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보일기

이용자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2

- 아비(장애인활동보조인)

A씨는 허리를 다친 후, 활동보조를 하는 것에 지장을 느꼈다. 그는 예전에도 허리가 불편한 경우가 있어 침을 맞으면 나아졌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침을 맞으러 다닌다고 하였고, 침을 맞으러 다녀야 했기에 활동보조를 예전만큼 해줄 수 없었다. A씨의 이용자는 한쪽 손을 비교적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으며 전동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었다. 그 이용자에게 필요한 활동보조의 대부분은 전동휠체어에 타거나 내리는 일이었다. 그는 소변을 혼자서 처리할 수 있었으며, 대변을 보거나 침대와 전동휠체어 사이를 오가는 일이 그가 필요로 하는 활동보조의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A씨는 당분간은 허리를 쓸 수 없었기에 결국 B씨나 나에게 활동보조를 부탁하곤 하였다. A씨의 이용자가 대변을 보아야 할 경우, 동건씨와 마주칠 때까지 기다려 나에게 이용자를 부탁하거나, 휠체어와 침대 사이를 오갈 경우에는 B씨에게 부탁하는 식으로 A씨 이용자의 활동보조가 이루어졌다. 그것은 동건씨 입장에서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A씨의 이용자가 대변을 보기 위해 공중화장실에서 활동보조를 받는 동안, 동건씨는 바깥에서 활동보조인 없이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활동보조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현실에서 동건씨 또한 쉽게 활동보조인이 없는 상황에 빠질 위험이 있었으며 그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동건씨는 약간의 짜증을 내기도 했지만 결국 내가 그의 활동보조를 해주는 것을 허락해 줄 수밖에 없었다.

B씨는 자신의 이용자에 A씨의 이용자까지 활동보조 해주어야만 하는 상황에 불만을 느낀 듯 했다. 사실 활동보조인은 자신의 이용자 외의 장애인에게 활동보조를 해줘야 할 이유가 없다. 현행 활동보조인 바우처 제도는 1명의 장애인이 제공받아야 하는 활동보조가 1명의 활동보조인으로 불가능할 경우 2명의 활동보조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개기관에 신청 후 3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장애인 이용자는 더욱 많은 바우처를 지불해야 한다. 이 경우, 활동보조인들에게는 통상급여의 75%로 깎아서 지급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현실적으로는 재원부족이라는 배경에서 노동강도 약화1를 이유로 더 낮은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듯 하다. 결국 장애인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바우처를 소진하도록 하며, 활동보조인의 입장에서도 같은 시간 동안 더욱 적은 임금을 받고 일해야 하기에 현실적으로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한명의 활동보조인이 여러 명의 이용자에게 활동보조를 제공할 경우에 임금을 더 많이 주는 경우는 없다. 노동강도는 더욱 강해지지만 그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없다. 활동보조인은 자원봉사와 같은 마음으로 여러 명의 장애인 이용자에게 활동보조 해주어야만 한다. B씨는 A씨의 이용자에게 활동보조를 제공하는 대신에 추후에 바우처를 추가로 결재 할 수 있기를 원했다. 하지만 이용자는 이를 거부하였고 중개기관에 B씨가 활동보조를 해주지 않는다는 불만을 전했다. 중개기관의 개입이 있었고, B씨는 A씨의 이용자까지 활동보조를 해주는 수밖에 없었다.

B씨의 또 다른 이용자는 나에게 종종 A씨의 이용자에게 활동보조를 해주지 말라며 냉정하게 자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사실 나 또한 그 이용자에게 활동보조서비스를 제공할 특별한 이유가 없었기도 했지만, 그는 그것보다 나의 허리를 걱정하곤 하였다. 나 또한 허리를 다쳐 활동보조를 하지 못하게 될 경우가 생길까 우려하였다. 활동보조인이 필요한 장애인으로서 아부성 혹은 어떤 격려의 발언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종종 나를 최고의 활동보조인으로 추켜세웠고, 내가 지속적으로 활동보조 할 수 있기를 바랐다.

