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반시대

핵 없는 세상을 위해, 지금 당장 무엇을 할 것인가? 반핵의사회 인터뷰

- 황진미

핵없는세상을위한의사회(반핵의사회) 장호종 교육홍보위원장을 만나다

‘그 날 이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난 3월 11일 이후, 많은 이들의 삶이 바뀌었다. 후쿠시마에 현에 살던 사람들의 7.5%에 해당되는 15만이 자기 집과 땅을 버리고 대피하여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다. 누구나 알다시피 일본은 지진의 땅이다. 그런데도 그 위에 55개의 핵발전소들이 세워졌다. 아니 왜? 가뜩이나 인류역사 상 유일하게 핵폭탄의 위력을 몸소 체험한 일본이, 핵이라면 지긋지긋도 할 만한데, 아니 어떻게?

사람들은 핵발전을 ‘대안 없는 대안’ 이라 말한다.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줄이긴 어렵고, 대체에너지 개발도 미미한 상태에서 값싸고 풍족한 전기를 공급할 핵 발전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핵 발전이 싸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30년밖에 사용할 수 없는 핵발전소를 짓는데 4-5조원이 소요되며, 폐기하는데도 1조원이 든다. 핵 폐기장 건설비용도 엄청나서 이 모든 것을 발전단가에 산입하면 풍력이나 태양광 등 재생가능발전보다 비싸다. 핵분열의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없어서 기후변화를 막는 ‘그린 에너지’라는 말도 어불성설이다. 우라늄 채굴에서 원거리 송전까지, 엄청난 탄소가 배출되어 기후변화를 막는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사실들은 말해지지 않는다. 핵 발전의 치명적인 약점인 위험성은 축소된다.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사고의 위험이 마치 전혀 없는 듯이 태연히 말해진다. 인간은 물론 어떤 생명체와도 궁극적으로 함께 할 수 없는 방사능의 위험은 ‘기준치 이하’라는 애매한 말로 이성의 영역에서 사라진다. 이미 일어난 후쿠시마 사고에 대해서도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핵발전소 건설이 핵무기 개발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는 사실은 제대로 말해지지 않는다. 북한 핵문제를 이야기 할 때만 조금씩 조금씩 새어 나온다. 아니 왜? 아니 어떻게?

1986년 체르노빌 사고이후 더 이상 건설되지 못하다가 2005년 기후문제와 유가폭등을 계기로 다시 건설되기 시작한 핵발전소는 2011년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위험성이 다시 일깨워져, 세계 각국은 핵발전소를 폐기하거나 적어도 신규허가를 중단하거나 수명연장을 하지 않는 조치들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원자력 르네상스’의 깃발이 높이 휘날리는 나라가 있다. 일본의 바로 옆 나라, 대한민국이다. 아니 왜? 3.11 사고가 나던 날, 이명박 대통령은 원전수출을 계약 건으로 UAE에 머물고 있었다. 위기는 기회라며, 2040까지 핵 발전 의존도를 현재의 31%에서 59%까지 늘리자는 계획 하에 삼척과 영덕을 새 핵발전소 후보지로 선정하고, 수명이 다 된 고리 1호기를 연장 가동키로 했다. 여기에 더해, 울진과 월성에 6기의 핵발전소를 추가로 짓고, 경주 저준위 핵 폐기장과는 별도로 고준위 핵재처리시설을 건설하여 울진에서 경주까지 ‘동해안 핵 클러스터’를 건설하는 계획이 추진 중이다. ‘동해안 핵 클러스터의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 핵발전소를 수출하자’는 야심찬 기획이다. 그런데 만약 후쿠시마와 비슷한 사고가 월성, 고리, 영덕 등의 핵발전소에서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부산, 울산, 포항 등이 30km의 권역에 들어가 죽음의 땅이 된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단다.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이고, 우리의 기술력이 일본보다 앞선다는 것이다. 아니 어떻게, 그걸 장담할 수 있을까?

