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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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민혁 in 앎과 향연 2012-09-13
    오래전 일이다.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여러 곳에서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매일 모여서 토론하다 흩어지곤 했다. 그러나 문제들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았다. 참여자들 사이에 문제의 원인을 바라보는 입장부터가 워낙 차이가 컸다. 어떤 집단은 프로젝트 목표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하고, 또 어떤 집단은 인력관리에 구멍이 난 거라고 했으며, 그리고 어떤 집단은 작업 프
  • 강민혁 in 앎과 향연 2012-08-22
    요즘 나는 달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덕분에 몸도 가벼워지고, 잦은 병치레도 사라졌다. 그만큼 달리기는 뒤늦게 찾아온 친구 같다. 하지만 달리기도 다른 운동 못지않게 부작용이 클 수 있다. 그래서 행여 허리라도 삐끗할까봐 노심초사하며 달려왔다. 하지만 부작용은 이런 나를 보란 듯이 무시하며 불청객처럼 찾아왔다. 몇 주 전 뭔가에 홀려서 평소보다 두 배 가까이 뛰고 말았다.
  • 강민혁 in 앎과 향연 2012-06-27
    토요일이면 둘째 아이 손을 잡고 조그만 산에 가는 것이 언제나 내게 큰 낙이다. 특히 산길이 도서관 뒷마당과 연결되어 있어서, 도서관 가는 산책 코스로도 일품이다. 물론 도서관에 갈 거라면 버스를 타고 가도 되지만, 그러면 산책하는 기분도 안 들고, 무엇보다 아들 녀석과의 정다움을 버스 유리창 풍경에 빼앗기는 것 같아, 되도록 이 길을 택하게 된다. 비탈길에선 내가 뒤에서 잡아주고, 바위가 나오면 내가 안
  • 강민혁 in 사상가 특집 2012-05-30
    나는 출근길에 매번 똑같은 노숙자와 마주친다. 그는 항상 정류소의 번호 표지판에 기대어 서서 초점 잃은 눈으로 행인들을 이리 저리 바라본다. 지나가는 행인들도 그가 그런지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아무런 관심도 없이 지나간다. 출근길의 흔한 풍경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물론 지나갈 때마다 풍
  • 강민혁 in 앎과 향연 2012-05-17
    며칠 전 나는 옛 친구와 만나 점심을 같이 했다. 나로선 오랜만의 해후였다. 사오년 만에 본 친구의 얼굴은 부쩍 나이 들어 보였다. 살아갈수록 삶은 펴지는 것이 아니라, 더 고단하고 쓸쓸해지는 것 같았다. 뻔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회사생활, 가족들 사는 모습, 취미생활, 노후 걱정 같은 것들. 그런 이야기가 오고 가던 중에 그의 입에서 또 다른 친구들의 근황이 흘러 나왔다. 어떤 친구들은 파산 이후 몇 년째 도망 다니고 있었고, 어떤
  • 강민혁 in 앎과 향연 2012-04-25
    오늘도 우리는 살아간다. 아침에 일어나고, 밥을 먹고, 일터에 가고, 저녁에 잔다. 아마 내일도 우리는 그렇게 살아 갈 것이다. 여기에 별달리 덧붙일 말은 없다. 분명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게 틀림없지 싶다. 이것은 9회말 2사후에 뜬 볼인 양 싱거운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처럼 분명하고 당연한 일인데도 종이에 써놓고 보면, ‘산다는 것’이 참 낯선 일로 다가온다. 공중에 덩그러니 떠 있는 볼만 찍어 놓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