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꼼

<넝굴째 굴러온 당신> 입양아 부모찾기를 통해 고부관계의 본질을 묘파하다!

- 황진미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넝굴당>)은 2월 25일 첫 방송된 후 시청률 1위를 달리는 주말연속극이다. 특히 지난 주말 방영분에서는 그동안 쌓아온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시청자들은 폭풍눈물과 함께 앞으로 전개될 새 국면에 높은 기대를 모았다.

<넝굴당>이 초반에 가장 공들인 설정은 친부모 찾기이다. 5살에 잃어버린 아들이 해외입양 되었다가, 우연히 이웃으로 살게 된 친부모를 어느 순간 알아본다는 설정. 이 얼마나 극적인가! 실제로 70-80년대에 해외입양이 성황을 이루었고, 2000년대 들어 성년이 된 해외입양아들의 친부모 찾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사회성까지 갖춘 소재이다. 그러나 입양아 부모 찾기가 이 드라마의 주제는 아니다. 입양아 부모 찾기는 전체 주제의 이해를 돕기 위해 쓰인 하위주제일 뿐이며,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고부관계’ 이다.

<넝굴당>의 첫 회는, 명절시댁스트레스를 성토하는 친구들에게 해외여행을 다녀왔단 말을 하는 차윤희(김남주)가 “난 그런 시댁이 싫어서, ‘능력 있는 고아’랑 결혼했지”라 속으로 말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시댁은 가급적 피하고 싶은 존재’라는 며느리들의 공통감각을 드라마가 백분 공감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넝굴당>이 그리는 고부갈등이 여느 막장드라마가 취하는 ‘표독스러운 권력자 시어머니와 신데렐라 며느리의 대립구도’는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설정은 드라마제작프로듀서인 차윤희가 만드는 극중극의 형태를 통해 통렬히 비판된다. <넝굴당>이 말하고 싶은 고부갈등의 본질은 바로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관계가 문제’라는 깨달음이며, 입양은 이러한 주제를 선명하게 만드는 장치이다.

<넝굴당>은 처음부터 두 가정을 보여준다. 차윤희네는 다정하고 동등한 부부이다. 엄청애(윤여정)네는 가부장적이나 인정 많은 대가족이다. 둘을 따로 떼어놓고 보면, 각자 개성은 넘치지만 문제가 없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둘이 만났을 때 벌어진다. 차윤희와 엄청애는 사소한 시비로 사사건건 대립한다. 둘 중 누가 악해서가 아니라, 개와 고양이처럼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둘은 운명을 모르지만, 시청자들은 이들이 고부관계가 될 것을 알고 있다. 고부관계란 이처럼 전혀 다른 스타일의 두 주체가 난데없는 운명으로 맞닥뜨리는 외부적 관계이다. 둘을 이어주는 유일한 끈은 아들/남편이다. 아들과 부모는 눈물겨운 혈연관계이고, 남편과 아내는 살가운 단짝이다. 그러나 며느리입장에서 시댁을 보면 엄청난 괴리감이 느껴진다. 시댁과 남편 사이의 끈조차 그리 단단해 보이지 않는다. 시댁과 갈등을 겪는 며느리들이 느끼는 최고의 미스터리는 ‘이토록 괜찮은 내 남편이 어떻게 저런 사람의 자식일까’하는 의문이다. 차윤희의 시댁이 ‘최악의 이웃이자 나중에 찾은 남편의 친부모’란 설정은 시댁에 대한 괴리감과 단절감을 극대화시켜 보여주는 장치이다. 여느 며느리에게나 시댁은 가장 피하고 싶었으나 운명의 장난으로 엮인 관계이며, 남편과의 연결점도 별로 없어 보이는 ‘절대적인 타자’이다. 고아남편을 원했던 차윤희에게 ‘넝굴째 굴러온’ 시댁은 손짓하며 말한다. “웰컴 투 시(媤)월드!” 제작현장에서 구르고 구른 비위맞추기의 달인 차윤희여, 여기가 로두스다. 여기서 뛰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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