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반시대

이것이 정말 국책사업이 맞을까?

- 박윤애(평화활동가)

이것이 정말 국책사업이 맞을까? 처음 강정마을에 도착해서, 이 정도 일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국가가, 법이, 경찰이, 자본이 순박한 주민들을 속여가면서 이 사업을 해온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내가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마치 작전을 수행하면서 강행하는 해군의 공사강행과 공권력투입을 보면서, 수많은 국내외 사회단체들이, 지식인들이, 정치인들이, 노동자들이 공사중단을 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군은 귀를 틀어막고 무조건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미국이 좋아라 하고 우리에게는 아무런 득이 안 되며 오히려 주변국을 긴장시키는 해군기지를 국민의 혈세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절대적으로 보전해서 대대손손 물려주라고 정한 절대보전지역을 날치기로 무단 해제했으며 아무렇지 않게 아름다운 은빛 너럭바위를 굴착기로 부시고 있는 것이다.

구럼비를 깨고있다

돌고래 떼가 자주 찾아와 춤을 주는 강정 앞바다를 매립한다는 발상이, 살아있는 구럼비 바위를 깨부수겠다는 발상이, 멸종위기 동물 1급 나팔고동, 1급 맹꽁이, 2급 붉은발 말똥게의 서식지 보호는 우선이 되지 않고, 그저 이주시킨다는 발상이 정말 생명을 보존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편의대로, 법이라는 테두리로 생명을(그것도 멸종위기종 동물을!) 학살하겠다는 것인지.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붉은발 말똥게는 대안 서식지인 약천사 근처 강 기슭에 아무런 보호구역이라는 표시도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그 성과가 미비하다고 들었다. 그저 시행기간이 끝나면 다했다라는 식일 것이다.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공사현장에서 발견한 습지에서 살고 있는 맹꽁이 올챙이들을 해군은 강정천에 갖다 버리라고 했단다. 사후관리도 없고 정보공개도 없다. 동물들만 내어 쫓는 것이 아니라, 한 평생을 이곳에서 태어나 바닷 것을 직접 채집해 먹으며 살아온 강정주민들도 내어쫓았다. 사법부는 강정주민들이 절대보전지역 무단해제에 대해 제기한 이의를 원고부적격이란 이유로 기각했고, 해군은 강정주민들의 바다를 뺏고, 토지를 뺏으면서 이것이 합법이라고 했다. 기가 막히는 노릇이다.

오늘도 강정마을은 굴착기가 절대보전지역인 구럼비 바위를 두들겨 깨는 소리를 하루 종일 들어야 했다. 그들은 공사중단이라고 외치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틀어막고 강정주민들과 제주와 강정 구럼비 해안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후벼 파고 있다. 사라질지도 모르는 온 생명들의 절규로 구럼비에서는 피눈물이 흐른다. 지역주민의 생존권, 행복추구권은 묵살되고, 민주주의는 헌신짝처럼 내다 버렸다. 정의는 여기 걸어 코걸이 저기 걸어 귀걸이다. 오로지 안보를 위한 국책사업만 있고, 색깔을 들먹이며 공안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수많은 경찰들이 총동원되어 해군기지 사업단 공사장 현장입구를 지켜 서 있고, 일반인의 통행을 막고 매립용 토사를 옮기는 트럭과 시멘트 레미콘차량은 들어가도록 한다. 당장 구럼비 파괴를 멈추어야 한다. 구럼비를 문화재로 등용하자고 하는 마당에 국민의 소리를 무시한 공사강행은 당장 멈추어야 한다.

