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진의 사진공감

마지막 인사

- 임종진

어느새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수유너머라는 귀한 공간에, 어설픈 넋두리를 풀어놓은지 그렇게 시간이 지나 버렸습니다.

어떠셨는지요?

워낙 깊게 채워진 분들.

그리고 그 길 위에 서려는 분들이 많은 탓일까.

너무도 조용해서 가끔은,

내가 뭐 잘못 올리나 싶어 스스로 검열도 많았었지요.

가끔은 정말,

메아리 울림처럼, 혼자 뻘짓하고있나 싶었던 적이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가끔씩은요.

귀찮거나 뭐 바쁘시더래도,

용기 한 줌씩 넣어주세요.

뭐 별거 있나요…댓글 몇 글자 달아주는거지요..으허허허.

엊그제,

참 멋진 사람과 잠깐 얘기 나누었어요.

이름 대면 다 알만한,

좋은, 그리고 귀한 사진가랍니다.

그 양반이 얼큰히 술에 젖은 얼굴로 말이지요. 기분 좋다며 그러대요.

“가끔 너무 좋아하는 곳에 가면, 그게, 사진을 안 찍게 되더라구요. 그냥 너무 좋아서, 거기에 있다는게 너무 좋아서 카메라고 뭐고 다 내려놓고 그냥 있어요..마냥”

이 기분,

저도 압니다.

있어야할 자리에 자신이 서 있다는 것.

그게 그저 좋아서 모두 내려놓는, 아니, 그럴 수밖에 없는 그런 기운.

고맙습니다.

1년이라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수유너머에 낙서처럼 내던지던 치기들이 아니었는지 괜스레 아쉽고 그러네요.

내가 있어도 되는 자리인지 종종 고민스럽긴 했지만

하나의 정점이 될 만한 시간을 채우고 이제 물러갑니다.

소리없이 봐주신 수유너머라는 창 바깥 그리고 안에 머무신 분들.

마지막으로 캄보디아에서 만난 작은 영혼의 수줍은 미소 하나 남겨드리고 갑니다.

오늘,

그저

참 고맙습니다.

평온하십시오.

응답 4개

  1. 고옥룡말하길

    결정적인 순간..시간의 향내 잘 감흡하고가요 첨뵈는 객잔이라 뭐라드릴말은 없는데..아이사진이 참 맑군요 감사합니다요..

  2. 아마님말하길

    덕분에 좋은 여행이 되었습니다. 고마워요^^

  3. 고추장말하길

    그러게요. 어떤 때는 쉼터 같았고 어떤 때는 장터 같았고, 어떤 때는 지상의 천국 같았고 또 어떤 때는 조용한-하지만 극도의 긴장감을 지닌, 전쟁터 같았던 임종진님의 코너가 없어진다니까, 뒤늦게 매달리는 사람처럼 맘이 허전하네요. 고맙습니다. 언젠가 옷깃이 스치는 인연이라도 만들었으면 좋겠네요. ㅎㅎ 정말 고맙습니다.

  4. tibayo85말하길

    벌써 1년이 됐군요. 그동안 참 좋았습니다. 너무 좋은 곳에 가면 사진을 내려놓듯, 그저 ‘공감’에 젖을 뿐 할 말을 잊을 때가 많았습니다. 대답이 없다 해서 젖지 않은 건 아닙니다. 그동안 임종진 님의 사진이 많이 젖은 한 사람으로서, 1년 동안 내 눈과 영혼이 참 호강했음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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