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꼼

<코미디 빅리그 2> – “할리라예~” 소수자성이 보여주는 엎어치기 한판

- 황진미

요즘 가장 웃기는 개그우먼은 <코미디 빅리그 2>에 나오는 안영미이다. 지난해 9월17일 케이블채널 <티브이엔>에서 처음 방송된 <코미디 빅리그>는 지상파 방송 3사의 개그맨들이 대결을 벌이는 ‘개그 배틀’ 프로그램이다. 10라운드 동안 관객투표로 승점을 합산해 우승팀에게 1억원의 상금을 준다. 12월24일 출범한 <코미디 빅리그 2>는 15라운드에 상금 2억5천만원으로 판이 커졌다. 안영미, 김미려, 정주리로 구성된 ‘아메리카노’ 팀은 초반에 부진했지만, 4회부터 ‘내겐 너무 벅찬 그녀’ 꼭지로 대박을 터뜨렸다. ‘간디작살’과 ‘블로그녀’라는 기상천외한 캐릭터 덕분이다. 시즌2에서 꼭지는 <이런 면접>으로 바뀌었지만, 캐릭터는 계속 이어간다. 맞선과 면접이라는 익숙한 설정에, ‘깨는’ 여성캐릭터가 승부수이다. ‘깨는’ 캐릭터라면 뭐가 있을까? 공주병 캐릭터, 못생긴 여자, 막 들이대는 여자, 내숭 떨다 막말하는 여자 등등을 떠올렸다면, 당신은 너무 ‘노멀’하다.  
 

 안영미는 폭주족이다. 민소매 쫄티에 노스페이스 점퍼를 입고, 펑키한 염색머리에 문신과 얼굴 피어싱을 한 그녀는 김꽃두레(코뚜레가 아님)이다. “할리라예~”를 외치며 등장해 의자에 껄렁하게 쭈그리고 앉는 자세부터 불량기 ‘쩐다’. 두리번거리다 살짝 약에 취한 듯한 말투에 허스키한 목소리로 꺼억꺼억 흡입하는 웃음소리를 내거나 가끔 눈을 치켜뜨고 “우후~” 환호성을 질러댄다. “완전 끈끈한 제임스 본드”를 불다 온 십대 남자애 같기도 하고,  ‘부치’(레즈비언 중 남성성이 강한 사람) 같기도 한 그녀가 맞선에 나온 이유는 (마하트마) 간디 같은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란다. “간디작살”, “간디 완전 스키니”, “간디 흰 팬티 완전 내 취향”하며 간디의 마른 몸매와 미니멀한 패션을 찬양하고 피터팬과 산타클로스의 위아래 원색 ‘깔맞춤’을 혐오하는 그녀는 저승사자를 “올 블랙슈트에 연상녀 킬러”로, 프랑켄슈타인을 “관자놀이에 피어싱한 어깨 뽕쟁이”로, 히틀러를 “나쁜 남자”로, 산타클로스를 “살찐 빨갱이 영감”으로 부른다. 그녀는 일상어를 욕처럼 사용한다. 면접자리에서 “마 도온나~섹시해”라거나,  “이런 면 저업~같은”을 뇌까리며 담배처럼 입에 문 막대사탕을 혀에다 비비며 치이익 소리를 낸다. 너무나 강렬하고 독특한 캐릭터이지만 낯설지가 않다. 저런 하위문화, 분명히 있지 않은가.  
   

 김미려의 ‘블로그녀’도 강적이다. 맛집, 일상, 심리테스트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그녀는 자기만의 세계에 충실한 ‘오덕후’(오타쿠)이다. 맞선자리에서도 혀 짧은 소리로 상대 남성의 심리테스트를 해주며 혼자 생각에 히죽거리거나 블로그에 올릴 ‘인증 샷’을 찍고, 트위터를 하느라 바쁘다. 그녀는 오프라인 상에선 약간 이상해 보이지만, 온라인 상에선 소개자의 말처럼 “유행에 민감한 트렌드 세터”나 “감성적인 셀레브리티” 일수도 있다. 온라인교류가 늘어갈수록 이런 캐릭터는 점차 늘어날 것이다.  
 

 성차의 경계를 뭉갠 폭주족과 사회성 떨어지는 오덕후라….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둘러싼 감수성의 정치가 ‘밀당’을 벌이고 있는 “임 지인~ 년에” 이런 전복적 소수자성이라니, “올 킬”이다. 우후~.

응답 3개

  1. 말하길

    TV 거의 안 보는 저도 딱 한번 아메리카노라는 것을 보고 얼마나 웃었던지. 유치원생에게 적당한 유머가 당연한 듯한 우리나라 개그 프로그램 답지 않게 정말 괜찮더라고요.

  2. 박카스말하길

    친구들이 추천해줘서 보았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그 무겁다는 것들을 아주 가볍게 만들어줘서 코가 뻥뚫릴정도로 웃었어요. 간디작살이예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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