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꼼

<씨네꼼> 기특하고 달달한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

- 황진미

<옥탑방 왕세자>는 3월 21일 첫 방송 된 20부작 판타지멜로물로, 6회 만에 동시대 시청률 1위에 올랐다. 조선시대 왕세자가 21세기 옥탑방에 뚝 떨어진다는 황당한 설정을 취하고 있지만, 단순히 웃기는 드라마가 아니다.

<옥탑방 왕세자>의 가장 큰 힘은 내러티브이다. 드라마는 두 개의 시간대에서 흥미진진한 추리극을 진행시킨다. 조선시대 세자빈이 궐의 연못에서 익사한다. 중신들의 태도에 의심을 품은 왕세자(박유천)는 재야인재들을 문신과 무신, 내관으로 등용해 직접 수사에 나선다. 왕세자 일행은 산속에서 기습을 받고 쫓기다가, 말이 도약하고 월식이 일어나는 순간, 삼백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옥탑방에 떨어진다. 한편 착하게만 보이는 세자빈(정유미)은 동생의 얼굴에 화상을 입혀 세자빈이 될 운명을 가로채고, 재능을 착취하는 악녀였다. 세자빈의 죽음과 자매의 뒤바뀐 운명이라는 과거의 미스터리는 현대에 새롭게 변주된다. 세자빈의 환생인 소녀는 동생을 버리고, 기억을 잃고 고아로 자란 동생 박하(한지민)는 왕세자의 환생인 재벌3세(박유천)와 잠깐 마주친다. 재벌3세는 사촌형(이태성)에 의해 물에 빠져 실종되고, 2년 후 조선시대 왕세자 일행이 박하의 옥탑방에 점프해 들어온다. 왕세자는 박하의 도움으로 현대에 적응하며, 재벌3세의 빈자리로 들어가 세자빈과의 재회를 시도한다. 그러나 세자빈은 사촌형과 사귀고 있으며, 사촌형은 기업 내 반란을 꾀하고 있다. 조선시대와 현재라는 두 개의 시간대에서 변주되는 인물들의 운명과 인연이 흥미롭게 펼쳐지며, 추리극으로서의 긴장감도 팽팽하다.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전개에, 환생과 업(業)이라는 전통적 모티브와 시간여행이라는 현대적 모티브의 결합도 조화롭다. <미스터Q><토마토><명랑소녀성공기>등 트랜디물을 이끌었던 이희명작가의 내공이 느껴진다.

<옥탑방 왕세자>는 살아있는 디테일로 잔재미를 더한다. 조선시대 왕세자가 현대에 떨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행동할까, 이는 단순히 ‘우왕좌왕 한다’는 말로 퉁 칠 일이 아니다. 그 시대 최고의 위엄과 지성을 갖춘 인물이 시간여행이라는 상황을 어찌 받아들이고, 위기를 순간을 어찌 극복하려할 것인지 리얼리티를 살려서 그려야 한다. 옥탑방에서 처음 동생과 마주 친 왕세자는 “여기가 이승이냐, 저승이냐, 너는 사람이냐 귀신이냐, 요망한 것, 당장 주술을 풀지 못할까?” 호통 친다. 성리학적 세계관과 사대부의 풍모가 느껴지는 대사이다. 다른 일행들이 노동하며 몸으로 적응하려는 데 반해, 왕세자는 노동하지 않는다. 대신 이성적 사유를 통해 자신이 재벌3세의 자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추리와 판단을 한다. 일행들이 왕세자와 겸상할 수 없다고 말하거나 색색추리닝을 입고도 부복하는 광경은 배꼽 빠지게 웃기지만 내적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장면들이다.

<옥탑방 왕세자>는 연기와 연출, 카메라워크도 수준급이다. 공들여 찍은 조선시대 장면들은 한편의 미스터리 사극으로 충분한 완성도를 지녔다. 현대극의 상황에서 사극의 말투를 진지하게 구사하며 절묘하고 귀여운 표정을 짓는 박유천의 연기는 그가 아이돌가수출신임을 잊게 한다. 기존 이미지에서 변신한 한지민과 정유미의 연기도 칭찬할만하다. 참으로 달달하고 기특한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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