2012년 3월은 두 개의 핵관련 행사가 국내에서 열린다. 3월 26일 핵안보정상회담과 3월11 후쿠시마 1주기이다. 핵안보정상회담은 북한이나 이란 등의 핵보유와 핵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회담이다. 핵보유국이 점점 많아지고 핵 테러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 우려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핵에 대한 안전이 보장될 수 있을까? 전 세계 핵무기의 대부분을 보유한 미국 등 강대국들의 핵감축과, 언제나 우연한 사고의 가능성이 열려있는 핵발전소를 폐기하려는 ‘탈핵’의 노력 없이, 후발국들의 핵보유 열망을 잠재우고 인류가 핵사고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일이 가능할까.

지난 1월 29일 ‘핵 없는 세상을 위한 의사회’ (반핵의사회)가 창립식을 가졌다.

“반핵의사회는 핵 발전과 핵무기 및 방사선의 위험성을 인식하여 모든 핵 발전의 중단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모든 핵무기의 즉각 폐기, 의료용 방사선사용의 최소화를 위한 활동을 전개할 것이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핵 없는 세상 구현에 앞장 설 것입니다. 또한 반핵의사회 회원들은 의료인으로서, 과학자로서, 무엇보다 양심적인 세계 시민의 일부로서 핵에너지의 사용이 완전히 중단될 때까지 필요한 모든 일에 함께할 것입니다. 우리는 전 세계 반핵운동의 일부가 될 것입니다.”

방사능이 인체에 얼마나 해로운지 시민사회에 증언해줄 전문가 집단이 사실 의사 아닌가. 지금껏 건강과 생태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의료계가 적절히 개입하고 참여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더욱 반갑다. 2월21일 건강과 대안 사무실에서 반핵의사회 장호종 교육홍보위원장을 만나 핵문제와 반핵의사회의 출범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 환경운동과 의사의 관계?

황진미(이하 황) : 그동안 의사들이 생태나 환경문제에 적절히 개입하지 못하고, 의사집단은 생태운동계에서 오히려 백안시되는 경향까지 있지 않았나?
장호종(이하 장) : 국제적으로는 의사들이 환경문제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지만, 국내에서는 그런 활동들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알려진 것보다는 많다. 사실 환경문제라는 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에 의료진의 결합이 필수적이며, 그때마다 의료진들의 개입은 있었다. 다만 개인적인 수준에서의 참여이고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반핵의사회 소속의 선생님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그동안 환경운동 활동을 열심히 해 오신 분들이 많다. 반핵의사회가 창립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신 김익중 동국대의대교수님은 경주 핵 폐기장 건설 반대운동을 열심히 해 오신 분이다. 탈핵교수모임 내에서도 활동하시고.
황 : 의사들이 개인적으로는 환경운동에 참여하였지만, 집단적으로는 개입하지 못했던 이유가 무엇일지 짚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반성을 바탕으로 반핵의 쟁점에 의사들이 집단적으로 개입하는 것의 의미를 짚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장 : 의사들이 모두 진보적인 사상을 받아들이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는 게 좋겠다. 오히려 대부분은 이 사회의 최상층에 속한다. 진보적 의사들로 국한해 바라봐도 분명히 패러다임의 문제가 존재한다. 환경운동의 사상적 기반에는 근본생태주의 경향 즉, 과학문명에 비판적이고, 심지어 인간의 우선성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도 있다. 의학 교육이 환원주의적 과학 이론을 많이 수용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유전자 결정론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환경운동의 비판에는 합리적 핵심이 있지만 인본주의를 부정하는 것은 진보적 의사들과의 접점을 만들기 어렵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2000년대 들어 환경운동의 경향도 많이 세분되었다. 토건에 반대하는 활동, 에너지문제, 등등. 핵문제는 환경운동에만 속해있는 것이 아니다. 평화운동의 한 분야이기도 하다. 평화운동 하시는 분들은 핵무기에 대한 문제제기를 많이 하였고, 환경운동 하시는 분들은 핵 폐기장이나 핵발전소 문제를 다루었다. 최근에는 두 문제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각성이 있다.

