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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만필

아름다운 동행

- 김융희

 지난 Xmas 이브에 있었던 일…

 보내는 한 해의 아쉬움에선지, 맞을 새 해에 대한 설레임에선지, 언제나 세밑이 다가오면 들뜬 어수선한 분위기는 올해도 변함없이 여전했습니다. 다시 새 해의 업무가 시작되면서 지금은 모두가 안정을 찾아 일상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새 해에 나눴던 덕담처럼 우리 모두가 건강하고 복된 새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항상 기쁜 일들로 늘 웃음과 함께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지난 한 해가 단순히 넘기는 의미없는 해는 결코 아니었을 턴데, 내게 지난 해에 있었던 소중하고 보람된 일, 그리고 잊지 못할 아름다운 일이 없었을까? 있었다면 그건 무었이었을까를 생각해 본다. 있다, 맨 먼저 떠오른 것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있었던 일이다.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 우리 교회에선 뜻있는 아름다운 행사가 있었다.

 해마다 크리스마스때면 교회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다양한 성탄행사가 진행된다. 우리 교회도 성탄축제가 있었으며, 특히 이브의 행사는 특이하고 이색적이였다. 행사는 전반부의 ‘성가 부르기’와, 후반부의 ‘전야 예배’로 진행되었다. 이 행사에는 우리 교회의 교인들과, 특별 손님으로 법륜스님과 함께 정토회 합창단, 그리고 많은 정토회 신도들이 참석해 주셨다. 참석을 원하는 신도가 너무 많아, 줄여서 일부만 오셨다는 말에 더욱 찡한 마음이었다. 이같은 뜻있고 아름다운 일이 앞으로도 계속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얼마전 종로의 조계사앞을 지나면서 정문에 설치된 장식물에 설레는 마음으로 발거름을 멈추고 바라본 경험이 떠오른다. 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사에서 기독교의 성탄을 축하하는 장식물을 정문에 설치했다. 뜻밖의 현장을 지켜보며 한참을 서있었던 기억이 새롭다. 이는 단순한 나의 교회와 내가 믿는 신앙에 축하를 보내는 타종교 사찰의 성원에 감동과 고마움만은 결코 아닐 것이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종교간의 갈등에서 기적같은 현장에 망극할 뿐이다.

 이같은 불교와 기독교의 화해의 행사는, 너무 오랜 깊은 골의 양상과 그 위력에 쉬이 관심에 뜨이지 않았을 뿐, 이전에 전혀 없었던 일은 아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오래전부터 다른 종교와의 대화와 사랑의 나눔행사를 진행해 오고 있다. 이번 행사도 그 과정에 있는 한 행사였다. 매년 년례행사로 우리교회는 서울성공회와 목사, 신부가 교차해 교환예배를 보고 있으며, 타종교의 수녀와 불자들의 예배 참석도 흔히 있는 일이다. 우리 교회의 목사이시며 한국 기독교의 개혁에 앞장섰던 고 강원용 목사님께서는 종교간의 대화와 협력을 위해 평생을 관심과 활동으로 각별했던 분이셨다.

 특히 근래에 불교와 기독교의 화해를 위한 행사가 주목을 받으며 메스컴에서도 자주 회자되고 있음은, 내 기억이 틀리지 않는 한, 수유리에 있는 화계사와 한신대와의 교환 축하행사가 시원이었다. 당시 한신대 대학원장으로 계신 김경제 목사께서 화계사를 향한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하는 프랭카드를 걸었고, 똑같이 이웃 화계사에서도 다음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성탄 축하” 프랭카드를 걸어서 화답함으로, 그것이 계기가 되어 이후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으며, 이와 비슷한 행사가 다른 곳에서도 차차로 확대되고 있다.

 무슨 일이나 처음 시도는 힘든 용단이 필요하다. 더구나 신앙의 문제는 매우 주관적이여서 함부로 나설 수 없는 모험이다. 세상 매사가 한결같을 수는 없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오직 자기 위주의 ‘한결같이’만을 바란다. 특히 신앙은 오직 자기의 종교만 있을 뿐, 상대의 신앙을 이해하고 배려함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철저한 독선이다. 이같은 독선은 시공을 완전히 초월한다. 그래서 타종교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은 이단으로 가장 저주의 대상이 된다. 유사 이래 시종여일, 가장 처절한 종교간의 갈등은 지금도 끊임없이 지상에 가장 잔인한 피바다를 이루고 있다. 이웃에게 사랑과 자비를, 네 원수를 사랑하라는 계명이 무슨 소용인가!

