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칼럼

파랑새의 해맑은 북두칠성!

- 성태숙(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공부방에 다니는 친구들은 속상함을 많이 안고 산다. 부모님들 때문에 혹은 어려운 학교 공부 때문에 또 친구나 좁은 집 때문에 여러 가지 속상한 일이 늘 많다. 그래서 사실 누가 누가 더 힘들까를 생각해 보는 일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모두가 힘들고 속상하다.

그런데 공부방에 다니는 친구들 중에 늘 해맑게 웃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생글거리는 친구들이 있다. 늘 마음만은 해맑은 이 아이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사실은 교사들은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이 친구들은 ‘장애’를 가지고 있다. 말로 쓰고 나니 흡 하고 숨이 안 쉬어지기는 한다. 파랑새 아이들은 쓰지 않는 말이다. 누구나 한 가지 이상씩 어려움을 가진 아이들이니 굳이 장애란 말로 서로를 더 구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마음의 괴로움 때문에 이런저런 일에 얽매어 꼼짝 못하고 사는 것에 비하면 사실 그냥 몸이 불편한 것은 어쩜 아무 일도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이 걱정 없고 나머지 아이들도 잘 어울리니 정작 늘 괴로운 마음을 안고 사는 것은 이 해맑은 북두칠성을 바라보며 수심에 겨운 교사들이다. 물론 파랑새 아이들이 전혀 의문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왜 저 누나는 중학생인데 저걸 공부하는지, 왜 이 형은 그 수업에 안 들어가도 되는지가 주로 아이들이 묻는 일이다. 하지만 누구나 잘하고 못하는 일이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므로, 파랑새 아이들은 차차로 그런 일이 물을 것이 못되는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어느덧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아이들은 장애를 가진 친구들을 봐주지 않는다. 아마 어쩌면 그 친구들 몫을 자기가 하기 싫은 마음이 있어서 그럴지 모르겠으나 그보다는 찬찬히 옆에서 함께 하면 누구나 자기 몫의 일은 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찬찬히 꾸준히 함께 하면 무엇이든 할 만큼의 몫은 누구나 하는 것이 세상사 이치다.

하지만 거듭 이야기하지만 교사들은 괴로움을 도저히 떨칠 수 없다. 다른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충분한 정서적 지지를 받고, 수공예 활동이나 예술교육 등 가능한 부분을 마련하고, 이야기를 잘 나누고 좋은 자극을 주려 애쓰며 생활 규칙을 자리 잡아 주는데 애를 쓰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이들이 이미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사회진출에 관한 고민과 성교육 등 첨예하게 당면한 문제들이 있는데도 이런 부분에 대해 아이들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물론이려니와 교사들조차 충분히 정보를 얻을 수 없는 현실은 답답하기만 하다. 특히나 학교에 다녀와서 비장애 아이들과의 부대낌으로 힘들었던 일들을 공부방에 와서 거칠게 토해낼 때의 모습을 보면 과연 우리가 이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맡는가 하는 자신감이 슬그머니 없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친구들을 위한 촘촘한 지원 시설이 별로 없는 실정이어서 무엇을 어찌하면 좋을지 걱정만 더해갈 뿐이다.

파랑새에 장애를 가진 친구가 없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러나 이런 친구들을 위한 특별한 지원이 있었던 적도 한 번도 없다. 올해는 특히 그런 친구들이 모여 북두칠성을 이루었다. 파랑새가 나아가야 할 먼 지점을 밝혀주는 가슴 아픈 북두칠성이다. 그러나 어떤 어려움에서도 늘 해맑게 웃고 있는 가슴 저린 북두칠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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