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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를 점거하라 18 – “모든 곳을 점거하라: 기업 권력에 맞서는 새로운 정치와 운동의 가능성” – 어느 토론회의 요약(2)

- 고병권(수유너머R)

지난 10일 저녁, 잡지 <더 네이션(The Nation)>과 대학 <뉴스쿨(The New School)>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가 있었다. 제목은 “모든 곳을 점거하라: 기업 권력에 맞서는 새로운 정치와 운동의 가능성(Occupy Everywhere: On the New Politics and Possibilities of the Movement Against Corporate Power)”. 사회는 <네이션>의 편집자(executive editor)인 리처드 김(Richard Kim)이 맡았고, 패널로는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 <쇼크 독트린(Shock Doctrine)>의 저자이자 칼럼니스트인 나오미 클레인(Naomi Klein), <네이션>의 전국 통신원인 윌리엄 그레이더(William Greider), <칼러라인>(colorlines.com)의 링코 센(Rinku Sen), 그리고 이번 점거 운동의 조직가 중 한 사람인 패트릭 브루너(Patrick Bruner)가 참여했다.
이 토론에서 패널들은 이번 점거 운동이 갖는 의미, 운동이 돌파해야 할 문제들, 앞으로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포괄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견해를 들려주었다. 참고로 이 요약은 토론을 보며 작성한 메모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에 정확한 인용은 아니다(즉 토론의 스크립트가 전혀 아니며, 토론을 보며 메모한 내용을 대화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토론 전체를 정확히 확인하고 싶은 분은 <네이션>의 홈페이지(thenation.com)에서 동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토론회에 참여한 패널들. 왼쪽부터 마이클 무어, 패트릭 브루너, 링코 센, 윌리엄 그레이더, 나오미 클레인

토론회에 참여한 패널들. 왼쪽부터 마이클 무어, 패트릭 브루너, 링코 센, 윌리엄 그레이더, 나오미 클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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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ard: 자 시작해볼까요. 리버트스퀘어에 가면 그야말로 다양한 주장을 볼 수 있습니다.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을 비판하는 사람들, 학자금 문제에 항의하는 학생들, 그리고 아이들의 [경쟁적 시험제도 등으로] 교육을 황폐화시키는 것에 항의하는 교사들, 게다가 거기서 명상을 하는 사람들, 또 드럼을 치고 연주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지금 이 점거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번 운동이 어떻게 이처럼 작동할 수 있었을까요.

Michael: 처음에 수백 명이 농성을 했어요. 그러다가 마치 들불처럼 번졌습니다. 왜 사람들이 이렇게 반응하지? 의제가 뭐야? 다음 스텝은 뭐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 미디어가 잘 보도를 하지 않지만 정말로 중요합니다. 이미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어요. 무엇보다 사람들의 절망감을 줄였고 실망이랄까 무관심이랄까 하는 것들을 없애버렸지요. 사람들은 이제 이러저런 대화를 서로 나누고 있습니다. 7주전만 해도 정부재정적자 상한(Debt Ceiling) 문제가 중심 의제였죠. 하지만 지금 보세요. 사람들은 의료보험 이야기를 하고 실업 문제를 이야기하고 학자금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제는 월가의 탐욕이 의제가 되어버렸어요. 이번 점거가 사람들의 의제를 완전히 바꾸어 버린 거죠. 누가 이번 점거를 조직했나? 골드만삭스, 시티뱅크, BP, … 이들이 이번 운동의 조직가들입니다(웃음).
굳이 이 운동의 출발점을 찾는다면 [위키리크스에 정보를 빼내준 군인] 브래들리 매닝(Bradly Manning) 아니었을까요. 그는 혐오스러운 지배 시스템의 문제를 보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거죠. 정부의 부패상을 접하고는 참을 수가 없었을 겁니다. 어쩌면 미국인 모두가 수면 아래서 부글부글 끓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그런데 이때 [패트릭을 보며] 당신이나 당신 친구들이 정말 천만다행으로 이번 운동을 제안한 거예요. 지금 농성 중인 게 리버티스퀘어의 수백명만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70% 가까운 시민들이 지지를 하고 있어요. 폭스뉴스 같은 데선 지금 점거를 정리하지도 못하고 이해도 못할 겁니다. 나는 정말 지도자도 없고 특별한 대표기구도 없는 이번 점거를 지지합니다. 난 정말로 기뻐요. 내 세대에 이 일을 보게 되어서 말이에요. 이 사악한 시스템, 공정하지도 않고, 정의롭지 못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이 시스템에 대해서 이런 일을 벌이다니. 정말로 기쁩니다.

