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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만필

2011년 화제의 식품, 소금.

- 김융희

몇 년 전부터 사자성어(四字成語)로 한 해를 짚어보는 행사가 교수신문의 주선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올 해는 엄이도령(掩耳盜鈴)이 선정되었다고 들었다. 고사성어사전(지소림 간, 이상우 역편)을 찾아보니 ‘약은 수를 써서 남을 속이려 하나 아무 효과가 없음을 이르는 말’로, 옛날 범(范)씨가 망함에 거기서 종(鐘)을 얻은 자가 있었는데, 이것을 짊어지고 다니려 했으나 커서 지고 갈 수가 없으므로 망치로 부셔서 가져가려 했지만, 이번에는 소리가 날까 두려워 스스로 자기 귀를 막았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라 적혀있다.

뜻이 좀 애매하여 대사전을 보니 ‘귀를 가리고 방울을 훔친다’는 뜻으로 ‘남들은 모두 자기의 잘못을 아는데 그것을 숨기고 남을 속이고자 함’의 비유로 쓰이는 말이라고 적혀있다. ‘눈 가리고 아웅’이란 더 쉬운 우리말이 있다. 정치적인 야유가 물씬 느껴진다. 한 해를 사자성어로 짚은 것처럼, 나도 한 해를 넘기면서 일상 느끼는 경험을 토대로 특별히 짚어 볼 것이 없을까를 생각해 본다. 물론 정치는 관심 밖이다.

년 말 이맘때면, 흔히 쓰이는 ‘다사다난의 해’라는 표현처럼, 떠오른 여러 생각들, 어려웠던 많은 일들이 스친다. 매스컴에서도 국내외 10대 뉴스 등 특별 화젯거리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신문도 읽지 않는 내게는 나랏일 같은 큰일들은 과분하다는 생각이다. 평상 생활 중의 경험을 통해 생각해 본 중대한 것, 무엇이 없을까? 없을 것 같았으나 찬찬히 생각하면 떠오른 일들이 많이 있다. 그 많은 것들 중에서 하나를 고른다면, 나에겐 ‘식료의 소금이 올 해의 화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물과 공기 햇빛, 그리고 식품에서의 소금은 생명의 존재와 유지에 절대적 요소인 우리의 삶과 불가분의 물질이다. 특히 생명과 직결된 필수 관계임에도 소금을 우리는 일상 관심 밖으로 너무 소홀케 취급되고 있는 것 같다. 환경 생태계의 파괴로 인한 지구 오염의 심각성으로 물과 공기, 그리고 에너지 고갈로 인한 햇빛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근래에 들어 많이 높아지고 있는 편이지만, 소금의 존재는 그의 역할에 비해 아직도 관심 밖으로, 오히려 현대인들은 소금이 마치 성인병의 주범인 것처럼 취급되고 있음이 현실이다.

햇빛, 공기, 물, 그리고 소금의 우리에게 베푸는 혜택과, 그들이 없는 지구를 생각해 보라.
너무 많고 쉽게 얻을 수 있어서 그들의 역할과 존재를 망각하고 외면하는 어리석음을 다시 한 번 반성해야 할 우리들의 중대한 결단의 때가 아닐까 한다. 더구나 햇빛 물 공기는 덜 하지만, 이처럼 소금에 대한 역할의 강조를 의아하게 여길 분들이 있을 것 같다. 이것이 바로 소금의 역할과 혜택을 도외시하는 반증이라 여겨진다. 소금의 재인식이 간절히 요구되는, 그래서 2011년은 ‘소금을 위한 대단히 중요한 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소금이 괄대를 받지 않았다. 오히려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소금이 금의 가치와 대등했다고 한다. 로마시대에도 소금의 가치는 대단해서 군인들의 봉급을 소금으로 지불했기 때문에, 지금도 봉급자를 salary man이라 하는데, 이는 라틴어의 봉급 salary를 의미하는 salarium에서 생긴 소금의 어원이기도 하다. 우리의 어원 ‘소금’도 농경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소(牛)와 귀금속인 금(金)의 합성어라고 설명한 이도 있다. 현대 성인병을 설명하는 건강교실 시간이면 가장 기피해야 할, 마치 저주의 식품처럼 취급되는 현대 의학에서의 소금의 역할에 대한 설명들이, 소금의 중요성에 대한 믿음도 관심도 별로 가지질 않는 듯싶다.

그러나 내 어렸을 때만 해도, 산골 외딴 곳에 사는 사람들이 소금을 구하기 위해 호랑이에게 잡혀 먹힐 위험을 무릅쓰고 수 십리 산길을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일상사처럼 듣고 살았다. 외딴 곳에 살면서 모든 것을 자급할 수 있으나, 절대 필요한 소금만은 도리 없이 외부의 공급을 받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구해야 했던 것이다. 지금도 야생 사슴이 위험을 무릅쓰고 염기 있는 목초를 찾는다는 말을 들었다. 인간을 비롯한 동물에게 소금의 역할은 필수이다.