경찰조사를 받으러 가서는 거기 조사받는 사람들이 죄다 강정주민들인 것을 얼마나 당황했는지..나이 많은 마을 어르신들에게 하는 질문이 “언제부터 해군기지사업을 반대했습니까?”, ”또 공사방해를 할 것 인가요?” 이 따위 질문으로 강정의 삼촌들을 옥죈다. 정말 강정주민들을 이렇게 못 살게 굴어도 된다는 말인가 한탄이 나온다. 자그마치 4년 6개월을 이렇게 살아오신 것이다. 목이 매인다. 경찰서에서 그저 씁쓸한 인사를 할 뿐, 민망함이 극에 달한다. 그저 고향을 지키고 그 땅을 자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어하는 소박한 강정주민들에게 죄를 물어 이렇게 4년 6개월이 되도록 고통 받게 하고 있다. 그들이 죄가 있다면 고향을 사랑한 죄, 바다를 사랑한 죄, 민주주의를 요구한 죄, 평화를 소망한 죄, 진실을 요구한 죄, 불법공사를 항의한 죄이다. 사실, 불법공사를 감시하고 항의하는 것은 경찰이나 해경이 해야 하는 일이지만, 경찰들은 오히려 그들의 불법공사를 내버려두고 있다. 공사를 강행하고 온갖 편법으로 주민들을 얽어 매고 있는 해군과 삼성, 대림의 그 어느 직원 하나 처벌받는 이가 없다. 여기서는 오히려 불법공사를 감시하고 몸을 막고 항의하는 분들이 구속되고 벌금폭탄을 받아야 했다. 현재, 강정주민의 벌금은 약 8000만원가량이 된다. 여기에 마을지도자들에게 부과한 손해배상청구 2억 9천만원, 46여명의 주민 및 평화활동가, 단체의 접근금지 가처분, 강제수용한 토지 안에 비닐하우스 철거를 늦추는 마을주민에게 추징금 1천 6백 만원까지 물겠다고 제주해군방어사령부라는 이름으로 협박했다. 이게 대한민국 해군이다. 교묘히 법으로 주민들을 옥죄며 괴롭히는 해군도 문제지만, 폭력경찰, 폭력해군의 민간인 폭행사건도 심각한 문제였다. 그들 누구 하나 처벌받지 않고 있다. 정의가 땅에 떨어진 것이다.

제주 강정(江汀)마을은 대부분의 제주의 일반적인 강형태인 건천과는 달리 유일하게도 사시사철 내내 흐르는 큰 강을 두 개나 보유한 물의 마을이다. 강정 그 어느 곳을 파더라도 맑은 용천수 퐁퐁 솟아나고 서귀포시 70%가 강정천 수원지에서 물을 끌어당겨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강정 천에는 1급수에만 산다는 은어가 산다. 강정마을의 은어를 올림 은어라고 하며 매년 봄마다 올림은어 축제를 해왔지만 해군기지 예정지가 되면서 올림은어 축제는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예부터 제주도 사람들은 물 좋고 살기 좋은 강정을 제 일(一)이라며 ‘일강정’이라고 불렀다. 한국 최남단이어서 일조량도 좋고, 점토 흙이 있어서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논농사가 가능한 마을이었다. 강정마을은 부유하고 풍부한 농어촌마을이었고 고향에 대한 강정주민들의 자부심은 실로 대단하다.

포크레인 삽질에 잘려나간 토기

최근에 이곳에 청동기 시대에서 조선시대에 이르는 토기들과 유구가 발견되었다. 당연한 것이었다. 이렇게 물 좋은 곳에 사람들이 아주 오래 전부터 터를 잡고 살아온 것은 비전문가인 필자도 알만한 사실이다. 이것은 제주도의 기원을 알 수 있을 만큼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한다. 유물조사단이 표시한 표시들이 장난이 아니게 현란한 걸 보면 중요한 뭔가가 나온 것 같은데, 별말이 없었다. 그저 어제 국정조사 때 문화재청장이 철저히 조사하기로 했다는 이야기가 전부다. 그리고 지금까지 어떻게 해서든 펜스로 가리려고 하고 별 것 아닌 것 내지는 그저 덮어버릴 것으로 여긴 해군기지사업단에게 책임을 물어, 제주도 사람들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고 경솔하게 취급한 것, 또한 문화재 급에 해당하는 구럼비를 함부로 깨부쉈다는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제주도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우선 당장 구럼비를 파괴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살아있는 구럼비를 파괴하지 마라!