Richard: 패트릭, 당신은 이번 점거의 조직가 중 한 사람입니다. 처음에는 경찰과 싸워야 했고 이제는 겨울과 싸워야 하게 되었네요. 이번 운동에는 맞서야 할 많은 도전 과제들이 있습니다. 당신들의 이 운동을 연구하려는 이들이 있다면 이게 어떻게 작동할 수 있었는지 설명해줄 수 있나요?

Patrick: 우리는 대단한 운동의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집트의 타흐리르 사람들이나 스페인의 ‘분노한 사람들’ 영향을 받았지요. 왜 우리 운동은 성공했을까요. 우리 운동은 분명히 과거의 전통 위에 있습니다. 그러나 또한 아주 새로운 운동이기도 하지요. 우리는 새로운 세대입니다. 우리는 정말로 많은 학자금 빚을 진 세대입니다. 자신들의 미래가 도둑맞고 이다는 걸 깨닫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엄청난 학자금 빚을 떠안고 있는 학생들, 아마도 여생을 그 빚을 계속 떠안고 갈 젊은 사람들 말이죠. 이 운동은 공간을 새롭게 창출하는 운동입니다. 우리는 주코티 공원을 점거해서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름도 리버티스퀘어로 새로 명명했구요. 물론 앞으로도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시작했습니다. ‘재정적자 상한(Debt Ceiling)’ 이야기는 정말 귀 따갑게 들었어요. 그러나 이제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이건 정말로 큰 이동입니다. 일종의 ‘심성변환(mentality shift)’, ‘심리적 중단(psychic break)’이 일어난 겁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1%가 47%의 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큰 불황이라고, 글로벌 불황이라고 말합니다만,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박살냈습니다. 우리는 잘 압니다. 지금은 역사상 가장 부유한 시대이고 이 나라는 가장 부유한 나라입니다.

