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지가 쓰는 편지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 – 2. 금강석 같은 영혼

- 윤석원(전 전교조교사)

지난주에 이어 긴 편지를 쓰고 있구나.

수안아 얘기를 정리하자. 너도 잘 살고 이웃도 잘살게 하려면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어겠니. 먼저는 너의 바람직한 가능성들을 실현해야겠고 다음으로 이웃의 가능성을 실현하도록 도와야겠다. 이웃을 도우려면 네가 먼저 착하고 아름답고 진실한 영혼을 가진 인간이 되도록 성숙해야 된단다. 수안이가 목표로 삼아야 할 이러한 인간상, 자아상, 영혼의 모습을 나는 금강석 즉 다이아몬드에 빗댄단다. 장인이 원석을 갈고 닦아 다이아몬드를 만들었듯이 너(내적 자아 – 반성적 자아 – 초자아 – 이상적 자아)도 늘 그 다이아몬드를 떠올리며 너 자신(외적 자아 – 즉자적 자아 – 이기적 자아 – 현실적 자아)을 갈고 닦아라 . 그리하여 공자님처럼 내키는 대로 살아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게 두 자아를 하나로 합일시켜라. 이것이 하느님을 비롯하여 너를 사랑하는 모든 이의 바람인 내 가능성 실현이고, 자아실현이며, 인격완성이며, 영혼의 성숙이란다.

이제 마지막으로 내가 그린 네 성숙한 모습이 어떤지 들어 볼래. 잘 세공된 다이아몬드는 중요한 세 가지가 특징이 있는데 먼저 굳셈(강고함이나 단단함)과 다음으로 밝기(광채와 휘도와 화염) 그리고 맑기(빛이 내비침과 꺾임)란다. 이 세 가지는 다이아몬드의 삼위일체의 속성이라 서로 관련되는 다른 성질이란다.

다이아몬드의 굳셈은 인간의 의지가 굳고 셈을 뜻한단다. 굳세지 않아서 쉽게 부서지거나 깨지거나 찌그러지고 변하는 것은 다이아몬드가 아니지. 굳셈이 중요한 것은 변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란다. 다이몬드의 굳고 셈은 어떠한 고난에도 꺾이지 않는 도덕적인 일관성과 초지(처음 깨달음)의 일관성 등 변치 않는 정체성을 대신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한번 만난 진리 즉 깨달음을 죽기까지 일관된 충실함으로 지켜내야만 자아가 완성되고 인격도야의 절정에 이를 수 있으며 영혼의 성숙을 기대할 수가 있단다. 쉽게 물러서거나 꺾이거나 주저앉으면 뭐 하나 제대로 이루어지는 일이 있겠니. 수안아, 자기주장이 강한 세 살인 지금의 모습은 아주 굳센 자아상이니 변치 않길 바란다.

둘째로 밝기는 밝게 빛남을 가리키는데 인간의 감성이 다채롭고 풍부함을 뜻한단다. 보통 다이아몬드의 밝기 즉 빛남을 세 가지로 나눈단다. 하나는 광채인데 여러 가지 빛깔이 뒤섞여 내비치는 것을 뜻한단다. 앞서 말했듯이 다이아몬드가 프리즘과 같아서 빛이 한 줄기 들어가지만 58면마다 서로 다른 빛깔을 내뿜는단다. 이처럼 수많은 인간사에서나 여러 가지 예술 영역에서 언제 어디서나 남들이 느낌에 공감할 수 있고 또 너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면 너의 감정이 무지개보다 더 다채롭고도 풍부하다 하겠다.

또 하나는 휘도란다. 휘도는 빛나는 정도인데 ‘휘황찬란’하다고 하지. 다이아몬드는 보는 이를 눈부시게 만든단다. 어둠 속에서 아주 작은 빛을 받아도 스스로의 존재를 드러내지. 네가 아주 작은 외부 사물을 보거나 듣거나 냄새 맡아서 육체의 오감으로 느끼듯이 아주 작은 일에도 마음으로 어떤 느낌을 가지면 감정이 민감하다 할 수 있고 민감한 것이 풍부한 것이란다. 아, 감정이 민감하고 풍부한 수안이는 내 손녀.

