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칼럼

웨이보

- 홍진

오는 15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중국 공산당 17기 중앙위원회 6차 회의의 주요 안건은 ‘문화개혁론’이다. 관에서 문화(체제)를 개혁한다니 시작도 하기 전부터 위험해 보인다. 웨이보를 중심으로 한 SNS 미디어와 상업화 되어가고 있는 방송에 대한 대책을 논의 하는 이번 회의의 암묵적인 주제는 ‘어떻게 통제할까?’ 라는 한마디 질문으로 압축된다.

웨이보微博는 마이크로를 뜻하는 웨이微와 블로그blog의 한자표기인 보커博客를 합친 중국판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를 뜻한다. 중국 정부는 그간 언론 통제를 위해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 등 외국의 소셜미디어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차단해 왔으며, 중국의 주류 인터넷기업들이 제공하는 유사 사이트들이 이를 대체해 발전해 왔다. (중국판 유튜브 중 가장 점유율이 높은 요우쿠youku는 그 이름에서부터 은근히 짭퉁스런 감각을 풍기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미 가입자가 2억 명으로 추산될 만큼 성장한 중국의 웨이보가, 차단된 트위터 대신 영향력 있게 자국의 정치문제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저장성浙江省 원저우温州에서 있었던 열차사고는 중국 사회에서 웨이보의 영향력을 본격적으로 이슈화 하는 분기점이 되었다. 벼락으로 인해 통신장비가 고장 나면서 고속열차가 보통열차를 들이받아 많은 사상자를 낸 것으로 알려진 원저우 열차사고는, 초기의 늦장 대응부터 문제적인 사건 수습 방식까지 전 과정이,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웨이보를 통해 실시간으로 고스란히 중계되면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궈 버렸다. 철도국의 지시 하에 사건을 축소하는 한 편, 다른 열차들의 정상운행만을 최우선에 두고 어설프게 사고를 수습하던 중(그냥 다 파묻어!), 사고 잔해에서 살아남은 여자아이가 땅에 파묻히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구조된 사실이 웨이보를 통해 전해지며 정부에 대한 비난은 분노의 도가니탕이 되어 들끓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보도통제에도 불구하고, 몇몇 언론이 (사고가 터지면 의례적으로 보도하는) 공산당의 신속하고도 의연하며 감동적인 대처에 대한 선전과 미화 대신, 사고의 원인과 미흡한 대처상황, 철도공사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대담하게 보도했다는 점이다. 시기적으로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언론보다 반 발자국 먼저 사건의 진실을 알리는 웨이보에 비교당하는 기존 언론의 부담감이야 말로 언론의 이러한 변화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추동요소였을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은 이제 그만. 주류 언론에 역으로 영향을 끼치는 웨이보의 모습은 정부의 통제를 받는 기존 언론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과 맥을 같이 한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보고에 따르면 웨이보 사용자들의 70%가 웨이보를 통해서 뉴스를 읽는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한국의 누리꾼들은 주류 언론이 제공하는 포털사이트의 편향된 뉴스를 주로 소비하지만, 트위터에서는 이에 대한 재해석은 물론, 소수언론의 보도를 포함한 다양한 소스에서 얻어진 기타 정보를 개인의 역량으로 가공하여 교류한다. ‘수많은 개인의 생산과 발산’에 중심이을 둔 트위터의 이러한 정서와 비교했을 때, 큰 그림에서 각 포털 사이트들이 운영하는 중국의 웨이보는 아직은 조금 더 수동적인 ‘소비’의 성격을 완전히 벗지 않았다. 이미 총 이용자 수가 트위터와 비등비등한데도, 생산되는 메시지는 트위터의 팔분의 일 수준이라는 인터넷상의 통계 숫자가 이러한 웨이보의 감수성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말하기 이전에 읽는다. 단 선별해서. 이 비율은, 긴 시간을 통해 공격과 수비가 스스로 서로간의 균형을 찾는 야구라는 스포츠의 경우처럼 한 개의 국가와 언어로 연결된 2억 명의 사람들이 찾은 균형적인 정보의 양일지도 모른다.

초창기 웨이보 서비스의 가입에 큰 역할을 한 것은 포털사이트들이 직접 기획하여 런칭한 스타와 명사들의 웨이보였다. (이에 대한 오락적 소비는 지금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읽기’정서에 바탕해, 공산당 산하 많은 정부기관들이 웨이보를 개설하여 적극적으로 인민과의 소통을 꾀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를 펀쓰粉丝(팔로우)하고 이용하는 인민의 수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한국이라면 ‘서울시청’과 ‘미대사관’을 팔로우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웨이보를 통해 커가는,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넘어서는 보다 넓은 범위의 공론장에 대한 욕구, 혹은 지극히 사적인 동작방법으로 설계된 트위터라는 형식 안에 보이는 공적인 소통에 대한 갈망들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사회적 미디어로 뒷받침 된다면 또 다른 변화의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지금 웨이보는 언론통제의 힘에 의해 끓고 있는, 밀도 높은 압력솥이다.