Richard: 링코, 당신은 지금까지 여러 운동을 해왔습니다. 반인종주의. 반빈곤운동, 홈리스 운동 등. 월스트리트 점거에 대해 처음 나온 비판 중에는 이 운동이 너무 백인 중심의 운동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Rinku: 기존의 조직(organization)과 이번 점거(OWS)는 상당히 다른 운동입니다. 이것은 자율적인 운동이고 매우 영리한 운동이지요. 이것은 전통적 캠페인이 아닙니다. 글쎄요, 어떻게 말할까요. 보통 아이들이 얼마만큼 사랑하느냐고 말할 때, 두 팔을 쫙 벌려서 이만큼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두 손가락을 붙이고는, 둘 사이에 그 누구도 들어갈 수 없을 만큼 그렇게 다정하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도 있지요. 그처럼 이번 운동과 노동조합운동, 홈리스운동, 이주자운동의 거리는 아주 먼 것처럼 말할 수도 있고 정말 가까이 있는 것처럼 말할 수도 있겠죠.(웃음)
그런데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번 운동이 아주 다양하고 좋은데 단지 다양성(diversity)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가령 친한 친구가 파티를 열어서 초대 받고 갔지만 음악이 좋지 않으면 오래 머물 수 없잖아요. 디제이한테 음악을 바꾸어달라고 말하지 못하면 그냥 그걸 인정하고 나는 집에 돌아와버리는 식이죠. 전통적으로 소수자들이 겪었던 문제들, 가령 ‘레드라이닝(Redlining)’[소수자들이 집단 거주하는 특정 지역을 표시한 후 가령 은행 대출 같은 걸 잘 해주지 않는 행동, 특정 지역에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준다]이나 ‘약탈적 대출제도(Predatory Lending)’[가난한 사람이 갚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대출이자제도를 만들어서 결국 그들의 집 같은 것을 빼앗아버리는 대출방식] 같은 게 지금도 남아 있고 많은 소수자들이 힘들어하고 있어요. 이번 운동이 이런 문제들, 지역의 다양한 의제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런 운동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William: 나는 역사적 맥락을 환기하고 싶습니다. 1930년대의 급진주의(radicalism), 1960년대를 극단주의(extremism)[긍정적 의미로 이 말을 사용하고 있다]가 다시 살아난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운동의 힘은 지하의 강(underground river) 같은 거라고 할 수 있죠. 평소에는 안 보이지만 이게 표면으로 솟구치면 모든 것을 바꾸어 버립니다. 이런 운동들은 민주주의의 ‘본래적 약속(original promise)’을 실현하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원래부터 있던 그런 것들이 감춰져 있다가 위로 솟구치면서 드러난 것이죠.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과거 운동들과의 아이러닉한 유사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870-90년대, 미국 남부와 중서부의 농민들 운동. 이때는 산업자본주의가 발흥하면서 농민들이 구석에 몰릴 때입니다. 농민들은 이때 누구의 도움도 빌지 않고 스스로 난관을 헤쳐 나가려 했어요. 나는 여기서 지금 이번 OWS와 비슷한 면을 봅니다. 농민들을 외쳤습니다. “We have to do it for ourselves!” “Self-reliance!” 로렌스 굿윈(Lawrence Goodwin)의 <민중운동(Populist Movement)>에 이게 잘 기술되어 있습니다. 농민들은 창의적인 협동조합(co-opt), 그러니까 농업조합, 신용조합 등을 만들어냈어요. 이들의 운동이 실패하긴 했지만 농민들은 여기서 민주적 대화(democratic conversation)를 꾸려나갔어요. 이들은 정말 여러 곳에서 많은 회합을 가졌습니다. 지금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우리도 그들이 만들어낸 협동조합 같은, 창의적인 어떤 것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겁니다. 지금 우리가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를 물어야 합니다. 어떻게 이 사회가 재조직화되어야 하는가 하는 물음 말이죠. 누가 조직하는가, 바로 우리들, 민중들(people)입니다!

Naomi: 대안을 만들어내는 것(building alternative)과 체제를 뒤엎는 것은 같은 게 아닙니다. 지금 OWS는 그런 점에서 대단한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는 성공해야만 해요. 그런데 내 생각에 우리는 지금 이기고 있고 이기기 시작했습니다. 예로 들자면 ‘키스톤 엑스엘 파이프라인’ 건설에 대해 백악관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환호성!). 재검토는 보통 1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정부의 재검토를 못 견디고 빠져나갈 겁니다. 그러면 이 파이프라인 건설은 힘들 거에요.(박수) 처음에 이 반대 운동을 할 때 우리는 승리의 가능성이 1%나 될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희박한 가능성을 가진 운동이 이번 OWS가 없었다면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나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이번 점거가 사회적 의제를 바꾸어 버렸습니다. 기반이 이동해버렸어요(Ground has shifted).
사실 시애틀 이후 운동이 왕성했었죠. 그런데 ‘9-11’이 나면서 ‘반기업, 반자본 운동’의 기세가 확 꺾여 버렸고, 운동은 결국 ‘반전’과 ‘고문반대’ 쪽으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운동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각 지역에서 ‘파머스마켓(farmers’ market)’을 만든다거나 하는 운동들이 계속 퍼져나갔죠. 가령 ‘공동체 재생 에너지(community renewable energy)’ 같은 게 이제 대안으로서 떠오를 수 있는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이제 대안만들기(building alternative)에 대해 조금 말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간다는 것]. 일종의 ‘지역적 해결책(local solution)’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전에는 ‘에콜로지’와 ‘이코노미’를 상반된 것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이 똑같은 위기가 만들어내는, 함께 가야 하는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여러 문제에 봉착해 있습니다. 대중교통, 클린에너지, 새로운 공동체 형성 같은 여러 과제들이 있는데 운동들이 분산되어 있죠. 이 운동들을 하나로 꿸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이제까지 ‘분노 모드’에서 뭔가를 했다면, 이제부터는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Richard: 윌리엄스가 ‘자립(자기의존, self-reliance)’을 말하고, 나오미가 ‘지역적 해결책(local solution)’을 말했는데, 그러면 연방 정부의 역할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어찌 보면 정부야말로 이런 문제들을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아닌가요?