또 다른 하나는 화염이란다. 어떤 순간의 빛의 굴절 때문에 무색투명한 다이아몬드가 온통 불꽃이나 불덩이처럼 붉게 빛나는데 이는 정열을 대신하게 했단다. 불꽃은 조건이 되면 재만 남기고 남김없이 가연 물질을 태운다. 너도 네 정열이 다이아몬드의 불꽃처럼 네가 좋아하는 일이나(비 생명체) 사랑하는(생명체) 사람에게 네 자신을 다 받쳐서 태울 수 있겠지. 미지근한 관심을 가지고 살다가도 수안이가 깨달음을 얻거나, 할 일을 찾거나, 깨닫는 기쁨을 주는 사람을 만나면 네 것 아낌없이 좋아하거나 사랑하거라. 나도 뒤에서 응원할게. 수안아, 다채롭고 풍부하고 뜨거운 감성을 가지도록 너 자신을 불살라라.

셋째로 다이아몬드의 맑기는 인간의 이성을 뜻한단다. 물이 맑아 물속이 속속들이 다 보이듯이 또는 새벽에 먼동이 터서 온 세상이 밝히 보이듯이 다이아몬드는 속이 다 내비치게 투명하단다. 문제 상황을 꿰뚫어 보고 이를 풀어낼 실마리를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이성의 역할이란다. 궤뚫어 보려면 침착하게 집중해야 한단다. 문제 밖의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고 사물의 이치를 따라가다 보면 문제를 풀어낼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말에 ‘일머리’라는 말이 있단다. 뒤얽힌 실의 끄트머리(실마리)를 찾아 얽힌 차례대로 풀어감을 빗대는 말이란다. 수안아 너는 일머리가 밝을 거지?

어떤 문제 상황이든지 그걸 풀고자 한다면 먼저 실마리라는 출발점을 찾아보는 거야. 수학 문제로 말하자면 문제 상황을 통제하면서 풀어갈 어떤 공식을, 사회문제에서 어떤 개념이나 이론을, 현실 문제에서 그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어떤 상식이나 이치를 찾아보는 거야. 수안아, 네가 이성이 맑고 밝아 유능하기를 누가 바라는지 한번 생각해 보렴. 만약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면 그들과 이 하버지에게 투명한 이성으로 실마리를 찾아 문제를 해결하여 너의 가능성 실현되었음을 보여주렴. 수안아.

수안아, 금강석의 원석은 클수록 좋겠고 잡티가 석이지 않아서 순결하다면 더욱 좋겠다. 원석처럼 인간에게도 타고난 가능성이 중요하지.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원석의 크기와 재질을 최대한 살리는 설계와 설계대로 갈고 닦는 수고란다. 마찬가지로 타고난 가능성보다 그 가능성(소질)을 발견하고 이를 실현하려는 꿈(설계)과 노력이 더 중요하지. 네 영혼은 완성품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네 노력에 달려 있단다. 만족할 때까지 원석을 갈고 닦듯이 목표를 향한 노력 속에서 조금씩 네가 바라던 너의 모습이 드러날 거야. 네 영혼이 다이아몬드를 닮기를 바라고 네 모습을 그려 보았으니 다이아몬드 같은 너의 영혼을 꿈꾸는 것이나 그 꿈을 이루려는 노력은 네 몫이다.

수안아, 언제나 다이아몬드에서 견고한 의지와 섬세한 감정과 투명한 이성를 가진 성숙한 사람을 떠올리며 죽는 그 순간까지 네 자신을 완성해 나가기를 바란다. 그러나 다만 하나 부탁이 있단다. 다이몬드가 가리키는 뜻은 탐내되 그 자체를 탐내지는 말아라. 다이아몬드는 그 자체가 아니라 네 영혼을, 인간상을, 자아상을, 정체성을 떠올리게 하니까 나에게 그리고 너에게 가치가 있단다. 그것은 석탄이나 흑연(연필 심)이나 석유처럼 단지 탄소의 결정체일 뿐이며 돌맹이에 지나지 아니하단다. 그러니 다이아몬드를 보더라도 그걸 돌같이 여기고 결코 가지려고 안달하지는 말아라. 오로지 가능성이 실현된 생명 그 중에 인간이 더 가치가 있단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