# 북핵문제와 부안 핵 폐기장 문제?

황 : 남한사회에서 평화운동으로서의 핵무기 반대는 사실 애매한 지점이 있지 않나. 80년대 후반까지 한반도 비핵화의 화두는 미국의 핵무기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그러나 이후 북핵문제가 불거지고, 진보진영내부나 평화운동을 하는 사람들 시각에서도 이걸 어떻게 볼거냐 하는 입장의 차이가 있다.
장 : 그렇다. 반핵이라면 원칙적으로 모든 핵무기와 핵시설에 반대하는 것이다. 즉 모든 핵이 사라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미국 등 강대국의 핵에 대한 입장이 위선적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핵 억지력 주장에는 모순이 있다. 어떻게 자신들의 핵은 선이고, 후발국들의 핵은 악인가. 진보진영 내에서 북핵에 대해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방어적 핵’ 이라며 인정하자는 주장도 있다. 내 생각은 다르다. 반핵의사회 내에서도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더 많은 핵무기를 가진 강대국들의 핵문제나 미국의 대북압박정책 등을 완전히 도외시한 채, 이로 인해 촉발되는 후발국들의 핵보유 욕망을 악으로 규정짓는 것은 완전히 위선이다.
황 : 환경운동으로서의 반핵운동도, 부안에서 핵 폐기장 반대 운동은 있었지만, 핵발전소 반대는 의제화 되지 못했었다. 핵발전소가 그렇게 위험한지는 후쿠시마 사고 이전에는 알려지지도 못했다. 정부가 연간 100억원의 홍보비를 들여 핵에너지가 “그린에너지”라는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있어서인지.
장 : 부안에서의 핵 폐기장 반대 운동은 시작 단계에서는 주민들의 인식이 그저 “왜 우리 동네에 그런 것이 생겨야 하나?” 정도 였지, 반핵의 문제를 깊이 있게 인식하지 못하였다. 게다가 주민들이 새만금 개발에는 찬성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새만금 개발에 반대했던 환경운동 활동가들이 의기소침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그러나 운동이 커지면서 주민들의 의식도 발전했다. 마지막엔 주민들이 군청을 에워싸고, 거의 자치를 하는 분위기까지 갔으니까. 그런 상태에서 시민단체 등이 주민투표를 제안하였고, 정부가 수용하였는데, 당연히 압도적으로 반대가 승리하였다. 사실 주민투표는 당시 노무현 정부의 연착륙을 도와주는 구실도 했다. 그런데 주민투표로 결정하는 것이 양날의 칼이다. 이후 경주에서는 반대로 작용하였다. 운동이 시작되기도 전에 곧바로 주민투표에 부쳐졌고, 당연히 찬성표가 높았다. 주민투표라는 형식이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방식으로 이용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주민투표가 모든 사항, 모든 사태에 다 옳은 방식인지도 재고해 보아야 한다. 부안이나 경주의 일을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있다. 핵 발전에 반대하는 것이 가능한가, 과연 대안이 있나? 하는 질문에 활동가들 자신이 위축되었다는 느낌이다.

