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반시대

별꼴로 존재하기-카페 별꼴 운영기

- 마지연

10월부터 카페 별꼴과 수유너머 R은 삼선동의 삼정빌딩 3층에서 동거하고 있다. 처음 카페 마담을 제안 받았을 때, 가장 두렵고도 난감했던 게 이 카페의 ‘애매모호함’이었다. 수유너머R과 카페 별꼴의 공존. 카페 운영자로 일하게 되면 수유너머와 카페의 운영 측인 장애인극단 판 사이에 끼여 머리 아플 게 불 보듯 뻔했다. 그리고 카페 운영자는 어떻게든 이 애매모호함을 온몸으로 통과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상처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컸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불거질 애매한 문제들을 도대체 누구와 얘기해야 하나? 머리가 아팠다. 이틀 동안 몸살을 앓아가며 고민을 거듭했다. 혼자서는 이 애매한 과정을 뚫고 나갈 자신도 없었고, 무엇보다 카페를 한다면 공동운영을 꼭 해보고 싶었다.

어찌 어찌하여 카페 별꼴은 5명의 멤버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의 생각과 감각이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는 날마다 새록새록 경험하며 알아가는 중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하나의 기본적 합의가 있다. 이윤을 축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나는 우리의 활동과 노동으로 별꼴이라는 카페가 지속가능할 수 있기만 바랄 뿐이다. 어찌됐건 이윤축적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카페를 친구들과 함께 운영할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다. 카페 별꼴은 우리에게 새로운 공동체 실험이다.

별꼴의 오픈 준비를 하며 우리는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회의를 하면 기본이 5시간이었다. 메뉴 정하기, 가격 정책, 운영 정책, 집기와 비품들 체크, 재료 주문, 인테리어 점검, 설문지 작성, 전단지 작성, 온라인 홍보, 별꼴에서 운영할 프로그램 기획, 오픈파티 기획 등 할 일은 밑도 끝도 없이 많았다. 모두들 너무 바빠 술 한 잔 해 본적 없고, 으샤으샤 회식 같은 것도 하지 않았지만 각자의 에너지와 공동의 에너지로 잘 굴러갔다.

그 와중에 때때로 적막을 느끼기도 했다. 나와 멤버들의 생각이 다를 때는 슬펐다. 내 생각이 옳다고 여겨서가 아니라,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거 같아서 서운하기도 했다.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확인하고 인정한다는 게 힘들었다. 나는 할인을 반대했다. 할인 정책 자체가 싫었다. 할인 마트에서 벌어지는 과도한 제살 깎기 가격경쟁이 결국 노동자를 착취하고 마는 꼴이 되는 것처럼, 싸다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너무 싸다는 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착취가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카페에서 쓰는 재료들은 유기농 재료와 생협 물품을 이용하면서 왜 우리는 앞 뒤 안 가리고 할인부터 하려고 하나. 그런 이의를 제기했었다.

아뿔싸, 함께 운영하는 멤버들은 말보다 행동이 빨랐다. 어느 날 회의에 빠졌더니 떡하니 50%할인쿠폰을 인쇄해 놓았다. 우리의 감각과 속도는 모두 달랐다. 그 다름은 카페를 운영하는 지향점의 차이이기도 하고, 카페 모카에 생크림을 올릴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취향의 문제이기도 하고, 두유 라떼가 쓰네 다네 하는 입맛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 여름, 별꼴 만들기라는 하나의 사건을 함께 경험하고 그 과정 속에 존재한다는 것 외에 어쩌면 우리에게 공통점은 하나도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어떤가. 함께 존재하기 위해서 생각이 같을 필요는 없으며, 지향점이 꼭 같을 필요도 없다.

“설득은 비생산적이다.” 벤야민의 말이다. 카페 별꼴을 함께 만들어가면서 이 말을 자주 떠올렸다. 나 역시 생각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말과 논리로 설득하는 일에 익숙했다. 최대한 말과 논리로 무장해서 내 생각대로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나에게도 다른 멤버들에게도 시간과 기회를 주고 싶다. 말과 논리 대신, 카페 별꼴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서로의 감각과 속도를 배울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지난 여름 우리는 함께 배웠다. 별꼴이라는 카페가 수유너머R과 공존하는 것,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문화예술 카페라는 것, 그리고 5명의 멤버가 함께 운영한다는 것. 이 모두가 별꼴이 별난 이유들이다. 우리는 별나고 애매한 상황을 함께 겪으면서 서로의 경계를 허무는 물렁물렁한 별꼴이 될 것이다.

10월 14일 카페 별꼴의 오픈파티가 열렸다. 모두 즐겁게 나누는 파티였으면 하는 바람에 커피와 쿠키를 무료로 했다. 오픈 파티는 대박이었다. 수유너머와 노들야학, 극단 판, 비마이너, 장애인 인권단체들도 많이 왔고, 동네 주민들도 들렀다. 발언순서와 인사순서들이 이어졌고, 다섯 팀의 밴드 공연이 있었다. 정작 나는 에스프레소 머신과 한몸이 되어 1.5kg의 원두를 갈고, 커피를 내리느라 오픈 파티의 공연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파티가 끝난 후, 손님들이 모두 돌아가고 알 수 없는 낯선 감정이 밀려왔다. 몇 달 동안 고군분투하며 만들어온 카페가 새삼 낯설었다. 별꼴이라는 공간은 카페 대표의 것도 아니고, 땀 흘리며 함께 만들어온 별꼴 멤버들의 것도 아니요, 이 공간을 채우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함께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별꼴은 별꼴이라는 공간을 이용하고 점거하는 자들의 것이라는 사실, 당연한 사실을 그날 밤 또 한번 진하게 느꼈다.

응답 6개

  1. 지오말하길

    물렁물렁한 별꼴이라니 어쩐지 착 달라붙고 싶어지는군요.
    ‘별꼴은 별꼴이라는 공간을 이용하고 점거하는 자들의 것’이라구요. 그렇다면 난… 별꼴을 내것으로 만들겠소!!! ㅋㅎㅎ
    잘 읽었습니다^^

  2. cman말하길

    글을 보고 생각해보니 뜻이 같더라도 일하는 방식과 생각과 습관이 다를 경우 적지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하지만 뜻이 같고 한방향을 바라보기에 그런 아름다운 공간과 모임이 되어갈 것으로 믿습니다. 아울러 커피머신과 동행하느라 개관모임에 함께 하지 못하셨다는 장면도 큰머슴만이 겪을 수 있는 아름다운 소외의 한단면을 보는 것 같아 좋습니다. 축하합니다. 한국가면 꼭 들르도록 하겠습니다.

  3. 박카스말하길

    별꼴카페와의 동거, 앞으로 무엇을 만들어낼지,
    어떻게 우리를 성장시킬지 기대가 되요.
    잘 살아봅시다!^^

  4. 사루비아말하길

    아이참…죠스와 언니의 글은 눈물나게 하넹
    사람들도 많이 친하지 않았고, 공간도 낯설었는데
    요즘은 부쩍 서로 리듬을 맞추고, 애정이 생기는 게 느껴진다.
    흠…오묘해 오묘해. ^-^

  5. […] [동시대반시대] 별꼴로 존재하기-카페 별꼴 운영기 […]

  6. 말하길

    생각의 장벽에 부딪칠 때 환멸하고 정말하지 않는 법, 저도 요즘 그 놀라운 기술을 터득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합니다. 별꼴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