2007년 4월 찬성주민 87명이 모여서 박수로 통과시킨 졸속적인 강정마을 총회, 그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채 지금까지 계속 강행되어 온 해군기지, 주민매수 의혹, 입지선정 문제, 단 한차례도 없었던 주민설명회, 절대보전지역 날치기 무단 해제, 쉬쉬 거리며 덮어버릴 궁리만 하고 있는 문화재 발굴사업, 멸종위기동물 서식지 파괴와 강제이주, 오탁수 방지막 훼손된 채 준설 공사 강행, 해군의 민간인폭행, 200톤급 레미콘 불법적으로 들여오기, 국방부 출입기자들 방문시 공사강행 항의하던 강동균회장 체포, 공안분위기조성, 600여명의 육지 경찰 투입, 1000여명의 경찰병력 보호아래 강제 펜스설치, 3명 수감 집행유예 및 보석석방, 7명 구속수사, 100여명의 주민 경찰조사, 개인활동가 및 강정마을 주민 접근금지 가처분, 사복경찰들의 감시, 2억 9천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해군, 경찰의 민간인 폭행, 색깔 칠하기, 국민과 도민을 속이는 제주도정과 국방부의 이중 MOU 체결. 그 어느 것 하나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없다. 너무 엄청나다.

설촌이래 400여년을 이어온 강정마을 주민들의 일상은 해군기지 때문에 파괴되었고 엉망진창이 되었다. 수많은 모임은 해체되었고, 같은 가족끼리도 명절에 제사를 같이 지내지 않는다. 이것은 공동체적으로 살아가는 제주도민들의 기초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제주도민들이 가장 가슴 아려하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이렇게 깡패처럼 들어오는 해군기지가 어떻게 국민의 안보를 위한다 할 수 있나. 선량한 주민들을 범죄자로 몰고 벌금폭탄과 육지경찰로 윽박지르며 들어오는 해군기지가 어떻게 민주적이라 할 수 있나. 그들은 이미 정당성을 잃었다.

해군은 그들의 낮은 자존감으로 범죄현장을 감추고 싶어하여 5미터 높이의 담과 철조망을 치며 열심히 세우고도 모자라 육지경찰병력을 동원해 사람들의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제주도에 600여명의 육지경찰이 들어온 것은 지난 60년 전 4.3이후 처음이다. 이는 4.3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제주도민들에게는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그들이 세운 저 높은 벽은 무엇을 말하나 결국 해군의 주민과의 대화 실패, 정부의 정치실패, 민주주의의 실패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강정주민들은 외롭게 싸워왔다. 강정주민들은 2007년도부터 2009년도까지 매년마다 온 마을주민들이 대열을 이루어 제주도를 도보로 한 바퀴 돌았다. 도청 앞에 가서 생명평화 마을 증서를 불태우는 시위도 했고, 단체로 삭발도 하고, 활복 시위도 했다.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도로에 누워 스크럼을 짜기도 했다. 정말 강정마을 주민 분들이 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아무도 이를 알아주지 않았다. 단지 소수의 지역 언론만이 보도했을 뿐, 그 어느 언론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제주도 전역을 비롯하여 전국에서 천 여명의 평화비행기와 평화버스로 자신의 일처럼 달려오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지난 8월 24일 불법공사에 대해 항의하고 시청관계자를 불러 확인을 기다리는 동안 공사방해라며 강제 연행되어 구속된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님은 세계 평화 시장 협회 회원이 되셨다. 세계평화시장협회는 강정마을과 연대하겠다고 서신을 보내왔다. 미국에서, 일본에서 오키나와에서 수많은 개인과 단체들이 지지성명을 보내오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 강정마을 지지 또는 삼성과 대림을 보이콧하기 위한 켐페인을 벌이기도 한다는 소식도 들었다. 그들은 한국대사관으로 항의 전화나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중국 관영 언론인 <환구시보>와 그 영문판인 사설에서는 제주도 여행을 자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50%가 넘는 제주도에 중국을 겨누는 해군기지를 만드는 셈이다. 제주도정과 대한민국 정부는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책사업이란 것이 무얼까. 언젠가 외국인 기자가 강동균 마을회장님을 인터뷰하면서 하시던 말씀이 기억난다. 국책사업은 국민이 부유해지고, 행복해지는 사업이 국책사업이다 라고 하셨다. 그리고 강정 주민들에게 있어서 평화는 제사 떡을 같이 나누어 먹는 것과 같은 그들의 소소한 일상의 지속이다라고 하셨다. 강정주민들은 구럼비가 깨지는 첫 날 기자회견을 통해 억 만금을 주어도 결코 고향바다를 뺏길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정부나 제주도정은 마치 강정주민들이 보상을 더 바라는 것처럼 언론을 호도하고 있다. 그런걸 요구한 적도 없다 그들이 말하는 그 알량한 발전기획? 이라는 것에는 1년에 한번 올까 말까한 크루즈가 입항하게 한다면서 해군과 제주도정은 민-군 복합관광미항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름을 내걸고 국방부는 해군기지라는 이중명칭으로 협약서가 체결되었다. 이것은 완전 대도민 사기다.

