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필독靑年筆毒

최저임금

- 김민수(청년유니온)

총선 직후의 한국 사회의 최대 의제 중 하나는 단연 최저임금이다. (실제로 그러하기 보다는 나의 바람에 가깝다.) 청년층과 고령층 노동자의 상당수가 최저임금이나 그에 준하는 임금을 받고 있고, 상대적으로 고소득을 받는 이들도 최저임금 노동자의 기준에 근거하여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사업주 또한 최저임금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놓여 있으니, 이 정도로 이해당사자가 많은 의제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유일한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매년 4월 구성 된다. 노사정 각 9명으로 구성되고, 현장조사와 토론을 거쳐 다음 연도 최저임금을 6월까지 발표한다.

유감스럽게도 최임위에서 진행되는 모든 논의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된다. 국민들의 다음 연도 예산설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최저임금이 어떤 근거와 논의를 거쳐 결정되는지 알 방도가 없는 것이다. 대체 어느 전지전능한 인물이 최임위에 이러한 권능을 부여했는지 모르겠다. 최임위를 광장으로 이끄는 당위는 너무도 강력하지만, 최임위를 밀실에 봉인하자는 당위는 너무도 소박하다. 야당의 한 후보가 8년 전 성인방송에서 날린 멘트는 ‘국민의 알 권리’를 운운하며 주류 매체를 통해 보도하는 인간들이 아니었던가. 레알 ‘국민의 알 권리’는 최임위에서 실현 되어야 한다.

아울러 청년유니온은 최임위에 청년당사자를 포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근거는 간결하다. 최저임금이 청년임금이기 때문이다. 최임위는 ’29-34세 단신 노동자’의 생활을 근거로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29-34세’, 볼 것도 없이 그냥 청년이다. 3000만 원 학자금 대출과 함께 졸업장을 득템하고, 너는 왜 취직도 못하냐고 구박 받다가, 가산 디지털단지의 IT업체에서 인간 자유이용권으로 전락한 뒤, 구로 어스름의 고시원에서 눈을 뜨는 바로 그 청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청년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 청년 당사자를 포함시키자는 당위에 그 누가 물음을 던지랴.

OECD는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책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한국의 최저임금은 35% 수준이다. 멕시코만 없었으면 압도적 꼴등을 차지할 수도 있었는데.. G20이나 핵안보정상회의 의장이 된다던가, 민간인에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권력을 통해 국격을 확인하는 인간들이라 그런지 이러한 지표에서 부끄러움을 느낄 줄 모른다. 1년 동안 숨만 쉬고 바코드를 찍어야 1년 학비를 마련할 수, 내일 없는 오늘을 언제까지 청년들에게 선사할 것인가. 인간의 삶을 보장하는 최저임금 설계가 절실한 시점이다. 최저임금위원회의 개혁은 이를 위한 시작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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