Naomi: 당연히 강한 국가 개입도 필요합니다. 국가 뿐만 아니라 국제적 운동도 필요하구요. 그렇지만 그와 동시에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것(empowerment), 탈중심화도 함께 해나가야 합니다. 가령 재생에너지를 말할 때, 그것은 현재의 중앙집중화된 에너지 시스템과 함께 갈 수는 없습니다. 절대 다수의 공화당원들은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 반면 다수의 민주당원들은 그것을 믿는다고 합니다. 왜 이런 과학적 문제들에 대해 이데올로기적 분열이 일어날까요. 그 이유 중 하나는 지금 시스템으로 이득을 취한 사람들이 탈중심화를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죠. 국가 개입이 필요하긴 하지만 우리는 거기에 대해 매우를 주의를 기울이고 조심해야 합니다.

Richard: 마이클, 당신도 전국적 의료보험 통합지급 시스템(single-pay system)을 말하고 있는데 어떤 생각인가요.

Michael: 지금 OWS는 유아기라고 할 수 있어요. 앞으로 더 커질 것입니다. 나오미도 환경 이슈에 대해 말했지만, 우리가 임계점(tipping point) 자체를 만들 수는 없어요. 그저 그것은 일어나는 겁니다. 그런데 ‘에드버스터’라는 단체가 OWS를 제안했어요. 이제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 중 하나도 자기를 99%로 칭합니다(웃음). 뱅크오브아메리카도 카드 거래 수수료 5달러 부가방침을 철회했지요. 이 운동이 얼마나 영향을 행사하는가를 보여줍니다. 그들은 지금 두려워하고 있어요. 우리에게 간당간당 남아 있는 민주주의의 원칙 중 하나가 1인 1표제죠[미국 연방대법원이 법인도 인격이므로 후보 지지 광고를 할 수 있다고 판결, 현재 사람들이 ‘돈’이 말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기업은 인격을 갖지 않는다’는 운동을 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희생자(victim)의 역할을 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야 해요. ‘점거(occupation)’라는 말이 이스라엘 옆의 가자, 중동 등에서 보도될 때, 그동안 미국에서 이 단어는 ‘더러운 말(dirty word)’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나라에서 이게 일어나면서 말의 의미가 완전히 바뀌어 버렸죠. 우리는 이 운동을 장난이 아니라 아주 심각한 것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비유컨대 배가 지금 들어왔는데 곧 떠날 겁니다. 배 들어왔을 때 뭔가를 해야 해요. 기회가 자주 오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이 말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점거는 꼭 여기서만 해야 하는 게 아니라는 것. ‘난 뭘하고 있지’, ‘나는 OWS에 참여하기 위해 뭘 할 수 있지’를 물어야 합니다. 단 두 명이서라도 이 운동은 할 수가 있어요. 맑스와 엥겔스 두 늙은이가 런던에서 시린 손을 꼭 맞잡고 거대한 운동을 만들어내지 않았습니까(웃음). 우리가 적극적으로 말해야 합니다. 더 이상은 이런 체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이런 체제의 종언을 선언하고 과감하게 운동을 해야 해요.

Richard: 내년에는 선거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가진 양당제랄까 이런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요.

