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반시대

2012년 5월 1일, 이 시스템을 멈추자.

- 조병훈(서울점령자들,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2012년 3월 서울광장을 점령한 ‘서울점령자들’은 전세계의 점령자들과 함께 한국사회에 5월 1일 사회총파업을 제안하고 있다. 오큐파이 참가자들이 제안하는 총파업은 세 가지 특징을 지닌다. 첫째, 사회가 최초로 총파업을 제안한다는 것이고, 둘째, 미조직 프레카리아트들이 주축이 되어 제안된다는 점, 셋째, 작업장 점거 대신 거리 점거를 주요 행동으로 한다는 것이다.

노동을 멈춰 자본주의 사회를 멈추자는 총파업(General Strike)은 전통적인 노동운동의 아젠다다. 1946년 9월 대구를 시작으로 한 전평(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의 총파업 등은 전통적 좌파조직운동의 한 전형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째서 노동조합이 아니라 사회가 총파업을 최초로 제안하는가?

그것은 이제 거리와 공원, 광장을 점령하고 있는 프레카리아트(불안정 노동계급)들이 아니면 아무도 사회를 바꾸려는 시도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2년 한국사회는 더 이상 노동조합의 연대파업과 거대한 집회를 통해 상황을 바꿀 수 없는 곳이 되었다. 노동유연화를 앞세운 신자유주의에 의해 조각난 노동조합은 더 이상 파업을 조직하지도, 요구조건을 관철할 힘을 잃어버렸다. 신자유주의의 생체실험장이라 불러도 좋을 정권의 말미에도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것은 거대야당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하는 것 뿐이다.

이제 우리가 아니면 아무도 이런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중년이 된 과거의 ‘애국청년’들도 더 이상 민주노조를 조직하고, 파업을 조직하는 방식으로 분명하게 저항하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이들이 내놓은 해법은 정권교체나 야당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이 되었다. 불안정한 우리의 목소리, 가난한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효과를 내는 행동은 언젠가부터 “할 수 없는 일”이 되어 공중을 떠돌 뿐이다.

그러다보니 우리의 삶은 더 바깥으로 밀려났다. 4대강은 단군 이래 가장 비싼 정부 프로젝트지만, 아무도 관심없는 이판사판이 되어버렸다. 어떤 정치인으로 사다리게임을 해봐도 결론은 FTA다. 여성이란 존재는 정치인의 팬클럽 활동이나 하는 값싼 인형이 되어버렸고, 아무리 시끄럽게 떠들어도 청소년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들리지 않는다. 교육은 1%가 바라는 노예를 생산하는 경쟁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기본소득이나 무상교육처럼 모두가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입바른 말이 되어 둥둥 떠다닐 뿐이다.

물론 좋은 정치인이나 진보정당에게 표를 주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를 포위하고 있는 상황을 그대로 둔 채 몇 명의 정치인을 의회에 진출시키는 것으로 우리의 삶이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소박하지 않은가. 어쩌면 너무 오랫동안 당해온 나머지 우리 스스로 우리의 가능성을 꺾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2008년의 경험처럼 이제는 누군가 공감되는 문제에 대한 행동을 제안하면, 수만 명이 동시에 그 제안에 반응하고, 사방에서 갖가지 일이 일어나는 시대가 되었다. 정치가 우리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정치를 쌓아가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더 이상 정치가 우리를 대변하지도, 우리의 다양한 요구가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질 리도 만무하다. 그리고 그것은 각 작업장, 각 부분, 각 정치인과 그들의 멘토들이 밀실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방으로 뚫린 거리에서 일어나야 할 일이다.

총파업은 우리가 직접 만들 수 있는 가장 가능한 형태이자, 가장 뚜렷한 방식의 저항이다. 이는 우리가 필요하다고 믿는 것들을 쉽게 외면하는 시스템을 멈추는 행동이다. 또한, 우리가 더 이상 이러한 불편한 균형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드러내는 행동이다. 현재의 시스템에 우리가 분명히 반대하고 있으며, 이를 완전히 거부하는 방식으로 저항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행동이다.

또한, 사방이 뚫린 거리에서 우리의 문제를 공표하고, 대안을 말하는 행동이다. 이런 주장들을 대표자들이, 명망가들이, 멘토들이 충분히 알아듣는지 확인하고, 그들에 대한 신뢰를 가늠하는 행동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정치를 되찾는 행동이다.

5월 1일의 총파업의 목적은 과도하게 경직된 한국사회에 섬광을 일으키는 것이다. 5월 1일 하루를 도시를 멈추는 날로 만들자. 5월 1일을 일하지 않는 날(No Work), 수업 없는 날(No School), 집안 일 없는 날(No Housework), 소비하지 않는 날(No Shopping)로 만들고, 거리를 행진하며 우리가 원하는 시스템이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주자. 변화는 거기서 시작될 것이다.

응답 2개

  1. 탱탱말하길

    거리에서 무엇들이 만들어질지 궁금합니다.
    5월 1일! 거리에서 함께하겠습니다.

  2. […] 동시대반시대 | 2012년 5월 1일, 이 시스템을 멈추자._조병훈(서울점령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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