 파며 만신창이를 만드는 것이다. 현대는 개발 전성시대이다. 물 난리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데도, 오지의 벽촌인 내 고향에서는 개발만이 살 길이라며 산업단지를 만들어 공장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며, ‘공해는 무관이다 자동차를 타고 와서 제발 돈만 많이 쓰고 가라’며 지금 축제를 벌려 요란이 한창이다.

이런 요지경 속에서 풍요를 구가하며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사이에 환경은 파괴되고 자연은 죽어가며 기후도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인 산도 물도 기후도 어찌 본성을 지키며 언제까지나 버티고 있겠는가. 지금 구주 미주지역의 가믐 피해와 지구촌 곳곳이 자연 재앙에 시달리고 있음을 어찌 이변이라며 쉬이 넘기려 하는가. 장구한 세월을 거치면서 감추듯 아니듯 미동의 변화를 거친 것이 자연이요 기후이다. 그런데 지금은 해가 바뀌 듯 쉽게 변하고 있다. 가속적으로 악화 일로를 달리고 있는 환경문제는 심각하다.

과연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들이 지금처럼 지속적 생존을 계속 유지할 수가 있을 것인가? 절대 과학의 힘만을 기대하는 환상이나, 풍요의 욕망의 꿈을 버려야 한다. 우리 인류의 존망의 문제가 절박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희망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제는 함께 살고자 하지 않으면 모두 멸망할 수 밖에 없는 세상이 되었다. 당면 현실의 모면이 절실하다. 경제 성장과 산업 발전만이 아닌 푸르른 강산, 파아란 하늘, 맑은 공기를 지키는 환경에 생각이 있고 책임감을 갖는 이성의 인간이 되기를 우리 함께 기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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