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반시대

5번째 겨울, 거리에서 희망 새기기

- 오수영(재능노조)

수수료재협상과 해고협박철회를 요구하며 시작한 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의 거리농성이 5번째 겨울을 맞이하며 여전히 진행 중 이다.

해가 갈수록 겨울의 찬바람은 몇 년 만의 한파라며 기록을 갱신하면서 세상을 꽁꽁 얼어붙게 했다. 그와 함께 재능교육자본의 노동조합원들에 대한 탄압의 강도도 한파만큼 춥다. 구사대를 동원한 폭력철거, 가처분, 단체협약 일방해지, 조합원 전원해고, 살림살이 압류경매처분, 신용불량자 등재, 수 십 건의 고소 고발, 20억 손해배상청구, 용역깡패동원 성희롱․폭행․테러․허위집회신고 등등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는 일들을 매일매일 당하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거리에 서있다.

며칠 전 새벽, 농성장 문 앞에서 한 중년의 사내가 엉엉 울고 있었다. 처음보는 낯선 얼굴이라 놀랐는데 얼마 전 1년 후 복직 합의를 하며 사람들 마음에 “희망”을 새긴 한진중공업 조합원이었다.
본사 앞에 텐트도 치지 못하고 차갑게 얼어붙은 차량에서 철농을 하던 숱한 밤에도 많은 이들이 술에 취한 밤이면 화를 삭이지 못해 혜화동 본사 앞에 찾아와 철문을 두드리고 화분을 엎어놓고 가기도 했다.

우린 왜 사람들 마음에 미안함과 슬픔으로 여전히 남아있는가?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선생님들은 아마도 우릴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우리를 알고 있는 선생님들도 우리를 잊어버리고 싶어 할지 모른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3800명의 조합원들과 함께 현장에서 목소리를 냈던 날들은 12년의 시간동안 채 4분의1이 안 된다. 대부분의 시간은 재능교육자본의 노동탄압에 맞서 현장에서 거리에서 악다구니를 하며 싸워야만했다. 그리고 그 수많은 이들이 상처난 마음과 패배의 쓰라린 기억으로 다시 일어서지 못하고 떠나가야 했다.

그런데도 연전히 우리는 12명이 남아 거리에서 싸우고 있다.

12명 해고자의 전원복직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는 11명만 현장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99년 노동조합을 만들고 그 긴 시간을 함께해온 그녀가 병마와 싸우며 질긴 생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지금도 병원에 들려 얼굴 보여주는 것도 힘든 그런 날 들을 보내고 있다.
고작 12명이 거대한 재능교육자본과 투쟁하고 있지만 적들보다는 내 앞에 있는 동지끼리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 내며 “투쟁”을 계획하고 실행하면서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몸과 마음이 망가지면서…

우리는 왜?

우리의 요구는 투쟁했기 때문에 빼앗겨버린 노동조합인정과 해고자 전원복직이다. 저마다 조금씩 다른 꿈을 꾸면서 거리에 서있다. 99년 12월 33일간의 점거파업으로 만들었던 “우리의 사랑 우리의 꿈 재능교육교사노동조합”을 다시 일으켜 세워 현장에서 웃으며 일했던 그런 날을 다시 만들고 싶은 사람, 10년간의 해고자 생활을 청산하며 예쁜 양복입고 커다란 관리가방을 등에 매고 출근하고 싶은 사람, 투쟁했기 때문에 빼앗겨버린 노동조합의 이름을 다시 찾고 싶은 사람, 거대한 자본의 무차별 공격에 망가져 버린 생을 복수하기 위해 재능교육 간판을 내려 버리고 싶은 사람, 사랑하는 아이들과 나를 믿고 함께 해준 동료들에게 돌아가고 싶은 사람.

우리가 돌아갈 재능교육은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곳이어야 한다. 매달 성실히 일하고도 가짜회원회비로 얇아진 월급봉투에 맘 아프지 않아야 하고, 아이들 앞에서 “학습지교사”라는 명함이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회사의 엄청난 성장에 밑돌이 되어 죽어나가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우린 선심 쓰듯이 회사가 제안한 노동조합 인정 없는 순차복직도 선별복직도 받을 수 없었다.

우리의 싸움은 앞으로도 얼마나 더 길어질지 모른다.
우리의 요구는 소박하지만 그 소박한 요구에 자본도 권력도 잔뜩 겁을 집어먹고 조금도 내주지 않겠다고 한다.
노동자였던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노동자성”을 빼앗고 무한한 착취를 일삼는 추악한 권력과 자본에 맞서 12명이 맞장을 뜨고 있는 우리의 “동화”가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로 끝날 수 있게 그래서 모두의 마음에 “희망”을 만들 수 있었으면 한다.

이렇게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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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저녁 7시 시청 재능교육을지사옥 앞 문화제에 연대를
-시청 농성장에 놀러 와주기.
-재능투쟁을 화제로 수다 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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