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노동잔혹사

서울 청년유니온

- 김민수(청년유니온)

“청년유니온은 구직 중인 자나 실업 중인 자를 조합원으로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의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에 해당 해 노동조합으로의 설립을 반려한다.”

내가 봤을 때 고용노동부는 자신들의 행정력과 업무시간의 절반을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데에 할애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2010년부터 지금까지, 청년유니온의 노조설립 신고를 4번이나 반려해왔다. 구직자들에게 노동3권을 인정하면, 이들이 갑자기 미친 척하고 폭동이라도 일으킬까봐 그런가? 부처 내 공무원들의 업무 과부하를 배려하기 위함인가? 우선 실질실업률 25%에 달하는 청년들이 노동3권이 없어서 폭동을 일으키지 못한 것은 아니다. 한 편 청년들의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기 위한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는 것보다, 담당 공무원들의 업무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알려 줄 터이니 고용노동부는 이를 새겨듣고 바로 행했으면 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2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노동조합의 설립을 신고하였음을 증명합니다.”

2012년 3월 14일, 서울시가 서울 청년유니온에 보내 온 공문이다. 보고 있나, 고용노동부? 달랑 두 줄이다. 이렇게 하면 간단히 끝난다.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기다. 고용노동부는 설립신고를 내어주고, 우리는 더 이상 지랄을 하지 않는다. 윈윈이 아닐 수 없다.

“청년고용 문제와 사회적고용 문제 캠페인 등은 굳이 노조가 아니어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문제입니다. 서울시가 (청년유니온의) 법내노조를 승인한다고 해도 대표성을 갖기는 힘들며 추후 노사관계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에도 정식 노조로 인정하지 않을 것”

고용노동부 담당자가 근자에 보내 온 리플라이이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 청년유니온이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동조합의 형태를 선택하든, (노조가 아닌) 비영리단체의 모델을 지향하든, 그건 우리들 마음이다. 확실한 건 고용노동부 측에서 가타부타 할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청년들이 노동3권 한 번 가져보겠다고, 그리하여 우리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만든 것이 청년유니온이다. 이를 필사적으로 저지하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성전’이며 ‘구국의 결단’인가? 얘들 밥 못 주겠다고 울먹거린 오세훈과 싱크로율이 너무 높다. ‘5세 훈이’에 이어서 ‘고용노동부 어린이’ 수준이다. 이 쯤에서 고마해라.

어쨌든 박원순 시장의 당선과 맞물려 ‘서울 청년유니온’이 법내노조의 지위를 획득하였다. 구직자를 포함한 청년들의 노동3권이 인정 된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몽니로 전국단위 법내노조의 위상에는 도달하진 못했으나, 새로운 판이 만들어진 것은 확실하다. 노동3권을 연장 삼아 전경련과의 교섭에 나서는 청춘의 역습을 꿈 꿔도 좋다.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이 될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그래왔듯이 말이다.

서울 청년유니온 창립선언문

청춘의 이름으로 서울의 봄을 선언한다.

젊음의 절망을 기억하는가. 밀린 학자금을 갚기 위해 삼각 김밥에 바코드를 찍어야 했던, 먹고사니즘을 위해 인간의 삶을 유예해야 했던, 더욱 평등한 동물들의 존재를 긍정해야 했던, 청춘이 오직 죽음을 통해 실존을 지킬 수 있었던, 이 땅의 절망을 기억하는가.

슬픔이 휩쓸고 간 언저리에 청년유니온의 이름으로 우리가 함께했다. 서로의 상처에 공감하고, 세상에 드러내고, 문제를 해결했다. 편의점의 절망을 외치고, 죽음의 피자배달을 중단 시키고, 커피숍의 떼인 돈을 회수했다. 병원 실습의 야만을 폭로하고, 뮤지션의 꿈을 찾아 나섰다. 우리는 그렇게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청년들의 노동조합을 청춘의 객기라 비아냥거린 이들 앞에 우리는 청춘의 승리를 여실히 증명한 것이다.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우리의 승리에 만족하기엔 이 땅의 절망이 너무도 깊다는 것을. 카페베네의 본사에서 완성 된 환희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12시간의 감정 노동 끝에 100만원을 끌어 안는, 커피와 복사 끝에 6개월 만에 버려지는, 사회 생활이라는 미명아래 인간 자유이용권으로 전락한, 이 시대의 전태일들을 위해, 우리는 더욱 강해져야 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우리들은 더 큰 승리를 확신한다.

청춘의 이름으로 서울의 봄을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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