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반시대

짜웅 : 용역과 경찰의 부적절한 관계

- 허재현 (한겨레 기자)

노조원들을 차로 치어 살해를 시도하고, 철거민들의 머리에 소화기를 던져 두개골을 함몰시키는 사람들. 그러나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질러도 구속도 되지 않는 이들. 공식적인 이름은 사설경비업체 직원이지만 실은 자본이 고용하는 합법적인 깡패들이다.

유성기업,한진중공업,명동 철거민 사건 등을 통해 다시 한번 이 용역깡패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제대로 이들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다. 기자로서도 궁금하지만, 입을 여는 사람들이 드물다. 그래서 이곳에 직접 잠입취재라도 해보는 게 내 소원이다.

2009년 용산참사가 벌어졌던 때. 내가 우연히 만났던 전 용역경비업체 사장과 용역경비업체에서 일했던 한 청년에게서 들은 내용을 통해 이들의 실체에 대해 조금 실마리를 찾는 수밖에 없다. 이들은 한 때 좀 나쁜 곳에 몸담았지만 2008년 촛불 정국 이후 사상전향(?)하고 착하게 살고 있던 분들이었다.

핵심은 이렇다. 용역은 자본이 고용하고 용역 뒷바라지는 경찰이 하는 것 같다. 이 용역회사 사장은 이걸 ‘짜웅’이라고 불렀다. 담합이라는 뜻의 은어다.

이 전 용역경비업체 사장은 2005년부터 직원 15명 정도를 고용해 철거일을 하던 사람이었다. 아주 조그만 영세경비업체라고 보면 된다. 참고로 전국 단위로 활동하는 비교적 규모 있는 용역경비업체는 15~20개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그는 경찰과의 협력이 있기 때문에 철거가 가능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철거가 진행되는 관할 경찰서의 정보계장을 미리 만나서 ‘우리가 이날 이러 이렇게 한다’고 말하면 경찰은 ‘살살해 달라’는 정도로 부탁을 한다고 했다. 살살해 달라는 건 철거민들을 심하게 때리지 말라는 걸 의미한다고 했다. 잘 들어야 한다. 경찰이 ‘폭행하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니고 ‘살살 하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상사가 벌어지기 마련이다. 이 때 경찰과 시행사와의 ‘짜웅’이 작용해 사건을 마무리한다. 무조건 용역업체 직원을 무죄로 만들어주기 어렵기 때문에 ‘쌍방 폭행’으로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철거민이 용역직원에게 각목으로 머리를 맞았다고 치자. 경찰에 신고하겠지? 경찰이 출동한다. 그런데 경찰은 맞은 철거민과 때린 용역직원을 같이 잡아간다. 경찰서에 가면 용역직원은 ‘나도 맞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몸싸움이 일어나면 용역직원들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엄연히 폭행사건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는 것. 그런데도 경찰은 그냥 단순한 ‘쌍방 폭행’으로 만들어준다. 경찰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시공사와 경찰의 ‘짜웅’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내가 만났던 전 용역경비업체 직원은 2008년 봄 여의도 코스콤 농성장에 투입됐었다고 했다. 그 때 팀장으로부터 “영등포 경찰서랑 다 얘기 돼있으니까 사람 칠 때 조심히 치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치지 말라는 게 아니고 조심히 치라는 것이다. 경찰과 ‘짜웅’을 했으니까.

경찰이 왜 이럴까. 그건 나도 모르겠다. 양심고백하는 경찰이 나타나줘야 알 수 있을 듯 하다. 다만, 이들이 뭔가 시공사로부터 뒷돈을 받거나 융숭한 대접을 따로 받는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을 뿐이다.

경찰은 부인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2009년 용산참사 때 경찰과 경비업체 직원들이 함께 행동했던 것을 발견한 적 있다. 그 때 경찰은 “우린 용역직원들과 함께 한 적 없어요”라며 거짓말 했지만 당시 용산 철거민들을 공격하던 경비직원들이 경찰의 비호를 받으며 소화기 호스를 뿌려대는 장면이 카메라에 찍혔고, 심지어는 용산참사 당일 오전 6시29분 경찰과 용역직원들이 무전기로 교신하며 철거민 진압을 함께 준비하던 기록까지 공개된 적 있다.

경찰이 사전에 용역경비업체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함께 행동한다는 추측을 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이건 수사가 필요하다. 검찰이 의지만 있다면 금방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한달 전 용역경비업체 직원들을 면대면으로 만나본 적 있다. 명동 마리에서였다. 마리를 침탈한 뒤 지린 내 진동하는 곳에서 이들은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자고 있었다. 떡대가 산만한 놈들부터 애 둘 딸린 인상좋은 아저씨까지 다양했다. 말을 붙이니 말도 하더라. ‘밥 먹었냐’ 물어보니 ‘배고프다’고 답했다. ‘왜 이런 데 나와서 일하냐’ 묻자 ‘갈 데가 없다’는 답변도 돌아왔다.

순간, 우린 다 배고파서 밥먹고 사는 노동자들인데. 왜 이런 곳에서 이렇게 마주하며 살아야 하는지. 좀 처연한 느낌이 들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던가. 그래. 이들을 이런 괴물로 만들고 뒤에 나자빠져 단물만 쏙 빼먹고 있는 자본이 나쁜 놈이다. 쳐죽일 놈의 자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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