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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학 속 인종주의의 심화(2)

- 우자와 지영

: 재일 조선인 여성 강사가 일본대학에서 강의하는 법 2  

– 리츠메이칸 강사에게 쏟아진 헤이트 스피치와 대학의 대응 –

<재일 조선인 여성 강사가 일본대학에서 강의하는 법1(http://suyunomo.jinbo.net/?p=12537)>에 이어, 인터뷰 속편을 싣는다. 인터뷰 전편의 소제목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사건의 경위, 리츠메이칸의 ‘견해서’의 문제점, 계속 심화되는 인종주의의 시대, 역전된 권력관계, 법에 대한 싸움, 법을 통한 싸움”이다.

 

질문장과 성명서:

심화되는 대학 속 인종주의

# 이번 일이 있고 여러가지 활동이 이뤄지고 있지? 질문장, 성명서, 서명 등. 지금 이뤄지고 있는 활동에 대해서 소개해 줄래? 일단 어떤 질문장과 성명서가 있었어?

=>리츠메이칸 학생 때부터 아는 친구들이 움직여 주었고, 오사카에서 인권 문제로 활동하는 친구들이 합류하면서 질문장[1]과 교육자 성명[2]을 만들었어. 현재 대학교원 성명서도 만드는 중이래. 이것과 별도로 리츠메이칸의 견해서가 정말 문제라고 생각한 리츠메이칸 전임 선생님들이 학교에 견해 철회를 요청한 것도 있어. 또한 일년 전부터 도쿄 쪽에서 대학 안의 인종주의를 문제화하기 위해 진행해 왔던 성명서가 있대. 이 성명서의 제안자 중 한명인 우카이 선생님은 성명서가 조금 늦어지고 있었는데 이번 일이 벌어졌다고 안타까워하셨어. 이 각각의 활동이 느슨하게 연계하면서 하고 있다. 그 외에 트위터를 잘하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인터넷에서 반박하고 있고.

# 트위터에서 싸우는 거야?

=> 응 퍼지고 있는 트윗이 단지 왜곡된 소문일 뿐이라고 알려 주는 거지.

# 각각의 활동들이 너에게는 어떤 느낌이야? 먼저 질문장부터 이야기해 줄래?

공개 질문장은 내 친구가 인터넷 공간에 뭔가 남겨야 한다는 생각을 매우 강하게 갖고 있어서 시작하게 됐어. 그런데 질문장을 만들면서 나도 좀 궁금하고 논의해야 할 지점들을 있다고 느꼈어. 그런 점을 더해서 질문장을 만들었어. 질문장을 만들 때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는데, 학생, 노동운동하는 친구, 그리고 가장 많은 것은 시간 강사하는 친구들이었어.

우리들 사이에서도 약간의 의견 차이가 있었는데 뭐냐 하면, 트윗을 한 학생을 지도하거나 교육할 의사가 있는지를 학교 측에 묻는 것이 필요할까에 대한 것이었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의견과, 그 학생의 트윗에는 약간의 악의가 있기 때문에 질문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었어.

# 교육자 성명은 어땠어? 나는 성명서에 교육공간에 대한 문제가 강조되면서 인종주의 문제에 대한 환기가 약해진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는데…

=> 어떤 입장으로 성명서를 낼 것인가를 두고는 많은 고민이 있었어. 특히 인권 교육을 하는 선생님들의 문제의식이 강했지. 이번 일은 김우자만의 일은 아니라는 거야. 그분들은 여태껏 부락민, 여성, 재일 조선인 이야기들을 교육하면서 학부모나 학생들의 반발에 많이 부딪쳤대. 그런 문제들을 많이 느껴왔기 때문에 이번 학교측의 대응도 문제라고 생각하게 된 거지. 대학 뿐 아니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등 교육하는 모두가 고민해야 할 교육환경의 문제임을 강조하려고 했어.

# 대학 선생님들이 작성중인 대학 내 인종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은 성명서는 어때?

=>대학에서는 이런 식의 성명이 여태까지 여럿 있었어. 2000년 히노마루 기미가요에 대한 대학 교원들의 반대 성명, 2003년에는 조선학교 졸업생에게 대학 시험 자격을 주지 않는 것을 비판하는 성명 등이 있었어. 대개 서명형태를 띤 것이었지. 이번 일도 대학이라는 노동공간에서 일어난 일이니까, 성명서의 주체를 교육 전반으로 확대하면 아무래도 문제가 불분명해질 수 있잖아. 그래서 대학 교원이라는 틀을 정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범위를 너무 좁혀도 안된다는 의견도 있었어.

# 리츠메이칸 전임 선생님들이 낸 요청서는 무엇에 중점을 두고 있어?

=> 선생님들의 의견은 다양했어. 사실 리츠메이칸도 공격을 당하고 있는 거니까, 리츠메이칸도 피해자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선생님들도 있어.

# 리츠메이칸도 문제다와 리츠메이칸도 피해자다 어느 쪽이야?

=>어느 쪽이 아니라 둘 다지. 리츠메이칸도 피해자인데 그런 식의 사과를 하는 건 문제라는 거지.

# 도쿄 신문 기사[3]의 논조와는 좀 다르네. 그 기사는 공공기관이 인종주의의 문제가 발생했을 인종주의적 소수자를 보호해 주기는커녕 내쫓아 버리는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였잖아. 물론, 공공기관에 의지하지 않는 시민 레벨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마무리를 짓고 있지만. 한편 대학 내 인종주의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성명서의 논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그러한 성명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해. 대학교에서 유학생들 특히 아시아계는 가끔 괴롭힘을 당하잖아. 더구나 그 괴롭힘이 개인적인 공격이면서도 인종차별의 힘을 등에 업고 있고.