주류언론을 대체 보완할 다원화된 정보채널이 없다는 사실과, 개인의 정보 역량 부족 등 기본적인 정보 인프라의 문제는 개인의 추측과 허위 주장 등 질 낮은 정보를 대량으로 유통시키기도 한다. 장쩌민 주석의 사망오보와 일본 원전사고에 대한 자극적인 루머는 웨이보를 통해 엄청난 기세로 퍼져나갔다. 무협지에 나오는 무공 고수들의 초식처럼 몸의 곳곳을 돌며 힘이 증폭 발휘되어 손바닥으로 나가는 장풍, 아니 ‘소문’의 힘은 심지어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만연해 있던 관리들의 부정부패에 웨이보의 폭로는 ‘한 방’으로 모든 것을 끝내 버린다. 각 지역의 공산당 위원회는 웨이보에 올라온 무기명 비리 투고까지 정식 절차를 거쳐 조사하는 성의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 이삼년 간 부패관리들은 웨이보의 칼날에 꾸준히 처형되었다. 웨이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 주화입마에 빠져 폐인이 된 관리도 있다. 지난 6월 쟝쑤성江苏省 리양시溧阳市의 위생국장인 쎼즈챵谢志强은 안타깝게도 웨이보를 1:1 메신저 형식으로 잘못 알고 불륜 상대에게 육체관계를 조르기도 하고, 법인카드로 쇼핑시켜준 내용을 그대로 적었다가 개망신을 당하고 쓸쓸히 자폭했다.

한편 새로운 대량 소비의 공간에서 단기간 내에 파워 유저, 즉 생산자가 된 일부 사람들에게는 펀쓰(팔로워)의 숫자가 중요하다. 펀쓰는 과시와 선전의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아이피 생성기와 간단한 프로그램으로 무장한 컴퓨터 몇 대를 이용하여 펀쓰의 숫자를 순식간에 늘려주는 신종 직업인 슈와펀쓰刷粉师(펀쓰 도장공)는 4위안(한화700원)을 받고 10분 안에 1000명의 팔로어를 늘려준다. 한 언론종사자는 웨이보 가입 후 단기간에 펀쓰 200만명을 돌파하여 ‘웨이보에서 가장 잘나가는 언론출판인’의 칭호를 얻었으나 기자들의 질의와 확인 공격 후, 펀쓰의 숫자가 순식간에 다시 8만명으로 줄어 버린 해프닝도 있었다. 구매를 통한 가짜 펀쓰들은 지앙쓰펀쓰僵尸粉丝(강시팔로워)라고 불린다. 도사 한명의 종소리에 맞춰 여론을 몰고 갈 준비가 된 강시 떼들이다. 이러한 웨이보의 거품은 향후 몇 년 사용자들의 내실 있는 성장과 함께 자연스럽게 걸러지지 않을까 싶다. 주류 미디어를 변화시키는 힘이 보여주듯, 웨이보 사용자들은 스스로의 ‘형식’으로 황무지에 가까운 미디어 환경의 ‘내용’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많은 우려와 기대의 중심에 웨이보가 있다. 5억명의 인터넷 사용자와 8억명의 휴대폰 이용자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을 앞에 두고 중국 정부는 웨이보의 효과적인 이용과 통제라는 딜레마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그간 통신망 사업자와 사이트 운영자, 그리고 신분증을 제출해야만 이용할 수 있는 PC방 등 3단계에 걸쳐 철저히 장악하고 있던 인터넷 분야에, 사전검열을 감당할 수 없는 무수한 숫자의 개인이 나타난 것이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웨이보와 관련된 통제는 간단한 검색어 금지와 특정 루머에 대한 사이트의 공식 해명, 그리고 한시적인 계정 중지 등으로 한정되어 있다. 업계 1위의 점유율을 가진 시나닷컴의 웨이보 운영자는 공산당과의 간담회 이후 유언비어 유포시 계정 1개월 정지라는 보다 강한 제제를 발표했다. 여기서 더 할 수 있는 제제는 무엇일까? 인터넷 실명제? 이번 6차 중앙위원회의 이후 중국 공산당의 각오가 궁금하다. 이미 웨이보는 밟을 수 없는 덩치로 자라버렸다. 트위터를 죽이려다 탄생한 그 역설적인 태생의 배경처럼, 웨이보가 중국 정부의 통제마저 비료로 삼아 또 다른 방향으로 자라나는 것은 아닐까.

응답 3개

  1. kyo말하길

    홍진님 글을 매번 기다리면서 보고 있어요.
    저는 중국 중경에서 살고 있는 젊은 침구과 의사랍니다. ^^
    언제 드넓은 중국에서 연이 닿게 되면 밥 한끼 함께하고 싶네요.

  2. 말하길

    중국의 인터넷 매체 현황을 자세히 분석, 보도해 주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웨이보를 1:1 메신저로 알고 자뻑한 사례는 예전 트위터로 김여진을 향해 쌍욕을 해댄 보수인사의 사례와 비슷하네요. 소중한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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