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반시대

기적 같은 선물

- 달맞이

《위클리 수유너머》가 벌써 100호를 맞았단다. 놀랍고도 신기하다. 휘어지지 않고, 머뭇거리지 않고 위풍당당하게 꾸준히 자기 목소리를 내는 걸 보니 반갑고 대견하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누군가를 달뜨게 하고, 누군가를 매혹시키고, 누군가를 열린 광장으로 이끌겠지. 때로는 말갛게 자신을 비워내게 하고, 옆에 있는 ‘동무’를 돌아보게도 하겠지. 그런 생각을 하니 잠시 필자로 함께했던 시간들이 오롯이 되살아나며 마음 밭이 환해진다.

‘달맞이의 책꽂이’를 연재하는 기간은 즐거우면서도 괴로웠다. 조근조근 수다 떨듯이 어린이책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가도, 가끔은 너무 평이해 다른 필자들에게 민폐를 끼친다는 생각이 들곤 했으니까. 다양한 책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정작 글을 시작하면 내 마음을 홀라당 빼앗아 간 녀석들이 자꾸 되살아나 몇 번씩 책을 바꾸기도 했었다. 게으르고 내공이 약한 지라 연재하는 동안 겁도 엄청 먹었다. 그래도 동무들로부터 덕분에 ‘예기치 않은 선물’ 같은 책을 발견했노라는 문자를 받으면 으쓱하고 행복하기도 했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벌써 내가 읊어댄 목록보다 몇 배, 몇 십 배 더 근사한 자기만의 도서목록을 만들어가고 계실지도 모를 일이니. 아니 잠깐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그림책 한권 읽어주게 되었다거나, 아이랑 입을 맞춰 동시 한편 읊조리게 되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한 일일 게다.

돌이켜 보면 내가 좋아하는 아동문학을 소개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위클리 연재는 내겐 ‘기적’ 같은 일이었다. 수유너머를 다니는 동안 나를 매혹시켰던 니체며 장자의 사유와 내가 좋아하는 어린이책의 텍스트를 넘나드는 상상은 어설프지만 유쾌했고, 때론 불온했지만 그래서 더 신이 났다.

연재가 끝난 뒤 도서관에서 동화를 쓰고 싶어하는 아줌마들과 만난다. 주저리주저리 내가 읽은 책 이야기도 하고, 가끔은 니체랑 장자 이야기도 한다. 그들이 써온 동화를 같이 읽고 고쳐 나가면서, 글을 쓰는 것과 살아가는 게 결코 다르지 않다는 걸 새삼 느낀다. 글에 담긴 그들의 흔적을 만나는 일이, 이미 나를 넘어서는 존재론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글을 통해 나를 보여주는 일이 결국은 나를 진화시켜가는 행위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아간다. 수유너머에서 얻은 앎을 뒤늦게 실행하고 있는 셈이랄까. 아마 앞으로도 계속 이런 짓을 하고 다니지 싶다. 아동문학가가 아니라, 아동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사람을 만나고, 책 이야기를 하고, 내 삶을 토해내고…….

그러다간 고향집에 들리듯 소녀처럼 그렇게 《위클리 수유너머》를 더듬어보기도 할 게다.

《위클리 수유너머》여! 부디 그때까지 승승장구하기를! 살아있는 자들의 싱싱한 목소리를 더욱 곡진하게 담아내기를! 그래서 많이 이들 가슴속에 자리한 잠시 소등되어 있는 무수히 많은 영혼의 불을 밝혀주기를! 내게 그러했듯 누군가에게도 기적 같은 선물이 되기를!

응답 2개

  1. 비포선셋말하길

    달맞이선생님이 읽어주던 동화같은 동화책 얘기 그립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또 다음에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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