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만필

주담 객설 7. 막걸리의 열기가 뜨겁다.

- 김융희

외면 당해 거의 버려진 듯 싶던 우리 민속주 막걸리가 요즘, 그 인기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고무적인 소식이다. 우리의 전통주 막걸리는 이삼 년 전부터 부쩍 관심이 높아져 인기가 점점 열기로 변해가면서, 옛 자리를 다시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진즉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 막걸리는 좋은 술”이라는 홍보까지 하면서 막걸리를 즐겨 들고있는 나로써는, 늦었지만 퍽 다행지사요, 당연지사로, 앞으로 우리 술인 막걸리의 많은 발전을 기대한다.

거의 사라질 듯 줄고 있던 막걸리가 이젠 주류업계의 대기업들까지 참여가 늘고 있으며, 양과 함께 질에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기껏해야 한 주 정도의 보관기간인 유통 수명이, 이제는 일 년으로 늘어난 제품까지 출하되고 있다. 가장 약점으로 불편했던 제품의 보관과 이동의 문제 해결로 질의 변화에도 많은 기대가 된다. 유통 수명이 길어진 만큼 운송의 문제 해결은 물론 맛의 보존에도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역의 특성을 살리면서 이름과 맛의 차별성도 나타내고 있다. 부산의 산성마을에서 만드는 ‘산성 막걸리’나 광주 경안양조장의 ‘남한산성’ 그리고 안성의 ‘안성맞춤’처럼, 이름만 듣고도 금방 생산지를 알 수 있는 상품명을 붙여서 고장의 명예를 돋보이게 되었고, 청양의 ‘구기자 막걸리’나 연천의 ‘율무 막걸리’ 가평의 ‘잣 막걸리’처럼 자기 고장의 특산 작물을 원료로 사용해 작물의 수요와 함께 술의 질을 높이는 이중의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도 한다.

지방자치제의 활성화와 정부의 적극적인 권장의 뒷받침이 전통주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행정부의 지원과 소비의 증가에 힘입어, 발 빠른 기업은 시장을 선점하기도 했고, 아예 처음부터 특정 부류의 계층을 의식하면서 제품의 이름과 맛을 개발하여 마케팅에 활성화를 이룬 제품도 있다. 자연스럽게 경쟁 아닌 경쟁의 시장 변화는 질의 개선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앞으로 계속 더 좋은 질의 제품이 생산되리라 기대된다.

이때까지 막걸리는 서민이나 노동자들의 술로 인식되어 힘든 일을 하는 공사장이나 농사 짖는 농부들의 세참에 주로 사용되는 싸구려 술의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취급 점포도 대중식당이나 구멍가게가 고작이요, 술집도 주로 값싼 주점에서 취급되었으며, 그것도 겨우 구색을 맞추기 위한 매우 소극적인 취급의 술이었다. 그런 막걸리가 지금은 변하여 양주 맥주와 함께 고급 술집에서 당당하게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피해온 여성 애주가들의 막걸리 애용은 큰 이변이다.

전국에서 수집된 술을 갖춘 막걸리 전문점이 새로 등장하면서, 전국의 막걸리를 어디서나 입맛에 따라 독특한 맛을 즐길 수도 있게 되었다. 맛의 변화와 함께 마시는 방법도 많이 바뀌고 있다. 특히 양주에서 유래된 칵테일이 막걸리에도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무슨 음식이나, 특히 술은 나름의 특성과 분위기가 있기 마련이다. 독일인에게 맥주, 프랑스인에게 포도주처럼, 우리에게는 막걸리가 있는 것이다. 어데서나 소박 풍성한 막걸리판은 우리 정서에 딱 들어맞는, 역시 막걸리는 우리 술이다.

오래전 개발된 술이 인간에게 꾸준히 애용되고 있는 식품으로, 사람 있는 곳에 술이 있다. 술은 개발때부터 지금까지 애증관계가 계속되고 있는 우리 인간에게 가장 독특한 식품이다. 술이 없는 세상은 영원히, 그리고 결코 없을 것이다. 막걸리는 평범한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서민의 술이다. 특히 힘든 일을 하는 농사꾼이나 노동자에게는 안성맞춤의 노동주요 건강주이다. 내가 막걸리를 홍보까지 자처하면서 즐겨 마시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주 근래에 있었던 나의 술에 대한 경험담이다. 건강검진을 받을 때 누구나 경험하는 일로, 바이탈 테스트와 함께 술 담배와 같은 건강에 관계된 간단한 질문을 받게 된다. 음주에 대한 질의에 나는 한 두 잔씩 매일이라고 대답했다. 검진 결과 통지서의 ‘건강 위험 요인 알아보기’항목 음주란에 유일하게 붉은 신호등이 켜 있었다. 나는 전혀 개의치 않고 그저 웃고 말았다. 술도 술 나름이다. 의사가 막걸리를 마셔본 경험이 없으니 당연한 판정이었으리라는 생각이다.

한 두 잔씩 매일 들고 있는 막걸리를, 나는 지금 일주일 동안 전혀 들지 않고 있다. 여름이면 나타나는 엘러지로 인한 ‘열성 피부염’이 금년에는 유달리 심해 치료중에 있기 때문이다. 내가 좀 무모해서 전에는 약을 들면서도 막걸리는 계속했으나, 이번 가려움증으로 고통이 너무 심해 맘먹고 단주를 했다. 음주 반 세기가 넘는 나같은 경력의 애주가로써 이처럼 단주를 단행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술의 중독성도 있지만, 중독은 아니더라도 습관성으로, 술에 베인 습관은 유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걸리는 중독성은 물론 습관성에도 별무관인 듯 싶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순하면서 양이 많기 때문에 과음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막걸리는 곡주이기 때문에 요기가 되면서 순도가 낮아 만복이 되도록 마셔도 알코올의 양은 고급 술에 훨씬 미달한다. 그러면서도 발효 곡주로 흡수가 빨라 금방 술기분을 느낄 수 있다. 막걸리가 쎈 술로 인식되지만, 맥주보다 순하면서도 술기분을 빨리 느끼며 특히 피로 회복이 빠르다. 또 막걸리의 홍보 같으나 전혀 사실로써 막걸리의 우수성임에 어쩌겠는가.

막걸리의 좋은점은 주담객설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일관한다. 막걸리의 인기가 나날이 좋와지고 있다는 사실이 지금까지 내가 주장했던 장점의 확인이라고 생각한다. 막걸리의 인끼가 진일보하여 요즘 주부들의 집에서 직접 술 담그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 더욱 고무적이다. 업계는 물론 막걸리를 즐겨 마시는 우리 모두가, 우리 술인 막걸리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아끼지 말자.

한 때의 우리 것에 대한 시기와 방해, 전쟁 물자의 조달을 위한 수단등, 일제의 못된 짖거리로 우리의 전통주가 거의 명맥을 잃고 사라질 뻔했던 일을 되세기면 속상하다. 자존심 상할 이야기는 새삼스럽게 거론하거나 떠올리는 짖을 이제는 잊고, 우리의 질 좋은 전통주의 열기를 계속 이어가기를 바란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