# 자살한 사람이 있었지? 누군가에게 들은 적이 있는데.

=> 아, 그렇다. 자살한 사람이 있었지. 2010년 12월 오테몬 대학에서 있었어. 오사카에 있는 대학인데, 인도에서 온 유학생이 괴롭힘을 당했다고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어…

# 이런 일은 학생, 교원 뿐 아니라 학교 및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잖아.

=> 응. 몇 년 전과 정말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요즘 대학 안에서 많이 들어.

# 구체적으로 그러한 예들을 모아서 상황을 환기시키는 것도 필요할 것 같은데…

=>그렇지. 이런 문제가 생기면 대개의 경우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건 한정되어 있어. 실태조사를 하고, 대책을 세우는 데 그쳐. 아카하라(academic harassment)나 성희롱의 경우는 문제시화되었고 상담소 등이 있잖아. 대학 내부 사람이 상담하니까 문제는 있지만, 그래도 그런 장소가 있는가 없는가는 매우 큰 차이야.

# 일단 도움을 청할 곳이 가까이 있어야 그 다음 활동이 가능해지니까. 더구나 이런 일은 상황에 따라 제각각 매우 다르잖아.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트위터를 통한 반박들은 어땠어?

=>고마웠어. 나도 트위터를 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들어가 봐도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거든.

# 나도 그래. (웃음) 우리가 알 수 없는 익명의 대상들이 움직이고 있는 거잖아. 네가 잘 모르는 세계가 점차 확장되고 있는 그런 느낌일 것 같아. 개인 트위터의 활동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응. 매우 중요하지.. 트위터를 하는 선생님이랑 연결되어 있는 안티 레이시즘 사람들이 있는데그분들은 누구보다 빨리 이 문제를 파악하고 인터넷에서 반박을 해 줬어. 누구보다 인터넷 생리를 잘 아니까 대응할 수 있는 거지. 그 분 중 한 분이 네이버에 사건 경위를 정리해서 올려 주셨어[4]. 이 글이 트위터에서 퍼져나갔어. 이처럼 퍼지고 있는 내용은 잘못된 소문이며 다른 의견도 많다는 것을 알릴 수 있다는 건 매우 중요했어.

 

서명

: 각자의 이름을 내건 대중지성  

# 여러 종류의 서명도 있었지?

=> 나는 서명을 돌리지 않았어. 내가 돌리면 너는 내 친구니까 서명을 해줘야지 하는 것 같고 강제하는 것이 되잖아. 물론 먼저 연락을 해 온 친구들에게 이런 것이 있다고 알려 주었지만, 대개는 내가 말하기 전에 친구들이 돌려 줬어.

# 이번에 오해를 받은 문부 과학성에 보내는 <조선학교 무상화를 요구하는 엽서>의 경우도 서명형태잖아. 즉 이름을 써서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이지… 이러한 ‘이름을 쓴다’는 형태의 활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사실 그 점 때문에 재일 조선인 친구들에게는 부탁하는 것이 좀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어. 누군든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잖아. 내 이름을 성명서에 밝힐 것인가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있었어. 사실 이름만의 문제가 아니야. 내 대한 정보를 어디까지 드러내야 하는가 논쟁점이었어. 서명을 받기 위해서는 내용을 이야기해야 하잖아. 그럼 여자고, 재일 조선인이고, 어떤 과목을 어디서 강의했다는 정보를 말해야 하잖아. 재일 조선인 강사였기 때문에 공격받은 측면이 있고…. 또한 여자라서 공격받기 쉬운 거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셨으니까 중요한 정보지. 그런데 사실 나는 이름도 하고 싶으신 대로 하시라고… (웃음) 왜냐하면 찾으면 그냥 다 나와. 내 이름도 사진도.

# 그렇지만 이름까지 공개하는 건 조금 미묘한 부분도 있지 않을까? 이것은 결코 너만의 문제가아니고 모두가 ‘우자’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는데, (‘우자’ 대신 ‘Y’라고 하자).  네 이름을 밝히면 ‘Y들’이 아니라 ‘우자’개인처럼 보이지 않을까? 그 많은 ‘Y들’을 대표해서 네가 집중공격을 받게 되기도 하고. 네가 Y가 되는 것도, Y가 네가 되는 것도 미묘한 문제가 있는 듯해.

=> 서명할 때 어떤 서명 사이트를 쓸 것인가도 문제야. 사이트에 따라서 서명포맷이 정해지거든. 이번에는 이름, 메일, 국적을 써야 했는데, 국적을 써야 해서 불편했다는 분들도 몇 명인가 있었어.

# 정말 그렇네. 이름, 소속, 국적, 메일주소를 쓰는 게 서명의 성립조건이면서도 서명의 문제점이기도 하지. 누구나 이름, 소속, 국적을 지닌 것이 아니니까. 또한 이것들을 모아서 제시하면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하고. 그러한 위험성은 이번의 경우에 더욱 높았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였지. 일종의 반일(反日) 명단을 만들어 주는 거잖아.

# 그래. 사실 우리 스스로 블랙 리스트를 만들어서 안겨 주는 셈이지. (웃음) 게다가 소속과 메일까지 다 정리해서 말야. 서명할 때에도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서명은 얼마나 모였어?

=>일주일 정도 전에 본 것에 따르면 교육자 성명이 천 삼백 정도, 공개질문장이 육백 여명이었어.

#대략 이천명정도 되네. 갑자기 궁금해지는데 서명이 효력을 갖는다면 어떤 걸까?

=> 직접적인 효력은 없지. 그러나 생각해보면 익명의 트위터나 블로그가 힘을 발휘한다는 건 좀 이상하잖아. 그것에 맞서는 사람들이 이름을 밝히고, 물론 실명을 밝히기도 하고 닉네임을 밝히기도 하지만, 그러한 사람들도 이렇게 많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효력이 있다고 생각해.

