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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 관광특구 재개발-추기경의 선물인가, 한국 천주교의 오욕인가

- 김란기(문화유산연대 공동대표)

카페 마리와 명동성당 재개발

지난 8월 1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경찰·용역·우익폭력과 신공안정국 조성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 <명동3구역상가세입자대책위 배재훈 위원장>이 얼굴과 머리에 거즈와 흰 붕대를 한 모습으로 나왔다. 그는 “지난 3,4일 명동3구역 카페마리에서 철거 용역들이 들이 닥쳐 각목으로 머리를 가격당하고 무차별 폭력으로 코뼈골절, 안구뼈골절, 전신타박상의 상해를 입었다.”다고 했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명동관광특구 제1종지구단위계획구역>이라는 긴 이름의 재개발 구역 안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곳에서는 지난 6월부터 국내 유수의 금융그룹이 재개발로 고층건물을 지으려하면서 기존 건축물에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을 보상을 제대로 하지 않고 쫓아내려 하여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곳이다.

문제는 재작년 ‘용산참사’와 작년 홍대 앞 ‘두리반’ 사건과 같이 세입자를 막무가네로 쫓아내는데 있다. 이른바 ‘카페 마리’로 알려진 명동3구역 세입자들은 수차례 용역들로부터 철거위기를 맞았으며 이 철거 용역들은 용산참사에서 보였던 바와 같이 심야나 새벽에 들이 닥쳐 세입자들을 끌어내고 철거를 시도하는 것이다. 세입자들은 대학생 등 젊은이들의 보호와 지원으로 용역들을 막아내기도 하고 그들과 싸우고 있다. 이곳과 동일한 <명동관광특구 제1종지구단위계획구역> 안의 멀지 않는 곳에 또 다른 재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바로 <명동성당 재개발>이다.

이 사업 또한 종교의 토건사업에 다름 아니다. 이 사업은 한국가톨릭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교회성을 훼손시키며 명동성당이 가지는 민주화 성지의 상징성을 일거에 짓밟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라는 우려가 교회 안팎의 여론이다. 더구나 그 추진과정에서 정치적 술수와 정교야합, 건전한 사회단체에 대한 폄하와 무시로 일관해 왔다.

추기경의 선물 혹은 한국 가톨릭의 오욕?

이 재개발사업은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재임기간 중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추기경이 서울대교구에 선물을 하나 주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서울대교구가 명동성당의 재개발을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이다. 그해 11월 27일 [명동대성당 특별계획구역 지구단위 계획(세부개발계획)결정을 서울시에 요청하였다. 그리고 2010년이 되자 ‘사업’은 일사불란하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4월에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심의회의를 열어 ‘보류’시켰다. 이유는 우선 “역사적 경관의 문제인 만큼 좀 더 시간을 두고 현장 검토가 필요하다”는 완곡한 표현이었지만 국가사적이 있는 역사적 장소에 재개발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그 사이 시민단체와 여론은 명동성당이 한국 가톨릭의 발상지이자 상징적인 성지이고 독재시대의 민주화의 산실이었음을 상기시키며 그 파괴를 반대했다. 시민단체는 명동성당 주변의 경관파괴와 성당건축물의 취약성을 우려했다. 명동성당은 110년 전에 벽돌과 목재로 지은 건축물로 구조역학적으로 매우 취약한 건축물이다. 특히 성당 측이 지하 4층, 지상 13층이라는 고층의 새 건축물을 세우고 땅속에 수백대의 주차장을 만들어 임대사업을 하려는 반종교적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결국 4차례의 심의를 거쳐 문화재위원회는 2010년 12월에 ‘조건부가결’로 통과시켰지만 문제는 그 과정에서 서울대교구 측이 보인 해괴한 행태였다. 정진석 추기경은 이 같이 허가가 나자 ‘4대강 사업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함으로서 정부에 화답했던 것이다.

정교유착과 담합, ‘빅딜설’ 확인

시민단체는 교회가 물신을 숭배하고 정부와 야합하여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실제로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서울대교구 추천으로 교구관계자 2명을 직원으로 채용해 관련 업무를 맡겨온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 같은 사실은 교회 내 사제들도 지적하고 나서기도 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천주교계에서 전례가 없는 일로, 명백한 정교유착 행위”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한겨레신문은 이 같은 사실을 ‘청와대 사회통합수석실 등은 지난 7월 천주교계 쪽에 여러 경로를 통해 내부 관계자들을 추천해달라고 제안했다.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종교 분야를 담당하는 5급 계약직 행정관으로, ㅈ씨는 계약직 공모 형식을 거쳐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 종무관(3급 과장)으로 각각 채용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쪽은 “교계와의 소통 채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채용했으며, 추천을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교구 홍보국장 허영엽 신부는 “천주교 쪽만 정부 채널이 별로 없다는 판단에서 의뢰를 받고 신자들을 추천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었다.

이 보도가 나오기 전에 시민단체에서는 이미 이 같은 징후를 훨씬 이전부터 추적하고 있었으며 그 일부로 문화재청 직원 등이 청와대로 불려가서 질타를 받은 일까지 거론한 바 있었다. <문화유산연대>는 작년 12월 13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지난 8월 19일에는 문화재청 문화재활용국장, 근대문화재과장, 담당사무관, 그리고 전문위원이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가 불러서 청와대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 자리에 불려갔던 한 참석자는 ‘야단맞았다’고 했다.‘고 폭로한 바 있었다.

결과적으로 추기경의 ‘4대강 지지’ 발언과 재개발 허가과정에 드러난 것이었다. <문화유산연대>는 “소문으로만 듣던 ‘빅딜설’을 정추기경의 말을 통해서 확인하였으며, 정부와 종교단체가 자행한 명백한 ‘담합사건’”이라고 규정하였다.

