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지가 쓰는 편지

내가 누구게

- 윤석원(전 전교조교사)

동화(3~4세)

하버지: 얘들아, 우리 동물원 놀이 하자. 동물 흉내를 잘 내야 홍아가 잘 맞출 수 있어요.

아빠: 그래요, 제가 먼저 낼께요. 홍아야, 나의 날카로운 발톱과 뾰족한 송곳니에 누가 맞 설까. 어흥, 힘세고 무서운 난 동물의 왕이란다. 홍아야, 내가 누구게?

홍아: 사자

엄마: 사자야, 나 잡아 봐~라. 용~용 죽겠지. 내 몸에 꽃무늬가 예쁘단다. 날씬하고 튼튼한 내 다리 부럽지. 나는 누굴까?

홍아: 몰라.

엄마: 사슴은 사슴인데, 몸에 꽃무늬가 있어서 무슨 사슴?

홍아: 아, 꽃사슴

하머니: 홍아야, 나는 빠~알간 눈에, 커다란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가 독수리가 나타나면 재빨리 풀 섶에 뛰어가서 숨바꼭질하는 나는 누구일까?

홍아: 토끼

하버지: 얘들아,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하면서 내가 방망이를 두드리면, 방망이 밑에 금과 은이 수북이 쌓인단다. 내가 누구니?

홍아: 몰라

하버지: 아, 도깨비 방망이 얘길 못 들어 봤구나. 이따가 도깨비의 요술 방망이 얘길 들려줄 께.

아빠: 나는 엉금엉금 기어 가다가 여우가 잡아먹으려하면 목과 팔다리를 등딱지 밑으로 바 짝 움츠리지요. 그러면 단단해져서 깨물 수가 없고 여우는 떼굴떼굴 굴리기만 하지 요.

홍아: 거북이

엄마: 나의 눈은 기다란 자루 끝에 달려 있고 볼 때는 세웠다가 안 볼 때는 몸 안에 넣기도 하지요. 발가락은 열 개인데, 엄지 두 개는 집게 발가락이지요. 옆으로만 기어다니는 나~는?

홍아: 아, 그거, 게

하머니: 이번에는 홍아가 흉내내며 설명해봐, 내가 맞출 께.

홍아: 나두 할거야. 두 발로 걸어 다니며 동물들에게 밥도 주고 병도 고쳐주며 같이 놀아주는 나는 누구야?

하머니: 아, 그거 참 어렵네. 혹시 홍아? 사람?

홍아: 우아, 우리 하머니 너무 똑똑하다. 나는 사람 동물이 젤 좋아.

하버지: 그럼, 홍아야, 게도 홍아처럼 먹고, 입고, 자고, 놀고, 싶어할까.

홍아: 몰라.

하버지: 게는 게로 태어났으니까 게로 사는 것이 좋단다.

홍아: 왜?

하버지: 게는 사람처럼 두 발로 앞으로 걷는 것보다 열 발로 옆으로 기는 것이 훨씬 빠르고 편하단다. 게가 사람처럼 옷을 입으면 움직일 수가 없어. 물가나 물 속에 게의 먹이가 많기 때문에 게는 물에서 살아. 그럼, 홍아야, 두더지는 홍아처럼 먹고, 입고, 자고, 홍아처럼 놀고 싶을까.

홍아: 아니, 두더지는 두더지처럼 놀고 싶어.

아빠: 홍아야, 두더지는 어떻게 놀대?

홍아: 두더지는 땅속에서 굴을 파고 친구를 찾아다니며 놀아.

아빠: 와! 우리 홍아가 금방 똑똑해졌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