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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만필

제발, 왜들 이렇시요!

- 김융희

세상이 가관이다. 가관이 아니다. 너무도 황당하다. 세상도 아니다. 세상은 조금도 변함없이 여전하다. 그런데 아무렇지 않게 가만히 있는 이 세상을 자칭 잘났다고 생각하는 당신들이 콩이요 팥이라며 흔들어 난장을 친 것이다. 태고로부터 유유히 흐르고 있는 강물에 엉뚱하게도 조무래기 괴물이 나타나서 요동치며 휘젖는 꼴이다. 조금씩 달라져가며 가관이던 짖거리가 이제는 완전히 변해 정말 참담하다. 역겁고 지겨워 밥맛이 쏵 사라질 지경이다.

지극히 낮은 체, 잡초로 살고 있는 별 볼 일 없는 우리들이다. 높은 자리에서 통치권을 휘두르는 곳, 권력의 중심부에서 벌이고 있는 꼴보기가 정말이지 이제는 지겹다. 그래서 나는 진즉부터, 신문도 끊었고, 하루 한 두 번의 TV뉴우스 정도로 세상사를 멀리하며 외딴 산촌에 묻혀 살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한 두 번 보는 뉴우스가 내 마음을 휘저으며 자존심을 짇밥고 있다. 우리도 사람이다. 정말이지 숨이나 좀 쉬게 가만 놔주기를 바란다.

하늘이 아는 모양이다. 지금의 날씨가 꼭 내 마음이다. 아침에 따사한 햇빛이 장포를 내려쬐고 있었다. 스며든 빛을 잡으려 언 땅을 뚫고 고개를 든 새싹들이 평화로워 보이는 화창한 날씨였다. 그런데 차츰 서쪽에서 다가온 구름들이 자꾸 하늘을 가리더니 정오 뉴우스가 끝나고있는데 거친 빗소리가 사납게 지붕을 친다. 날씨는 점점 험상궂게 변하여 찬바람이 헐벗는 나뭇가지를 흔들며 세차게 불고 있다. 꼭 뒤틀린 내 마음처럼 얄궂은 날씨다.

이번 발사될 북조선의 ‘광명 3호’가 미국 본토까지 이르는 사정거리로 일만 킬로를 넘는 것이란다. 우리도 평양을 공격할 수 있는 만반 준비를 끝냈다는 당국의 발표이다. 그러면서 북측이 공격하면 즉각 실행할 것이라고 뉴우스는 전한다. 쌍방이 호시탐탐 쥐새끼가 움직이는 것까지도 서로를 감시하며 대치한 것이 벌써 반세기도 넘는 우리의 남북관계이다. 그런데 평양을 공격한다, 우리를 공격하면! 공격해도 가만 있겠다고 했던 때도 언제 있었던가.

공격하면 가만 있을 우리가 아닌 것은 새삼스런 것도 아니며 너무도 당연하다. 또한, 그동안 지겹게 들었던 소리로 이 말에 심각성은 별로 관심밖이다. 다만, 왜, 지금, 누구를 들으라고 하는 말인가? 그 말의 저의가 내 마음에 와 닿은 뉴앙스로 해 본 소리일 뿐이다.
심히 참담했고 자존심에 헛바람이 샌 것의 본심은 요즘 연거푸 떠드는 중심부의 소리와 그 작태인 것이다. 이 누구의 ‘몸통이 바로 나’라는 변명의 발표 모습이 그랬고, 그저 십시일반으로 거둬 주었을 뿐이란 지극의 동료애와 그 거액을 건냈다는 변명이 그랬다.

그것이 무슨 말인가 했더니, 잘 못된 일이었던 것 같다며 근무중 있었던 일을 조 모씨가 털어 놓은데서 생긴 일이나 보다. 그 내용을 입막으려는 뜻에서 돈이 거래되지 싶고, 그것이 위법성의 결정적 계기가 되는 무슨 끙끙이가 있는 모양이다. (미리 말씀 드렸지만, 관심없는 뉴우스의 내용들을 나는 거의 모른다) 그런데 내 귀를 의심한 것은 내 평생 소원인 그처럼 거액인 기천 만원을 동료에게 동정해 그냥 줬다는 말이었다.

그동안 법에 익숙한 높은 자리의 사람일수록 길거리 돌맹이도 이미 다 아는 사실을 한사코 ‘안했다’로 오리발 내미는 꼴만 보아온 우리였다. 그런데 정말 머리가 돌아버릴 것 같은 여태것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꼴을 보았다. 스스로 기자들을 불러놓고 전국민앞에서 “그래 내가 시켰다, 우리가 줬다.” 를 뻔당하게 거침없이 내밷는 광경을 TV를 통해 보면서 나는 솔직히 섬찍했다. 얼굴을 치켜 새우고 눈을 부릅뜨면서 그 뻔당한 꼴로 큰소리를 치는 태도는 누가 보아도 ‘그래 내가 했다. 어쩔 것이냐’라는 시위요 위협이었다.