 근래에 나는 가장 흥미와 관심으로 독서 삼매경의 체험을 했다. 600페이지에 이른 분량을 읽으며 너무 감동을 받아 친구들과의 담소중 독서이야기를 했더니, 첫 반응이 책의 내용보다는 대뜸 “다원론의 신학자”라며 저자에 대한 평이였다. 내가 아는 저자는 결코 다원론이 아닌 성실한 기독교인이다. 그것도 젊은 나이에 세계의 명문인 유니온 신학대학원의 석좌교수이다. 그가 학문을 추구하면서 가장 절실한 문제로, 바른 이해를 위해 여러 애로를 무릅쓰고 목숨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현장 취제와 체험의 과정을 기록한 대단한 책이다. (책의 내용은 다음으로 미루며 여기선 밝히기를 보류한다.)

 

 저자는 한 때 우리 교회에서 신앙 생활을 함께 했다. 그래 다원론자로 평을 하는 친구도, 나도 그 저자를 아는 사이이다. 친구는 훌륭한 인격과 지식을 갖춘 소위 사회의 엘리트이다. 더구나 ‘세계 종교인 평화회의’ 의장과 ‘세계 교회 협의회’ 중앙위원을 맡으며 한국 교회의 개혁에 앞장선 목사님에게서 지금까지 오랜 신앙생활을 함께한 친구이다. 나는 그 친구의 인격이나 신앙심을 잘 알기에, 종교의 배타성이 아닌 일상에서는 이처럼 경솔한 평을 도저히 할 수 없는, 그러기에 나는 너무 황당했다. 이처럼 신앙이란 이념이며 독선이다. 그러나 그런 신앙은 결코 구원일 수 없다.

 올 해에는 4년마다 개최되는 세계 교회 협의회(WCC) 정기총회가 부산에서 열린다. WCC는 세계 여섯 개의 대종파가 함께하는 최대의 기독교 협의체로, 역사와 실적에 있어 정기총회의 개최는 기독교 올림픽으로 통한다. 그래서 총회 개최를 위한 유치도 올림픽만큼 힘들다. 그런데 국내에서 같은 하나님을 믿으면서 하찮은 이유로 WCC 정기 총회 개최를 반대하는 운동이 일고 있다. 이런 실정에 타종교간의 대화와 화해를 어찌 기대하겠는가.

 광신자의 돌출 행동이 언제 어디서나 다반사로 계속되고 있는 세상이다. 어제 있었던 임산부 인질과 방화를 저지른 범인이 광신자 같다는 뉴우스이다. 이처럼 잘못된 매마른 사회에서 남을 배려하며 사랑을 나누는, 조계사 정문의 크리스마스 장식이나, 경동교회의 크리스마스 이브 행사에 불교의 정토회에서의 함께 노래하고 예배에도 동참하는 일은,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이요,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뜻깊은 일이다. 이처럼 새해는 많은 아름다운 일들로, 희망이 넘치는 세상이 되기를 희망한다.

응답 2개

  1. 여강말하길

    cman님 안녕하세요. 동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책- 웅진 지식하우스 간, ‘신의 정원에 핀 꽃들처럼’- 입니다.
    저자는 ‘현경’ 원 이름은 정현경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리 밝히지 않음은 행여 저자에게 누가 될까 해서 였습니다.
    여행후 부랴 쓴 원고라서 처음 내 의도와 달랐고, 성의없는 내용이 되버렸습니다.저자에게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 듯 싶습니다.
    신자 수 최대의 종교가 가장 오해와 저주의 대상이 되어 있는 이스람교, 저에게도 늘 궁금하였는데 … 이 책을 읽고 새로운 인식을 많이 갖게 했습니다. 그것도 기독교 최고 명문의 교수께서 현장 취재를 너무 생생하게, 그리고 아주 흥미롭고 진실을 전해준 것 같아 기회가 되면 꼭 소개를 하고 싶습니다. 새해 늘 기쁜 일상을 빕니다.

  2. cman말하길

    당연한 말씀입니다. 저도 기독인이기 때문에 유일신 신앙을 믿고 또 가끔은 혼동이 되기도하지만, 유일신이라는 이유로 타 종교나 신앙인을 적대시하거나 폄하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오류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의 복잡한 사정 말고도 중동과 아프리카 그리고 지구 곳곳에서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엄청난 폭력과 살상에 대하여 진지하고 책임있는 자세로 직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렵지만 반드시 넘어야 할 산 입니다. 그나저나 어떤 책인가요? 제가 외국에 있다보니 정보가 짧네요.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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