# 무명의 대중집단이 신뢰받던 시절도 있었잖아? 그런데 요즘에는 익명의 대중집단이 소수자를 압박하기도 해. 이러한 상황 속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만들어 밝힌 사람들의 대중지성이라고 할까 이름을 밝힌 무명집단이라고 할까, 그런 집단의 힘이 오히려 중요할 수도 있겠구나….

=> 성명서나 공개 질문장을 만들 때는 정말 재밌기도 했어. 다들 연구자니까 머리가 좋잖아. 또 분야도 다양해. 철학, 노동문제, 사회학, 마이너리티, 젠더 등. 이렇게 다양하게 모여 있으니까 이런 표현은 이러한 문제가 있다거나 하는 의견을 나누면서 만들었어. 마치 집단 지성처럼! 그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어.

# 우와! 그거야말로 정말 성명을 만들어 밝힌 사람들의 무명집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응. 정말 세세한 것까지 체크하면서 만들었던 것 같아. 좋은 집단이었고 좋은 경험이었어. 사실 이건 내 문제니까 미안하기도 해. 각자 연구분야가 있고 이런 일이 아니라 공부를 해야 할텐데 귀찮은 일에 시간을 빼앗기게 해서….

# 미안할 것 없어. 다 자기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해서 하는 거잖아? 어떻게 모였어?

=> 응. 메일 주고 받고 회의하고 한 달에 한번 정도 만나고 그랬어.

# 참석자는 리츠메이칸의 비정규직 강사들 특히 우리 또래가 많다고 그랬지? 이런 모임의 좋은 점은 뭐였어? 회의록도 남긴다고 들었는데…

=> 이 모임에 오는 사람들은 원래 친하게 모이곤 했던 친구들이야. 같이 세미나를 하거나 해서 얼굴도 거의 다 알고, 이차나 삼차 때는 우리집에 몇번인가 온 적도 있고, 근처에 살며 반찬도 나눠먹는 친구들이거든. 그래서 특별히 이 일을 위해 모였다는 느낌은 아니야.

#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어서 이야기도 편안히 할 수 있었겠다. 원래 형성되어 있던 친구 관계가 이번 일을 계기로 변화된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

=> 응 그렇지.(웃음)

# 그런 변화도 재미있다! 우자는 좋은 친구들이 참 많구나!

=>친구들은 좋은 사람들이지. ^^ 나는 아니지만. ^^ 사실 좀 답답할 때도 있었는데 친구들에게 고마워. 그래서 고맙다고 하고 싶은데, 나를 위해서 이렇게 해 줘서 정말 고마워요 라고 말하는 건 좀 이상하잖아. 그렇다고 ‘모두들 각자 문제를 느껴서 하는 것’이라곤 하지만, 내가 ‘그래 그건 나를 위한 게 아니야’ 라고 말하는 건 정말 너무 더 이상하잖아.(폭소)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무엇에 대해서 고마워해야 하는지가 좀 어려워… 아무래도… 곁에 있어 줘서 고맙다….

# 신문매체에는 어떤 기사들이 실렸고 어떤 내용들이었어?

=> 가장 처음 실린 것이 산케이 신문(2014.1.20)이었어. 그 전에 인터넷 신문 몇개에 실렸는데, 그 신문과 인터넷 신문들은 내게 어떤 문의도 취재를 하지 않고 실렸어. 도쿄 신문은 게재하고 싶다고 전화로 내게 문의해 왔어. 도쿄신문은 정말 열심히 하잖아. 조선학교 문제도 처음 보도한 것이 도쿄신문이었고.

# 그래. 나도 그 신문기사를 수업에서 보여줬어.

=>오! 나는 지금도 그거 보여주곤 해. 도쿄신문은 우파들의 공격을 받아도 열심히 하니까 실기로 했어. 쿄토 신문은 취재를 했고 기자가 싣고 싶다고 했는데 데스크와 상의를 해야 한다고 했으니까 언제가 될지 모르지.

# 각각의 논조는 어떻게 달라?

=> <산케이신문>은 리츠메이칸 대학도 강사도 문제라는 거야. <유칸 후지(夕刊フジ, 산케이신문사 산하 석간지)>도 마찬가지고. 사실 확인도 없이 비난했던 국회의원인 가타야마 사츠키랑도 그 신문사들이 친하대. 그 신문사는 한국에 대해 폄하하고 싫어하는 기사를 많이 내니까 그런 논조는 쉽게 예측할 수 있지. 유칸 후지 기사는 이번 일에 대해서 가타야마가 이렇게 이야기하거나 활동했다는 내용이 중심이야.

#도쿄 신문에는 기사가 크게 실렸고 논점도 분명하잖아. 일본 내 공공기관(대학, 미술관, 영화관) 에서도 헤이트 스피치나 검열이 심화되고 있다는 거지. 각각의 사례를 하나의 이슈로 묶은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 나는 기사가 너무 크게 나와서 좀 놀랐고 그러한 측면도 있구나 라고 느꼈어. 나는 이렇게 문제화하는 방식은 효과적이라고 생각해. 일본사회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내 생각에는 이번 일에는 ‘조선’이라는 것이 지닌 역사적 문제나 특수성이 관련되어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점들이 얼마나 강조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이 들었어.

# 음… 똑같은 우경화라고 해도 그 각각의 특수성이 얼마나 반영되었는가는 정말 중요하지…

=>응.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런 특수성을 강조하는 것이 과연 좋은가도 또 하나의 문제야.

 

인터넷을 통한 말의 폭력, 교란되는 당사자성

# 네가 만들고 있는 개인기록이 있지? 개인 기록과 공적인 기록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 며칠 날 누구랑 이러한 이야기를 했다거나 하는 것을 기록해서 파일로 만들어 두려 했는데, 좀 귀찮아지고 있어서….(웃음)

# 그 기록은 일종의 사건 일지야? 아니면 너의 감정을 적은 거야?

=>두 가지가 다 섞여 있지.