소금은 우리의 입맛을 맞추는 단순한 조미 식료가 아니다. 우리의 몸을 유지하고 지켜주는 중요한 식품이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적당한 염분 농도는 절대적이다. 염도가 떨어지면 몸의 무기력증과 탈수증세로 생명에 위험이 초래된다. 산모의 태아도 바닷물과 같은 양수에서 무탈한 성장이 가능한 것이다. 또 소금은 제염, 제독, 살균, 방부, 조혈, 정혈 생신작용 등 많은 작용이 뛰어나다. 단식을 해도 소금과 물은 반드시 공급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무엇이나 모두가 완전하며, 좋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좋은 것일수록 반대도 많다. 소금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준 소금이 오늘날 성인병의 주범으로 지탄받음도 잘 못 인식의 탓이 크다. 세상사 지나쳐서 좋은 걸 봤는가? 소금도 그 수준에서 취급되어야 한다. 또 서양 소금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염화나트륨의 결정체인 암염이나 공장에서 정제된 정제염과는, 각종 무기질과 미네랄이 풍부한 바닷물과 햇빛으로 만들어진 천일염과는 마땅히 구분 돼야 한다.

건강을 위해 좋은 소금의 섭취는 정말 중요하다. 다행이도 우리는 양질의 소금을 무진장으로 가질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고 있다. 아직은 오염되지 않는 청정의 신안, 완도의 남해안 염전에서 생산된 소금이 프랑스산보다 우수하다는 목포대 천일염 연구소의 발표처럼, 우리의 연안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은 세계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그런데도 저질인 암염 정제염은 물론, 프랑스산 소금을 최고급으로 비싼 값에 수입하고 있음은 참으로 안타깝다.

내가 2011년의 화제로 “소금”을 지목함은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소금의 잘 못된 오해에도 있지만, 가장 황당한 나의 경험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천일염도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좋은 천일염을 다시 구워낸 죽염이나, 특별한 가공이 아니라도 생산된 천일염을 오래토록 쌓아두고 불순물인 간수를 제거하면 훨씬 질이 좋은 소금이 되는 것이다. 아홉 번이나 굽는 죽염은 값이 비싸지만, 크고 오래된 염전엔 제고가 많아서 간수가 제거된 소금을 구할 수 있음을 나는 알고 있기에, 진즉부터 소금은 신안의 염전에서 직접 조달해 쓰고 있고, 몇 이웃들에게 소개도 해줘 왔었다.

그런데 금년(2011)에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일본 후쿠시마의 대지진 사태가 있는 얼마 후였다. 평소처럼 소금 구입을 청탁 받아서 생산자에게 연락을 했더니 값이 올랐다고 한다. 대수롭지 않는 값이라 받아드렸다. 그런데 얼마 있지 않아서 다른 이웃에게서 부탁을 받았다. 연락을 했더니 이번엔 포장이 달라서 30kg가 아닌 20kg에 같은 값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1/3이 오른 셈이다. 후쿠시마의 원전 사태로 방사능이 누출되어 바닷물의 오염에 의한 여파가 소금에게 영향을 미친 것을 매스컴의 발표를 듣고서야 한참 후에 알게 되었다.

매스컴의 화제가 되면서 의뢰가 자꾸 늘었다. 그 때마다. 값이 바뀌고, 량이 바뀌더니, 끝내는 질도 바뀌었다. 5년 묶은 소금이 3년, 2년으로 바뀌더니, 결국엔 지금 생산품으로, 그것도 량을 제한해서 주문을 받는다고 하더니, 결국은 더 이상 품절로 주문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나도 남녘 바닷가에 살면서 염전을 관리해 보았기에 소금과 염전의 실정을 조금은 알지만, 이처럼 황당한 꼴은 상상도 못했다. 생산자도 너무 잦은 변명에 궁색하다 보니 재고는 없고 미리 계약을 해서 확보해둔 식품회사의 제품을 양해 받아 단골에 한해 주는데, 값은 그 회사의 요구라는 내용을 실토한다. 아직도 소금의 위력은 살아있구나, 싶어 다행이었다.

처음 당하는 너무도 황당한 경험에, 어찌 보면 가장 귀히 여김을 받아야 할 햇빛, 공기, 물, 소금과 같은 소중한 것들이 마음에 쓰였다. 그러나 일상 속에 파묻혀 별로 관심도 없는 소금을 쓸거리로 삼는 것이 처음엔 많이 망설여졌다. 그러나 쓰고 보니 너무 할 이야기가 많아서 오히려 줄이고 또 줄이려하니 아쉬움이 남는다. 여건이 되면 다시 더 쓰고 싶다. 세계 제일의 질 좋은 우리 소금, 발효 저장 위주인 우리 식품의 근간이 되는 소금의 고마움, 자신을 모두 내주면서까지 남을 돕는 희생 봉사의 소금만의 미덕을 감히 쓸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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