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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폭탄’이라고? 바른 말을 씁시다

- 소모뚜

얼마 전, 한 보수 신문 인터뷰에서 석동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국내 불법 체류자가 다시 급증하면 우리 사회에 폭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의 경고가 불법체류 경험이 있는 나에게는 달갑지 않다. 우리가 체류기간을 넘어 거주하면 정말 사회의 폭탄이 될까? 사회가 정말 불안해질까? 그리고 우리로 인해서 생긴 폭탄이란 무엇인가? 또는 “사람이 신을 만들다”는 말대로 우리를 범죄와 연결 시켜 잠재적 범죄자처럼, 또는 폭탄처럼 위험한 사람들로 만들고 있는 또 다른 이유가 무엇인가?

불법 사람은 없다

불법체류자.
일정 기간을 초과해서 거주한 이주민들에게 부르는 단어다. 그럼 일하려고 남는 것이 불법인가? 우선 불법이라는 뜻을 알아보자.

불법체류자라는 말이 갖고 있는 의미는 대단히 형사법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말은 적합한 표현이 아니다. 오히려 제한 기간을 초과해서 체류하고 있는 경우에는 등록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등록이 돼 있지 않기 때문에 미등록이라는 표현이 보다 적합하다. 불법체류라고 하게 되면 마치 그 사람이 범죄자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들이 범죄를 하기 위해 체류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범죄자처럼 들리는 불법체류자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오히려 등록돼 있지 않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말을 써서 실제 이 사람들이 하는 일이나 이 사람들의 존재 자체가 어떤 범죄자로 느껴지지 않도록  말을 바꾸거나 승화해 쓰는 것이 적합하다. “말이 바뀌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는 말처럼 올바른 단어로 올바른 상식을 키워갈 필요가 있다.

누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만들었나

한국 내 미등록 이주노동자 발생의 원인에 대한 알아본다.
첫째 원인. 90년대 초 한국정부는 국내 3D(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 산업의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이주노동자들을 산업연수제도로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제도의 이름을 보면 기술을 배우는 연수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는 입국하자마자 이들에게 고된 노동, 장시간 노동을 시켰다. 이들은 아주 작은 월급을 받으면서도 정작 노동권을 침해 당했을 때 노동자가 아닌 연수생이라는 이유로 노동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 그래서 이들은 회사를 이탈하고 미등록 체류자로 변했다. 국가가 필요해서 오게 된 이들에게 처음부터 존중하는 제도를 만들어 주고 일하게 했다면, 이들이 힘든 일을 하면서도 일하는 대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었다면,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는 이들에게 손가락질을 할 문제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 제도는 한국 내뿐만 아니라 한국으로 일하러 갈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줬다. 이주노동자들에게 주는 산업연수제도의 차가운 취급이 그 제도로 한국에 입국하려는 사람들에게도 두려움을 줬다. 산업연수제도가 터뜨린 비인간적 폭탄이 오늘날까지 계속 터지고 있다고 본다.
노동자의 피가 묻은 그 제도의 이빨이 두려워 관광비자로 입국해 일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되는 둘째 원인이 됐다. 만약 한국에 그 때부터 이주노동자들이 정당하게 노동 대가를 받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있었다면 아무도 관광비자로 입국해 불안한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삶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랫동안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하루 평균 15, 16시간 일하면서 한국경제 뒷받힘 역할을 해도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수고했다는 말이 아니라 잠재적 범죄자다, 사회적 폭탄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존재가 폭탄인가? 이들이 없는 열악한 사업장 내 빈자리로 경제가 무너지는 것이 폭탄인가?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셋째 원인은 이윤밖에 모르는 자본주의 사회다. 경제의 기둥인 노동자들의 수고를 어떻게 보답해 줄까라는 것보다 어떻게 더 착취할까를 고민하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는 국내 노동력 부족으로 수만 명의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허가제로 불러 투입하고 있지만 이들에게 주는 대가에는 아주 아까워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사람에게 집중하지 않고 이윤과 통제에만 집중하니 이 제도 하에서 이주노동자들의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다. 노동자에게 밥 먹는 시간, 쉬는 시간도 주기 아까워하는 자본가들 아래 일하는 노동자가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내가 운영하고 있는 버마이주노동자들을 위한 뉴스 사이트에는 매일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방문해 자신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질문한다. 대부분 문제들은 임금체불, 사업장 폭행이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 왜 왔을까, 가족에게 맛난 것 먹고, 예쁜 옷 입고, 편하게 사는 것을 해주는 데 필요한 돈 벌러 온 것이다. 그게 이들의 최고의 목적이고 꿈이며 희망이다.
하지만 정해진 체류기간 동안에 충분한 돈을 벌지 못하면 한국에 더 체류할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는 체류기간이 중요하지 않다.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 고생했던 시간들, 사랑하는 가족과 오랫동안 떨어져 살았던 외로움, 고된 노동을 하면서도 받지 못했던 노동 대가 등 그 많은 투자에 대한 대가를 못 받으면 받을 때까지 체류해서 노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들에게 자신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어 주는 것만이 미등록 이주노동자 발생을 막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사람 사는 사회를 망칠 진짜 폭탄은 이들이 땀 흘린 만큼의 대가를 주기 꺼리는 자본가들이다.
한국 사회는 수많은 폭탄들에 둘러싸여 있다. 문제는 진짜 폭탄과 감춰진 폭탄들이다. 사회 약자를 탄압하는 제도와 태도, 인종차별이 대표적 진짜 폭탄이다.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이익만을 챙기는 제도와 태도를 국익을 위해, 순혈주의는 민족을 지키기 위해 당연하다는 생각들이 감춰진 폭탄들이다.

부모가 한 자식을 어릴 때부터 노동하는 나이까지 키우는 기간에 필요한 비용만 해도 2억 원 정도라고 한다. 지금 한국에는 2억짜리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들어 와 있다. 확실한 것은 한국은 이들에게 2억도 주지 않고 일을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발생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이 이를 함께 해결 할 준비가 되어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체류허가만 없을 뿐,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 한국이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더 이상 잠재적 범죄자, 위험한 폭탄 취급하는 것보다 이들과 함께 한국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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