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정(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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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권의 너머에서
    2004년에 처음 도쿄에 간 일이 있다. 번화가인 신주쿠에서 본 여러 유형의 노숙인들이 인상적이었는데, 부부로 여겨지는 이들, 혹은 한때 번듯한 사회적 지위를 누렸을 것 같은 이들, 뭔가 개인적인 것으로만은 읽을 수 없는 이력들을 흔적으로 갖고 있는 이들이 강한 인상으로 남은 일이 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다시 도쿄에서 한동안 지내게 되어서 신주쿠는 자주 지나다니게 되었는데, 한쪽의 정체모를 조형물들이 늘 의아했다. 그곳은 신주쿠 역 서쪽 출구 지하도였는데, 조야한 색칠을 한 비쭉비쭉한 좀 흉물스런 조형물들이 한쪽 공간을 메우고 있었던 것이다. 앉아서 쉴만한 곳도 아니었고, 어떤 의미(용도)가 있어 보이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공공미술작품이라고는 결코 생각해 볼 수도 없는 조형물이었는데, 훗날 얘기 듣기로는 아니나 다를까 노숙자 추방을 위해 설치한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