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지가 쓰는 편지

대안교육을 향한 실천도 있단다

- 윤석원(전 전교조교사)

이러한 여러 가지 학교교육의 모순 때문에 이른바 대안학교라는 것이 생겼어. 너도 들어본 일이 있을 텐데 거기는 국가 교과과정을 운영하는 공사립학교의 모순과 그에 따른 학생들의 불행에 대하여 어떤 대안이 실천되고 있는지 잠깐 살펴보자. 그러면서 네 고등학교의 생활이 조금이라도 행복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보자. 그 모색 과정에서 적어도 바람직한 고등학교의 생활에 대한 방향은 짚어볼 수 있을 것 같다.

대안학교는 자기완성이라는 교육 목표를 간판용으로써가 아니라 실질적인 내용으로 채우려고 만들어졌어. 교육이 사회적 자산을 쟁탈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거지. 그래서 아이들의 욕구와 활동을 중심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단다. 물론 대안학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학교 운영에 대한 거의 모든 사항을 모든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는 토의와 토론을 통해서 결정하는 것으로 학생 중심의 학교 운영을 확인할 수 있어. 물론 학교 규모가 작기 때문에 대의제가 아니라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겠지. 그래서 학생들의 학교공동체에 대한 참여 의식도 높으며 자연친화적인 환경에서 자신이 계획한 교육과정을 공부할 수 있어서 학교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도 공립이나 사립 고등학교 학생들보다 훨씬 높은 것이 사실이란다.

그러나 문제점도 있단다. 첫째는 학비 부담이 너무 크다는 거야. 국가가 법으로 정한 교육과정(교육 내용)을 따라야 하는 국공립고등학교는 국비나 지방자치비로 운영되나, 대안학교는 국가가 요구하는 교육과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국비 보조를 받을 수 없어서 학교 운영비가 모두 학부모 부담이란다. 그러나 일반 고등학생이 쓰는 사교육비를 생각하면 어떻게 비교해야 하지 모르겠다. 아무튼 중산층 이상의 수입이 아니면 다니기 어려운 학교란다.

둘째로 교사의 질이 반드시 일반 공립이나 사립학교보다 더 나은 것이 아니란다. 월급이 공립학교 교사의 삼분의 이 수준인데다 밤늦게까지 아이들과 함께 있어야 되고 주당 수업시수도 결코 적은 것이 아니란다. 한 마디로 공립학교 교사 임용고시에 합격하지 못한 노동력을 착취(?)해야만 운영이 가능하단다. 그래서 중간에 그만 두는 분이 많아서 패기는 넘치지만 경험이 부족한 젊은 교사들이 많단다. 셋째로 학생과 학부모와 교사 이 세 주체 사이에 의견일치가 어려워 자칫하면 방향을 잃고 표류할 수도 있단다.

홍아야, 네 아빠나 엄마는 대안학교를 미덥지 않게 생각하며, 할 수만 있으면 일반 공립학교에서 그러한 대안을 실천하도록 노력해야 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너에게 대안학교를 권하지 않을 것 같다. 그 대신 네 아빠 엄마는 네가 대안학교에 다니는 것처럼 네가 하고 싶은 것 중에 잘할 수 있는 것을 찾고 그것이 누구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지 확신을 가지고 그걸 찾는 너만의 길을 가기를 바랄 것이다.

공립학교에서 대안 교육을 실천하는 출발점은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하여 세 가지를 알고 실천하는 거란다. 첫째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 지 그걸 알게 하는 거야. 다양한 경험 가운데 즐거운 일이나 놀이, 학습을 찾고 그걸 자꾸 하다보면 더 큰 즐거움을 맛보게 되어 그 일이 하나의 취미가 되겠지. 그러나 오로지 점수가 되는 교과공부, 시험공부만 강요당하고 뭔가 다른 것에 관심가지면 엄마들은 관심이 분산되어 성적이 떨어진다고 오히려 걱정하는 환경에서 아이들이 다양한 취미를 가지기가 쉽지 않다는 거야. 다양한 경험의 장과 기회가 없는 현실에서 아이들 취미래야 컴퓨터 게임 일색일 것 같구나.