주었다고 시인한 것도 그렇고, 동료를 위로하기 위해 ‘직장에서 십시일반으로 거둬 전했던 것’이란 변명이 나를 서글프게 했다. 얼마나 부자들이면 그런 액수가 십시일반일 수 있을까. 얼마나 인정이 두터우면 동료를 위해 그런 어머어마한 돈을(나는 까무라칠 액수이다) 선뜻 내놓을 수 있을까. 돈도 많은 인정이 넘치는 동료들이 있는 직장, 그런 곳이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살고 있는 내 신세가 새삼 나를 비참하게 한다. 나의 이 빈대속 같은 푸념을 모두가 비웃을 것 같다. 그러나 어떻든 나의 가감없는 마음속의 솔직한 말이다.

하찮은 잡초같은 우리이지만 생각이나 사리 판단은 건전하다. 도대체 그 지체높은 분들의 말이 소리일 뿐 말같지 않아서 솔직히 우습다. 이것에 비하면 차라리 ‘내가 했다. 어쩔래’라는 짖은 어린애 애교같아 귀엽게 보아 넘길 수 있겠다. 그래 힘없이 무고한 사람들을 감시 사찰한 사실이 알려지니까 그 사실은 어물쩍거리면서 하는 소리가 기껏, 이번엔 ‘우리만 했냐? 전에도 했더라. 가만 있다가 들키니까, 이제사. 우릴 칠려면 전에도 칠 일이지 왜 우리만이야!’이다. 그래 전에도 했으니 우린들 못할게 없지 않다? 그것이 기껏 당신들 본인의 변명이란 말인가? 진정이라면 정말 한심하다.

할려면 “어쩌다 보니 참 잘못된 일이었다. 많이 부족해서 몰랐음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이제라도 알게 해주어 진심으로 감사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우리가 할 말은 아니지만 전에도 있어던 일이라 생각했다. 너그럽게 용서해 주기 바란다.”고 통사정부터 해야할 일이다. 옹색한 변명을 앞세워 자꾸 자기는 아니라며, 오히려 ‘잘못은 너이지 나는 결코 아니야’만을 강변해선 안될 일이 아닌가. 이것이 최소한의 양심있는 본심이 아니겠는가.

이런 전혀 꺼리도 안되는 일을 꺼리로 쓰고 있는 내가 너무 비참하다. 사실 나는 다른 주제를 한참 쓰다가 머리를 식힐겸, TV를 커고 뉴우스를 듣는 것이 잘못이었다. 이런 뉴우스를 들으면서 황당한 마음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전에도 했는데 우린들… 그런데 들키니까, 당사자의 변명이라며 하는 말, 작태… 이건 막된 세상에서나 있어야 할 일이 아닌가! 깊은 속내는 모른다. 그래, 모르지만 상식보다도 더 기본적인 일을, 너무도 뻔한 사실을 멋데로 늘리고 감추면서 말놀림을 하는 꼴들이, 이 귀막고 산촌에 묻혀 사는 나에게까지 가관을 넘어 참담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내 삶이 항상 이랬지 언제는 아니었던가? 남들은 힘들다며 모두가 IMF를 내세운 구제금융의 경제위기 때에도 ‘나는 항상 IMF인데’ 라면서 태평하게 지낸 내가 아니었던가. 지체 높은 자들의 통치의 전횡도 지겹도록 경험하며 살아서, 아는만큼 모른것도 없다. 항상 너무 당하며 살면서 쌓은 지혜로 잘 지내고 있는 내가, 요즘 왜 이리도 마음이 요동치는가?
요즘처럼, 이렇게 나라와 백성을 아끼는 잘난 사람들이 많은데, 민초들의 얼굴에선 환한 웃음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하루 동안의 날씨가 참 변화 무쌍이다. 저녁엔 눈도 내렸고, 지금은 세찬 눈보라와 강한 비바람이 몰아쳐 전국에 강풍특보가 내려져 있다. 여러 곳에서 비 피해도 발생했다고 한다. 화려한 정치판의 요란스런 공약들이 전국에 뜨겁게 요동치고 있는데, 험한 날씨 탓으로 또 말없는 농사꾼들이 더욱 힘들겠다. 그러나 주권 행사의 투표하는 날짜가 열흘도 안 남았다. 잡초들이여, 힘을 내자. 그리고 희망을 갖고 미래를 믿자.

응답 2개

  1. 박카스말하길

    쌤~. 거리에 선거철 고성방가가 짜증을 일으키는 때이지만, 보내주신 봄 냉이와 빵 바깥부분 맛있게 먹으며, 친구들과 공부하며 잘 지내고 있겠습니다. 곧 뵈어요. 쌤!

  2. 말하길

    올해는 차고 궂은 봄날씨 탓에 씨뿌릴 시기를 놓쳐버렸습니다. 봄도 아니고 봄이 아닌 것도 아닌 날씨처럼 뒤숭숭하기만 한 선거의 계절입니다. 빨리 완연한 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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