# 도움이 되었어?

=>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 무슨 도움일지는 모르지만 연구과제로서도.

# 질문장, 성명서, 서명을 생각해 보면, 일반적으로 보자면 그 활동 속에 너도 들어가 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주변친구들이 “내 친구에게 손대지 마”라고 하는 것이기도 하잖아. 반면 개인기록은 너의 기록, 즉 “나의 기록”이지. 그렇지만 이번 일은 네 일이면서 동시에 너만의 일은 아니야. 또한 당사자가 나설 수 없는 민감한 폭력도 섞여 있어.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잘 질문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지만, 내 생각을 조금 말해보면, 네가 당사자이면서 주체가 될 수 없는 활동(질문장, 서명성, 서명 등)과, 네가 당사자이고 주체인데 공개할 수 없는 활동(개인기록)이 있는 것 같아.  이 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내가 주체가 되어 너무 많이 나서면 악화될 수도 있잖아. 반발도 공격도 많고 효과적이지 않을 거야. 사실 공격을 받는다고 해도 인터넷을 안 보면 생활상 큰 문제는 없을 수도 있지만… 반면 회의에 나가고 의견도 말하지만 내 이름은 나타나지 않는 방법도 있어. 그렇게 하는 편이 내게는 좋은 것 같아.

이러한 상황에 대해 어떤 선생님은, (사실 나는 그 분의 견해를 좀 납득할 수 없지만…) 그 침묵이 무섭다고 해…. 그 선생님이 보시기에는 내 주위의 친구들만 많이 움직이고 있고 김우자는 마치 완벽한 피해자처럼 아무말 없이 서발턴이 되어가고 있는 듯이 보이고 그것을 주변 친구들이 감싸주고 도와주고 있다라는 거야. 그런 건 오해라고 생각해….

# 서발턴은 원래….

=>응 그래 좀 다르지. 그렇지만 그렇게 보는 선생님도 있었고 그런 식의 시선은 완전히 오해지만 그렇게도 보일 수 있다는 점이 답답하지…. (잠시 침묵) 대답이 됐을까?

# 그럼…. 당사자나 주체가 되는 게 경계를 명확히 나눌 수 있는 게 아니고, 네 안에 친구들이 있고 친구들 속에 네가 있는 거잖아. 그런데 경계를 나눠두는 사람에게서는 ‘당사자인데 왜 이렇게 조용하냐(반대로 당사자도 아니면서 왜 난리냐)’라는 말을 듣게 되지. 바로 그런 시선들이 사실 너는 침묵하고 있지 않은데 그러게 보이게끔 하는 게 아닐까 싶어. 그런 경직된 사회의 힘 같은 것이 바로 너와 나를 침묵하게 하는 것 같아….

=>사실 당사자 의식 같은 것은 내게 없었어. 아니, 있었지만 희박했어. 왜냐면 트위터 문제까지는 내 일이라고 할 수 있어. 내가 이렇게 했고 혹은 하지 않았던 것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까 내가 당사자야. 그렇지만 그 이후에 일어난 일들은 어떨까? 예를 들어 헤이트 스피치와 그런 상황들 말이야. 솔직히 나는 그것이 헤이트 스피치일까도 애매한 부분이 있는 듯해. 생각해 보면 좀 웃기기도 하잖아. 예를 들면 이런 말들을 보게 되거든 내가 ‘북에서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간첩’이라든가, 근데 생각해 봐. 어떤 간첩이 이렇게 티 나는 행동을 하겠냐!… 아니면 ‘조국으로 돌아가라’라든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런 말들을 직접 듣게 되었어.

그런데 그 말들은 과연 나를 향해 직접 던져진 것일까? 그것도 잘 모르겠어. 인터넷 어딘가에 올려진 것이고 스파이, 반일X, 등의 말은 내 일상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어서 마치 내 일이 아닌 듯이 느껴지곤 했었어… 음…

# 내 일이 아닌 것 같은 말들이 나를 향해 꽂혀질 때, 그 말들은 계속 생각 나잖아?

=>그러니까 문제야. 그것이 내 마음을 전부 지배해. 머리 속에서.

# 계속해서 ‘대체 이게 뭐지?’ 싶은 거지?

=>응. 그런데 이건 그쪽의 전략인 것도 같아. 나를 그렇게 만들고 내 시간을 다 빼앗고. 그들은 사실 진실을 알고 싶은 것 같지 않아.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거지. 처음 보았을 때는 너무 웃겼고 웃을 수밖에 없었는데 점점 불쾌해졌어.

# 그런 불쾌감은 그런 말이 반복해서 들릴 때야? 아니면 너를 주어로 이야기 될 때야?

=> 여러 번 반복된다는 것도 좀 복잡해. 내가 인터넷을 켜고 찾아봐야 볼 수 있잖아.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찾아봤어.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 같아서. 그런데 점점 하기 싫어졌어. 왜 그렇게까지 심한 말들을 들어야 하나? 시간 낭비다!

# 그래, 심지어 그런 말들을 찾아서 들어야 하는 거잖아. 이런 지점들이 예전의 인종주의적인 소문이 퍼지는 것과는 다른 지점인 것 같아. 그렇다고 저건 인터넷의 세계라고 무시하고 수도 없지.

=>응. 더구나 그런 현상은 학교 밖에서 일어나는 거잖아. 그쪽도 나를 모르고 나도 그들을 몰라. 그게 음… 뭔가 나를 힘들게 해. 요즘 미국 드라마를 즐겨 보는데, 범죄 드라마나 스파이 드라마, 많이들 보잖아. 그러다가 밖으로 나오면 정말 누군가가 나를 총으로 쏠 수도 있겠다, 당할 수도 있겠다, 그런 여러 생각이 들어. 폭탄을 보내는 사람이 있으면 어쩌나 싶고… 물론 그런 일은 없었고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사람도 없는 것 같아. 그렇지만 자꾸만 여러가지 상상을 하게 돼.

