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반시대

끊임없이 ‘별꼴’로 거듭나기

- 죠스(수유너머R)

모든 일은 우연히, 그리고 얼떨결에 시작되었다. 평소에 친분이 있는 장애인극단 판에서 추진하는 카페이기도 했고, 이사 가는 수유너머R와 한 공간에 자리 잡을 카페이기 때문일까. 나는 어느 순간 5명의 카페 매니저 중 한 명이 되어 있었다. 카페의 이름이 ‘별꼴’로, 카페 성격이 ‘장애인+비장애인들의 문화예술놀이터’로 자리 잡기까지 몇 달이 흘러갔고, 그 사이 참여하는 나조차도 ‘별꼴’을 여러 단체 속에서 구색 맞추기로 존재하는 공간으로 혹은 처리해야 할 일로 느끼기도 했던 것 같다. 별꼴이 오픈하기까지 그리고 오픈한 지금도 끊이지 않는 여러 고민과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별꼴은 내게 걱정이나 두려움 보다는 설레임을 더 많이 안겨주는 공간이다. 그곳은 열려있고 또 끊임없이 열려 있으려고 할 것이므로.

별꼴 오픈파티 손님들

별꼴 오픈파티 손님들

자신이 재미있다고 느끼고 또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면 일단 뛰어 들고 보는 한 친구가 내게 이런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난 유명한 사상가들이 말하는 이상적인 공동체나 코뮨이나 이런 것에 가장 잘 맞는 형태가 카페인 것 같아. 실내이든 실외이든 마실 거리 하나만 있으면 만들어질 수 있고, 어떤 한계나 공유해야 할 목적 없이 그 시간을 함께 나누고, 또 그 만남이 다른 만남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한가로이 마로니에 공원에 출장 카페를 차려놓고 그 친구와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노라니, 정말이지 ‘어떤 것을 나누는 것 이외에 다른 무엇도 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그렇게 단순하게 다수로만 존재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단순하게 다수로 존재하기’, 이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아무리 문턱이 낮은 카페/공동체라고 해도, 그 카페를 좀 더 먼저 접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좀 더 친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입김이 센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위계가, 목적이, 원칙이 생겨나기 마련이니까. 자본주의에 반대하고,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한 질서에 반대하고, 성과 중심의 위계질서에 반대한다고 해도,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어떤 정서, 지식, 습관들이 어느 샌가 우리를 뒤흔들고 있을지도 모르는 법이니까. 그래서 중요한 것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갈’ 것이다.

별꼴 오픈을 준비하면서 이미 ‘만들어진’ 것에 대한 고집이 얼마나 공간을 협소하고 닫혀있게 만드는지를 경험했다. 장애인+비장애인 공간이라고 누누이 말했지만, 인테리어 사장은 자신의 머릿속에 이미 만들어진 소위 ‘아름다운’ 인테리어를 포기하지 않았고, 바(bar)에서 휠체어를 타고 일하는 명학 삼촌(별꼴 매니저 중 1명)은 자신의 앉은키보다 높은 곳에 자리 잡은 커피 머신을 작동해 볼 기회조차 가져보지 못했다. 자신의 머릿속에 ‘만들어진’ 이미지가 앞으로 별꼴을 ‘만들어갈’ 명학 삼촌을 보지 못하게 한 것이다. 다른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별꼴이 사회적 기업인 장애인극단 ‘판’ 사업 중 하나로 만들어졌고, 이윤을 내야하는 카페의 형태로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다. 이것은 두려워할 일도 걱정할 일도 아니다. 그냥 사실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이다.

별꼴 오픈파티 바(bar) 모습

별꼴 오픈파티 바(bar) 모습

별꼴은 ‘만들어진’ 시선으로 봤을 때는 ‘별나게 이상하거나 눈에 거슬리는 꼬락서니’로 보일 수밖에 없는 모습 또는 일들을 ‘만들어갈’ 공간이다. 그리고 지금 별꼴에게 가장 큰 고민은 그것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계속 열려 있는 상태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벌릴 것인가이다. 그러니 그래도 카페인데 이윤을 어떻게 낼 것인지, 그리고 더 이슈가 되고 당위성이 튼튼한 프로그램을 어떻게 하면 유치할 수 있을지, 별꼴을 ‘위해서’ 걱정하지 말아 달라. 그냥 당신에게 쉬었다 갈 공간, 만남의 공간, 표현의 공간이 필요하고, 그 욕구가 별꼴의 욕구와 결합되어 있다면, 그냥 함께 존재하면 되는 일 아닌가!

별꼴은 이미 만들어졌다. 정해진 장소도 있고, 메뉴나 프로그램 등등도 만들어지고 있다. 여전히 장애인+비장애인의 문화예술공간이라고 하기에 부족한 것들이 많기 때문에, 더 많은 것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아마 별꼴은 정해진 장소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도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고, 그곳에서 또 다시 색다른 원칙과 메뉴,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만들어갈 것이 무궁무진한 공간이라는 것, 열려 있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것, 그것이 현재 별꼴의 존재 이유이다. 더 많고 다양한 사람, 사물들과 만나 끊임없이 ‘별꼴’로 거듭나기를!

응답 2개

  1. 사루비아말하길

    ㅎㅎ 내 속이 다 시원한 글이다!!!

  2. […] [동시대반시대] 끊임없이 ‘별꼴’로 거듭나기 […]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