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지가 쓰는 편지

홍아를 위한 동시 세 편

- 윤석원(전 전교조교사)

꾸러기

엄마가 “홍아는 잠꾸러기”하면

세 살 홍아는 “홍아는 엄마꾸러기”하고 대꾸해요.

엄마가 “홍아는 장난꾸러기”하면

홍아는 “홍아는 아빠꾸러기”

엄마가 “홍아는 밥꾸러기”

홍아는 “홍아는 물꾸러기”

“홍아는 닌니 꾸러기”

“홍아는 키키 꾸러기”

“홍아는 까파 꾸러기”

…….하고 대꾸해요.

홍아가 이름붙인 닌니와 키키와 까파는

상상 속에 사는 친구들이래요,

으그

홍아가 먹는 으그는 엄마 젖이래요.

엄마가 세 살 홍아는 다 컸으니

으그 먹지 말랬어요.

으그 물지 않고는 잠들 수 없는 홍아.

새벽 한 시인데도 불을 켜래요.

으그를 참느라고 엄마와 놀재요.

엄마에게 이 노래를 저 노래를 부르래요.

안경을 써라 벗어라,

머리를 묶어라 풀러라,

누어라 앉아라,

어떤 표정을 지어라,

…….

그러다가 지쳤는지

홍아가 세 가지로 인사를 합니다.

엄마 안녕히 주무세요.

엄마 잘 자세요.

엄마 잘 자.

잠든 줄 알았던 홍아가

엄마 배 위로 기어 올라가 엎드립니다.

홍아가 잠들 때까지

업고 안고 토닥여줍니다.

으그를 물지 못하는 오늘밤도

엄마의 자장가는 끝이 없습니다.

생일 축하

아빠가 블록으로 생일 축하 케잌을 만들고

홍아는 그 위에 촛불 대신 색연필을 거꾸로 꽂습니다.

홍아야, 누구생일이야.

아가 토끼.

몇 살이래.

나랑 세 살.

어마, 그럼 홍아 친구구나.

생일을 축하하러 친구들이 왔습니다.

펭귄이, 공룡이, 곰돌이, 멍멍이 아빠 엄마……

홍아가 노란 색연필로 촛불에 불을 붙입니다.

이제 노래하래요.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홍아가 먼저

박수를 치고 촛불을 불어 끕니다.

홍아가 일어서며 말합니다.

“이제 생일 안됐대.

아까 생일 축하해서

오늘은 생일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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