William: 로렌스 굿윈을 다시 인용하자면 운동에는 어떤 순서가 있어요. 첫째, 체제의 심장에 공포를 심어줘야 합니다. 지금의 대의제를 타파하고(break representative system) 다른 것으로 바꾸어야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민주적 대화의 과정이 중요합니다. 내가 조심스럽게 제안해보자면, 우리가 이 운동에서 ‘티파티 운동’의 참가자들, 중소자영업자들, 군인들과 협력을 하도록 노력을 했으면 합니다. 중소자영업자들의 경우 우리와 굉장히 많은 공유점을 갖고 있습니다. 글로벌화에 대한 반발, 대기업 문제에 대한 태도 등에서 말이죠. 군인들의 경우에도 그들 스스로, 자신들이 이용당하고 있음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Patrick: 티파티와 OWS. 사실 공화당 론 폴(Ron Paul)의 지지자들이 이미 OWS에 와서 피켓들고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사실 여기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 오바마 지지 하지 않았나요? 그런데 바로 그 오바마는 월가에서 가장 많은 돈을 받은 사람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정치적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해요. 우리가 두 당이 우리를 대의할 거라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돈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지 시민들에게 영향받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처음에 티파티도 어떤 요구와 필요에서 나왔겠지만 기존 정당[공화당]에 흡수되면서 그런 목소리가 금세 사라졌죠. 게다가 티파티 안에는 상당한 인종차별적 요소가 들어 있기도 합니다. 나는 우리가 의회제도에 말려들어가지(involve)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정부로부터 나오는 동력을 이해할 수 있지만, 최소한 지금의 형식에서 볼 때, 정부는 그 자체로 타락한 기구입니다.

Rinku: 내가 [대형식료품점인] 세이프웨이(Safe Way)에서 겪은 일입니다. 거기서 몇몇 노동자들이 불형하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노조의 합법적 자격갱신(recertification)이 거부되었나봐요. 내가 노동조합 문제에 관심이 많기에 무슨 일이냐고 물었죠. 내게 직접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유색인인] 내 앞인데도 ‘흑인과 라틴계 놈들이 온갖 복지를 다 차지한다(Blacks and Latinos get all welfares)’고 하는 거예요. [백인 노동자들이 경제적 분노를 유색인에게 돌린다는 걸 지적한 것]. 사실 지역에 모든 걸 맡기는 건 매우 위험합니다. 연방 정부의 보호는 필요해요. [지역의 인종차별 정책에 연방이 개입해서 그것을 깨뜨려온 역사를 참조]. 공중의 의지(public will)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해요. 결국에는 우리가 그런 사람들하고도 뭔가를 함께 하기는 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방정부의 역할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지금과는 조금 다른 역할을 기대합니다. 아나키즘과 자유주의(liberitarianism)은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상당히 유사한 점이 있죠. 아나키즘은 자치를 요구하고 리버리테리언은 정부는 물러서고 개인이 책임지라고 합니다. 하지만 힘없는 사람들은 여전히 정부의 역할을 필요로 합니다.

Michael: 사실 티파티란 게 코흐 형제(Koch Brothers)가 뒷돈 대서 만든 거 아닙니까. 대선 때 오바마 반대 운동하느라고. 아주 인종주의적이고, 사실 별로 기대하지 않습니다. 여러분, 추수감사절 때 공화당 지지자들 만나면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세요. 우리는 서로 반대하는 것보다는 공통적인 게 많다고. 하지만 설득하려고 너무 시간을 들이지는 마세요(웃음). 그들과 우리들은 다른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입니다. 오바마가 천만표 차이로 이겼는데, 그것을 분석해보면, 백인 중에는 18-29세 그룹에서만 이겼어요. 결국 뭔가를 새로 바꾸어갈 세력은 젊은 친구들이죠. 이 친구들은 아주 부조리한 것을 그대로 보아 넘기지 않고 참지 않습니다. 굉장한 에너지를 가진 그룹이에요. 그건 그렇고 헌법수정(Constitutional Amendment) 같은 걸 요구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사람이 아닌 기업 중심의 문화라든가 돈에 매몰된 정치를 방지할 수 있는 헌법수정 같은 걸 생각해 볼 수 있지요.

