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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워크숍 감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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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타 노리히토 – 국제워크숍에 두 번째 참가하며

도쿄에서 왔습니다. 나카다 노리히토라고 합니다. 수유너머의 국제워크샵에 참가한 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저는 2009년 여름,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국제워크숍 때 처음으로  ‘수유너머’를 방문했습니다. 그때처럼 이번에도 텍스트를 진지하게 읽어들인 사람들이 질문을 주고 받아 내용이 농밀하고 자극적이었습니다. 일본에서 왔다고 하면 누군가는 “이 워크숍을 위해 부러 왔는가?”라며 놀라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강의를 듣는 것만이 이번 서울행의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그 밖에도 두 가지 큰 동기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지난 국제워크숍 때와 마찬가지로 이 도시의 다양한 ‘항’, 다양한 거리행동과 운동공간, 세미나에서 친구들을 만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동기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피폭 도시가 된 도쿄를 떠나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서울에 몸을 두며 내부피폭을 걱정할 일 없이 먹고 마시고 흙과 식물을 만지면서 이따금 고독한 생각에 사로 잡혔습니다. 노동, 집세, 학비, 빚, 재개발이라는 공통의 질곡에 직면했지만, 나의 일상생활이 이 도시를 살아가는 자들의 그것과 결정적으로 달라졌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워크숍 기간 동안 거듭된 이 소외감을 어떻게 응시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워크숍의 마지막 날에는 전 지구에 원전이 세워지는 오늘날 정말로 원전에서 도망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 나왔습니다. 몹시 중요한 물음입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방사능 노출을 피하면서 원전을 가동시키는 전 지구의 장치들을 러다이트하면서 도망을 꾀할 수 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코

나는 평상시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외출을 한다. 방사능 노출을 피하기 위해서다.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아, 여기서는 마스크나 모자를 벗어도 된다”고 가슴 속 깊이 생각했다. 서울의 거리에 나오니 슈퍼마켓에는 먹어도 될 상품이 넘쳐나고 맘놓고 외식도 할 수 있고 거리의 벤치에서는 원하는 만큼 누워있을 수 있었다. 술에 취해 비를 맞으며 걸을 수도 있다. 모두 지금의 동일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으며, 어느샌가 마음이 무거워지고 점점 고독해졌다. 아마도 오염된 도시에서 살아간다는 압력에 스스로 생각해왔던 것 이상으로 시달렸던 것이리라.

오랜만에 만난 고소 이와사부로 씨는 여전히 우리의 태양이며, 그처럼 밝은 사고를 접한 것은 정신 위생에 대단히 좋았다. 희망이 끓어올랐다. 일본의 상황은 열악하고 자신도 친구도 시니컬한 생각에 사로잡히기 십상이지만, 사부 씨의 낙천성을 접하고 나서는 살아가는 감각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낮에 두리반 근처의 카페에서 수유너머의 친구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녀가 “거리에 나오고 데모에 가거나 집회에 참가하거나 하겠죠. 수유너머에서는 데모처럼 청소하거나 집회하듯 밥을 짓는 순간이 있다”고 했다. 그런 순간은 정말로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제대로 말로 옮길 수 없지만, 그 순간이 세계에 대한 신뢰를 되찾는 계기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3·11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주제로 삼은 마지막 날, 회장에서는 “무력감이나 절망이라는 감정을 반전시킬 순간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이 나왔는데, 나는 그 즐거움의 순간을 이번 워크숍에서 체험할 수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이곳의 코뮨이라는 장이 지닌 힘에서 연원할 것이다. 영어와 한국어가 서투른 내게 매일 웃는 얼굴로 말을 걸어준 여러분, 정말로 고맙습니다. 세미나의 취지에서 다소 벗어났을지 모르지만 여러분 덕에 내일부터도 어떻게든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쿠리하라 야스시

국제워크숍에 참가한 쿠리하라입니다. 이번에 수유너머 여러분에게 큰 신세를 지면서 몸과 마음이 모두 충실한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지난번에는 데이비드 그레이버, 이번에는 고소 이와사부로. 두 분 모두 무척 훌륭한 말씀을 하시지만, 뿐만 아니라 수유너머 연구원들이 게스트의 텍스트를 성실하게 읽으며 열심히 토론하는 모습이 무척 자극적이었습니다. 이번 워크숍에는 지금껏 만나지 못했던 새로운 연구원도 많았는데, 그들로부터 넘치는 에너지를 느꼈습니다.

이번에는 워크숍이 밤에 있어 낮에는 서울의 몇 곳의 운동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여의도의 점거 투쟁, 장애자 단체의 데모, 성공회대학의 점거 투쟁, 인디계 밴드의 거리 퍼포먼스 등등. 모든 운동에 감동했지만 그 중에서도 명동에서 본 야마가타 트위스터의 거리 퍼포먼스는 압권이었습니다. 기묘한 춤을 추다가 갑자기 뛰더니 “돈만 가진 속물”이라고 외치면서 춤추는 관중과 함께 ABC 마트에 돌진했습니다. 점원이 화를 내며 나가달라고 요구하면 거기서 또 도망쳐 거리를 점거하고, 누군가 또 화를 내면 또 도망칩니다. 고소 씨가 국제워크숍에서 도시에는 정부와 자본가가 상업적 이익을 위해 위에서 계획할 뿐 아니라 우리가 자율적으로 만들어 내는 항이 존재한다고 말했는데, 확실히 재개발과 상업화가 진행되며 명동이라는 공간에 균열이 생겨 아래로부터 항이 삐죽삐죽 옆으로 흘러나오는 모습을 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주일 간 체재하며 그렇게 많은 운동을 경험할 수는 없었지만, 아마도 수유너머 연구원 여러분은 이런 항의 에너지를 일상적으로 느끼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것이 고소 씨의 뉴욕 점거 투쟁의 이야기와 공명하여 몹시 자극적인 워크숍을 이뤄낸 것은 아닐까 합니다. 정말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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