# 한마디로 인터넷 말을 통한 폭력이지. 누군가가 너무 싫으면 가서 싸우면 되잖아. 레슬링하듯이 싸우다 보면, 신체접촉도 하게 되고 희안하게도 적과의 애증 같은 게 생기고 이해하게 되기도 하고 그렇잖아. 근데 이건 뭔가 직접적인 접촉이 아니야.

=> 응. 사실 그쪽도 내가 누구인지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아. 나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조선학교에 대한 공격이고 고등학교 무상화를 허가하고 싶지 않다는 감정에서 시작된 거지.

# 이렇게 긴장된 감정들이 쌓이면, 지진이나 아주 작은 사건도 인종간 학살의 불씨가 될 수 있잖아. 1923 Electronic Cigarette년 관동 대지진 때 경찰이 퍼뜨린 가짜 소문(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탄다, 조선인이랑 사회주의자들이 일본인을 학살하고 있다 등)이 일본인이 수많은 조선인과 사회주의자를 학살하는 사건이 되었던 것도 그런 예가 아닐까? 그래서 말로 인한 폭력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를 생각하게 돼. 말이 고조시킨 긴장이 폭발할 때, 각각의 그룹은 상대 그룹에 대해 어떤 상상을 하고 있는 걸까? 그런 점에서 네가 아까 말했듯이 강의 문제까지는 네가 당사자이지만 헤이트 스피치부터는 너만이 당사자가 아니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어. 바로 이러한 지점, 당사자를 확정해 놓으면서도 그 대상 범위가 불분명하게 확대되는 순간들이 있는 것 같아.

=>그들 쪽에서 생각해 보면 좋은 공격대상 혹은 먹이감이 들어왔다고 생각할 것 같아.

# 응. 그래서 네 일을 여러 사람들에게 알릴 때에도 고민에 부딪쳐. 과연 많이 퍼뜨리는 것이 좋을까 싶고… 따라서 이 일을 너 개인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점이 보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 요즘에는 이러한 소문을 퍼뜨리는 블로그와 댓글 등을 어떻게 삭제할 수 있을까도 고민이야.예를 들어 야후검색어에 내 이름을 치면 바로 나와. 이렇게. “리츠메이칸의 김우자라는 강사가 이런 것을 했다는데 뭐가 문제죠?” 나에 대해 나쁜 이야기를 하기 위한 질문이고 대답은 “그건 범죄행위다, 조선인은 다 죽여도 된다” 이런 식이야. 그런 검색어나 블로그를 어떻게 지울 수 있을까 문의해 보기도 했어.

# 오! 지울 수 있대?

=>응. 지울 수 있는데 지워지지 않는 경우도 있대. 그렇지만 초상권의 문제가 있잖아. 내 사진이 내 의도와 확인도 없이 확산되었으니까 초상권 침해라고 할 수 있지.

 

 조선’이라는 말 전 세계적 우경화, 그 각각의 차이 

# 이번 일을 겪으면서 예전 일이 떠오르거나 아무렇지 않던 것이 민감하게 느껴진 경우는 없어?

=>음… 그런 건 별로 없었어. 그런데 내가 대학생일 때 차별과 관련된 낙서들이 종종 있었거든. “위안부는 매춘부다”라고 화장실 벽에 씌어져 있거나, 학생 회관 엘리베이터에 “반일 조선 어쩌구저쩌구” 하는 낙서가 있었는데, 그 기억이 떠올랐어.

# 일본에서는 ‘조선=빨갱이’ 혹은 ‘조선=북한 스파이=테러집단’ 정도로 쓰이는 것 같아!?

=>응. 아무튼 나쁜 것.

# 어쩔 땐 괴물?

=>응. 아무튼 나쁘고 더러운 것.

# 어쩔 땐 테러집단?

=>응. 요즘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이런 걸 느껴. 조선에는 두 개의 정부가 있고, 일본에서는 ‘북조선’과 ‘한국’ 이라고 하지만, ‘북조선’은 정식 명칭이 아니니까 나는 공화국이라고 하기도 해. 그런데 학생들은 조선=북조선(한국에서의 ‘북한’이라는 말에 해당)을 가리키는 말로 그냥 사용해. 그럴 때 위화감을 느껴. 그 말을 비판적으로 쓰는 게 아니라 하나의 명칭으로 그냥 써 버려. 그럴 때 느껴지는 위화감은 정말 설명하기 어려워. 내가 그렇게 많이 ‘조선’이라는 말을 썼나 싶기도 하고. ‘조선’이라는 말이 나쁜 뜻으로 오해되고 공격받기 쉽다는 것을 잘 아는 세대도 있지만, 그냥 조선=북조선이라고 하나의 명사화시켜 쓰는 세대도 나타난 것 같아. 예를 들어 학생들은 소감을 쓸 때 이렇게 써. “앞으로 조선과 일본이 사이가 좋아져야 한다”

# 나도 <조선문학>을 강의하는 첫 시간에 늘 ‘조선’이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서 설명해줘. 수업에서 조선이라는 말을 일부러 의식적으로 사용할 생각인데, 그 이유는 식민지 문제를 상기시키며 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혀둬. 그런데 한국어를 가르칠 때, ‘조선어’씌어 있으면 북한 말이라고 생각해서 수강신청을 안 한대. 그래서 최근에는 한국어, 코리안어 등으로 바꾸잖아. 혹은 ‘코리안 랭귀지야’. (웃음) 한국어를 가르치는데 영어로 선전하는 거지. (웃음) 아니면 정말 언어만 지칭해서 ‘한글’이라고 하는데, 언어는 그 사회의 역사와 문화 등과 떨어뜨려서 배울 수 없는 거잖아.

=>그렇지.