# 사회문제에 있어서 전문가의 역할?

황 : 오히려 지금 정부에서 핵발전소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이 나오게 된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후쿠시마 사고가 큰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현 정부가 지닌 반 생태적 이미지가 너무 크기 때문에 현 정부가 추진하는 핵발전소를 늘리는 정책이 문제라는 생각이 그다지 급진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상이 있다. 그런데 핵발전소가 굉장한 유해시설이라는 것이 잘 안 알려져 왔다.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나, 주민들은 물론이고, 다른 국민들도 그 사실을 정확히 알아야 할 권리가 있지 않나.
장 : 94년 즈음에, 핵발전소 인근주민이 무뇌아를 출산하는 사건이 있었다. 94년도부터 2011년까지 핵발전소 주변 주민들을 대상으로 18년간의 역학조사를 교육과학부가 실시하였다. 올해 첫 발표를 앞두고, 연구결과에 문제제기가 있었고, 지금 검증 작업 중이다.
황 : 중요한 연구하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결과가 얼마나 신뢰를 얻을지는 사실 의문이다. 한국사회에서 과학 분야의 전문가 성을 둘러싸고 소위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는 동상이몽이다. 2000년 의사 파업 당시에도 의료계 내부가 발끈 했던 것 중에 하나가 어떻게 의약분업이라는 지극히 전문적인 문제를 비전문가들이 결정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한편 황우석 사건은 과학이 자신의 이해관계와 국가권력 등과 맞물려 거대한 허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 아니었나. 전문가성에 대한 시민 사회적 신뢰가 구축되지 못한 상태에서 광우병 문제가 터졌고, 그때도 전문성을 쥐고 있던 의료계는 전혀 적절한 역할을 못했었다. 후쿠시마 사고 직후에도 제대로 된 전문가적 조언이 없지 않았나?
장 : 국민들의 의료분야의 전문성에 대한 신뢰는 높은 편이다. 정말로 아픈데 인터넷에만 의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의약분업 문제 때 약품분류 등을 위원회에서 결정한다는 문제에 의사들이 발끈 했지만, 그리 발끈할 문제도 아니었다. 전문가들은 진실의 더 많은 부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정책결정은 전문가들끼리 모여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이 알고 있는 진실이 사회구성원들에게 공유되고, 사회구성원들이 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맞다. 문제는 전문가성이 단지 ‘안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와 결부되어 있는데 있다. 핵공학을 전공하는 사람 중에 핵문제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박사과정을 받기까지 비판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걸러지는 것이다. 좁은 전문분야 속에서 그들은 그것이 자신의 생계이고 사활이 달린 문제다. 이런 문제에 객관적인 진실이 과연 제대로 작동할까? 후쿠시마 핵 누출이 있었을 때도 방사선종양학과(치료방사선학과)나 핵의학과 의사 등 소위 전문가들이 적은 양의 방사선 노출은 괜찮다면서, “해롭지는 않지만, 가급적 비를 맞지는 마라” 같은 모순 어법을 구사했었다.