둘째로 취미 중에서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거야. 즐거움을 가지고 취미활동을 계속하다보면 그 일을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 자신이 지닌 가능성 즉 소질을 확인할 수 있을 거야. 컴퓨터 게임은 즐거울 수 있지만 자기만 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그걸 잘하는 것이 순간의 즐거움 말고 진선미 경험으로 자신을 완성해가는 삶에 어떤 가치나 의미가 있는지도 따져 봐야 돼. 아직은 그 ‘나의 일’을 못 찾았다면 언젠가 즐거우면서도 그리고 잘할 수 있으면서도 가치와 의미가 있는 ‘나의 일’을 찾을 거라고 믿고 살아야 가자. 그러면 차츰 그 일이 찾게 될 거야. 나도 그 ‘네 일’이 너를 행복하게 하길 간절히 기도할 게.

셋째로 즐거우면서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았으면 그 일이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지녔는지 제대로 알아야 그 일이 네게 복이 될 수 있어. 그 일이 나와 남의 삶에 괴로움과 피해를 주는 것이라면 당장 그만 두어야하고. 그러나 네 일이 생명을 더욱 풍부하게 하는 것, 가능성을 실현하여 더 잘 살게 하는 것, 네 삶에 가치와 의미를 주는 것, 너를 기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틀림없이 진선미의 경험과 표현에서 오는 것이란다. 만약에 평생 동안 그 즐거움을 추구하면서 살려면 그 일로 벌이를 만들 수 있는지 아니면 틈틈이 즐길 건지 따져보아서 분명하게 구분을 해야 돼. 물론 나는 네 일이 벌이까지 만들 수 있는 일이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홍아야, 지금 우리가 무슨 얘길 나누고 있지? 아, 네가 대안학교에 다니지 않더라도 네 스스로가 대안 교육을 받는 것처럼 살아가자는 얘기야. 홍아야, 위 세가지 조건에 맞는 네 일을 찾아보자는 것에 하버지는 하나를 더 권하고 싶다. 다른 하나는 독서로 책 속에서 네 길또는 네 일을 찾아보라고 그리고 찾아가라고 권하고 싶다. 책을 많이 읽고 다양한 삶을 만나다 보면 감동이 되어 저절로 ‘아, 나도 그렇게 살아야 하겠구나’하고 결심하는 때가 더러 생긴단다. 책 속에서 가치 있는 일이나 삶에 대한 수많은 공감으로 네 즐거움이 어디에 있는지, 그것을 잘 할 수 있는지, 그 일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네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건지를 설계하는 과정이란다. 책을 많이 읽으면 책 속의 어떤 사람이나 삶이나 일이 너도 비슷한 진선미를 경험하고 표현하도록 네 인생을 안내할 거다.

책을 읽고 생각에 잠기는 것은 대안학교에서 토론이나 토의에 참여하는 것보다 더 유익한 효과가 있단다. 보통 토의나 토론은 일상적인 화제에 대한 상식에서 시작되지만 책을 읽고 생각에 잠기는 것은 화제에 대하여 많은 정보를 글쓴이와 공유하고 공감하면서 보다 구체적인 주제에 대하여 보다 전문적인 이야기를 글쓴이와 주고받는 거야. 책을 많이 읽고 깊은 생각에 잠겨보는 것은 운동선수가 기초체력을 기르듯이 네가 사고력 즉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길이란다. 그리고 또 네 마음의 눈을 밝히는 가장 좋은 길이란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면 차츰 네 눈이 밝아져서 우주와 자연이 훤히 보이고 인생과 사회가 훤히 보여서 그 안에 나있는 네 갈 길도 보일 거다. 고등학생이라 교과 공부에 밀려서 책을 가까이 하기가 어렵겠지만, 교과 공부의 지겨움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틈틈이 책을 읽자.

응답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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