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반시대

용산참사 3주기, 여전히 끝나지 않은 용산

- 이원호 (용산참사 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개선위원회)

멈춰진 시간

“새벽 다섯시, 명동 마리 침탈 여섯시, 포이동 대치중 2011년, 8월 2일, 서울. 용역천국.” – 2011년 8월 3일 새벽, 배우 김여진씨의 트위터(@yohjini)

2011년… 여전히 대한민국 철거민들의 시간은, 청소차량에 실려 강제 이주당한 1971년 광주대단지에, 20여명에 이르는 이들이 불타죽고, 맞아죽고, 건물잔해에 깔려죽은 1980년대에, 그리고 다섯명의 철거민들이 학살당한 2009년 1월 20일 용산에 멈춰져 있다.

2009년 1월 20일에 발생한 용산참사로 희생된 故 이상림(당시 72세)열사의 유품에는, 망루에 오르면서 품에 지니고 있었던 용산구청의 공문이 있었다.

용산참사 희생자 故이상림님의 망루 유품 중, 용산구청의 질의회신 공문.

용산참사 희생자 故이상림님의 망루 유품 중, 용산구청의 질의회신 공문.

“세입자 보상계획에 대한 협의가 없다고 해서 관리처분계획인가 등을 중단할 수 없는 사항임을 회신하오니 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용산구청장”

법에 따른 관계인의 보상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음으로, 협의가 완료될 때까지 ‘관리처분인가(철거 직전 마지막 인가단계)를 중지해 달라는 고인의 민원요청에 대한 회신 공문으로, 용산구청은 “관리처분을 중단할 수 없다”며 거절을 통보했던 것이다.

한강갈비에서 레아호프까지 용산4구역 한 자리에서만 30년 가까이 생계를 꾸리고 살아온 서울시 용산구 주민으로서의 마지막 절박한 요구마저 거절당한, 그 구청 공문을 품고, 그렇게 사랑스런 막내아들과 함께 하늘 끝 망루에 올랐던 것이다.
그런데 원통하게도 거절당했던 그 요구는, 2010년 11월초에 서울고등법원에의해, 절차상 중대한 위반이 있었다며 “용산4구역 관리처분 무효”라는 판결로 내려졌다. 주검이 되고 땅속에 묻힌 후에야 말이다.

용산참사 3주기, 용산은 계속된다.

이제 오는 1월 20일이면, 용산참사 3주기가 된다. 3년이 되어가지만, 용산참사의 기억과 상처는 오늘까지도 여전히 끝나지 않은 진행형에 있다. 용산4구역 개발사업의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며 ‘관리처분 무효판결’이 있었지만, 그 잘못된 개발사업의 인가로 인한 죽음의 책임은 오로지 철거민들만이 지고 있다. 주검이 된 이상림 열사의 막내아들, 이충연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여덟 명의 철거민들이 4~5년의 중형이 확정되어, 벌써 3년째 차가운 감옥에서 갇혀있다. 화염에 뒤덮인 망루에서 뛰어내려 중상을 당한 철거민 두분은, 3년이 지난 아직까지 수술과 재수술을 반복하고 있는 가운데,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항소심 법정구속의 위협에 놓여있다.

‘시간이 돈’이라며 몰아붙이던 용산4구역의 개발은 멈춰져 있다. 남일당을 비롯해 주변 건물들을 철거하며 참사의 흔적만 지워놓은 채 허허벌판인 채로 3년째가 되어간다.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 철거민들은 주검이 되어 땅속에, 그리고 감옥에 갇혔지만, 잘못된 개발을 밀어붙이고 인가한 이들은 여전히 또 다른 지역의 주민들을 철거민으로 내몰고 있다. 김석기를 포함한 살인 진압의 책임자들 역시 이명박 정권의 보은인사로 승승장구하며, 뻔뻔스럽게도 총선출마를 선언하며 화려한 복귀를 꿈꾸고 있다. 죽음의 문턱에서 가까스로 생존한 생존자들만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쓰고 있다.

구속철거민 석방하고, 강제퇴거금지법 제정하라!

일인시위 중인 용산참사 유가족 이자 구속자 가족인 전재숙님

일인시위 중인 용산참사 유가족 이자 구속자 가족인 전재숙님

용산참사 3주기를 앞두고, 매일아침 광화문광장에서는 1인시위가 진행 중이다. 3주기가 되기 전에 구속된 망루 생존 철거민들을 석방하고 강제퇴거금지법을 제정하라며 릴레이 1인시위를 3주기까지 이어가고 있다.

강제퇴거금지법은 용산참사 재발방지법으로, 용산참사 이후 인권사회단체의 노력 끝에 만들어진 법안이다. 더 이상 대책 없이 폭력적으로 이루어지는 강제퇴거를 막기 위한 대안적인 입법안으로 마련되었다.

강제퇴거금지법은 국내법으로는 처음으로 주거권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강제퇴거가 집에서 쫓겨나는 문제 일뿐만 아니라 생계와 사회적 관계, 삶의 전반을 후퇴시키는 문제이기에, 개발로 삶과 생존의 공간을 빼앗기는 이들이 개발사업 이전수준과 동등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재정착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행해지는 강제퇴거를 금지하자는 것을 기본 골간으로 하여, 퇴거를 수반하는 모든 개발사업에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강제퇴거금지법은 재산권 중심으로 이루어진 현행 개발관련 법체계의 균열과 근본적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다. 강제퇴거금지법은 현재, 국민발의 형식으로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고, 3주기 즈음에 법안을 발의하고 제정하는 것을 촉구하고 있다.

물론 우리는 알고 있다. 법이 만능이 될 수 없고, 이러한 법이 만들어 진다고 해도 막대한 개발이득을 목전에 둔 세력들이 무력화 시키려 할 것이라는 것을. 그러나 지금처럼 개발 법에 의해 보호되는 폭력, 합법화된 폭력을 불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더 이상 철거민들이 불법세력이고 도심 테러리스트가 아닌, 법 집행을 이유로 휘두르는 저들이 폭력이 불법이고, 대책 없이 남발되는 강제퇴거가 불법이고, 지역 주민들에 대한 테러임을 밝혀야 한다.

이제 저들의 시간을 멈추게 하자

이처럼 3년이 되어가지만, 용산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참사생존자는 감옥에 있고, 살인진압 책임자들은 활보하고 있으며, 여전히 수많은 지역에서 고립된 철거민들이 저마다의 망루에 오르고 있다. 용산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2009년 1월 20일, 어제의 진실을 밝히고 기억하는 것에만 멈추지 않는다. 용산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그날의 진실 뿐만아니라 우리에게 올 내일의 용산을 기억하고, 막아내는 것이어야 한다.

구속된 철거민들의 석방과 강제퇴거금지법의 제정을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 내자. 이제 우리의 시간이 아닌, 저들의 시간을 멈추게 하자.

* 용산참사 3주기(2012.1.20) 주요 일정(http://mbout.jinbo.net)에 함께해 주세요. 3주기는 진상규명과 구속 철거민 석방! 강제퇴거금지법제정을 촉구하는 우리의 힘찬 목소리들로 채워져야 합니다.

응답 1개

  1. 탱탱말하길

    참사생존자가 감옥에 있다는 사실을 부끄럽게도 이 기사를 통해서 알게되었습니다. 강제퇴거금지법 제정을 위해 작은 한 목소리 더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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