Rinku: 이민자가 증가하는 것은 나로서는 긍정적 소식이지만 기존의 백인들과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하기는 해요. 그들도 나의 이웃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 가령 투표 억제(Voter Suppression)가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유권자 신분 확인법(ID Law)[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요구하는 것. 직업이나 운전면허가 없는 경우 사진부착 신분증을 제시하기 어렵다] 같은 거죠. 지금 이번 점거 시위의 승리를 말하기는 너무 이릅니다. 아직 해야할 일이 참 많아요. 물론 우리가 이걸 해나간다면 우리는 이기는 거겠죠.

Richard: 패트릭에게 질문이 하나 들어왔습니다. 이제 겨울을 어떻게 날 건지, 우리가 어떻게 도와야 하는 건지 말해 달라고 하는데요.

Patrick: 다양한 기부(donation)를 해주세요(occupywallst.org 참고). 현재 많은 이들이 돕고 있습니다. 열기도 뜨겁고요.

Michael: 알래스카 ‘아큐파이 앵커리지(Occupy Anchorage)’ 쪽에서 겨울나기에 대해 자문해줄 용의가 있다고 들었어요(웃음). 겨울에 이글루 만들 생각이 있다면 뉴저지의 얼음 회사에서 자신들이 대주겠다고도 하던데.(웃음)

Patrick: 리버티스퀘어, 이 자리에서 산다는 것은 다른 운동과 이 운동이 다른 부분입니다. 아주 중요한 면이죠. 우리는 이것을 포기할 수 없어요. 우리는 결코 떠나지 않을 겁니다. 겨울이 물론 힘들겠지만 모두 열심히 할 거예요.

Richard: 나오미의 생각을 듣고 싶어요. 당신은 유럽, 아르헨티나 등 여러 지역의 운동들에 대해서 알고 있지 않습니까. 이제까지의 운동들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습니까?

Naomi: 유럽에서는 여러 해 동안 운동이 있어 왔지만 모두가 짓밟혀버렸어요. 별 성과를 얻지 못했죠. 자유무역거래가 민주적 주권 공간을 죽여버렸어요. 유럽 단일 통화에서 보면 알지만 개별 주권을 제약하지요. 이런 흐름들이 민주주의를 공허하게 만들고 소수의 관료나 금융가들이 나라를 운영하는 꼴을 만들어버렸어요. 여기에는 구조적 장벽(structural barrier)dl 있는데, 이는 힘의 구조(structure of force)에서 생겨납니다. 기업, 미디어 등이 힘의 구조를 형성하지요. 그리스의 국민투표 같은 것도 조작적인(manipulative) 것이고 별로 호응을 받지 못했어요. 우리가 봉착한 것은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의 한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볼리비아의 예를 들어보면, 실제 이 나라를 지배하는 것은 신자유주의 정책이죠. 아르헨티나에서는 이런 정책에 반대하는 흥미로운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내가 <테이크(The Take)>라는 다큐멘터리[2001년 아르헨티나 경제위기 때 노동자들의 자율적 공장 점거를 다룬 에비 루이스(Avi Lewis)와 나오미 클레인 작품]에서도 소개한 건데요.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해고되니까 이들이 공장을 점거하고 거기서 캠핑을 했습니다. 이들은 점거를 유지하기 위해 거기서 옷을 만들어서 팔았지요. 자율적으로 공장을 운영했어요. 네이버후드 어셈블리(Neighborhood Assembly) 같은 걸 통해서 스스로 운영을 했죠. 옷을 만들기도 하고, 타일 같은 걸 만들어서 기부도 하고… 그런데 미국에서는 아직 이런 활동이 일어나지 않고 있어요. 내가 정말 듣기 싫은 말 중의 하나는 ‘사람들은 최악에 이르러서야 뭔가를 하기 시작한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지금 밟아야 할 단계는 첫째가 ‘점거(occupy)’이고, 둘째는 ‘저항(resist)’-대상은 보통 경찰인데-이고, 셋째, 제일 중요한 단계가 ‘생산(produce)’입니다. 이 프로듀싱, 뭔가 만들어낸다는 게 정말 중요하다. 가령 지금 아르헨티나의 경우 네이버후드 어셈블리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만든 공장은 그대로 남아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점거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우리도 무엇을 만들지 고민해야 합니다.