구럼비

하지만 소망과 대안이 있다. 제주해군기지가 백지화하고 주민들에게 그 땅을 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그 해군기지로 인해 강제수용한 땅을 평화공원으로 조성하여 보존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비옥한 그 땅이 시멘트로 덮여지지 않기를 바란다. 유구한 역사를 품고 있는 그 땅이 온전히 보전되기를 바란다. 구럼비 암반지대 50미터 간격으로 솟아나는 용천수들을 매립하지 않기를 바란다. 모든 찾는 이의 휴식처가 되고 치유의 장소가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삼성대림은 어서 빨리 공사를 중단해 환경을 파괴하는 일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해군은 해적이 아닌 대한민국 해군으로 체면은 살릴 수 있다. 혹시 모른다. 인정 많은 강정주민들이 해군을 위한 환송식을 해줄지도. 더 늦기 전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이 상황을 풀어가기를 바란다.

두서 없이 썼다. 마지막으로 무고하게 업무방해로 인해 구속수사 받고 있는 일곱 분의 강정마을 주민과 활동가를 소개한다. 이분들은 몸으로 불법공사를 막고 평화적인 해결을 노력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억울하게 체포되었고 불법공사를 항의하는 것이었음에도 업무방해로 기소되었고 업무방해는 구속사유가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구속되신 분들이다. 제주해군기지 정문에 가면 평범한 시민을 범죄자로 만드는 범죄자 양성소라고 누군가에 의해 낙서되어 있다. 구속되신 분이 일곱 분 이외에도 소환조사 받는 분들이 강정마을에 100여명이 넘는다. 누가 누구에게 죄를 묻는 것인지 정말 억울하다. 구속자들을 즉각 석방하라! 그들을 그들의 가족에게로 돌려보내라.

강동균 마을회장님

김종환 강정마을주민

김미량 강정마을 주민

김동원 생명평화 순례단원

김종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팀장

고유기 제주군사기지저지범도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홍기룡 제주군사기지저지범도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응답 2개

  1. 질문있네요말하길

    “중국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50%가 넘는 제주도에 중국을 겨누는 해군기지를 만드는 셈이다. 제주도정과 대한민국 정부는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우리는 항모까지 띄우는 중국 눈치를 보며 제대로 된 해군기지조차 가지면 안된다고 하면 안되지 않나요?

  2. 말하길

    강정마을 소식 소상히 전해 줘서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구속된 분들 빨리 주민들 품으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끝까지, 함께,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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