# 실제로 얼마나 해로운가?

황 : (웃음) 사실 나도 후쿠시마 사고 직후에 막 자료를 찾아보기 위해 도서관에 갔는데, 핵이 위험하지 않다는 논리의 책들이 굉장히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세상을 구하는 힘-원자력의 진실>은 나름 굉장히 정교하게, 체르노빌 사고 이후 벨로루시 등의 갑상선 암 발병률이 높아졌다는 사실도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이고, 핵의 위험성을 과장하는 반핵운동가들의 악선전이 있었다는 식으로 기술되어 있어서 혼란스러웠다. 뭐가 진실인지, 얼마나 해로운지 의사인 나도 잘 모르겠더라. 방사선종양학과(치료방사선과) 시간에 방사능의 단위랑 세포수준의 영향 등을 조금 배운 게 전부이지 않나.
장 : 해롭지 않다는 책이나 연구가 나오는 이유는, 정말로 해롭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함이 아니라, 뭐가 맞는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얻기 위함이다. 간접흡연이나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연구들이 있다. 해롭다는 연구에 정면 반박하기는 어려우니까, ‘안 해롭다’, ‘알 수 없다’는 등의 연구의 수를 막 늘려서 뭐가 옳은지를 식별할 수 없게 만드는 일종의 ‘물타기’인 셈이다. 그런데 그런 연구의 참고문헌 목록 등을 살펴보면 굉장히 빈약함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핵의 유해성에 대한 연구 중 가장 많은 대상을 상대로 연구가 이루어진, 가장 믿을 만한 연구는 2006년 국립학술원이 발표한 <저수준 전리방사능의 노출로 인한 건강위험>이라는 보고서이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을 종합한 일종의 메타연구보고서인데, 이 보고에 의하면, “방사능의 안전 기준이 없으며, 아무리 적은 양에 노출되더라도 노출된 양에 비례하여 암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게 진실이다. 연간 피폭한계치라고 말하는 ‘1 mSv (밀리시버트)’라는 것이 괜찮다는 기준선이 아니다. 대기 중에 연간 1 mSv (밀리시버트) 의 방사능이 늘어나면 인구 만 명당 1명꼴로 치명적인 암환자가 증가한다는 뜻이다. 한국에서 5천명의 치명적인 암환자가 늘어나는 건데, 이게 괜찮은 것인가? 방사능은 역치가 없으며, 노출된 양에 비례하여 암 발생이 증가한다. 기준치 이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기준치 이하라서 괜찮다는 말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의사지만 핵의 위험성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후쿠시마 사고 직후 이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단국대 의대 하미나 선생님 등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따로 공부하신 분들의 강연을 새로 듣고 재교육을 받았다. 방사선종양학과에서 암 치료용으로 쓰이는 방사선의 유해성을 다룬 연구논문들도 있다. 소아 백혈병에서 방사선 치료를 받은 군과 항암제 등의 치료만 받은 군으로 나눠서 추적관찰을 해보면 방사선 치료를 받은 군의 2차 암 발생률이 높다는 보고이다. 암 치료를 위한 방사선 조사도 최소화되어야 하며, 검사를 위한 방사선 조사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병원에서의 방사선도 너무 경각심 없이 쓰이는 경향이 있다.
황 : 그런데 이런 말을 하면 정부는 막연한 불안감을 높이는 무책임한 짓이라고 하지 않나?
장 : 후쿠시마 사고 직후, 4월 7일에 비가 왔는데, 일부 지역에서 정수취수장의 물을 덮개로 덮었다가 난리가 났다. 정수장의 물에 방사능비가 떨어져 섞이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지만, 정부는 불안감을 높인다고 비난하였다. 경기도 교육감이 초등학생들 학교장 재량으로 휴교해도 된다고 했더니, 그것도 비난했다. 당시 근거로 이야기 되었던 기준치에 혼선이 있었다. 기준치에는 평상시에 적용하는 방사능 기준치와 후쿠시마 사고 같은 것이 났을 때 적용하는 비상시 기준치가 나눠져 있다. 당시 수돗물은 미국 음용수의 평상시 기준치를 넘었었다. 하지만 정부는 비상시 기준치를 적용하여, 그것보다 낮으니까 괜찮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미 비상시라는 것을 인정하였으면서, 국민들에겐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행동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이다.

# 3월26일 핵안보정상회담과 반핵운동?

황 : 3월 26일에 서울에서 2차 핵안보정상회담이 열린다. 정부는 G20때와 마찬가지로 안보를 강조할 것이다. 하지만 반핵여론을 환기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더구나 4월 총선과 맞물려 정치적 쟁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삼척 등 강원도, 경북 등에서는 지역 현안이기도 하고, 이미 통합진보당에서 2040년까지 탈핵을 공약으로 발표하여, 에너지정책 전반이 정치적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어떻게 전망하나?
장 : 1차 핵안보정상회담이 2010년 4월에 열렸었고, 그때 2차 회담을 2012년 4월에 서울에서 열기로 한 것인데, 당시 이명박 정부입장에서는 G20 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정권차원의 치적이나 호재로 활용할 생각이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G20때는 국민들이 경제위기 회복에 대한 일종의 기대가 있었지만, 핵안보정상회담은 그런 기대를 걸만한 행사도 아니지 않나. 하지만 정부입장에서는 북한을 압박하는 용도로 활용할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때가 또 천안함 2주기이다. 총선을 앞두고 50개국 정상들이 모이는 행사를 치르기 위해 경찰 4만 명이 강남일대를 준 계엄 상태로 만들면서, 우익을 결집시키고 부흥회 같은 분위기를 몰아가겠다는 생각이었던 모양인데, 작년에 후쿠시마 사고가 난 것이다. 게다가 지금 정권은 비리문제로 엄청난 위기에 몰려있다. 이 상태로는 우익결집도 힘들고, 오히려 반핵여론의 역풍을 맞지 않을까 우려해서인지 정부가 그다지 홍보에 열을 내지 않고 있다. 지금 ‘핵안보정상회의 대항행동’이라는 연합체가 만들어져서, 반핵의사회도 함께 행동을 할 계획이다. 얼마나 반핵 여론이 일어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통합진보당의 “2040 탈핵선언”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보다 앞서, 후쿠시마 직후에 진보신당이 탈핵선언을 했는데 주목받지 못했다. 갈수록 중요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음에 고무적이다.