William: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어요. 우선 헌법수정(Constitutional Amendment). 우리가 우리에게 필요한 수정들(Amendments) 몇 개는 만들 수 있습니다. 기존 법 중에서도 지켜지지 않는 게 있어요. 가령 프랭클린 루즈벨트(FDR) 때 만든 와그너법(Wagner Act) 같은 것. 이게 오랫동안 무시되고 있는데 우리는 왜 침묵을 지키는지 모르겠습니다. 둘째, 채무 탕감(Debt Forgiveness). 여러 사회에서 모든 채무를 탕감하는 ‘희년’이라는 게 있는데요, 미국식 희년 제도를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위기에 대한 진정한(genuine) 경제적 도덕적 답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여기에는 학자금대출이나 주택대출을 다 포함하는 것이고, 이를 우리가 정치의 중심 의제로 제기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많은 경우 은행들은 특정한 정도의 부채는 회수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는 것이죠. 결국 자본주의란 어느 정도 회수되지 않는 채무는 그 안에서 다룰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 레벨로 가면 개인을 망가뜨리고 마는 장치가 됩니다. 채무를 탕감하는 것은 성경에도 있는 정신이죠. 실제로 대형은행들도 이런 탕감을 받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왜 개인들에 대해서는 그걸 할 수가 없단 말입니까.

Michael: 우리는 지금 스물두 살 된 젊은이들을 채무감옥(Debtor’s Prison)으로 보내고 있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이 젊은이들은 자기 삶에서 뭔가를 탐구하고 실험해보고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다 박탈당해버리죠. 이로써 우리 사회가 잃는 걸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다양한 문화유산이라든가 예술이라든가, 그들이 이루어낼 수 있는 성취들을 우리는 잃어버리는 겁니다. 그들이 빚을 갚기 위해 20년, 그 이상을 허덕이는 동안 결국 우리 사회는 그만큼 희생을 당하고 있는 겁니다.

Richard: 모두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져볼게요. 지금 점거 중인 리버티스퀘어를 가면 굉장히 활기차고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한 블럭만 더 가면 사람들은 여전히 옛날처럼 쇼핑을 하죠. 우리는 갑자기 외롭게 느껴집니다. 우리가 지금 점거 운동을 확장시키는 데 가장 큰 장애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Patrick: 리버티스퀘어 그 자체가 이 운동의 가장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이 광장을 점거함으로써 이 운동이 리버티스퀘어라고 하는 이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사실은 그런 게 아닙니다. 이 운동은 모든 사람이 모든 곳을 점거하자는 운동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운동은 절실하고 이 운동을 퍼뜨려나가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노력을 해야 해요. 많은 제약과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나는 우리가 그런 것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William: 우리 역사 속에서 이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자고 말하고 싶어요. 성공적인 운동들은 그런 캠페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가르치고 훈련하는 과정들을 통해서 성공적으로 이끌어져왔습니다. 로렌스 굿윈의 책 이야기를 다시 하자면, 19세기 말에 농민운동을 할 때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것은, <내셔녈이코노미스트(National Economist)>, <내셔널 리폼 프레스 어소시에이션(National Reform Press Association> 등 입니다. 이들이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사람들을 교육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죠. 이 당시 사람들을 공통적으로 묶었던 변수는 가난이라는 것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 우리는 그보다는 훨씬 큰 테두리로 묶일 수 있다. 그만큼 폭이 커요.