이렇게 지내는 가운데 B씨 또한 나의 활동보조 태도에 충고를 해 주었다. 장애인 이용자를 허리를 이용하여 번쩍 들어올리는 것은 허리를 다치기 쉬운 활동보조이며, 지속적인 활동보조가 가능한 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그때 당시까지 몰랐던 사실인데, 동건씨는 옆에서 잡아주기만 하면 자신의 다리 힘을 이용하여 일어서는 것이 가능했다. B씨는 허리를 이용해 동건씨를 들어본 적이 없었으며, 동건씨가 다리에 힘을 줄 때까지 기다려 그를 끌어 휠체어에 앉히는 방법을 이용했다. 하지만 동건씨는 이 사실을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고 나는 그 이야기를 B씨에게 들어서야 알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 이 말을 듣던 당시 나는 뭔가 ‘속고 살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동건씨가 특별히 의식하지 않은 일인지도 모르겠으나, 그동안 이처럼 쉬운 방법을 모르고 무리하게 허리를 써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A씨의 허리는 쉬이 낮지 않았고, A씨의 이용자는 허리를 써야만 활동보조가 가능한 사람이었다. 그런 상태가 한 달 정도 지속되었다. 내가 듣기로 A씨는 이용자를 옮기다가 허리를 삐끗한 경우였기에, 어떤 ‘사고’ 시점이 있어 보였다. 나는 A씨에게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산업재해보험 보상을 신청해보라 하였으나, 그는 이미 침을 맞으면서 많은 시간이 흘렀다며 보상절차를 시도하지 않았다. A씨의 이용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활동보조를 제공받을 수 없어 불편해 하였지만, 정작 그 활동보조인이 자신 때문에 다쳤다는 이유로 명확한 의사표현을 하기 어려워했다. 결국 A씨가 부담할 수 없는 노동은 B씨와 내가 부담해야 했기에 서로가 조금 불편한 상황이었다.

결국 그는 활동보조인을 그만두었으며 그의 이용자는 다른 활동보조인을 구하였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나는 A씨가 자신의 불행에 어떠한 보상을 받는 것에 소극적 태도를 보인 것을 아쉽게 생각했다. 산업재해보상 신청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가서 요앙신청서라는 문서만 작성하면 된다. 해당 질병이 업무로 인해 생겼다는 의사소견서를 첨부하면 좋다.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것과는 다르게 이러한 절차는 고용주의 허락을 득해야 하는 것이 아니며, 고용주만 산업재해보상을 신청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것도 아니다. 고용주는 산업재해보상 절차에서 의견을 낼 뿐이다. 고용주는 보험금 등의 문제로 산업재해 신고를 기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며, 그것은 활동보조 중개센터 또한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활동보조인을 쉽게 구하지 못해 다른 활동보조인에게 부탁하는 방식으로 장애인 이용자의 생활을 보장할 수 밖에 없었던 점도 눈에 들어왔다. 이는 활동보조인의 근로조건을 개선시켜 활동보조인의 수급을 원활하게 보장하지 못하는 보건복지부의 책임이 크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서서히 풀어나가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은 뒤, 활동보조에 임하는 나의 태도는 변화하게 되었다. 나는 장애인 이용자에게 정말 필요한 활동보조는 열심히 일하는 활동보조가 아니라, 오래토록 지속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활동보조인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이제 예전처럼 허리를 쓰지 않으며, 조금 덜 열심히 일하는 활동보조인이 되었다. 활동보조인이 스스로를 아끼는 것 그것이 서로서로가 좋은 일이다.

  1. 그저 추측일 뿐인데, 실제로 노동강도의 약화가 이루어진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1명의 활동보조인이 하기 힘들기 때문에 2명을 쓰는 것 아닌가. []

응답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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