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반시대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 송호창 변호사 인터뷰

- hanjun

일어날 수 없는 사건에 대한 풍자 ('이말년'의 작품 중)

 

2003년 한명의 경계인이 한국을 찾았다. 검찰을 비롯한 공안당국은 그에게 확실한 방향을 요구하였고 보수언론에서는 ‘단군 이래 최대간첩’이란 낙인을 선사(?)했다. 그 후 8년간 국민 간첩으로 살아온 그는 2010년 무죄 판결과 함께 한국을 떠났다.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무고한 그를 쉽게 옭아맬 수 있었던 건 바로 국가보안법 때문이었다. 2012년 현재. 표현과 사상의 ‘사리’를 강요하는 법이 다시금 우리와 맞닿아 있다. 그 중심에 사진사 박정근이 있다. 그는 현재 구속기소 중이다. 트위터에 ‘수령님헌정’ 글을 기재하고 ‘우리민족끼리’라는 북한 트윗을 리트윗했다는 이유에서다. 송두율을 옭아매고 박정근을 처벌하는 이 법이 궁금하다.     

       

# 국가 보안법과 전문가     

우리나라에서 국가보안법을 마르고 닳도록 공부한 사람이 있다면 아마 송 교수의 변호인이었던 송호창 변호사일 것이다. 그는 사건을 이렇게 회상한다.
“송 교수 사건과 제 어금니를 바꿨죠. 사실 모든 재판은 자유롭게 조사받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사건은 그렇지 않았어요. 악! 소리도 내기 전에 이미 빨갱이로 낙인 찍혀있었던 거죠. 외부의 지지도받기 힘들고 봐야 할 문서도 2~3만 페이지니 내적으로 지쳐가더군요. 당시 이가 안 좋아서 치료를 받았어야 했는데 시기를 놓쳐버려 빼냈답니다.”
한 숨의 시간조차 용납되지 않았던 치열한 전쟁을 치룬 그에게 다시금 그 법을 가져갔다.     

“이 법은 우리나라에만 있어요. 일반법과는 달리 처벌 범위가 넓고 굉장히 모호합니다. 국가 안전에 위협이 된다고 여겨지면 모두 처벌 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공산주의에 대한 책을 본다던가 이명박 정부를 욕하는 것 또한 처벌 할 수 있습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같은 법인거죠. 사실, 국가보안법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조항들은 이미 형법의 내란죄나 외환죄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이 법이 없어도 국가 안보에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없어져도 되는 법, 이 법이 여태껏 살아남은 이유는 뭘까?
      

       

# 박정근 VS 국가보안법     

‘나는 꼼수다’는 국내 유일의 ‘가카헌정’방송이다. “가카의 위대한 반띵정신!”, “가카가 또 해내셨다”등의 표현으로 각하를 추대(?)한다. 하지만 방송을 듣는 누구나 ‘각하헌정’이 아닌 ‘가카헌정’의 조롱을 이해한다. 박정근의 그것도 나꼼수와 닮았다. 총 대신 양주병을 들고 돌격하는 북한군의 모습이라던가, 사진관을 아버지에게 ‘세습’받았다고 하는 풍자어법을 보면 그가 트윗에 올린 ‘김정일 장군님 만세’나 우리민족끼리 리트윗은 ‘북한찬양’이 아닌 ‘부칸찬양’의 조롱으로 이해된다. 그럼에도 검찰이 박정근을 기소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송변호사는 이야기한다.     

“현대사회에서 국가보안법의 기능은 국가안보보다는 정당성이 없는 정권 안보를 위해 활용 되었습니다. 우리들이 가진 레드 콤플렉스를 등에 업고 표현 행위를 규제하는 거죠. 요즘 같이 SNS검열문제가 대두되는 시점에서 검찰의 정치적 액션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트윗에서의 표현 형식도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보여주는 거죠.”     

       

# 표현과 양심의 자유, 양심과 표현의 자유     

국가 보안법은 국가가 언제든 오바액션을 할 수 있도록 무대를 제공한다. 그 곳에 박정근같은 악역만 등장 하면 무대의 막은 오른다. 언론이 주는 화려한 음악과 조명은 관객의 긴장을 더욱 높인다. 이렇게 연극 ‘북괴간첩색출작전’이 시작된다. 극의 성패는 ‘북괴간첩’역을 얼마나 성실히 수행하느냐에 달렸다.
구속상태인 박정근은 변론의 근거로 ‘농담’을 거부한다. 트윗에서의 표현행위를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위배되며 의도를 묻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반하기 때문이다. “국가는 왜 나의 뇌 주름까지 핥으려 하는가?”라는 그의 말은 이를 잘 대변한다. 하지만 송변호사는 박정근 자신이 훌륭한 악역을 맡고 있다고 지적한다.     