Naomi: 우리의 가장 큰 적은 두려움에서 생겨난 오랜 못된 습관들인 것 같습니다. 이 운동은 한편으로 굉장히 흥미진진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해요. 왜냐면 우리가 시도하는 것은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고, 전지구적인 차원에서 이제까지 해보지 않은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공포가 우리로 하여금 이 운동을 예전에 해왔던 식으로 관성적으로 해나게 할 위험이 있지요. 내가 특별히 하고 싶은 이야기는 옆의 동료들을 아주 따뜻하게 대해주었으면 하는 겁니다. 우리가 싸우고 있는 적은 역사상 가장 강한 적이고 그래서 우리는 서로 협력해야 하는데, 우리 좌파들의 과거가 내부적인 분열이라든가 이런 것에 시달려왔고 때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을 합리화하려는 관성들이 있었어요. 그런 점에서 우리는 우리 동료들과 특별히 힘을 다 합쳐서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자신의 가장 큰 적은 우리 자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운동에서는 창의적 정신이 참 중요합니다. 가령 이 운동을 예술적인 것과 결합시킨다든가, 새로운 실험들을 해본다든가. 우리가 해보지 않은 운동을 하는데 이런 것들이 용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겁니다.

Rinku: 이 운동이 지금처럼 많은 이들이 컨센서스를 이루는 운동이 되지 않고, 다시 위계질서를 세우고 그것에 따르는 예전의 운동을 반복한다면 그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컨센서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고 여러 사람이 이 과정을 경험해나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Michael: 우리는 긍정적사고(optimism)로 무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냉소주의를 떨쳐버립시다. 물론 긍정적 태도를 갖는 것, 낙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죠. 하지만 우리가 낙관한다고 해서 그게 우리를 죽이진 않아요(웃음). 난 토마토를 못 먹었었는데 [최근] 토마토를 처음으로 먹어보게 되었어요. 그것 먹고 죽지 않더군요. 그렇게 두려웠는데 말이죠(웃음). 그런 점에서 자꾸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보고 지금 운동을 하는 젊은이들로부터 뭔가를 열심히 배우려 할 필요가 있어요. 이 운동은 리더가 없는 운동이고 그런 의미에서 모든 사람이 리더인 운동입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 ‘당신의 주변을 점거하세요(occupy your neighborhood)’. 크레딧 카드를 안 쓰는 것, 대형은행에서 지역은행으로 돈을 옮기는 것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많아요. 가장 큰 문제는 고립감(sense of loneness)입니다. 이런 것들이 굉장한 공포를 주죠.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미국은 결코 공화주의자들이 지배하는 그런 보수적인 나라가 아니에요. 반대로 미국은 대부분의 주제들에 있어서 진보적인 입장을 지지한 사람들이 다수입니다. 전쟁에서 반대하는 것,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 다만 사형문제 정도가 예외일까. 대부분 논란이 되는 주제들에서 다수가 지지하는 것은 진보적인 의제입니다. 생각해보세요. 페미니즘이 처음 나타났을 때도, 베트남전 반대운동도, 인권운동도, 처음에는 다 엄청난 반대에 부닥쳤습니다. 그래서 이런 운동들이 동력을 얻는 데는 여러 해가 걸렸죠. 그런데 지금 아큐파이 월스트리트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엄청난 지지를 받는 운동이 되었어요. 이것이야말로 개개인들이 뭔가 창의적인 것을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토양이죠. 그래서 스스로가 자기 운동의 대변인이 되고 자기 운동의 리더가 되고 그래서 자신들의 이야기들을 했으면 좋겠어요. 나를 포함해서 여기 나온 사람들이 당신들의 대변인이라고 생각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William: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어느 시점엔가 갑자기 밖으로 튀어나와서 모든 것을 바꿔버리는 그런 것을 우리가 지금 맞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런 운동은 위험성이 아주 큰 기획이라고 할 수 있죠. 실패하기도 하고 짓밟히기도 하고, 한쪽으로 밀쳐지기도 하고. 이런 운동들은 아주 쉽지 않은 것들이지만 계속해서 또 다시 돌아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에 대한 거시적 관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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