# 전력수요를 줄이면 핵발전소가 없어질까?

황 : 2월 13일에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45개 지자체장들이 ‘탈핵-에너지 전환을 위한 도시 선언문’을 발표하였다. 반핵이슈가 삼척 등 지역 현안에 머물지 않고, 서울시 등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지자체가 핵발전소를 짓지 않아도 되게끔 전력소비를 줄이고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는 쪽으로 전환하자는 선언이었다. 진보신당이나 새로 창당될 녹색당 등에서는 지역운동과 결합한 생태운동,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쪽으로 라이프스타일로 바꾸거나 도시농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움직임이 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이런 생태운동에 의료계가 결합할 수 있는 여지는 없을까?
장 : 라이프스타일의 개선으로 핵 발전을 막자는 것은 핵심을 벗어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에 하나가, 전력수요가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핵발전소를 짓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본말이 전도된 이야기이다. 한국에서 핵발전소가 추진되기 시작했던 50-60년대는 전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세계적으로도 핵발전소 건설은 핵무기 개발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정치적, 군사적 이유에 의해 국가주도로 만들어진다. 핵폭탄이 먼저 개발되었고, 핵잠수함, 핵 항공모함이 만들어졌다. 그 엔진 그대로 규모를 늘려놓은 것이 핵발전소이다. 전력 수요 때문에 핵발전소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핵발전소에 의해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다. 핵발전은 수요에 맞춰 출력을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야간이나 계절적인 잉여전력이 발생한다. 정부는 이를 ‘풍부한 값싼 에너지’로 홍보하면서, 산업체에 엄청나게 싼 값으로 전기를 공급하고, 밤사이 남는 전력으로 물을 끌어올려서 발전을 하는 양수발전소라는 아이러니한 시설을 만드는 등 전력 과소비를 부추겨서 수요를 늘리는 악순환을 불러일으킨다. 핵발전소를 반대하기 위해 전력수요부터 줄이는 라이프스타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은 좋은 말처럼 들리지만, ‘핵 발전 불가피론’의 거짓 논리에 말려들어간 결과이다. 수요 때문에 핵발전소를 짓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요를 줄인다고 핵발전소를 안 짓는 게 아니다. 남는 전기는 산업체에 더 싸게 공급하거나 전력 난방을 늘려서 쓰면 썼지, 핵발전소를 짓지 않는 정책으로 가지 않는다. 반핵운동은 에너지 절약운동으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핵발전소를 멈추라는 정치적 압박을 가하는 행동으로 나아가야한다. 그리고 나는 지역 생태운동 등에 의사들이 참여하더라도, 꼭 의사로서 참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의사이기 이전에 민주시민이자 양심적인 지역주민으로 참여하면 된다.
황 : 반핵의사회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어떤 것이 있나?
장 : 핵발전과 방사선의 위험성에 관한 소책자를 발간할 예정이다. 일본 ‘미니렌’ 자료를 번역하고 있다. 또 반핵의사회 회원들이 아까 이야기한 94년부터 18년간 진행되었다는 핵발전소주변의 역학조사를 검증하고 있다. 그리고 3월의 ‘핵안보정상회의 대항행동’과 함께 다양한 행사에 집중할 계획이다.

핵없는세상을위한의사회 http://cafe456.daum.net/_c21_/home?grpid=1P3GY
핵안보정상회의 대항행동 www.no-nss.org @no_nss

응답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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