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노동잔혹사

승자독식

- 김민수(청년유니온)

승자독식

체계화 된 이론으로 공부한 바는 없으나, ‘불평등’이야 말로 사회의 모순을 구성하는 핵심어가 아닐까 싶다. 평등한 사회의 구성원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건강하고, 서로를 신뢰하고, 더 나아가 행복하기 까지 하다는 다양한 지표들을 보았을 때, 이것이야 말로 상식과 진보가 추구해야 할 지상과제라는 생각까지 든다. (물론 생산수단의 사회화 같은 강령을 읊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그리고 진부한) 승자독식 구조와 감수성이야 말로, 이 땅을 병들게 하는 최대 규모의 암세포가 아닐까?

승자가 더 많이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낙오자(혹은 떨거지)들도 보호해야 한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싶진 않다. 다만 나는 ‘승자’ 다시 말해 ‘위너’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의문을 갖는다.

-위너의 성립은, 스스로의 (피나는) 노력으로만 구성 되는가?

주류 경제학은 시장경제의 실패 요인 중 하나로 ‘외부성’을 말한다. 국가나 이해관계 당사자의 개입이 없는 이상, 공장의 폐수는 과잉 생산되고, 혁신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는 과소 생산 된다는 개념인 것 같다. 노벨상 수상경력의 저명한 경제학자가 말하길, 현대사회는 정보로 인해 모든 시장에 외부성이 작동한다고 말했는데, 그의 주장이 정확하다면 시장만능의 시대는 (옛날에) 사망한 것이고.

나는 이의 연장선에서 (혹은 다른 지점에서) 위너의 ‘외부성’을 주장한다. 예컨대 아이들의 수학능력이 경쟁하는 교육시장(…)에 할아버지의 재력과, 엄마의 정보력과, 아빠의 무관심이 개입하면, 이 시장은 균형점을 찾을 수 없이 실패하고, 공장 폐수(사교육)는 과잉 생산 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치의 다양성)는 과소 생산 된다. 이는 한국인의 생애주기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작동원리이다.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파트타임 노동을 병행하며 학업을 수행하는 A와 학업에만 전념하는 B가 성공적인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

-진짜 위너는 누구인가?

위너와 그에 따른 독식은 차치하고, 진짜 위너는 누구인가. 대기업 신입 사원이 3천 만원을 버는 동안, 삼성은 대체 얼마를 버는가. 삼성의 일원이 되기 위해 눈물 겨운 스펙을 쌓았을 A와 앉은 자리에서 에버랜드를 필두로 삼성을 차지한 이건희의 아들 중 누가 위너인가.

공정한 시장원리에 근거해 탄생하는 위너는 존재할 수 없고, 이조차도 미완의 승리이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고, 용의 존재가 바람직하지도 않다면, 떨거지들은 용을 끌어내려 이무기로 만들고, 개천을 강으로 확장하는 작업이야말로 경제학이 말하는 합리적 인간의 모습이다.

정의

롤스는 이건희의 가정과 빈민 가정 중 어디에서 태어날 지 모르는 ‘무지의 장막’ 안에서, 인류가 선택할 사회의 모습을 ‘정의’라 규정했다. 이 상황에서 인류는 ‘평등’이라는 가치가 극저그로 반영 된 사회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부모의 재력을 필두로 한 외부성이 개입하지 않는 공정한 시장에서 경쟁하고, 설령 이 곳에서 실패할지라도 인간의 존엄을 유지할 수 있는, 그러한 사회를 선택할 것이며 이것이 대한민국에서 그토록 궁금해하던 정의이다.

이 쯤에서 ‘소녀시대 협동조합’을 툭 던져본다. 연예인은 10대 청소년의 장래희망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한다. 슈퍼스타 k의 지원자 수가 수 십만에 달하고, 연예기획사에서 연습생으로 활동하는 이들 또한 수 천, 수 만에 달할 것으로, 졸라게 추정된다.

A라는 연예기획사에 1000명의 연습생이 있고, 이들 중 1명만 스타가 된다는 전제 아래, 협동조합 모델을 구상해본다. 이 1000명은 롤스가 이야기 한 ‘무지의 장막’ 상태에 놓여 있다. 특출 난 몇몇이 있을지라도, 누구도 이들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이 1000명이 협동조합을 구성하여 계약을 맺는다면 이러한 문구가 들어갈 것이다.

‘협동조합 구성원 중 누가 스타가 될 지라도, 연예활동을 통한 수익의 10%를 협동조합 구성원의 생계와 교육비용을 위해 지출한다.’

그리고 스타가 된 A는 자신과 함께 하는 1000명의 조직력을 통해 카라와 동방신기의 노예계약에 반하는, 합리적 계약을 소속사와 체결한다. 데뷔하지 못한 연습생들의 생계와 교육을 위한 재원을 소속사에서 일부 부담하는 것 또한 소속사의 몫이다. 기존 스타들이 자발적으로 이 기금에 동참한다면 더 좋고. (이런 그림이면 협동조합과 노동조합의 하이브리드 모델인데.)

헛소리로 낭비한 전기와 잉크가 막중하다. 어쨌든, 승자독식에게 빅엿을 먹이고 사회정의를 추동하는 힘은 운동과 협동조합, 그리고 정치에서 나오는 것은 분명하다. 닥치고 정치를 넘어, 가시화 되지 않은 갈등에 힘을 불어넣는 운동과, 공동체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협동조합이 유기적 관계를 완성할 때 우리는 ‘이것이 정의다’라고 당당히 답할 수 있지 않을까.

응답 2개

  1. 김레랑스말하길

    청년유니온 김민수입니다. 위클리 수유너머를 (띄엄띄엄…) 연재하면서 댓글을 달아보긴 처음이네요 ^^;; 그 문제와 관련하여 많은 이들이 고민과 소통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충분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진 모르겠으나, 최선을 다하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지혜로운 결과로 화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2. 말하길

    “가시화 되지 않은 갈등에 힘을 불어넣는 운동과, 공동체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협동조합이 유기적 관계를 완성할 때 우리는 ‘이것이 정의다’라고 당당히 답할 수 있지 않을까.” 멋진 말입니다. 부디 이 말씀에 준해서 김영경(청년유니온) 위원장의 총선 출마에 대해서도 지혜롭게 판단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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