# ‘조선’이란 말에 대한 거부감이나, 역사적 문제에 대한 민감함이 심화되는 경향은 우경화와 맞닿아 있고, 이는 비단 일본만의 일은 아니지. 한국에서도 이승만 전 대통령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인기가 올라가거나 기념관을 만들거나 동상을 세우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난리잖아. 이러한 전 세계적인 우경화 속에 우자의 사건이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거야. 그런데 말야, ‘우자에게 생긴 일은 전 세계적인 우경화의 일부이다’ 이렇게 말해 버리면 뭔가 또 굉장히 불편하잖아. 이 불편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나는 식민주의, 식민지배의 역사적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런 역사적 맥락이나 사실을 지워버리고 싶었고 지워버려 온 일본 사회의 문제이지. 그렇지만 이것이 일본 사회의 특수한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어. 프랑스와 알제리, 영국과 인도 사이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으니까…

# 이런 우경화가 재해 이후의 상황과 관련되어 있고 따라서 현재의 우경화는 식민지배의 역사적인 사실과는 또 좀 다른 측면도 있다는 견해도 있잖아? 이런 해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 가난하다는 것과 네트 우익이나 행동하는 보수가 되는 것은 다르잖아. 물론 가난한 사람도 있고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겠지. 그렇지만 그런 사람들이 불만을 약자에게 돌리는 측면이 있다는 설명인데, 글쎄… 그럴까?

# 그렇구나… 빈곤층에 대한 또 하나의 편견을 조장하는 것이 될 수도 있겠어… 오히려 새로운 인종주의라고 하는 것은 어떨까? 빈곤층이 아니라 강자가 약자에게 차별 받았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약자화하는 적반하장 인종주의…. 왜 이런 것들이 확산되는 걸까?

=>음…. 요즘은 모두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생각해. 그들 의견에 따르면 재일 조선인은 외국인이면서 특별한 혜택을 받아 언론도 사회도 모두 지배하고 있대. “재일 특권”이라는 말이 보여주듯이.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걸까? 그런 표현에서는 피해의식이 느껴지지. 뭔가 희생양을 찾는 것이고 그것을 찾으면 좋아하는 거지. 생활보호 비판도 비슷한 면이 있잖아.

# 왜 이러한 상황들이 생길까? 일본의 역사적 상황일까?

=>음… 교육문제가 큰 것 같아. 생각하지 않게 만들고, 인권에 대해서도 추상적인 인권은 가르치지만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발생하는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가르치지 않지.

# 일반적으로는 재해 이후에 사람들이 빈곤하고 불안해서 우경화한다는 견해가 정설이 되어 있잖아. 그러나 네 말처럼 우경화하는 사람들의 계층은 매우 다양하지.

=> 주로 어떤 사람들이 헤이트 스피치 등을 하는지 명확하지 않아. 이에 대한 조사나 인터뷰 등을 보면, 반드시 가난한 사람들만은 아니고 또 젊은 사람들의 비중이 그렇게 높은 것도 아니야. 대개는 30대~40대 남자들로 어느 정도 교양도 있고 직업도 안정된 사람들이 많다고 해.

# 그렇다면 그런 행동은 일종의 지배욕 같은 것일까? 아니면 식민지배에 대한 망각이 역으로 나타나는 것일까? 그들의 마음을 알 수 없고 어떤 점에서는 별로 이해하고 싶지 않기도 해.

=>그런 점에서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했던 야스다(安田浩一)씨[5]는 대단해. 그분의 해석에 따르면, 우경화하는 사람들은 거처(친구)가 필요해서 상상의 공동체를 만들려고 하고 그것을 자이도쿠카이(在特会) 에서 찾는다는 거야.

# 사실 나는 그런 해석에 대해서는 좀 위화감도 느껴. 왜 그들의 마음을 그렇게까지 이해해야 하는 걸까?

=> 응 나도. 그렇지만 알고 싶긴 해. 이해하려는 게 아니라 알고 싶어. 왜 그런 일을 할까?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해도 좋을 텐데 …

 

 용기가 필요한 일들

# 네 이야기를 한국에서 알릴 때 난 좀 우려되는 면도 있어. 일본의 한국 혐오 데모 등이 보도되면서 점차 경직되는 분위기 속에서, 네 이야기가 한국 내셔널리스트들의 일본에 대한 미움과 겹쳐 버릴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만약 정말 그렇게 된다면 정말 불편하겠지. 그렇지만 과연 그럴까? 모르겠어… 내가 한 일은 조선 학교 지원이잖아. 그게 한국에 오면 갈라져 버리지 않나? 한국 내셔널리스트들에게는 응원할 대상이 될지 모르지만, 국가주의자들에게는 종북이거나 국가에 대한 배신자가 되어 버리잖아.

# 일본의 우경화를 비판하는 것이 한국의 우파적 내셔널리즘과 통해 버리고, 조선학교 지원이 국가주의자들에게 ‘종북’으로 여겨진다면 걱정이지. 우자는 한국에 네 이야기나 인터뷰를 소개할 때 어떤 점이 우려가 되고, 또 한국에 전하는 것이 수많은 Y들에게 도움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다지 걸리는 건 없어. 어차피 내가 이곳에 오는 건 일년에 한번 정도고 (웃음) 오히려 반응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네…

# 음…. 없을 수도 있지….

=>사실 어찌 생각하면 정말 작은 일이야. 학교가 과민반응한 것이고. 물론 난 당사자니까 작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작은 일이 큰 일이 되어 버려 좀 우스꽝스런 점도 있잖아. 혹시 도움이 된다면 일본대학이나 학교들에 대한 압력이 되면 좋겠어. 사실 리츠메이칸 대학의 유학생 중 한국 유학생이 가장 많아. 대학 생활을 하면서 인종차별을 받아도 학교가 방치해 둔다면 정말 문제잖아. 그런 점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고 그 외엔 별로 원하는 게 없네….

