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지가 쓰는 편지

사회의 평등을 생각해보자

- 윤석원(전 전교조교사)

그렇다면 홍아야, 여기서 사회적인 평등을 어떻게 이루어져야만 학교 교육도 평등해질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하잖니. 그걸 알려면 사회적인 지성이 필요하단다. 사람이 모여 살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마련이고 보다 살기 좋은 사회는 어떤 사회이며 어떤 경로로 그런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는지 아는 것을 사회적 지성이라고 한단다. 그리고 그 사회적 지성을 갖추려면 사회적인 가치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분배되고 있고 분배되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단다.

한 사회에는 그 사회가 생산한 사회적 가치 또는 자산이 있단다. 그 중 중요한 세 가지가 자본과 권력과 명예지. 그것들이 왜 사회적인 자산이냐고? 돈이라는 것은 그 사업장이나 넓게는 사회전체의 노동의 대가(가치)를 조개껍질이나 철, 금은, 비단, 곡식, 종이로 균질화하고 상징화한 거야. 그런데 돈에는 인간의 욕심 때문에 구르는 눈덩이처럼 끝없이 더 큰돈으로 뭉치려는 성질이 생겼어. 산업자본주의 시대는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골고루 나눠줘야 노동자의 몫이 있는데도 노동력을 겨우 유지할 정도만 주고 나머지를 긁어모았어. 주주자본주의 시대라는 현대는 주식이나 증권에 투자하여 큰돈을 만들지만 결과적으로 노동자의 몫을 가로챈 거야. 최근에는 금융자본주의 시대라 하여 돈장사로 돈벌이를 하지. 큰 돈이 작은 돈에게 연속적으로 빌려주어 결국은 이자라는 합법적인 방식으로 노동자의 몫을 긁어모으는 거야. 노동으로 가치를 생산한 노동자는 분배 과정에서 이렇게 따돌림 당하니까 가난하여 고생할 수밖에.

영향력과 결정권을 뜻하는 권력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야. 원시시대에는 누구나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살다가 사회단위가 커지면서 대표를 뽑아 우리를 다스려 달라고 결정권을 맡긴데서 문제가 생긴 거야. 위임받은 대표들은 위임받은 권력으로 경쟁자를 몰아내고 아무도 도전하지 못하도록 더 큰 권력을 만들어내지. 아무도 도전할 수 없도록 커다란 권력을 손에 쥔 권력자는 세습적인 왕이 되어 사회 구성원이 공동 생산한 사회적 가치(돈)를 나누는데 자기 몫이 언제나 가장 커지도록 규칙을 정했어. 처음 우리를 다스려달라고 대표로 세우고결정권을 맡긴 뜻은 사회적인 가치들을 평등하게 나누어 달라는 거지만 역사는 끝없는 배신을 기록해왔어. 그래서 감시받지 않는 절대 권력은 인간의 끝없는 욕심 때문에 독재하고 부패하기 마련이라는 것을 알게 된 거야. 믿을 놈이 없다는 거지.

존경 받는 명예라는 것도 가족이나 마을 단위의 원시 시대는 구성원 모두가 평등하게 존경 받고 받아야하는 사회적 자산이었어. 그러다가 사회단위가 커지면서 특별한 지위를 가진 사람을 많은 사람들이 더 알아주게 된 거야. 즉 존중하고 존경했던 거야. 그러나 평등이 더 많이 이루어진 오늘날에는 명예라는 말 대신에 인기라는 말을 대신 사용하는데 귀족을 높여주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을 알아주게 된 거야. 명예 즉 인기도 많은 사람들이 높여주고 알아주니까 생기는 거지, 누가 처음부터 고귀한 신분이나 유명인으로 태어난 것은 아니잖아. 그래서 명예도 사회적인 가치야. 인기나 명예가 위임받은 거라면 이들 유명인들이나 인기인들은 대중들이 하찮다고 무시당하는 사람들을 존경·존중함으로써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들에게 갚을 수 있는데도 더 큰 명예를 얻으려고 무시당하는 사람들을 대중들과 함께 무시하면서 대중들에게는 아첨하지.

이 세 가지 사회적인 자산 또는 가치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단다. 첫째는 원래의 주인은 그 자산을 맡긴 그 사회 구성원 모두였다는 것, 둘째는 골고루 돌려주기로 약속받고 위임했다는 것, 셋째는 대개 위임받은 자가 욕심을 부리고 위임받은 것을 이용하여 더 크고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한다는 것, 넷째는 그래서 독재 독점 독선하게 되면 겉으로는 비판과 감시가 사라진다는 것, 다섯째는 독재, 독점, 독선하게 되면 자기 것을 빼앗긴 사회구성원은 고생하게 마련이라는 것, 여섯째 고생하는 사회구성원은 구심점만 생기면 모두 한데 뭉쳐 저항한다는 것, 일곱째는 그래서 정치 권력의 독재, 자본의 독점, 명예의 독선이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 여덟째는 자본이나 권력이나 명예는 서로 교환되므로 모두 한사람에게 몰리어 하나의 의도에 따라 하나의 힘으로 작용하기 쉽다는 것 등이야.