이와같은 과정에서 시민단체인 <도코모모코리아>는 2010년 12월 22일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천주교를 ‘세계에 유래가 없는 박해와 순교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전제하고 ‘명동성당 재개발계획을 중지하고 한국가톨릭의 상징으로서 역사성과 장소성을 보존하여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단체는 성명서에서 ‘이 재개발안은 동쪽과 남쪽, 그리고 서쪽의 거대한 건물벽에 둘러쌓여 명동성당의 성스러움과 지금까지 유지돼 오던 역사성과 장소성을 파괴하는 것이다.’라고 단정하고 ‘그 역사성과 상징성을 훼손한다면 생명과 경건의 교회정신을 망각하고 물신주의와 세속화로 나가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일침을 가했다. 동 성명서는 ‘명동성당의 재개발을 중지할 것을 정중하게 요구한다. 명동성당은 당대의 관리자들의 소유가 아니다. 명동성당을 구성하는 그 주변도 소모품이 아니다. 그들은 그들의 선대가 창출했던 유산을 잠시 보관하고 있다가 그들의 후대 형제들에게 전해줄 의무만 갖고 있다.’고 요구했다.

<그림 > 2010년 12월 22일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근대문화재보존 시민단체인 <도코모모코리아>가 기자회견을 갖고 명동성당의 재개발이 아닌 영구히 보존하는 세계문화유산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결정고시’ 살펴보니 꼼수와 속임수 흔적

그러나 2011년이 되어도 명동성당 측의 밀어붙이기식 재개발 추진은 계속되었다. 서울시가 서울대교구의 요구를 받아들여 「명동성당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 결정(안)」을 심의 가결하였다고 6월 9일 발표하였다. 이때에는 지금까지보다 층수가 낮아진 10층으로 그 위치도 다소 변동이 있었다. 그러나 지하4개 층의 거대한 지하공사는 변함이 없었다.

이어서 서울시는 지난 14일(2011년 7월 14일) ‘명동대성당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이하 명동성당 재개발계획)’이라는 긴 이름의 ‘결정고시’를 발표했다. 그 내용은 지난 6월 8일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이하 도시건축위)가 통과시킨 내용을 좀 더 상세하게 발표하고 그대로 시행하도록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상세하게 밝혀진 결정고시 내용은 서울시가 보도자료를 통해서 발표한 내용에 많은 은폐된 사실이 숨겨 있었으며, 이날 발표한 내용에도 숨기고 있는 것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그 중에는 중요한 도면을 뺐다든지 시민들의 눈을 현혹시키는 ‘조감도(Birds eye view)’만 여러 장 붙인 것도 있다. 이 고시에 나타난 문제점은 신축건물이 ‘성벽같은 신축건물이 성당을 가린다’는 경관훼손문제는 오히려 더 악화시켰고 성당 들머리)에 ‘문화홀’이라는 건물을 3층 높이로 추가함으로써 명동길로부터 경관을 차단하고 ‘민주화 광장’을 축소하였다. 특히 명동길의 교통체증마저 전혀 해결하지 않은 채 서울시보 제3056호에는 ‘신축시 대지와 접한 명동길로부터 명동성당의 조망확보’라고 명기 해놓고 실제는 조망을 가로 막는 건축물을 추가하였다.

<그림 > 서울시의 명동성당 재개발 결정고시에 나타난 건물의 입면도 분석. 건물의 남측(우측)을 떼어서 북측(좌측)으로 붙였음을 보이고 본래는 없었던 ‘문화홀’이 논의도 없이 추가되었음을 나타내고 있다. (필자의 분석)

<그림 > 최종적으로 조절된 지하4층 지상 10층의 단면도(도면의 비공개로 초기안을 편집하여 분석하였다)

사단법인 도코모모코리아는 지난 6월 23일 긴급토론회를 갖고 다시한번 명동성당의 보존과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요구하였다.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건축계 학자들이 주제발표를 하였고 토론자 중에는 80년대 민주화시대의 주역이었던 우상호(17대 국회의원)씨와 명동3구역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는 박은선(리슨투더시티 디렉터)도 참가하여 각각 민주화 성지의 파괴, 개발만능의 병폐를 지적하였다.

<그림 > 지난 6월 23일 <사단법인 도코모모코리아>가 주최한 긴급토론회에서 우상호씨가 민주화의 성지로서의 명동성당 보존의 당위성을 말하고 있다.

마무리-지금이라도 중지하고 형제들 근심 덜어주자

이 재개발 사업은 한국 천주교사에 길이 남을 대단한 일도 아니다. 건물 두 동의 신축과 지하에 주차장을 들이는 일이다. 오직 1만평이란 숫자만 있을 뿐이다. 한국천주교사에 기념적인 일이 아니다. 오로지 지금까지 쌓아온 한국천주교사의 기념적 장소와 그 상징물을 해칠 뿐이다. 더구나 이 일을 추진하면서 서울교구는 마치 한국천주교의 명운이 걸린 것처럼 밀어붙여왔다. 치밀하고도 조직적으로 추진하였다. 여기에는 정치적 술수와 행정적 무리수도 가미되었다.

이제 이 사업을 재고하여 중지하고 한국천주교의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기를 간곡히 염원한다. 지금 상태에서 중지하고 가톨릭 형제들의 마음의 근심을 덜어주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응답 2개

  1. 윤은희말하길

    추기경의 4대강 지지발언이 빅딜이었다니..
    이땅에 부디 초기 기독교 정신이, 한국천주교 본연의 자세가 회복되어지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대표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친절한 답신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광주문화유산연대

  2. 탱탱말하길

    부디 오랜동안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던 그 곳이 돈을 향한 믿음으로 발걸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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