# 좋은 생각이다. 그와 별도로 이런 것도 생각하게 돼. 한국에서 재일 조선인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에는 과연 어떤 관련성을 갖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최근 재일 조선인에 대한 한국 내부의 관심도 커지고 있는 것 같은데, 이 관심은 무엇에 대한 것일까? 소수자 재일 조선인? 한국 현대사가 망각했던 소수자? 설마 동포? (웃음). 너는 한국에서 네 주제나 재일 조선인의 역사에 대해 발표할 때나 말할 때 어떤 점들을 생각하게 되곤 해?

=> 나도 모르겠어. 그렇지만 난 ‘동포’라고 말하게 되진 않아..

# ‘동포(同胞)’는 그야말로 생물학적인 동질성을 강조한 말이라고 생각해. 하나의 포에서 나왔다는 뜻이잖아.

=>좀 기분 나쁜 말이다.

# 그렇지…. 또한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우리는 모두 똑같은 소수자예요 할 수도 없어. 만약 재일 조선인 문제가 한국에 들어와서 어떤 작용을 하게 된다면 한국 사회의 어떤 점들을 움직일 수 있을까? 우리는 이번 인터뷰를 무엇을 노리고 실어야 할까? 물론 나는 네가 인터뷰를 통해서 마음을 조금 풀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고 그런 인터뷰를 할 장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그것이 내가 편안해지는 것이기도 하고. 그런 점에서 이곳이 너에게는 인터뷰를 싣는 장소로 가장 부담이 적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해. 너는 어때?

=>응 괜찮아.

# 그렇다면 한발 더 나아가 우리는 이 인터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면 좋을까?

=>지영이는 무엇을 담고 싶어?

# 글쎄… 일본에서 뉴커머로서 말하는 자리는 충분히 만들어진 것 같지 않고 재일 조선인이 처한상황에 대해서 말하려 하면 그 상황에서 분리되어 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 그래서 나는 이런 상상을 해. 아주 작은 친밀한 관계들이 무수히 이어지는 것을. 나는 우자랑 친하고 우자는 조선학교를 나온 다른 친구와 친하고 그렇게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사슬처럼 연결되면 서로 어긋나기만 하는 문제들도 조금씩 이해되고 전달되어 갈 거라고. 그 관계 속의 한 매듭이 되는 느낌으로 인터뷰를 하고 싶었어. 우리가 서로를 이해한 만큼 보여주는 것이 하나의 매듭이 되면, 거기서 또 다른 매듭들이 연결되어 가지 않을까? 너랑 조금 더 친하고 나와 조금 더 먼 누군가가 나의 문제의식을 너를 통해 전달받아 나와 연결되지 않을까? 그렇게 공감대를 만들어 가는 거지.

이런 관계들이나 어떤 특수성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과연 현재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 점을 생각해 보면 전 세계적인 우경화 속에서도 다른 시공간에 사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래야만 동일하게 보이는 하나의 우경화 속에 내재해 있는 구체적인 차이들을 느끼게 되고, 그 차이들을 느끼는 것이 바로 전세계적인 우경화를 막는 것이 될 것 같아. 우선 생각나는 건 이 두 가지….

아, 마지막으로 조금 먼 미래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지만, 혹시 통일이 되거나 북한체제가 붕괴하면, 재일조선인이나 연변 사람들의 역할이 커질 거란 생각이 들어. 그때가 오면 재일 조선인 역사에도 한국 사람들이 더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거야. 몇십년 간 생긴 북한과의 깊은 갭을 넘어서 연결해줄 사람들이 필요할 테니까. 특히 연변 분들의 경우 그 중요성도 커질테고 그만큼 몸살도 심할 거라고 생각해. 그러나 재일 조선인의 상황을 내셔널리즘이나 종북이라는 양 극단이나 실용주의에서 벗어나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사실 며칠 전에 네 이야기가 나와서 하다가, 나도 모르게 한국에서 이것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라고 묻게 되더라구. 전세계적인 우경화나 소수자 라는 틀로 접근해 버리면, 일본과 한국 사이에 형성되어 온 역사적 맥락이나 재일 조선인의 구체성이 이해되지 않은 채 가려지는 듯해. 우자는 어떻게 생각해?

=>음…. 일단 ‘한국의 디아스포라’ 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면서 혈통이 같은 사람들이란 의미로 한국인으로 전부 뭉뚱그리려는 건 답답하지. 반면 재일 조선인 문제라고 하면서 조선학교에만 초점을 맞추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해. 그건 잘못된 게 아닐까 싶어.

# 어떤 점에서 그럴까?

=>재일 조선인 문제가 조선학교에만 관련된 문제는 아니잖아. 아무래도 내가 조선학교를 다니지 않아서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 나는 네가 재일 조선인의 상황을 폭넓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마음을 열고 이야기할 수 있었어. 사실 이런 문제를 이야기하기 어려운 분들도 계시니까. 그래서 나는 매듭들이 끊임없이 연결되어가면서 서로를 변화시켜가는 걸 상상해. 이번 인터뷰, 아니 듣고-쓰기도 그런 것을 생각해 보고 싶었는데, 글쎄… 이게 과연 좋은 것일지 고민도 있어…. 내가 준비한 건 대략 이 정도인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아쉬운 점이랄까 (웃음) 고민이 있다면 들려줘.

=>아쉬운 것…. 그런 건 없어. 그냥 싸워야 할까 말까가 정말 고민이야. 우리가 학교에 제출한 질문장에는 답이 없었지만 학교와 뭔가 해야 할 것 같아. 예를 들어 스프링 리뷰라는 게 있대.

