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반시대

오늘 얼마나 드셨어요, 방사능? – 카페 차일드세이브 인터뷰

- 이한준

카페 차일드세이브 인터뷰(http://cafe.naver.com/save119)

 

방사능 측정기와 하루를 시작한다. “삑~” 110 나노시버트. 기준치 이하다. 주방으로 들어가 음식물을 꼼꼼히 살핀다. 재료들의 원산지를 알아보고 통조림의 제조날짜를 확인한다. 방사능 연구원의 일상이냐고!? NO! 방사능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는 모임(차일드세이브)회원들의 일상이다. 3월 11일 이후 그들은 더 이상 평범할 수 없었다. 아니, 평범하길 거부했다. 정부는 더 이상 가족의 안위를 책임지지 않았고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앵무새에 불과했다. 그 덕(?)에 평범한 주부들의 삶은 복잡해졌다.

# 3.11 이전과 이후……

3월11일. 세계 최고 원전 기술을 자랑하던 일본이 자연재해 앞에 무너졌다. 타국의 원조를 거부한 채 무너진 자존심을 끝까지 지키려던 그들은 결국 방사능을 누출시켰다. 미국에선 낙진에 대비한 요오드를 사재기하는 현상이 벌어졌고 독일 기상청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방사능의 경로를 추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을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그러나 정작 당사국인 일본은 문제를 축소시키기 급급했고 한국은 ‘편서풍드립’을 날리면서 스스로를 안전지대라 칭하고 있었다. 정부는 ‘문제없다’는 말과 함께 일본산 식품을 밥상에 올려주었다. 일본산 밀가루가, 일본산 생태가, 일본산 화장품이 집안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내가, 남편이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방사능에 노출되고 있었다. 남의 일이 아니었다.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하고 싶었지만 전문지식이 부족했다. 이런 엄마들의 관심이 82쿡, 한류열풍카페를 중심으로 퍼졌고 ‘차일드 세이브’라는 카페가 생겼다. 서서히 사람들이 모였고 환경 운동가부터 방사능 연구원까지 힘을 보탰다.

# 유별난 아줌마? 유일한 아줌마! (무관심한 사회)

노원구 아스팔트 철거현장

일상의 피폭을 피하려면 방사능 측정기가 필요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몸값이 치솟던 방사능 측정기는 최소 100만원이었다. 그렇다고 세슘을 칼슘처럼 먹고 살 수는 없는 법. 결국 회원들은 측정기를 공동구매했고 측정한 정보를 카페에서 공유했다. 어떤 먹거리가 안전한지, 일본산 원료가 들어간 제품은 어떤 것인지, 바깥의 공기는 안전한지 등등. 일본산 원료를 쓰는 회사에 시정조치를 요구했고 원산지가 불분명한 제품은 전화를 걸어서라도 확인을 받았다. 식재료를 꼼꼼히 따져 요리했고 고가의 장비로 거리 이곳저곳을 측정했다. 이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자 유별난 아줌마라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전문적인 방사능분야에 아줌마들이 거는 태클이 못마땅했던지 보수언론들은 그들을 사회 불안세력으로 몰아붙였다. 이웃집 불난 것에 왜 이리 호들갑이냐는 뉘앙스였다. 결국 그 유별난 아줌마들이 대형 사고를 쳤다. ‘노원구 아스팔트 세슘 발견’ 세슘은 인공 핵분열로만 생성되는 물질이다. 난리가 났다. 서울시장이 전수조사를 지시했고 노원구 월계동 아스팔트는 즉시 철거되었다.

# 세슘이 칼슘인가요? (위기의식 없는 사회)

노원구 세슘 아스팔트 사건은 차일드 세이브의 회원들이 거둔 큰 쾌거지만 사회의 안전 불감증은 여전하다. 세슘이 검출된 아스팔트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호 장구를 미착용 하는가 하면 수거된 아스팔트 처리문제를 두고 정부와 노원구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아스팔트는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노원구 근린공원에 방치돼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차일드 세이브의 회원들은 정부의 시스템 구축과 사람들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아무런 관심이 없으니 대책도 방법도 없다는 이야기다. 사실, 우리들이 먹고 마시는 빵, 우유, 생선 등의 원산지 표기엔 문제가 많다. 일부 유명 제과점은 최근까지 일본산 밀가루를 사용했고 시판되는 햄 포장용지의 대부분은 일본산이다. 하지만 밀가루가, 포장지가 일본산이라 표시할 의무는 없다. 제조과정이 복잡하고 표기 의무도 없기 때문에 일본산을 피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방사성 물질은 한 번 흡입으로 암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플루토늄이나 스트론튬이 그렇다. 방사능을 환경호르몬 정도로 인식하는 우리로 인해 우리의 아이들과 그들의 아이들이 평생 고통 속에 살아야할지 모른다. 이에 차일드세이브 회원들은 이야기한다. 관심을 넘어선 행동이야말로 우리를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을 지키는 일이라고.

# 현재를 사는 사람들

아줌마들이 더 바빠졌다. 노원구 아스팔트 사건 이후 언론과 사람들의 엄청난 관심 덕분이다. 하지만 마냥 좋아 할 일은 아니다. 문제에 조금 더 접근하기 위해선 전문적인 인력이 필요하고 한번에 2~300만원을 넘어가는 시료채취 검사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민이 늘었다. 현재는 2차 시료 분석을 앞두고 회원들끼리 자발적 모금행사를 하고 있다. 물론 이들이 원전을 조사한다거나 방사능이 신체에 가하는 역학관계까지 조사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먹는 과자와 빵이, 생선과 야채가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지 아닌지는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원전이 어떻고 유전자 변형이 어떤지도 중요하지만 현재 내가 먹고 마시고 숨 쉬는 이곳의 안전성을 보장받는 일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문제의식은 오늘을 사는 사람의 감수성이다.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 방사능의 문제는 내일이 아닌 지금의 문제이며 ‘그’들이 아닌 ‘우리’들의 문제이다. 그렇기에 포기할 수 없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 아줌마도 나도 그리고 당신도.

응답 3개

  1. 한동철말하길

    이 중요하고도 긴급한 외침이 “박근혜 정부 인수위”에도 제안이 되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이제까지 정부와 사회의 책임있는 기관들이 수산물 등 방사능 오염 가능 식품 문제를 너무나 안일하게 다루는 걸 보면 심히 우려되고 우려됩니다. 귀회의 고귀한 활동에 찬사를 보냅니다.

  2. 이보아말하길

    정부의 무대책은 끝이 없습니다. 법률 당연히 허술합니다. 그 허술한 법률에 기대 우리 모두를 위험 속으로 스멀스멀 빠져들게 하고 있는 정부.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우리가 할 일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 정부의 방사능 무대책에 대한 국민소송(헌법소원)에 참여할 원고를 모집 중입니다. http://kgreens.org/1073 으로 가서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3. 낙타말하길

    유별난 아줌마들의 유별난 활동이 전 세계의 원전 수출 수입 구조를 막는 데까지 나아가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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