그렇다면 평등 사회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그야 당연히 누군가가 독재 독점 독선하던 사회적 자산을 골고루 나눠가져야 평등 사회지. 민주주의는 대표를 뽑는 데 평등한 선거권을 국민이나 주민에게 줌으로써 정치적인 권력을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주려는 이념이고 장치이지. 그러나 미국의 예에서 보듯이 민주주의로 평등사회에 이르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야.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정책을 알리는 광고를 많이 해야 함으로 돈이 많이 들어. 그 돈을 모으려면 돈을 줄 수 있는 사람, 돈 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돼. 그래서 돈이 없으면 출마할 수도 없고, 당선돼도 돈을 댄 사람들이 더 큰 몫을 차지하는 법을 만들어야 돼. 그러니까 미국은 민주주의가 멀어지고 돈이 또는 돈 많은 사람이 지배하는 불평등한 자본주의 사회가 되고 말았지.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고위층에 비린내와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현재 우리나라 사정도 더 나은 것이 아니란다. 그런데도 선거에서 돈은 묶고 입은 풀어서 시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기회 균등을 법으로 제정하지 못하는 것은 역시 선출직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의 방해 때문이야. 그러나 아무리 온 국민의 정치 참여가 더 많이 이루어져서 정치권력이 온 국민에게 돌아간 것 같아도 직접 민주주의가 아닌 대의제 간접 민주주의는 실질적인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가 없어. 정치적인 형식 절차를 잘 따라서 결정했다고 해도 실질적 민주주의 내용인 경제적 평등이 저절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거야. 권력과 자본과 명예를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아주 작은 단위 사회에서는 가능하겠지만 사회가 커지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평등 실현은 언제나 민주주의의 이상이었지만, 그러나 한시라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상이지.

그러나 경제적 평등을 위해 정치적 평등이 필요한 거니까 경제적인 평등이 정치적 평등보다 더 중요한 개념이지. 그래서 경제적인 평등을 이념으로 삼는 사회주의가 나타나게 돼. 그러나 그 사회주의 한 갈래였던 공산주의라는 이념과 체제는 정치적 민주주의를 무시했다가 국민적인 저항으로 무너지고 말았어. 그러나 북유럽의 사회주의의 한 갈래를 사회·민주주의 또는 줄여서 사민주의라고 하는 데 대의제 민주주의와 시장을 인정하면서 사회적 자산을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주는 데에 비교적 성공하여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할 만큼 훨씬 평등한 사회를 이루었단다.

그에 비하면 우리 사회는 돈을 섬기는 자본주의 사회라지만 너무나 불평등하지. 가난을 막으려면 복지보다 평등한 분배를 앞세워야 돼. 균등한 분배를 위해서는 노동권을 보장돼야하고. 노동권이 보장되면 노동자가 하나의 힘으로 뭉쳐서 사용자와 대등한 힘으로 공동생산한 사회적 가치(벌어들인 돈)를 공평하게 분배할 계약을 맺을 수 있지. 그러나 승자 독식의 정글 자본주의 사회인 우리나라는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를 억압하여 사용자가 마음대로 부려먹고, 부려먹은 만큼 돌려주지 않거나 함부로 직장에서 쫓아내니 빈부 격차가 갈수록 심해질 수밖에.

복지는 분배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해주는 거니까 탈락자가 적어지도록 분배에 정책 중점을 두어야 돼. 부자들에게 조종되는 자본주의 사회는 이른바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탈락자를 돌보지 않고 격차를 자꾸 벌려서 돈벌이 경쟁을 시키려고 해. 그래야 노동자를 더 쉽게 부려먹을 수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자본가들의 이러한 욕심이 법이 되고 사회의 관습이 되어버렸어. 그래서 지금 우리나라는 모두가 맘몬(기독교 성경에서 재물 또는 소유의 신을 뜻하던 말)을 신으로 섬기는 자본주의 체제 가운데에서도 가장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는 불평등 사회란다. 사회가 이러니 학교생활도 알게 모르게 돈벌이를 위해 성적순으로 줄서기를 강요하게 된단다.

명예라는 것도 그렇단다.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모두 존경받아야 하는데 돈이나 권력, 지위,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만 관심을 가지고 알아주고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을 업신여기는 사회지. 어느 사회든지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거나, 보이더라도 귀찮게 여기는 힘(돈, 권력, 명예, 지식, 건강 등)이 없는 소수자가 있게 마련이다. 가진 자들은 그들이 너무많이 빼앗겼기 때문에 자꾸 무능해진 것을 모르고 타고난 무능은 구제하기 불가능한 짐이라고 투덜대지. 없는 자들이 3D 업종(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하여(Dangerous) 종사하기를 꺼리는 직업)에서 가진 자들의 뒤치다꺼리를 하지 않으면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을 귀찮아한다면 이는 가진 자들이 가진 것에 대한 우월감을 없는 자들 앞에서 즐기려고 그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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