# 그게 뭐야? 봄 리뷰?

=>나도 잘 모르는데 입학식이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나눠주는 학교소개나 주의사항 같은 거야. 거기에 SNS사용을 주의하라는 제안을 하자고 이야기가 되었는데, 학교에서는 아무런 대응도 해 주지 않을 것 같아. 4월에는 심포지엄과 세미나가 예정되어 있는데, 변호사인 모로오카[6] 선생님을 모시고 세미나를 하면서 공부할 생각이야.

내 스스로 어떻게 할 것인가는 정말 어려운 문제인데…. 만약 이게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면 싸울 수 있어. 그렇지만 내 문제로는 싸울 수 없을 것 같아. 내게 일어난 일은 그저 일종의 계기가 된 거라고 생각해. 그런데 여기서 침묵하면 앞으로 후회할 것 같아. 그렇다고 지금 뭔가 시도해서 그것이 성공할 것이라는 이미지가 좀처럼 생기지 않아.

너에게 책[7] 주었잖아…. 그 책을 읽으면 재판까지 하고 싸우는 과정이 정말 대단해 보이고 남긴 성과도 너무나 커. 나는 전혀 돕지도 못했는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이번 일도 생각해 보면 억울해. 아무래도 재일 조선인의 역사는 그러한 투쟁의 역사인 것 같아. 그 연장선상에 내가 있고 그런 싸움들이 얻어낸 혜택과 변화를 많이 누리고 있지. 그것을 생각하면 나도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용기가 없다.

# 그래….

=>내가 뭘 하고 싶은지도 확실치 않아. 학교에 질문에서 그에 대한 답이 나오면 그냥 만족하고 끝나는 걸까? 그건 아닌 것 같아.

#정말 어렵지…. 하지만 우자는 늘 통역 번역 등에 시간을 할애하면서 살잖아. 활동 관계도 많고.삶의 일부분을 늘 그런 시간으로 채우면서 산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적지 않을까? 아니, 우리는 그렇게 살고 싶잖아. 오늘처럼 넘와 만나서 이러한 이야기를 할 시간을 늘 남겨 두는 것…. 때로는 오늘처럼 행복한 만남이 아니라 싸워야 하는 상황과 만나겠지만….

=>근데 말야, 이번 일은 아무래도 애매하잖아. (웃음) 트윗을 한 학생은 그저 내 말을 오해한 거야. 내 친구들은 그것이 바로 헤이트 스피치라고 하는데 과연 무엇이 헤이트 스피치일까? 더구나 학교는 견해서를 발표했지만 나를 자른 건 아니야….

# 네 말처럼 네 인생 전체가 왔다갔다 할 정도로 심각한 일은 아니고 잊혀질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경미하건 심각하건 제2 제3의 Y들이 생겨날 거야. 그럴 때 현장에서는 괜히 위축되잖아.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이나 네트워크,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건 중요한 것 같아. 네가 말했듯이 이번 일은 학교의 대응에 대한 문제제기뿐 아니라 재일 조선인이 놓여진 위치도 중요해. 그 점은 최초의 트윗 이후, 그것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명확하게 나타났던 게 아닐까? 그렇지만 익명의 헤이트 스피치 전부를 상대로 싸우면, 그건 현대판 돈키호테가 될 수도 있지. (웃음)

=>너무 소모적인 일이기도 하고.

# 그래 정말 어렵다….

=>그냥 고민….

# 정말 뭐랑 어떻게 싸워야 하고 싸운다는 게 뭔지 물어야 할 것 같아. 전공공부와 관련시켜 가면서 이런 일에 지속적으로 관여하면서 살 수 있으면 좋겠는데, 내게도 용기가 부족하지. 무엇을 해야 할지 하고 싶은지도 불명확하고. 이번 일이 좋은 일로 귀결되면 좋겠는데…. 내가 미국에 간 뒤에도 계속 알려줘. 혹시 딴 데 정신이 팔려 있거나 해도 생각해야 할 것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주고.

=>그래 연락할게.

 

1) <리츠메이칸 대학의 2014년 1월 15일의 견해에 대한 공개 질문(立命館大学の2014年1月15日見解に対する公開質問) http://ritsantiracism.blogspot.jp/

2) 교육 현장의 민족차별・헤이트 스피치를 걱정하는 교육 관계자 성명(教育現場における民族差別・ヘイトクライムを危惧する教育関係者の声明) http://www.change.org/ja/%E3%82%AD%E3%83%A3%E3%83%B3%E3%83%9A%E3%83%BC%E3%83%B3/%E3%81%99%E3%81%B9%E3%81%A6%E3%81%AE%E6%95%99%E8%82%B2%E9%96%A2%E4%BF%82%E8%80%85-%E6%95%99%E8%82%B2%E7%8F%BE%E5%A0%B4%E3%81%AB%E3%81%8A%E3%81%91%E3%82%8B%E6%B0%91%E6%97%8F%E5%B7%AE%E5%88%A5-%E3%83%98%E3%82%A4%E3%83%88%E3%82%AF%E3%83%A9%E3%82%A4%E3%83%A0%E3%82%92%E5%8D%B1%E6%83%A7%E3%81%99%E3%82%8B%E6%95%99%E8%82%B2%E9%96%A2%E4%BF%82%E8%80%85%E3%81%AE%E5%A3%B0%E6%98%8E

3) 「클레임에 대한 두려움 자기규제의 소용돌이, 배외주의에 위축되는 대학(クレーム恐れ自己規制の渦 排外主義に委縮する大学)」『東京新聞』2014年3月3日。

4) Naver matome http://matome.naver.jp/odai/2138963636728694001

5) 安田 浩一『ネットと愛国―在特会の「闇」を追いかけて』講談社、2012

6)  師岡康子『헤이트 스피치란 무엇인가(ヘイトスピーチとは何か)』岩波書店, 2013

7) 나카무라 일성(中村一成)『르포-쿄토 조선학교 습격 사건(ルポ 京都朝鮮学校襲撃事件)』岩波書店,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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