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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여기 원자력 10만년 할부요! -하승수 변호사 인터뷰

- hanjun

경험만큼 좋은 교육은 없다고 했던가?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기점으로 1년 만에 자국 내 모든 원전을 포기했다. 생존과 대면하는 최전선의 경험인 만큼 그 대가는 실로 천문학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러 세대와 전 지구가 함께 짊어질 고통을 수치화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병들어버린 대지와 신체로는 더 이상 미래의 청사진을 그릴 수 없다. 지금의 후쿠시마가 도래한 현실이며 도래할 내일이다. 한 번의 실수로 10만년을 저당 잡히는 핵 발전이 과연 효율적이고 지속적이라 말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탈핵의 길목에서 우리는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후쿠시마 3.11과 311

광화문에 점심시간이 오면 매번 이순신동상 앞으로 한 사람이 나타난다. “더 이상의 신규원전은 안 된다”는 피켓으로 말을 전하는 이 사람은 녹색당의 하승수 변호사다. 그는 후쿠시마의 3월 11일을 생각하며 신규 원전을 반대하는 311시간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사회운동을 넘어 정치적으로 논의를 발전시키는 그에게 한국의 탈핵과 그 대안을 물었다.

# 핵 안보 – 핵으로 부터 벗어나기

오는 3월 서울에서 핵 안보 정상회의가 열린다. 탈핵과 탈 원전을 주제로 한 회의를 예상한 것과는 달리 그들이 말한 핵 안보는 테러집단으로부터 핵물질과 시설을 방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동안 우리가 겪었던 핵 사고가 자연재해나 인재에서 연유한 것을 생각해 볼 때 이번 회의는 지속적인 핵 발전의 의도를 내포한다. 이에 하 변호사는 진정한 의미의 핵 안보는 테러리즘으로부터의 안전이 아니라 핵 자체로부터의 안전이라고 말한다.

# 핵, 그 차별적 역사

사실 핵 자체가 불안전하기 때문에 안전성의 문제는 항상 회자되지만 핵 산업의 또 다른 문제는 차별적 성격이다. 하변호사는 이 문제를 강조한다. “대부분의 전력 소비는 대도시가 담당하지만 공급은 지방 소도시가 맡고 있습니다. 지방은 대도시를 위해 원전과 송전탑의 위험을 감내 하며 전기를 공급해주는 꼴이 되죠.” 지방에 빨대를 꽂아 에너지를 공급받는 대도시. 그는 지역 차별적 성격과 더불어 핵 산업이 가진 인간 차별적 성격도 이야기했다. “방사능을 이용한 산업인 비파괴검사나 원전 종사자들은 장기피폭에 따른 위험성에 노출됩니다. 열악한 근무환경에서의 장기노출은 백혈병과 암 같은 불치병을 동반하는데 이런 현실에도 산재인정은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이 하청업체 노동자이고 방사능 피폭 허용치가 일반인보다 수십 배 높다 보니 벌어진 결과입니다.” 피폭의 위험성을 묵과하고 질병의 위협을 묵시하는 핵 산업. 지방 소도시가 대도시의 에너지 노예로 전락하는 착취적이고 차별적인 핵 발전. 핵의 주요 쟁점이던 안전성 주위로 많은 문제들이 부유하고 있었다.

# 핵 없이 괜찮겠어? – 핵 마피아의 꼼수

후쿠시마의 사고로 원전의 위험성이 표면화 되었지만 ‘원전이 없이 살 수 있는가?’란 질문엔 아직도 머뭇거린다. 우리나라 전력생산의30%를 차지하는 원전을 없앤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를 불안이 엄습한다. 하지만 하 변호사는 이런 생각이 핵 마피아의 ‘꼼수’라 말한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모든 이야기들 (원전은 지속가능하며 친 환경적이고 저렴하며……)이 사실 핵 마피아의 전략적 코드였던 것이다. “일단 건설기간만 10년 재처리기간만 10만년인데 어떻게 저렴할 수 있겠습니까? 이미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것은 우리 눈으로 봤고 안전하지 않다는 것 또한 그렇습니다. 핵 산업에는 마피아가 존재합니다. 어마어마한 건설비와 연구비가 이들의 목표죠. 대체로 마피아에 속해있는 자들은 한국수력원자력, 현대건설, 두산 중공업 등 정부와 공기업, 건설 업체가 두루두루 얽혀있습니다.” 현재 일본은 54개에 달하던 원전을 2개만 가동하며 독일은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 하겠다고 나섰다. 더욱이 덴마크와 오스트리아는 지금까지 원전 없이 살아온 나라들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신규원전을 추진 중이다. 줄여 없애는 방향을 생각하지 않는다. 원전을 줄이면 전력난은 발생한다. 일본의 경우도 그랬다. 하지만 그들은 알고 있다. 원전이 없어 겪는 불편함은 원전이 터져 겪는 불편함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을. 폭탄을 끌어안는 성장담론 대신 생각의 재고와 생활의 재편이 필요할 때다.

# 핵없는 세상 그리고 녹색당

국내 원전이 차지하는 에너지 비율은 30%이다. 적지 않다. 현재 소비대로라면 원전 폐쇄 시 전력난은 필연적이다. 그렇다면 원전이 없는 덴마크는 무엇으로 전기를 생산할까? 2008년을 기준으로 덴마크는 풍력과 신재생에너지로 40%의 전기를 생산했다. 현재 신재생에너지는 20%를 넘어섰고 2020년까지 30%달성이 목표다. 루소는 <사회계약론>에서 사람들이 맺는 관계의 보편성은 다른 보편성으로 비판될 수 있다고 했다. 즉 우리가 필연적이라고 생각하던 것 (인류문명은 발전해야 한다)은 다른 필연(지금 상태로도 충분하다)으로 비판되고 재배치될 수 있다는 말이다. 현재 우리가 추구해야할 보편성은 무엇일까? 그를 위해 우리 생각과 생활은 어떻게 배치되어야 할까? 개발주위에 매몰된 한국 사회에서 평화롭고 안전한 생존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녹색당. 그들은 분명 새로운 보편성의 방향을 열고 있다. 10만년을 저당 잡힐 것인가 10만년을 보증할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이제 시간이 됐다.

응답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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