“법에서의 처벌은 ‘내면의 의사’가 가장 중요한 기준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그 다음이죠. 의도와 목적이 첫 번째 판단근거입니다. 한 마디로 국가보안법은 양심과 사상을 심판하는 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 말 않고 저항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지킨다면 말해야죠, 변론해야 합니다. 물론 박정근씨가 말한 ‘양심의 자유’에 공감하지만 이것으로 표현의 자유를 지킨다고 생각하면 착각입니다. 두 가지를 분리시켜 놓고 생각해야 돼요 그냥 이렇게 구속되어버린다면 이것이 바로 검찰이 원하는 바 입니다.”
     

악역이 제 역할을 해 준다면 연극은 성공적으로 끝난다. 사문화 되면서도 ‘마스터피스’를 만들어 내는 국가보안법이 골수팬을 양성하는 방법이다. 레드컴플렉스와 국가보안법은 그렇게 ‘공생’한다.     

       

# 권력의 효자상품, 국가보안법     

프랑스 철학자 푸코는 “권력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작용’하는 것이며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가보안법에는 그가 말한 권력이 잘 드러난다. 국가보안법이 만드는 연극은 관객이 스스로를 통제하고 국가보안법이 계속 작동하도록 한다. 사실 관객의 획일성은 통치나 지배차원에서 필요로 되는 덕목(?)이기 때문에 권력을 가진 사람에겐 국가보안법은 더 없는 효자상품이다. 이에 대해 송변호사는 말을 이었다.     

 “국가보안법의 구조는 모든 사람을 통제하기에 적합합니다. 최근 있었던 정봉주 전 의원의 구속도 사실 국가보안법으로도 충분히 처벌 가능하죠. 한 나라의 대통령 후보에게 허위사실을 유포해 국가 변란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정희 시절 ‘막걸리 보안법’과 다를 게 없어요.     

       

# SHOW MUST GO ON     

쇼는 이미 시작되었다. 박정근의 떡밥을 검찰이 물었고 무대의 막은 올랐다. 관객들은 숨죽여 연극을 지켜보고 있다. 국가보안법의 ‘마스터피스’를 만드느냐 박정근의 ‘마스터피스’를 만드느냐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구별하여 싸워야 한다.”는 송변호사. “국가는 왜 나의 뇌 주름까지 핥으려하는가?”라고 이야기하는 박정근.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그의 몫이다. 다만 모든 관객이 ‘가카헌정’과 ‘부칸헌정’을  이해하는 이 시점에서 악인이 보여줄 ‘역관광’을 기대해본다.

응답 5개

  1. […] IMG1 – 이말년씨리즈 56화 ‘열공서당봉투훈장님 지사문자편’ 中 – http://suyunomo.jinbo.net/?p=9502 […]

  2. kong말하길

    (1)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보호되어야 한다.
    (2) 그러나 과거 역사를 보자.
    (3) 그리고 지금 한국의 현실을 보자.
    (4) 국민을 선동하여 김정일 전체주의,독재체제를 찬양하는 글들도 보호받아야 할 자유인가.
    (5) 히틀러를 경험한 독일의 경우, 공무원 채용시 전체주의를 찬양하는 자들을 첵크한다고 한다.
    (6) 김일성, 김정일, 북한 전체주의 독재국가 찬양이 양심의 자유일 수 있는가.

    • 말하길

      (1)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보호되어야 한다.
      (2) 과거 역사를 보자.
      (3) 그리고 지금 한국의 현실을 보자.
      (4) 김정일 전체주의, 독재체제를 조롱하고 풍자하는 글들도 구속하는 게 자유민주주의인가.
      (5) 히틀러를 경험한 독일의 경우, 공무원 채용시 전체주의를 찬양하는 자들을 첵크한다고 한다.
      (6) 김일성, 김정일, 북한 전체주의 독재국가에 대한 풍자도 자유롭게 못한단 말인가.

  3. […] | 동시대반시대 |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 송호창 변호사 인터뷰_hanjun […]

  4. 지오말하길

    잘 읽었어요. 스쳐가는 이름으로만 들었던 ‘박정근 사건’이 이런 내용이었군요.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만 생각했지 ‘양심의 자유’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정말 좀 애매한 문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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