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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서 돈벌면 안돼요? – 청년유니온 방문기

- 이한준

위키 피디아는 청년유니온을 이렇게 소개한다.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 총 단결, 총 투쟁의 빨간 조끼와 단식투쟁 머리띠로 상징되는 ‘노동조합’과 ‘청년’이라는 단어, 이 둘의 조합은 유행가 말마따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만큼 어색하게 들린다. 노동조합을 사회경력 있는 어른들만의 전유물로 알아온 나에게는 더욱 그랬다. 세대별 노동조합 청년유니온. 정체가 뭘까?

영등포의 공업사 거리. 기계들의 마찰음과 기름에 얼룩진 아스팔트를 따라가다 보면 한마음식당 2층에 자리 잡은 청년유니온이 나온다. 간판은 따로 없다. 문을 여니 나와 비슷한 또래 청년들이 눈에 띈다. 일반적인 사무실 분위기에 청년유니온을 소개하는 리플릿, 활동사진, 노동법 관련 자료가 주를 이뤘다. 노동조합의 살벌한 투쟁구호나 경직된 분위기는 혼자만의 상상이었다.
김영경 대표는 청년유니온을 이렇게 소개한다. “청년들의 노동권 향상을 위해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세대별 노동조합이며 청년이라면 고용형태에 관계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단체다.” 사실 청년들의 취업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부분이 취업의 최전선에서 알바시장으로 밀려나와 각종 편법과 노동착취에 시달린다. 이러한 현실에서 세대별 노동조합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실업급여, 놀면서 돈벌기?

위클리에 청년노동 잔혹사를 연재하는 청년유니온의 김민수씨는 실업급여를 강조한다. 법이 보장해주는 권리는 꼭 챙기자는 말이다. 실업급여란 직장에서 6개월이 지나 퇴직했을 때 최소 3개월간 최저 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어떻게 보면 놀면서 돈 버는 일로 보이지만 사실 실업급여는 우리가 앞서 일한 수고에 포함된 돈이다. 이를 통해 실업기간 동안 잠시나마 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고 재취업의 기회를 주는 좋은 제도이다. 하지만 이런 제도를 아는 알바생들은 드물다. 행여나 알더라도 여러 복잡함 때문에 포기하고 만다. 그럴 땐 주저 말고 청년유니온에 전화하시라! 최근에 실직해 실업급여를 기다리는 김민수씨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놀면서 돈 벌면 안 되나요? 어떤 분들은 고용보험공단 재정금이 바닥나면 어쩌냐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정말 별 걱정을 다 하시는 거죠”

주휴수당 또 놀면서 돈벌기?

김영경 대표가 주휴수당 이야기를 꺼냈다. 주휴수당? 처음 듣는 생소한 단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실업급여만치 좋은 제도다. 1주일에 소정 근로일을 개근한 노동자는 하루의 유급휴일이 주어지는데 이때 하루 평균 일한 시간에 시급을 곱한 금액이 주휴수당이다. 편의점이나 카페에서 일를 해봤지만 여태 이런 수당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매번 일한 시간만큼 돈이 들어왔는지만을 확인하던 나의 무지! 이번에 청년유니온은 유명 커피 전문점 ‘커피 빈’을 상대로 주휴수당 미지급 관련 소송을 했다. 그 결과 커피 빈 측은 그동안 체불했던 5억 원 정도의 주휴수당을 지급하기로 하고 노동부는 커피전문점을 상대로 주휴수당 미지급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거대 커피전문 업체를 상대로 거둔 청년유니온의 성과는 박수치며 기뻐할 일이지만 내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청년유니온의 문을 두드리기 전. 커피 전문점에서 일하던 나는 노동자가 아닌 알바였다. 마트에서 물건 나르는 일을 할 때도 노동자는 노가다 뛰는 아저씨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나는 엄연한 대학생이고 단지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사회경험을 쌓기 위한, 사무직이 되어서도 노동자들을 잘 부리기 위한 통과의례 정도로 생각했다. 연장수당을 받지 못하면서도 “내가 이렇게 챙겨 받을 거 다 받으면 사장님이 운영하기 힘들겠지”식의 논리로 모르는 척 넘어갔다. 그런 점에서 김민수씨의 “놀면서 돈 벌면 어떠냐”는 말은 충격적이다.
미래에 집주인을 꿈꾸고 집 닳는 걱정을 하며 조심조심 사는 세입자는 없다. 집에 고쳐야 할 곳이 있는데도 참고 사는 세입자도 없다. 집에 문제가 있다면 집주인과 부딪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자기가 사는 집의 문제를 모르거나 관심이 없을 수는 있어도 알고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청년유니온의 문을 열고 나오는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고, 그 곳에 등불을 밝히는 숙제를 받아 나왔다. 물론 혼자 풀 수 없는 문제지만, 같이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힘이 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저무는 태양에 그림자가 늘었다. 그 키만큼 내 발걸음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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